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66
“그렇게 해준다면 좋지요. 그 비용을 아시안게임 훈련비로 전용할 수 있어 연맹의 예산운영이 조금 나아질 것 같습니다. 써야 할 비용은 증가하는데 들어오는 돈은 없어 걱정입니다.”
주민석 의원이 거물 정치인 중에 한 사람이지만 경제위기가 오면서 기업의 찬조금이 반 토막이 되고 말았다.
“그보다 마라톤의 경우에 개별훈련이 기본으로 알고 있습니다. 달라진 것은 없지요?”
장인걸은 미친 척 자신까지 합숙을 하라고 요구할까 염려가 되어 확인을 했다. 광고효과를 노리고 진열장에 전시하듯이 합숙을 강요할 수도 있었다. 그럴 경우 자격을 반납할 수밖에 없었다. 학생이라 학교에 다녀야 했고 가수활동도 해야 하는데 다 불가능했다.
“물론입니다. 다른 종목은 합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만 마라톤은 개인마다 훈련하는 방식이 천차만별이라 각자에게 맡기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보다 나중에 선수촌 입촌은 어떻게 할 것입니까?”
“3일 정도만 입촌을 하겠습니다. 15일 오후에 입촌하는 것으로 조치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문제는 규정에 의거하여 조치를 하도록 할 것입니다. 구체적인 일정이 정해지면 이원희 코치와 협의를 하도록 하지요.”
그동안 조용히 듣기만 하던 허창현 사무국장이 실무자들 선에서 이야기를 하겠다고 첨언을 했다.
장은지는 고등학교 1학년이 되었다. 학교에서는 제법 유명인으로 통하고 있었다. 선영여자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장인걸의 사촌동생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심심하면 다른 학생들이 찾아왔다.
“내가 사인 받는 셔틀인지, 원.”
그냥 공짜로 사인을 받아다 주는 것은 아니었다. 무조건 앨범을 가져와야 사인을 받아다 주었다. 그러니 각 앨범에 견출지가 붙어 있고 거기에는 학년, 반, 번호, 이름이 적혀 있었다.
하도 사인을 받다보니 이제는 앨범을 받을 때 어떻게 할지 요령이 생겼다. 다른 날은 받지 않고 금요일 오후에 하교할 때만 앨범을 받았다. 그렇지 않으면 보관하기도 곤란했다. 그래도 그런 일에 같이 동참을 하는 친구 오혜정과 주미혜가 있어 육체적으로 힘들지는 않았다.
“이번 서울에서 하는 막콘 두 번에 얼마나 티켓을 확보했어? 오빠한테 부탁하라고 했잖아?”
혜정이가 앨범 35개를 정리하면서 물었다. 학기 초부터 시작하여 받을 사람은 다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5월 말에 싱글앨범을 내면서 다시 그 숫자가 일주일에 100개 단위로 올라가기도 했지만 한 달 가량 시간이 지나자 조금 줄었다.
“말은 했으니 오늘 가서 확인하면 될 거야. 대신 티켓 가격은 내야 해. 우리 식구도 네 장만 받기로 했으니.”
“그거야 당연한 거지. 얼마나 말을 했는데?”
“R석이나 S석은 너무 비싸서 A석이나 B석 밖에 없어. 그리고 현장에서 파는 C석 정도만 나올 거야.”
“하긴 C석도 만 원이지? 비싸긴 하다. 그래도 그 정도는 우리가 부담할 수 있지.”
은지는 장인걸의 사촌이라는 것을 알리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때늦은 후회였다. 콘서트를 한다고 하니 티켓을 구해달라는 청탁이 물밀듯이 들어왔다.
반면 오빠인 민기는 자신의 모습이 창피하다고 하면서 장인걸이 친척인 것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아 크게 문제가 없었다.
“대충 하루에 종류별로 10장씩, 30장 정도를 줄 것 같았어.”
“그럼 우리는 C석으로 주면 되겠네.”
“아니 너와 혜정이는 오빠가 따로 A석으로 챙겨 둔다고 했어. 옆에서 수고한다면서.”
그들은 가방에 앨범을 넣어서 학교를 나왔고 버스를 타고 장인걸의 소속사인 히어로기획으로 가서 앨범을 맡겼다.
“영은 언니, 다 콘서트하러 갔나 봐요?”
“오늘도 콘서트가 있어 아침 일찍 지방으로 출발했어요. 사인 받은 후에 연락하면 되죠?”
“네, 그렇게 해주세요. 그리고 저번에 말한 것 말이 없었어요? 오빠한테도 말해놓았는데.”
“티켓 나왔어요. 여기 있어요. 이건 가족들 S석 네 장이고요. 이건 각각 10장씩, 총 60장이에요. 나중에 은지씨가 입금을 저한테 해야 해요. 티켓 특판 때문에 나도 정신이 없어요.”
