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62
“거기서 스위트룸에 묵었지?”
“그렇습니다. 수행원들까지 스위트룸 5개를 빌려 묵은 상황이고 비서인 베넷사는 정부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비서인 베넷사는 그날 따로 크리스털 백화점에서 명품 쇼핑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철저하게 감시를 한다고 했지만 여기저기 구멍이 많았습니다. 호텔 안에서 누군가를 만났을 가능성이 큽니다.”
돈 5백만 달러는 아주 큰돈은 아니지만 작은 돈도 아니었다. 그것이 중간에 사라졌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라엔데 체포 작전에 참가한 자들 중에 재키나 세바스찬과 아주 친한 대원도 있었고 그들이 같이 확인을 했지만 찾지 못했다.
그 정도 거금이 사라졌다는 것은 라엔데 프라우가가 다른 곳으로 빼돌리거나 누군가를 만나서 전달을 했다는 의미였다. 그나마 그것을 추적하는 것이 사라진 라엔데 프라우가의 자금을 회수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박준열은 얼마 전까지 카이스트 대학원을 다니던 학생이었지만 졸업을 한 후에 취업하기로 했던 전자회사에서 채용을 취소하면서 중간에 어정쩡한 처지가 되고 말았다. 한순간 고학력 백수가 되고 말았다.
“이제 뭐를 하냐?”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고등학교 동기인 김한수를 만나서 푸념을 했다. 김한수도 역시 컴퓨터 관련 학과를 나와서 취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차라리 군대라도 갔다 오지 말 걸. 그러면 재작년 초에 방산으로 가서 입사 3년차가 되었을 것인데.”
김한수나 박준열은 둘 다 대학에 다니다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학점이 엉망이 되자 중간에 휴학을 하고 군대에 다녀왔다. 그 후 정신을 차리고 공부하여 대학원까지 진학할 수가 있었다.
“내가 요번에 새롭게 사이트를 하나 만들었는데 볼래?”
둘은 동네 PC방에서 만나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김한수가 보여주는 사이트를 보다가 흥미가 생겼다. 혼자 만들어서 그런지 어설픈 구석이 많았다.
“이거 MPEG 파일을 기본으로 설계가 되었지?”
김한수는 동영상이나 음향 파일의 변환에 일가견이 있었다. 대학원도 소프트웨어 분야를 전공했고 그 중에서 미디어 파일에 집중했다.
“응, 다른 파일은 업로드하고 다운로드 하다가 하 세월이지. 홈페이지는 프로그램을 배워서 만들려니 잘 안되더라고. 뮤직플레이도 내 맘처럼 되지 않고.”
“소리샘이라? 재미가 있겠는데. 노느니 이거라도 한 번 제대로 해볼까? 내가 홈페이지는 꾸며볼게.”
그러면서 자리에 앉아서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가방에서 공CD처럼 보이는 각종 CD를 꺼내어서 본체에 넣어 로딩을 시키기 시작했다. 홈페이지를 제작하는데 필요한 각종 프로그램이었는데 사실상 불법으로 복제한 것이었다.
“이거 어디선 본 것 같은 모양인데.”
김한수가 옆에서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말을 건넸다.
“인터페이스는 아무리 해도 프리뮤직이 뛰어나지. 최대한 편리하게 만들려고 하면 그런 모양이 될 수밖에 없어. 그런데 이거 P2P 시스템을 사용할 거지?”
“그럴까 하는데. 왜?”
“사실 벌써 프리뮤직이 나와서 서비스를 하는 상황이라 후발주자로 서비스를 하는 것이 쉽지가 않을 것 같은데. 유료화를 하지 않는 이상 불법이고 나가는 순간 두드려 맞을 것 같은데. 프리웨이에서 지랄맞을 정도로 제값을 주고 콘텐츠를 사서 쓰라고 하잖아. 이거 내는 순간 경찰이 잡아갈 것 같은데.”
박준열의 말에 김한수도 표정이 그리 좋지 못했다. 취직이 안 되는 상황이라 창업이라도 할까 생각하여 프로그램을 익히면서 발버둥을 치고 있는데 초를 치고 있었다.
“프리웨이를 깨부숴야 뭔가 길이 있을 텐데. 나쁜 놈들이 전부를 다 혼자 독식하려고 하는 것 같아. 뭔가 해보려고 해도 다 먼저 시작했으니. 결국 싫어도 거기에 취직할까 고민 중이야.”
“나도 뭔가 해볼까 해서 살폈는데 게임도 이미 터를 잡고 있더라. 게임을 서비스하는 사이트를 만들어 볼까 했는데 더 잘 만들 자신이 없어 보여.
인지도도 없고 자금력도 상대가 안 되고.”
