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55
“차가 두 대 있는데 국산 대형 세단 한 대와 준중형 차가 한 대 있어. 그런데 혼자 움직일 경우에는 준중형으로 주로 움직이지. 저기 차고에서 차가 나와.”
그렇게 말하고 셔터가 쳐진 담을 가리켰다.
“리모컨으로 조작이 된다고 해. 자동으로 올라가고 닫히니.”
한 시간 정도 지나자 12시 정도가 되었다.
“씨, 오늘도 허탕인가?”
천만후가 짜증이 난 표정으로 투덜거렸다. 김진석은 매번 잠복취재를 할 때마다 짜증을 내는 일이라 그러려니 했다.
“그만 철수할까요?”
“30분만 더 있다가. 보통 집에 들어가면 두 시간 안, 12시 30분 전에 나오고 그 이후에는 나오지 않는다니.”
장인걸의 행동패턴까지 조사한 상황이었다. 2층 오른쪽의 불이 꺼지고 중앙에만 불이 켜진 상태가 되었다.
“왼쪽에 불이 켜지지 않는 것을 보면 외출할 수도 있으니 잘 살펴. 대문으로 나올 수도 있고 차고에서 나올 수도 있으니.”
“혹시 쪽문은 없어요?”
“3면이 다 다른 집이라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지. 물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 고급 주택에 사는 사람이 자기 집으로 다니게 하겠어. 도둑이 들 수도 있는데.”
그렇게 천만후가 말을 했다. 조금 지나자 차고의 문이 열리고 차 한 대가 밖으로 나와서 달리기 시작했다. 준중현 승용차였다. 번호판도 확인하니 메모 상단에서 두 번째 적힌 번호였다.
“한강으로 가는데요?”
그들이 거리를 두고 쫓아가자 강변북로로 접어들더니 다시 옆으로 빠져나갔다. 한강 둔치에 있는 한강공원에 있는 주차장으로 갔다.
“제갈, 마라톤 연습을 하는 것인가?”
보고서에 보면 심야에 한강에 나가 달리기를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결국 허탕을 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천만후는 장인걸이 빠른 속도로 10km 정도 조깅을 하는 것을 살펴보다가 결국 한 시간 후에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난 후에야 아무 것도 건지지 못하고 물러났다. 그렇게 며칠을 살펴보았지만 마라톤 연습을 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을 찾아내지 못했다.
한편 장인걸은 평상시처럼 집으로 퇴근을 했다. 경호를 꼭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자신에게 악감정을 가진 자가 많은 것을 알게 되면서 대부분 경호원들과 함께 움직였다.
물론 권세라나 강진경과 만나거나 조직과 연관이 있는 사람과 만날 경우에 거치적거리는 면이 있지만 그것도 잘 조절하면 크게 문제는 없었다.
또한 보스턴마라톤대회에 출전할 때쯤 일주일 이상 집을 비워두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결국 주택관리인을 두기로 했다.
원래는 파출부만 있었는데 파출부의 남편이 얼마 전까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전기기술직으로 근무했다. 근무하던 아파트가 재건축을 한다고 하여 그만둔 것을 알고 부부를 입주하도록 했다.
마침 자식 둘도 결혼을 하여 독립한 상황이라 입주를 하는데 문제는 없었다. 오히려 생활비를 아끼고 급여도 전에 비해 상승하니 바로 입주를 했다.
더구나 전기기술자이니 집안을 관리하는 것은 잘 할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혼자 큰 집에서 지내는 것보다 다른 사람이 있는 것이 안전하기도 했다.
장인걸은 집에 도착하여 경호원이 안전을 점검하는 것을 보면서 자신도 기감으로 주변을 탐색했다. 경호원은 집안에 들어가 한 번 마당을 둘러보는 것이 전부였지만 전문 킬러가 숨기로 한다면 파악이 쉽지 않았다.
정지하여 기감으로 살피면 최대 1km 정도까지 파악이 가능했다. 굳이 그 정도를 살필 필요는 없기에 집과 주변을 살폈다. 혹시라도 다른 집을 통하여 담을 넘어올 수도 있기에 그런 경우까지 고려하여 살폈다.
장인걸은 30m 정도 떨어진 곳에 세워진 소형차를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누구인지 알 것도 같은 인물이 잠복하여 감시하고 있었다.
‘하여간 원조 기레기 천만후이군. 이후에 연예인이 스캔들을 내는 것보다도 더 많이 구설수에 오르는 작자이군. 벌써부터 싹수가 노란 것 같아.’ 일일스포츠라고 하는 대표적인 황색언론에 근무하는 자였다. 연예인이 감추고자 하는 스캔들을 파헤치는데 전문가였다. 하지만 진짜 추문이라고 생각하는 마약이나 성상납, 성매매 같은 범죄 행위에 대하여는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사건이 터지면 몸을 사렸다. 그렇기에 연예계 폭로 전문 기자들이 위험한 상황을 맞이하는 가운데서도 무사했다.