티켓을 챙겨달라는 사람이 워낙 많아 필요한 사람에게 신청 받아 일정 수량을 배분했다. 지방의 콘서트 티켓은 그 일을 황지현이 맡고 있었는데 서울은 관리팀의 경리를 맡고 있는 이은영이 담담했다.
“혹시 우리 아빠도 신청했어요?”
“200장이나 배정을 받았어요. 그것도 R석 10개, S석 20개를 배정하느라 나도 힘들었어요.”
은행이라서 VIP고객에게 돌리기 위한 티켓을 원했다. 장인걸이 적당히 챙겨주라고 했지만 무조건 많이 해달라고 하는 상황이니 한정된 수량을 배정하는 담당자는 곤욕스럽기 짝이 없었다.
“참, 여기 A석 두 장 따로. 은지랑 같은 첫 날로 했어요.”
혜정이와 미혜도 팬클럽의 회원이었다. 그렇기에 그런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었다.
“오, 드디어 나도 출석증을 제출할 수 있게 되는구나.”
주미혜와 오혜정이 좋다고 하면서 티켓을 살폈다. 이번 콘서트 티켓을 사려고 둘 다 컴퓨터 앞에서 기다렸지만 결국 실패한 상황이었다. 학생들과 직장인을 위해 수요일, 목요일 저녁 7시에 오픈을 하여 응모할 수 있었지만 실패했다.
“각각 30장을 어떻게 배정할지 그것도 문제인데 우리학교 팬클럽 회원들에게 줄 거지?”
“그래야지. 순서도 정해 놓았으니까.”
그렇게 말하고 그들은 히어로기획을 떠났다.
권동환은 잘 나가던 집안이 망하다시피 하면서 대학진학을 포기할까 했지만 그나마 수습이 되면서 정신을 차리고 열심히 공부를 하여 서울은 아니지만 수도권 지역의 대학에 진학을 할 수 있었다.
“요새 어떻게 지내?”
방학을 했지만 특별히 하는 일이 없이 도서관에 다니면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공대에 다니는 상황이라 수학이나 과학과목을 잘해야 하는데 고등학교 때에 공부에 소홀히 한 탓에 기초실력이 부족했다.
“아, 형님이세요? 안녕하십니까?”
전화를 받자 자신도 모르게 존댓말을 하면서 인사말을 건넸다. 전에야 그냥 아는 형이지만 지금의 장인걸은 대단한 존재였다. 망하기 직전의 집안이 회생할 길을 마련해 준 덕분에 그나마 회사도 살리고 30평형 아파트에서 살 수 있게 되었다.
“들어보니 집 근처의 도서관에 다닌다고?”
“네, 그렇습니다.”
“공부를 하는 것도 좋은데 아르바이트 하나 해라.”
“어떤 것인데요?”
“들어보니 네가 게임을 그렇게 잘한다면서? 실력이 좋아 동네 PC방을 휩쓸었다는데.”
“헤헤, 조금 하기야 하죠. 게임만 아니었으면···.”
말을 하다가 자신의 얼굴에 침 뱉는 것이라 얼른 말을 멈추었다. 게임 때문에 학창시절에 공부하지 않고 허송세월하는 사람이 허다했다.
“이번에 프리웨이의 프리게임이라는 곳이 있는데 거기에 게임평가팀이 새롭게 생겼어. 게임을 직접 해보면서 게임을 평가하는 부서야. 게임회사에서 만든 게임을 프리게임에 론칭하려면 계약을 해야 하는데 할 것인지, 한다면 어느 정도 성과가 날지 평가하는 일이야. 너한테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장인걸은 권동환이 정신을 차리고 공부를 한다는 것을 권이조 사장에게 들었지만 대학에 다니는 과가 전자공학이나 전기공학이 아닌 재료공학과였다. 성적에 맞춰서 들어가다 보니 그런 쪽으로 가게 되었다.
“정말요? 또 게임한다고 엄마가 싫어할 것 같은데.”
“컴퓨터 쪽은 전공과 상관이 없이 취업을 하는 편이잖아. 그러니 대학은 대학대로 다니면서 자신의 특기를 살리면서 능력을 개발할 수도 있어 보이는데 어때?”
“저야 좋죠. 게임 제작에 대해 따로 배울 수 있으면 배우고 싶고요. 그런 것도 가능하죠?”
“평가를 하려면 게임제작에 대해서도 배워야지. 대신에 공부도 계속해야 한다. 민지훈 사장님이 부탁을 해서 특별히 도와주는 거야. 다음 학기에 학점이 개판되면 못하게 할 수밖에 없어. 내가 네 아버지랑 가끔 만나는 것 알지?”
자주는 아니지만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만나고 있었다. 아직 두 회사가 합병을 하지 않았지만 통합법인의 공장장 겸 생산담당 부사장으로 낙점이 되어 있었다.
“알았어요. 그러면 어디로 가면 돼요?”