박준열도 프로그램을 다루는 실력은 누구 못지않다고 자신을 하고 있지만 세세한 부분에서 프리웨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게임과 관련된 부분도 밀리는 느낌이 들었다.
“거기 성욱이 형이 취직을 했다고 했지?”
“응, 작년 가을에 취직을 했으니 아직 1년이 되지 않았지. 하지만 벌써 팀장이니 그 사이에 거기는 자리를 잡았다고 봐야지. 정말 운이 좋은 것 같아. 그런데 거기랑은 서버부터 상대가 되지 않으니. 신문에 보니 서버만 150대 쓴다더라.”
“150대? 그러면 그 가격만 못해도 30억이라는 말이야?”
“대기업이라면 몰라도 간단히 프로그램만 하나 만들어서 호스팅 업체에 포스팅을 하려고 하는 개인들은 상대가 되지 않을 거야. 하긴 대기업에서도 뛰어들려고 준비를 하는데 상대가 안 된다고 하더라. 현성전자 사내 벤처팀에서도 준비를 하는데 다른 기능은 포기하고 이메일과 포털만 만들려는 것 같아. 다른 것은 개념을 잡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하더라.”
“최근에 성욱이 형은 봤어?”
“얼마 전에 보기야 봤는데 회사일은 말할 수 없다고 입을 꽉 닫던데. 비밀유지서약서를 작성해서 불가능하다고 해.”
“거기 본부장이 양지원 씨인가 그러지? 그 사람이 다 한 거야? 그 정도 시스템을 만들었다면 누군가 키맨이 있을 것 아냐?”
“그런 것을 물어도 대답을 안 해. 단지 채용이 수시채용이고 이력서 내고 대기하면 면접보라고 연락이 오면 가서 면접보고, 채용이 결정된다고 하더라고. 나는 어제 이력서는 냈어. 너도 내봐. 우리 정도면 채용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하니. 대신 포트폴리오가 필요한데 직접 제작한 사이트가 있으면 더 유리하다고 하더라고. 그 정도는 말해 줘도 된다고 하더라고.”
“그럼 이거 거기 보라고 만든 거야?”
“실력을 보이려면 이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해서. 면접을 볼 때 다시 재현을 해야 하지만. 잘 하면 며칠 사이에 면접을 보러 갈 수도 있을 것도 같고. 너도 하나 만들어 봐. 네 실력이라면 바로 연락이 올 수도 있어.”
결국 김한수에 이어 박준열도 역시 자신의 실력을 뽐낼 수 있는 사이트를 하나 만들고 이력서를 작성하여 프리웨이에 이메일로 발송했다.
마침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태양의 계절이 56%의 시청률로 마지막 회 방송이 마무리 되었다. 그날은 장인걸도 출연진 전체가 모이는 회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단역인 유선학이나 안태환은 참석을 하지 않아 장인걸도 적당히 어울릴 수 있었다.
장인걸은 콘서트를 진행 중이라는 핑계를 대고 몇 잔만 받아 마시고 더 이상 술을 마시지 않았다. 대신에 1차 모임이 끝나자 청룡무술도장에 들러서 운동을 했다.
“일단 관련 자료를 정리하여 찍새라는 별명의 김동환 영등포경찰서의 강력반 형사에게 들어가도록 조치했습니다. 며칠 안으로 시작이 될 것입니다. 곧 유선학이나 안태환, 박동섭이 경찰에 달려갈 것입니다.”
마태욱이 청룡도장 헬스클럽에서 운동이 끝나자 잠깐 시간을 내서 대화를 하는 가운데 그런 이야기를 건넸다.
“직접 건넨 것이 아닙니까?”
“무슨 꼴을 당하려고 경찰과 직접 거래를 합니까? 청부수사라고 하여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고 그런 사실이 알려지면 이 바닥에서 매장을 당합니다. 실수처럼 자료를 손에 건넸습니다.”
고소나 고발을 이용하지만 절대로 전면에 나서면 안 된다는 말이었다. 아무리 몰래 하더라도 직접 나서면 나중에 그 사실이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특별히 찍새에게 건넨 이유라도 있습니까?”
“2년 전에 꽁치에게 물을 먹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마약 수사를 하는 것을 알고 대놓고 뇌물을 건네려고 했는데 그것 때문에 보직해임을 당하고 대기발령을 받기도 했습니다. 까딱 잘못했으면 경찰에서 쫓겨나 감방에 갈 수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꽁치 주변을 맴돌면서 정보를 모으고 있습니다. 며칠간 자료를 검증하고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입니다. 며칠 후에 슬쩍 소문도 흘릴 계획입니다. 움직인다면 제일 먼저 연예인들부터 치고 들어갈 것입니다. 그래야 언론에서 다뤄줄 것이고 외부에서 수사를 막지 못할 것이니 말입니다.”