‘그런 쪽에 연루가 되면 보복을 당하니 결국 연애나 불륜 정도만 파헤치고 협박을 하여 돈을 받지. 돈을 내지 않으면 보도를 하고. 이후에도 저자의 보도로 인해 무너진 연예인이 꽤 되지’ 장인걸은 그자들이 잠복한 것을 알았지만 가만히 두었다. 경호원이 문제가 없다는 말을 한 후에야 밖으로 나와서 집안으로 들어갔다. 굳이 이 정도로 철저히 할 필요가 없지만 마당에 숨어있다 습격하는 상황도 있다는 것을 알기에 경호업체에서 그런 절차를 만들었다.
“배가 출출하군요. 평상시처럼 준비 좀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요기를 한 후에 조금 쉬다가 운동을 하러 갈 것이니 그렇게 아시기 바랍니다.”
장인걸은 관리인 부부가 번거로울 수도 있지만 필요한 것을 요구했다. 그들은 그렇게 하기 위해 고용이 된 것이고 그 시간에 잠을 못 자더라도 다른 시간에, 장인걸이 외출을 한 후에 낮잠을 자면 되었다.
장인걸은 간단히 샤워를 한 후에 적당히 식사를 했다. 저녁 6시 전에 식사를 하고 행사를 치렀기에 10시가 지나자 배가 고팠다. 그렇기에 상당한 양의 식사를 했다.
만두와 수육을 먹고 밥 반공기까지 입가심으로 먹은 다음에 방안에 들어가서 간단히 웹서핑을 하여 하루의 뉴스를 살폈다. 대략 한 시간 정도 있다가 체육복을 챙겨 입었다. 그런 다음에 준비를 하여 아반떼 승용차에 올라서 차를 타고 한강 둔치로 갔다.
뒤에서 쫓아오는 차의 모습이 보였지만 무시했다. 그런 자들이 사흘에 한 번 정도 나타났다. 일일이 신경 쓰다가는 스트레스로 자신이 먼저 지칠 것 같아 포기했다. 더구나 뭔가 스캔들을 기대하는 그들을 골려주는 것도 은근히 재미가 있었다.
장인걸은 차에 실려 있는 추가적인 운동 장비를 장착했다. 양발에 납주머니를 달았다. 무게만 해도 하나당 10kg에 달했다. 양쪽이니 무려 20kg이었다. 그런 다음 밖으로 나가 납조끼를 입었다. 그것도 일반인이라면 들기 어려울 정도로 무게가 나갔다. 특별히 주문 제작한 60kg짜리 조끼였다.
장인걸은 그것을 걸치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 정도라면 일반인들은 가만히 서 있는 것도 힘이 들었지만 장인걸에게는 그저 묵직한 정도였다.
‘22초 정도로 달린다면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그냥 달리면 대략 12초대로 달리는 것과 다름이 없다. 몸무게까지 합하면 무려160kg 넘어가는 무게이니.’ 장인걸은 조깅을 하는 것처럼 강변을 따라 5km 정도 달린 후에 되돌아와 왕복 10km 정도를 달리고 차를 타고 집으로 갔다. 집에 당도하여 씻고 운기조식을 한 후에 2시 가까이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면서 자신을 쫓아와서 지켜본 자들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렇게 하고 나면 한두 번은 더 살피지만 결국 추적을 포기했다. 심야에 운동한 내용을 기사화해야 그리 관심을 받지 못할 것이니 의미가 없었다.
다시 주말이 되었고 역시 힘든 액션 촬영을 주로 했고 끝이 났다. 장인걸은 자신에게 무슨 소리를 하건 신경 쓰지 않고 묵묵히 촬영에 임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촬영장은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장인걸은 문창명 감독이나 제작진들과 웃고 떠들 마음이 없기에 자신의 촬영분만 확실히 챙기고 나머지 시간은 조용히 대기했다. 그러니 제작진부터 장인걸의 눈치를 살폈다.
“야, 어디 가서 한 잔 하자.”
장인걸이 분장을 지우고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강수영이 술을 한 잔 하자고 청했다. 장인걸은 무슨 의도인지 모르지만 일단 경계심을 가졌다.
“이 시간에요? 어디 가기 그렇지 않아요? 문 연 곳은 술집 밖에 없는데. 괜히 이상한 소문이 날 수도 있고 저 내일 학교에 가야해요.”
“기분이 꿀꿀해서 한 잔 해야 기분이 풀릴 것 같다. 오늘 네가 기분이 좋지 않은 것 같아 한 잔 하면서 풀어주려고 했는데.”
