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65
그런 생각을 하자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말았다.
“당연히 가능합니다. 기존 직원의 경우 회사에서 1인 A석 2매를 지급했고 필요할 경우에 사전에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20매 정도까지는 신청이 가능하지만 암표가 발견되면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황서영씨는 스타화보 쪽을 담당해야 하기에 그날 일러스트레이터들은 앉아서 콘서트를 보지 못하고 일을 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일부는 동영상 촬영을 하는 것도 보조를 해야 하고 말입니다.”
장인걸이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하니 실망한 기색이 되었다가 콘서트 현장에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자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어쩌면 R석 보다도 더 좋은 자리에서 콘서트를 지켜볼 수도 있었다.
“흥아 엔터도 있고 은마기획도 있는데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그리고 월광기획과 은마기획이 계열사나 관계회사가 아닙니까?”
김한수와 더불어 프리뮤직 쪽으로 갈 김상우가 질문을 던졌다. 월광기획이나 은마기획은 언급을 하지 않았는데도 다들 알고 있었다.
“먼저 월광기획을 말하자면 가수 한정수 사장이 운영하는 회사이고 제가 데뷔하는데 많은 기여를 한 회사입니다. 아울러 한정수 사장은 프리웨이의 주주이기도 합니다. 은마기획은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한다면 들어가는 회사이지만 계열사로 분류하기는 애매한 면이 존재합니다. 제 개인 명의로 47.5%의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제가 지배주주는 아닙니다. 우리나라 음악 저작권의 60% 정도를 가진 회사이고 음원 시장의 절대강자입니다. 작년 경제위기를 기회로 음악저작권을 사실상 석권했습니다. 프리뮤직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인걸의 설명에 모두가 그런 회사도 연관이 되어 있는 것에 놀랍다는 표정이었다. 장인걸은 외부에 공표하지 않은 내용의 상당부분을 신입사원들에게 공개해 주었다.
나중에 회사에 들어와서 일을 하다보면 알게 될 내용이지만 대표가 직접 말하는 것은 다르게 다가올 수 있었다. 또한 정보의 왜곡이 발생하여 오해를 하는 것도 방지할 수 있었다.
유청림은 장인걸이 동서특수금속을 인수하는 방안을 거론하자 바로 추진했다. 사실 원광석의 채광속도를 제련이 감당하지 못해 밀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으니 답답했다.
“말씀을 듣자마자 8억 원을 제시했더니 탐탁지 않은 반응을 보였지만 은행에서 6억 원의 부채를 상환하라는 독촉을 하는 상황이라 거꾸로 연락이 왔습니다. 6억 원을 갚아도 계속 갚아야 할 부채가 많아 해결이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계약서에 시설확충자금을 지원해 주도록 되어 있지만 사실상 시설을 정비하지 않으면 지급이 되지 않았다. 몰리브덴 원광석을 제련해도 인건비를 제하면 크게 남는 것도 아닌 상황이라 자금난을 타개할 수준은 아니었다. 한 달 동안 위탁받은 원광석을 열심히 제련을 해도 각종 비용과 인건비를 제하면 2~3억이 남으면 많이 남는 상황이었다.
“그러면 인수를 하도록 하죠. 부채를 우리가 떠안는 조건으로 하되 전에 우리 측에 제시한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하여 착오가 있다면 인수대금에서 차감하도록 하죠. 회계사인 유덕환 상무를 아시죠? 그분에게 연락을 할 것이니 같이 실사를 하고 협상을 하도록 하십시오.”
장인걸은 나중에 시간이 흐르면 보유한 공장부지의 가격이 상승하여 충분히 부채를 갚을 수 있기에 인수를 하라고 했다.
“이대로 두면 시설확충은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시설이 확충되어야 채광량을 늘릴 수 있습니다. 인수 주체는 백제화학이 아니라 히어로 기획으로 하십시오.”
장인걸은 백제화학이 인수하도록 할까 했지만 백제화학이 인수대금이 없는 상황이라 히어로 기획에서 백제화학으로 투자를 해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번거롭고 절차가 복잡했다.
반면 히어로기획은 싱글앨범과 콘서트의 성공으로 사내에 유보한 자금이 많았다. 그 자금을 사용하면 동서특수금속의 인수는 어렵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저들도 급한 상황이라 서두를 것 같습니다.”