“이거 마 실장님에게 뭔가 해주어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번번이 도움만 받는 것 같습니다.”
장인걸은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는데 도움을 받는 것 같아 미안하여 슬쩍 물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저도 작년에 적당히 준비를 하여 제법 벌었습니다. 더구나 연말에 적지 않은 업소도 인수를 했고요. 더구나 노느니 염불이라도 왼다고 흥신소를 차려놓았지만 실제 할 것도 없습니다.”
마태욱이 차린 용역회사는 일종의 흥신소인데 불륜을 캐는 것 외에 특별히 의뢰받는 것이 없었다. 그러니 주변 조직의 동태를 살피거나 이런 일에 투입을 하여 훈련을 시킨다는 말이었다.
“더구나 이런 일을 하다보면 적당한 물건도 챙길 수도 있고요. 요즘 우리가 태명주류에 투자를 하고 사람도 보냈는데 망둥이가 뒤에서 수작을 부리는 것 같습니다.”
안광현 회장과 천광상사가 태명주류를 인수했지만 혼자 모든 것을 다 감당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고 거기에 민지훈이나 마태욱도 관여를 하여 돈도 일부 투자하고 사람도 보냈다.
하지만 사람이라는 것이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고 급한 불을 끄고 나니 옛날 생각이 나는지 슬슬 다시 양아치 본색을 드러내어 태명주류의 일을 방해하려는 낌새를 보이기 시작했다. 다시 되찾고 싶은 것 같았다.
“그래서 뭔가 한 방 먹이려고 조사를 하던 참입니다. 이 정도 건이라면 그 뒷수습을 하는 것만 해도 만만치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사람은 이렇게 당하고 가만히 있지 못합니다.”
직계조직은 아니지만 외곽조직에서 마약사건이 터지면 그 위까지 수사를 해올 것이니 제대로 한 방을 먹이는 꼴이었다. 경찰의 수사대상에 오르면 한동안 조심해야 해서 손해가 막심할 것이라는 말이었다.
어쨌든 장인걸의 복수도 해주고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일을 벌인다는 말이었다. 결과적으로 서로 이득이니 장인걸도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장인걸은 칼 막스턴과 통화를 하다가 미소를 지었다. 그간 지지부진하던 도메인 판매가 IT붐을 타고 성황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대로 가면 조만간 100만 달러를 넘어갈 것 같습니다.”
칼 막스턴이 먼저 팩스를 보내고 난 다음에 전화를 걸어 흥분한 어조로 보고를 했다. 매매 단가도 1만 달러 이상이 대부분이고 심지어 15만 달러에 달하는 것도 있었다.
“거래대금은 모두 페럴 해런드 변호사에게 인도한 상황이죠?”
칼 막스턴은 자금을 운용할 자격이 없기에 투자대리인으로 선임이 된 변호사에게 자금을 건네주어야 했다. 거래를 주선하거나 정보를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을 수는 있지만 자금을 집행할 수는 없었다.
“그렇습니다. 자금운용에 대한 것은 그와 통화를 하여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칼 막스턴은 도메인을 판매하는 것만 담당하는 입장이라 판매대금의 운용은 관여하지 않았다.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인 건은 얼마나 됩니까?”
“아, 아직 도착이 되지 않았나요. 같이 전송을 했는데요?”
장인걸이 잠시 멈추고 팩스로 가서 추가로 나온 문서 두 장을 가져왔다 그러자 거기에 협상을 하고 있는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다.
“총 120 건에 260만 달러라니 엄청나군요.”
“하지만 상대가 원하는 금액은 88만 달러에 불과해 나중에 협상이 타결되면 잘 해야 150만 달러 정도일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 협상이 진행되는 것들을 판매하면 이후에는 큰 건이 없을 것 같습니다.”
칼 막스턴의 보고에 장인걸은 아주 큰 거리가 있지만 말하지 않았다. 구글이나 유튜브, 냅스터 같은 나중에 출현하는 IT기업의 도메인은 협상을 시작도 하지 않고 있었다. 물론 다른 이름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회귀 전과 같은 히트를 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 보다 프리웨이를 살펴보았죠?”
“물론입니다. 매일 들어가서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특허를 출원할 것이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한국에서 여러 가지 특허를 출원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을 미국에서도 출원했으면 합니다. 일단 초안을 번역하여 송부할 것이니 미국의 서식에 맞춰서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프리웨이를 미국에서 서비스할 경우 성공할지 여부와 개선할 부분에 대한 검토를 했으면 하는데 가능할까요?”
끝ⓒ
(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