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56
“제가 나설 상황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인걸이가 잘못한 것이 없는 상황이고 촬영이 없을 때 조용히 대기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저도 봤지만 그저 무심하게 바라보는 것인데, 다른 사람을 노려보는 것도 아니고요.”
장유현은 너무나 존재감이 뚜렷한 것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 뭐라고 말을 하기가 어려웠다. 더구나 현장 자체가 살벌한 장면을 찍는 상황이니 감정선을 잡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차라리 당사자와 직접 이야기를 해보시죠.”
“그렇게 하더라도 장인걸씨 성격을 보면 말이 통하지 않을 것입니다. 철저하게 본심을 감출 것이고 어떤 것도 인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성향은 장유현씨도 비슷하지 않습니까?”
장유현도 제작진이 상대하기 까다로운 대표적인 배우 중에 하나였다. 사생활도 상당히 모범적이면서 남에게 싫은 소리를 듣기 싫어했다. 묵묵히 자기 할 도리를 다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제작진들은 무리한 요구를 하기 어려웠다. 무리한 요구를 하여 받아들이더라도 그로 인해 더 어려운 상황에 봉착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다른 사람이 저를 그렇게 본다니, 제가 생각한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저야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조심을 하는 편인데 말입니다.
또한 남이 어떻게 하건 크게 문제가 없다면 그냥 넘어가려고 하는데 말입니다.”
장유현은 말을 하다가 장인걸의 행동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만이 있어도 안으로 삭이면서 조용히 거리를 두는 행동이 비슷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벌써 제작진이 장인걸을 어려워하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일단 저도 이야기는 해보겠지만 딱히 해결책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제작진이나 다른 출연자가 어떻게 조치를 취할 상황도 아니니 말입니다. 뒤에서 수군거렸다고 사과할 수도 없는 일이고, 사과하는 것도 우스운 상황이니 말입니다.”
장유현은 자신도 그런 경우 다시 상종을 하지 않는 것으로 해결을 했다. 물론 그런 자는 적당히 응징을 하기도 했다. 나중에 어쩔 수 없이 대면하더라도 꼭 필요한 정도만 대면하고 철저하게 거리를 두었다.
장인걸은 장유현의 연락을 받고 같이 식사를 하러 약속장소에 나갔다. 뭔가 긴히 할 말이 있어 보였다.
“요새 말이 많던데 어떻게 된 거야?”
장유현은 알면서도 상황에 대하여 물었다. 그래야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장인걸이 특별히 잘못한 것은 없었다.
“특별한 것은 없어요. 그저 제작진이 나한테 편의를 봐주는 것에 대하여 말이 나왔고 그것에 대하여 내가 어떻게 할 성질의 것이 아니기에 그냥 조용히 있는 것이죠. 어쨌든 출연하기로 계약을 한 상황이니 최선을 다해 드라마를 마칠 생각입니다.”
장인걸은 다소 무미건조한 어조로 간단히 상황을 정리했다. 그렇게 말하는 자체가 화가 단단히 났다는 증거였다.
“다들 네가 무섭다고 하더라. 현장에서 다들 조용히 있는 것 같은데 그러다가 큰 사고가 날 수도 있어.”
“뒤에서 욕했던 사람에게 웃으면서 말을 걸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그들은 내가 들으라고 뒤에서 대놓고 수군거린 상황이고 그것이 터무니없는 이야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같이 동조를 한 사람들인데 말입니다.”
장인걸의 말에 장유현은 해결할 방도가 떠오르지 않았다. 장인걸도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용서를 해주고 싶어도 용서를 빌어야 해줄 수 있었다. 설사 형식상 용서를 구하고 용서를 한다고 해도 관계가 좋아질 수는 없었다.
“이번 일도 뒤에서 두 놈이 조장한 것이지?”
장유현이 뭔가 집히는 것이 있는지 정색을 하고 물었다.
“사실 그들이 제일 먼저 말을 꺼내 몇 사람을 부추겼고 입이 싼 몇이 여기저기 소문을 냈고요.”
“그들을 기획사 문제가 생겼을 때 하차를 시켜야 했는데 그냥 놔둔 것이 문제이다. 계약을 변경해달라고 난리칠 때 말이다.”
장인걸도 그냥 불만이 있어서 그런 식으로 말을 한 것으로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처음 장인걸에게 적의를 보였던 유선학이나 안태환이 있었다. 그들은 원스타기획이 흥아 엔터에 흡수되는 상황에서 새로 생긴 흥아 엔터로 가지 못하고 그냥 계약해지를 당하고 말았다.