장인걸은 부동산을 투자하는 것보다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위험은 높지만 성공만 하면 훨씬 더 성과가 높다고 생각하여 기업인수로 방향을 전환했다.
“문제는 기술자들을 다 잡아야 하는데 문제는 없죠? 인수한 후에 운영하는 것은 문제가 없죠?”
“박시운 박사도 제련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저도 한 때는 제련공장에서 일을 했기에 그 정도 공장을 운영하는데 어려움은 없습니다. 또한 요새 워낙 실업자가 증가한 상황이라 숙련공을 채용하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더구나 채광이 시작된 상황이니 양진광산개발의 일이야 그리 어려울 것도 없습니다. 안전사고만 나지 않도록 관리하면 됩니다.”
장인걸은 너무나 방만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일단 결정한 이상 최선을 다해 정상화를 시키기로 했다.
‘제련은 나중에 환경오염 문제로 인해 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5년 정도만 바짝 조업을 하고 폐업을 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나중에는 환경단체의 압박에 버틸 수도 없을 것이다.’ 장인걸은 그런 사실을 알기에 인수를 할까 고민을 했지만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 어쩔 수가 없었다.
마침내 98년 방콕 아시안게임 육상대표팀 예비 엔트리가 발표되었다. 장인걸도 마라톤에서 세 명의 대표선수 중에 한 명으로 선발이 되었다.
콘서트를 하는 도중에 발표가 되면서 언론에서도 집중적으로 보도를 했다. 장인걸이 유력한 금메달 후보라고 치켜세웠다. 기록으로 보면 아시아의 선수 중에 1위에 올라 있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마침내 육상연맹의 회장인 주민석 의원을 만나게 되었다. 만나자는 신호를 보냈지만 만나지 않다가 때가 된 것 같아 나갔다.
“이제야 만나게 되었군요. 마라톤에서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다고 하여 기대가 큽니다.”
둘은 일단 서로 정중한 태도로 인사를 했다. 엔트리 발표가 된 후에야 만난 것은 괜한 구설수에 오르고 싶지 않은 면도 있었다. 회장인 주민석이 은근히 만나기를 원했지만 장인걸은 발걸음 자체를 하지 않았다.
장인걸과 이원희가 나란히 앉았고 회장인 주민석과 사무국장인 허창현이 맞은편에 앉았다. 가운데 있는 상석을 비워두고 맞은편에 앉은 것으로 인해 장인걸은 상대가 제법 존중을 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소한 것 같지만 이런 의전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이자 입장을 나타냈다.
“사실 다른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면서 마라톤을 하는 것에 다들 어중간한 성과를 내다가 그만둘 것으로 전망을 했습니다. 잠깐의 이슈라도 육상계나 마라톤에 도움이 될 것이기에 환영하는 입장이었고요. 하지만 막상 올해 서울 마라톤에서 우승을 하면서 기류가 바뀌었습니다. 기대를 하면서도 욕심을 내려고 하더군요. 사실 그런 움직임 때문에 내 입장이 곤란한 적도 많았습니다.”
주민석 의원의 말에 장인걸은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사람이 사는 곳에 갈등과 욕심이 없을 수는 없었다. 그것을 보지 않아도 짐작하기에 거리를 두고 있었다. 염치없이 욕심만 많아 무작정 양아치 짓을 하는 자들이 많았다.
“우리나라 체육계에는 아직도 선수를 실적을 내는 도구로 생각하는 지도자가 부지기수입니다. 거기에 이상한 선후배 문화마저 내세우면서 성적마저 선후배 순서로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자들이 많습니다. 심지어 감독들 사이에서는 선배 감독이 후배 감독의 성적마저 좌우하려는 시도가 버젓이 진행되고 그런 행태를 타파하려고 하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매장시키려는 자들도 부지기수입니다.”
주민석 의원의 말에 장인걸은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스포츠계에 고질적인 패거리 문화와 짬짜미 문화가 남아 있었다.
“사실 내가 회장이 된지 이제 2년이 지났습니다. 이런 상황을 접하고 뜯어 고치려고 했지만 아직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암암리에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육상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내가 이 좋은 환경을 망치는 주범으로 몰리기도 합니다. 지금에야 제법 양식 있는 자들이 등장하여 상황이 나아졌지만 얼마 전까지는 각종 대회 시작 전에 입상자 명단이 돌았으니 할 말이 없는 것이죠.”