“나중에 가면 안 돼요?”
“내가 너한테 주려고 아주 좋은 양주까지 가져왔는데. 그러면 우리 집으로 갈까?”
“그랬다가 무슨 말이 나오라고요. 요즘에는 촬영현장 주변에 파파라치가 출몰하는 것을 알잖아요. 드라마가 뜨니 뭐라도 없는지 살피는 기자가 많아요.”
태양의 계절의 방송이 시작되고 시청률이 잘 나오자 부쩍 매스컴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출연진에 대한 기사도 많이 등장하고 있었다. 물론 주요 연기자들이 관심을 받고 있었고 3년만에 안방에 복귀한 강수영이나 장인걸도 주목을 받고 있었다.
“알았다. 그러면 가지 말자는 거야?”
장인걸은 괜히 문제를 일으키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괜히 골치 아픈 일을 일으키고 싶지는 않아요. 누군가에게 빌미를 주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지금도 뭐라도 있으면 욕할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이 수두룩한데.”
“참 너도 피곤하게 산다. 적당히 욕먹을 짓도 해야 기자들이나 다른 사람들이 편한데. 그러니 네 나이에 그 정도로 성공을 할 수 있었겠지만. 너를 욕했던 사람들도 네가 조용히 있으니 좌불안석이더라. 쓸데없이 소문을 냈던 자들이 헛소리 말라고 면박을 당한 것 같아. 그러니 다들 조심하고.”
“그건 아니죠. 원래 유언비어를 배포한 자들은 뒤로 빠져서 여전히 낄낄거리고 있는데요. 그런 자들을 잡아서 족쳐야 하는데. 그런 상황에서 뭐를 합니까? 그냥 신경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놓고 하거나 공공연하게 말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면 되는 일이고요.”
장인걸은 그렇게 조금 냉정하게 말을 건넸다. 나이는 열 살 이상 많지만 매력적인 강수영의 은근한 유혹을 받자 흔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짧은 쾌락 이후의 번거로움을 생각하면 거기에 넘어가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었다.
장유현과 문창명이 모처럼 시간을 내서 술자리를 마련했다. 문창명 감독으로서는 사소한 일이라 생각한 일이 생각 외로 커진 상황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되지 않아 장유현에게 도움을 요청한 상태였다.
“일정 자체를 주말로 잡은 상황이 아닙니까? 평일에는 비는 시간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압니다. 촬영장소의 상황도 그렇고요.”
“그렇습니다. 결국 주말까지 촬영을 하는 상황입니다.”
문창명은 장인걸에게 맞추기 위해 주말에 촬영을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단역과 엑스트라가 주말에 촬영하는 것이 불만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소문이 돈 직후부터 장인걸씨가 굳은 표정으로 촬영에 임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되면서 촬영장이 삭막하게 변하고 말았습니다. 전보다 더 깍듯하게 사람을 대하는데 누구도 가까이 다가가지 못할 정도로 분위기가 무겁습니다.”
“그것 외에 달리 문제가 있습니까?”
“문제를 일으킨다면 뭐라고 하겠지만 그렇지도 않으니 더 답답합니다. 촬영장을 쓱 한 번 훑어보는데 그 시선을 받은 스텝들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두렵다고 합니다. 그러니 촬영장이 도서관이 되고 맙니다.”
촬영장이 왁자지껄 떠들썩한 것도 문제지만 아무런 말도 없이 조용한 것은 더 문제였다. 그만큼 긴장을 한다는 말이었다. 모두가 장인걸의 시선을 피하려고 조심을 하고 있었고 그렇다보니 모두 속에 있는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참, 뭐라고 말을 하기 난감하군요. 그런데 뭔가 결정적인 이유가 있을 것 아닙니까?”
“일부 출연자들이 왜 꼭 주말에 촬영해야 하는지 묻자 스텝들이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한 것 같습니다. 일정이 그렇게 잡혔다고 해야 하는데 잘못 대답한 것이죠. 유도심문을 하니 넘어간 면도 있고요. 음악을 해서 그런지 귀가 아주 밝다면서요? 50m 떨어진 곳에서도 기척을 알아차리고요.
아마 그 말을 들은 것 같습니다. 밑의 애들이야 그런 생각 못하고 욕먹기 싫으니 적당히 동조를 해주었고요. 단역들도 듣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여 수군거렸고요. 지금은 그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혹시라도 말실수를 할까 다들 조심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요? 뭔가 하시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것 아닙니까?”
“어떻게 해결할 방도가 없는 것이요? 이러다가 큰 사고라도 날까 걱정입니다. 큰 사고는 이런 분위기에서 납니다.”
끝ⓒ
(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