결국은 흥아 엔터가 히어로 기획에 인수되었지만 그들은 소속사가 없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그 모든 것의 배후에 장인걸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더욱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다. 물론 소속사가 없으면 손해를 보기에 자신들이 직접 기획사를 세우고 매니저를 고용했지만 원스타기획에 있을 때보다 못한 실정이었다.
“출연계약을 해지라도 했어야 한다는 말인가요? 그것은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죠.”
“나라면 가능했지. 공연히 트집을 잡는다는 소리가 나올까 걱정하여 가만히 있었는데 그 때 나섰어야 했어. 촬영장에서 분란을 일으키려는 자들이 문제야.”
장유현이 문제를 삼고 교체를 요구했다면 단역 정도는 바꿀 수도 있었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불가능하지만 소속사에 문제가 생겼으니 가능했다. 물론 그런 상황이라고 해도 제작진이 판단할 문제지만 그 정도 상황이라면 가능했다.
“그놈들은 분란을 일으켜 놓고 뒤로 쏙 빠졌지?”
소문을 슬쩍 내고 뒤로 빠져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 그것을 알기에 그들을 색출하여 공표하라고 분위기를 잡고 있었다. 그들이 뒤에서 부추긴 사실을 누군가 알아차리기를 바라고 있었다.
“어쨌든 며칠만 더 촬영을 하면 끝입니다. 촬영이 끝나면 제작진이나 연기자들과 볼 일이 없습니다.”
장인걸은 유종의 미를 거두면 좋지만 무사히 촬영을 마치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앞으로 연기를 계속할 생각은 없었다. 연기처럼 여러 사람이 같이 움직여야 하는 일은 도저히 적성에 맞지 않았다. 더구나 학교에 다니면서 연기를 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었다.
태양의 계절은 5월 초에 방영을 시작한 이후 첫 회 15%로 시작한 시청률이 6회를 방영할 무렵엔 무려 32%까지 치솟았고 장인걸의 촬영도 사실상 마무리를 하게 되었다. 다른 촬영은 좀 남았지만 장인걸의 출연 분량은 모두 마무리가 되었다.
원래 대본에는 장인걸이 적과 싸우다가 큰 상처를 입고 혼자 떠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그런 식으로 마무리를 하면 좋지 않다는 주장 때문에 군대에 가는 식으로 정리를 했다. 둘 다 촬영을 하여 어떤 식으로 결말이 날지는 마지막에야 알 수 있었다. 나중에 시청자의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한다고 했다.
“촬영장 분위기가 그리 좋지가 않았다면서요?”
촬영을 마무리했지만 장인걸은 여전히 기분이 울적하여 청룡도장 실전관에서 민지훈과 마태욱과 운동을 하고 난 다음에 같이 식사를 했다.
“마지막 촬영을 하고 난 다음에 사람들과 인사를 하는데 그리 기분이 좋지가 않았습니다.”
“그놈들이 문제라면서요. 아예 이번 기회에 그간 모았던 것 터트릴까요? 저번에 정리할 때 모은 자료를 보면 10년은 넉넉할 것 같던데 말입니다.”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당장 터트리면 태양의 계절도 문제가 되니 방영이 끝난 후에 정리를 하죠. 저번에 기획사에서 방출된 자들이 한꺼번에 모여서 이상한 소리를 하는 것 같습니다.”
장인걸이 흥아 엔터를 인수한 것으로 인해 말이 나오고 있었다. 네 개의 기획사에 소속되었던 자들 중에 절반 이상이 문제가 있어 방출을 당했는데 그로 인해 마지막으로 인수한 장인걸에게 반감을 가지고 비방을 하고 있었다.
결과론적으로 장인걸이 그들을 받지 않겠다고 해서 방출한 모양이 되니 그 원망이 장인걸을 향했다.
“이런 식으로 좋게 끝내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양아치는 양아치 방식으로 정리를 해야 합니다. 일단 자료를 모으다 방송이 끝난 직후에 처리하도록 하죠. 법으로 단죄를 하고 미진하면 그 후에 정리가 필요할 것입니다.”
민지훈도 동조를 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단죄는 사법기관의 단죄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확실하게 정리하여 다시는 허튼 짓을 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장인걸도 굳이 그들을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이미 그들이 행한 것이 암암리에 소문이 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가만히 두면 누가 언제 도발을 할지 몰랐다. 스스로 떳떳한 자들이라면 그런 짓을 하지 않을 것이고 구린 자들이 그런 일에 능했다.
“참, 세상에는 남 잘 되는 꼴을 못 보는 자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자기들 구린 것은 모르고 남의 발목을 잡으려고 하다니. 우리 같은 양아치들도 명분이 없으면 가만히 있는데.”