주민석 의원의 말에 의하면 각종 대회는 거대한 사기극이나 마찬가지였다. 사전에 정한 각본에 의해 경기를 해야 했다. 거기서 어긋나는 순간 난리가 났다. 심지어 신인선수가 나타나 돌풍을 일으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탈락을 시켰다.
“그나마 마라톤은 대기업에서 관심을 가지는 상황이고 국제대회도 많아 그런 인위적인 줄 세우기가 없었습니다. 실력만 있다면 국내 대회가 아닌 외국의 대회만 나가도 문제가 없으니 말입니다. 그러니 억압하려고 해도 사실 능력이 부족해서 불가능한 부분입니다. 물론 장거리 선수가 마라톤으로 전향하는 것을 막은 경우는 종종 있지만요.”
장거리 트랙종목을 하다가 마라톤으로 전향을 하려고 하면 육상계에서 막는 것이 보통이라고 했다. 나이가 들어야 마라톤은 유리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만으로 25세가 넘어야 전향하도록 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장거리 주행 능력을 가진 선수는 모조리 마라톤으로 도망을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육상은 돈이 되지 않습니다.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내야 하는데 한국인의 신체조건 상 대부분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육상에서 세계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유일하게 마라톤뿐입니다. 심지어 돈이 되는 분야도 마라톤뿐입니다.”
그러면서 육상에서 제대로 된 상금이 걸린 대회는 마라톤이 유일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결국 그 말은 육상계에서 가장 돈이 되는, 뭔가 숟가락을 올리고 싶은 선수가 저라는 말씀이시군요.”
“맞습니다. 다른 선수였다면 벌써 여러 가지 말들이 많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워낙 입지가 탄탄해 함부로 나서지 못했습니다. 나서다가 자신들의 치부만 드러날 것 같아 피한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외부에 그런 모습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시느라 정말 고생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그걸 알기에 장인걸 선수도 그간 이곳에 발걸음도 하지 않은 것 아닙니까? 탓을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잘 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기에 인사도 하러 오지 않는다고 욕을 하면서 회장인 내가 나서야 한다는 사람도 많았지만 그건 아니다 싶어 참았습니다.”
서울마라톤대회나 보스턴마라톤대회에서 우승을 한 후에 일종의 보고를 하러 방문을 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장인걸은 그런 인사치레를 하지 않았다. 그러니 육상계인사들은 장인걸에게 ‘위아래도 모르는 건방진 놈’이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사실 여기 이원희 코치가 육상연맹을 비롯한 육상계 인사들에게 인사를 하는 것이 어떤지 물었지만 사실상 저도 어릴 때에 육상을 했기에 선뜻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습니다. 비인격적인 지도방식, 구타와 가혹행위로 점철된 훈련밖에 기억나지 않습니다. 사실 이런 말을 하면 그렇지만 계속 육상을 했다면 지금쯤 관절염에 근육통으로 거동도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그만 두었다가 작년에 시작한 것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주민석 의원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거의 맞는 말입니다. 여자인 저도 선수생활을 할 때 감독님에게, 코치들에게, 선배들에게 엄청나게 맞기도 했고 기합도 많이 받았습니다. 심지어 대회 직전에 선배에게 기합을 받고 트랙에 경기하려 같이 나간 적도 많았으니까요.”
이원희 코치의 말에 주민석은 얼마나 육상계가 폭력이나 불합리에 얼룩져 있는지 깨달았지만 막상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일부 지도자는 그런 사실을 폭로하면 한국 육상이 완전히 무너진다는 말로 모든 논의를 가로막고 있었다.
“그래도 지금은 많이 나아졌어요. 그렇게 폭력을 쓰다가는 결국 일이 터져 퇴출이 되니까요. 제 버릇 개 못 주고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고 결국 물의를 일으키니까요.”
이원희 코치가 육상계를 욕하면서도 달라지고 있다고 변명을 했다. 이는 연맹의 회장인 주민석을 배려한 면도 있었다.
“저야 육상을 업으로 하기보다 좋아서 하는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별도의 훈련비를 지원받거나 대회 출전비를 지원받을 생각은 없습니다. 연맹의 살림이 빠듯한 상황을 모르는 것도 아니기에 신기록 작성 포상금을 받을 생각도 없습니다. 단지 포상금을 주려고 했지만 본인이 사양하고 받지 않은 사실만 발표해 주었으면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세무서로부터 소득을 누락하여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심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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