“지금 프리웨이로 와. 오늘 내가 회사에 있을 것이니 여섯 시 이전에 와라. 그러면 담당 팀장에게 소개를 시켜줄 것이니.”
장인걸은 민지훈과 이야기를 하다가 권동환이 요즘 도서관에 다닌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다가 걱정하는 이야기를 듣고 마침 게임을 잘하는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보자 권동환이 생각났다. 게임만이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램도 관심이 많다고 하니 게임전문가로 키울 수도 있었다.
‘현재의 담당자들은 2~3년이 지나면 관리자가 되어야 하는데 그러면 개발을 하는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해. 특히 내가 직접 부릴 수 있는 숙련된 개발자가 필요해.’ 장인걸은 그런 생각으로 권동환을 불러들이기로 했다. 물론 실력이 되지 않으면 그저 그런 아르바이트가 되겠지만 실력이 있다면 강진경처럼 실세가 될 수도 있었다.
장인걸이 국가대표에 선발된 후에 콘서트 현장에서도 그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 팬들이 각종 현수막을 들고 입장을 했는데 마라톤에 관한 내용도 꽤나 많았다. 모두 기대가 큰 것 같았다.
프리웨이에 나타난 반응도 상당히 긍정적이었고 히어로 기획의 홈페이지나 팬클럽 홈페이지에서도 역시 기대하는 바가 컸다.
그런 가운데 장인걸이 아시안게임에 대비하여 여름에 레이스를 하기로 했고 그렇게 하기 위해 미국 샌프란시스코 마라톤대회에 출전한다는 사실을 밝히자 그것마저 크게 보도가 되었다.
“이거 몇 군데 자치단체에서 항의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콘서트 일정이 끝난 후 추가로라도 콘서트를 열어달라고 합니다.”
콘서트의 인기가 많아지면서 현지의 관객보다 외지의 관객이 더 많이 오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렇게 하다 보니 콘서트가 열리는 기간에는 그 지역에서 일종의 축제가 벌어졌다.
특히 현장에서 추가로 마련한 입장권을 판매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티켓을 구매하지 못한 팬들이 하루 전에 현지에 내려가서 줄을 서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렇게 하다 보니 콘서트가 있는 도시의 경제활동에 일정부분 기여하는 효과가 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지역의 언론들이 콘서트의 경제효과를 부풀려서 보도하기 시작했고 콘서트가 없는 일부 지역의 중심도시에서 콘서트를 하지 않은 것이 마치 자치단체나 단체장이 무능하여 일어난 일이라는 식의 여론이 일었다.
“미국에 가야하기에 일정을 내기 어렵습니다. 돌아와서는 해변에서 공연을 해야 하고요. 그걸 홍보하여 아쉬움을 달래주도록 하죠. 그런데 해변축제는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처음에는 미적대는 곳도 있었지만 지금은 선정한 모든 해수욕장이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습니다. 모두 그날 비만 오지 않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단지 만조시간 문제로 인해 시간이 조금 유동적인 것이 문제입니다.”
한국은 조수간만의 차가 크기에 백사장에 물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에 물이 들어오지 않는 시간에 맞춰서 공연을 해야 했다. 물론 만조가 아니라면 크게 문제는 없지만 만조시간이 초저녁이라면 애매해질 수가 있었다.
“이번에도 같이 가지 못하게 되어 미안하네요. 하지만 민 사장님이 없으면 일이 안 되니 어쩔 수가 없군요.”
“놀러가는 것도 아닌데 나중에 휴가나 받으면 그 때 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보다 이번에 몇 명의 기자가 현지에서 준비하는 과정을 밀착취재를 하고 싶다고 협조요청을 해온 상황입니다.”
그러면서 각 언론사별로 원하는 조건을 적은 보고서를 건넸다. 일부 방송사의 경우에는 일종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정도로 거창하게 취재진을 구성하려고 했다.
“아시안게임을 대비한 방송 취재도 있군요?”
“그렇습니다. KTV에서 이번 아시안게임 주관방송사인데 거기서 메달 유망주 특선을 찍는다고 합니다. 일종의 아시안게임을 대비한 선수의 훈련과정을 담는다고 합니다. 그것을 찍으면서 겸사겸사 대회가 끝난 후에 방송할 내용도 찍고요.”
“이거 이렇게 취재진을 동행하고 갔다가 성적이 엉망이면 개망신을 당할 것 같군요. 다들 훈련에 직접적으로 방해를 하는 것 같지는 않으니 이 정도 취재라면 협조를 하겠습니다. 단 하루에 3분 이상의 인터뷰는 불가합니다. 아울러 훈련 외의 시간을 취재하는 것은 호텔 로비에 국한할 것입니다.”
장인걸은 비즈니스를 하는데 방해를 하는 것은 원하지 않기에 개인적인 사생활까지 취재를 하는 것은 금지하기로 했다. 미국에 가서는 하루에 3시간 정도 훈련할 예정이었다.
끝ⓒ
(1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