마태욱이 그들이 한심하다는 표정이 되었다.
“그런데 그들과 연관이 있는 자가 양치리인데 그 자는 정리가 되었는데 새로 공급을 받는 것 같습니다.”
장인걸은 마태욱이 꺼낸 자료를 보면서 물었다. 거기에는 그동안 양치리 일당의 소개로 약을 하고 양치리와 연관된 자가 운영하는 유흥주점에서 온갖 변태 행각을 했다. 그 때문에 연기를 하면서 번 돈 대부분을 탕진한 상황이었다.
“양치리와 연결이 된 꽁치란 자가 있는데 그 자가 원래 약을 파는 자입니다. 최근에 양치리가 사라지자 드러났습니다.”
양치리는 회사 자금을 빼돌리고 고의부도를 내려고 하다가 망둥이에게 붙들려가서 강제은퇴를 당했는지 실종이 된 상황이었다. 그런 가운데 원스타기획이 해체된 상황이었다. 그러자 양치리 양성필 뒤에 있던 꽁치란 자가 양치리와 연결된 자들에게 접근하면서 꼬리가 잡힌 상황이었다.
“양치리는 연예인들의 뒤에서 온갖 방법으로 피를 빨았는데 술부터 약에 여자들까지 대주는 방법으로 돈을 빼냈습니다. 물론 그 일은 양치리가 소개를 하지만 실제로는 꽁치란 자의 조직이 했습니다. 꽁치란 자의 이름을 따서 꽁치파인데 망둥이파 외곽조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태욱의 말에 장인걸은 한숨만 내쉬었다. 이런 자들이 연예계를 좀먹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개념 없이 움직이는 자들이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고 있었다.
“망둥이 원성환은 꽁치란 자가 약을 하는 것을 알면서도 가만히 두고 있는 것입니까? 뒷세계의 불문율로 마약과 인신매매, 장기매매는 금하는 것으로 압니다만.”
장인걸의 의아한 생각이 들어서 반문을 했다. 그런 부분은 워낙 파급효과가 크기에 조폭들도 금기시했다.
“뒤로 암암리에 합니다. 물론 들키면 꼬리를 잘라내고요. 외곽조직이니 문제가 생기면 자신들과 무관한 일이라고 거리를 두면 끝입니다. 그러면 한동안 잠수를 타는 것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외곽조직의 일탈까지 책임질 이유는 없고요.”
말 그대로 외곽조직이었다. 그저 같은 구역에 자리한 독립적인 조직이라 서로 공존은 하지만 독자적으로 움직였다. 그런 조직의 행위까지 책임을 물을 수는 없었다.
“망둥이도 알 것 아닙니까?”
“알아도 모르는 척 하는 거죠. 그저 상납금만 많이 받으면 그만입니다. 우리가 파고들어서 알려졌지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경찰도 짐작은 하지만 연결고리를 찾지 못해 지켜볼 수밖에 없죠. 점조직이니 잡혀도 윗선을 밝히는 것은 쉽지 않죠. 거래도 무조건 현금으로 하니 거래하면 끝이죠. 마약 수사가 어려운 것이 잔챙이 조직이라도 어떤 거물이 고객으로 있는지 모르는 것입니다.”
“뒤에 거물이 있다는 말입니까?”
“파는 놈도 고객이 거물인지 모르죠. 사실 절반 정도는 정체를 모르죠. 워낙 숨기니까요. 마약을 일종의 기호식품으로 생각하여 은밀하게 즐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거물이요. 적당한 가격에 안전하게 공급받는 것은 그런 하부 조직이 제격이고요. 그런 사람은 따로 심부름꾼이 있죠. 그러다가 수사가 시작되면 거물이 나서서 실드를 쳐주고 적당히 중간에서 연결고리를 잘라버리는 거죠. 경찰도 영문도 모르고 되치기를 당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함부로 수사에 나섰다가 강력반이나 마약반이 순식간에 공중분해 되기도 하죠. 그러니 경찰도 함부로 마약조직을 손대지 못합니다. 마약문제로 이슈가 터지고 위에서 움직여야 마지못해 수사에 나섭니다. 더구나 약쟁이들은 하는 짓도 너무 잔인합니다. 눈이 돌아가 죽기 살기로 달려드니까요.”
장인걸은 마태욱의 이야기를 듣자 세상은 너무나 복잡한 것 같았다. 마약에 그런 사연이 얽혀 있다니 복잡했다. 결국 금기시를 하면서도 뒤로 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인신매매나 장기매매도 마찬가지였다. 안 걸리면 그만이기도 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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