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67
32. 미국에서
장인걸은 지방에서 콘서트를 하고 바로 회사로 가지 않고 시골집으로 갔다. 마침 자신의 생일이기도 했다. 양진의 집에 들렀다가 식구들과 고택으로 이동했다.
마침 고택의 수리가 끝난 상황이라 일종의 집들이를 하기 위해 식구들과 같이 이동했다. 이번에는 회사의 스텝들도 같이 가서 그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제대로 음식을 장만하여 푸짐하게 잔치를 하기로 했다.
“나중에 시간 나면 고택음악회를 할까 하는데 어때요?”
장인걸은 같이 온 민수길에게 집 앞의 탁 트인 바깥마당을 보면서 물었다. 텃밭이던 바깥마당을 주차장으로 만들었다. 일종의 관리사무소와 식당, 카페, 기념품 판매점으로 사용할 건물을 세우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저쪽으로 무대를 만들면 대략 500명 정도의 인원이 입장할 수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차를 가지고 오면 차 세울 곳이 없어 문제일 것 같습니다.”
“그렇기도 하겠네요.”
장인걸은 그렇게 말하고 관리인의 안내에 따라 고택을 먼저 둘러보았다. 헛간이 있던 텃밭은 여전히 작업을 하지 않아 비어 있었다. 그곳에 헛간을 다시 만들지 정원을 만들지 고민이었다.
식구들이나 회사 직원들도 같이 움직였다. 그들은 집이 125칸이나 되고 원래 두 집인 것을 나중에 하나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흥미를 보였다.
“참 좋네요. 조용하고 아늑하고요.”
황지현도 옆에서 감탄을 했다. 패션을 알기에 예술적인 안목도 다른 사람에 비해 뛰어났다. 말끔하게 수선한 고택은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수막새가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네요. 그것을 보면 건축시기가 다른 것 같아요.”
“수막새가 없는 이 집은 대략 300년 정도 되었어요. 청 옹정연간에 건축했다고 하니까요. 나머지 집은 대략 150년 정도 되었고요. 저쪽 집은 그보다 늦은 대략 100년 전에 지었고요.”
장인걸은 그렇게 집에 대하여 설명을 했다. 천장을 뜯고 상량문을 확인해야 알 수 있는 내용이지만 그냥 이야기를 했다.
“처마 끝을 백회로 마감을 했죠? 수막새가 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참새나 다른 동물이 들어가서 자리 잡지 못하게 하려고 그런 것입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아요. 그런데 단청은 없네요?”
“절이나 단청을 하지 여염집은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장인걸은 꽤나 많은 돈을 들여 집을 수리했지만 아깝지 않았다. 현재 아버지 명의로 집을 관리하는 회사를 설립하는 절차를 진행 중에 있었다.
또한 고택문화재(사적지)로 등록하는 절차도 관계당국과 협의하고 있었다.
“원주인들이 뭐라고 해요?”
장인걸은 오른쪽에 있는 집으로 넘어가면서 작은 목소리로 아버지에게 상황을 물었다. 여전히 뒤에서 좋지 않은 소리를 하고 있었다. 회귀 전에도 광산을 발견한 교수에게 온갖 이상한 소문을 냈었다. 그로 인해 온갖 소문이 횡행했었다.
“자기들이 산을 팔지 않았어야 하는데 사기를 당해서 팔았다는 소리를 하고 다닌다고 하더라. 그렇게 말해도 믿는 사람은 없지만. 광산도 그렇고 이 집도 단장을 새롭게 하여 보기 좋게 만드니 욕심이 나는 것 같아.”
“그들이 가지고 있었다면 빚을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갔을 것입니다. 계약하자마자 은행에 빚을 갚아야 한다면서 빨리 잔금을 치르라고 사정을 했던 자들인데 하여간 욕심은 많아서.”
“그간 안골 사람들에게도 안하무인으로 행동해서 인심을 잃었다고 하더라. 아무리 사실이었다고 해도 안골이 자기네 노비와 소작인들이 살던 마을이라고 떠들고 다닐 이야기는 아니지. 거기서 오랫동안 살았던 사람들은 치를 떨더라.”
“저도 들었어요. 그런 말을 했다면 사람들을 대할 때도 그런 식으로 했을 것 아니에요. 사람들이 마음을 곱게 써야지.”
“그래서 그런지 망해서 우리한테 팔았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났어. 너도 앞으로 행동 조심해. 말이 나오기 마련이야.”
장재현은 장인걸에게 아무리 인기를 얻고 돈을 벌더라도 인심을 잃지 말기를 당부했다.
장인걸은 7월 20일과 21일 양일간 올림픽체육관에서 마지막 콘서트를 진행했다. 지방에서 100% 티켓을 전부 판매한 저력을 서울에서도 그대로 재현했다.
“팬들, 여러분들 덕분에 성황리에 콘서트를 마무리한 것 같습니다. 총 20회에 이르는 대장정을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가 저를 성원해 주신 팬들 덕분입니다. 나중에 더 좋은 노래로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장인걸은 앙코르 송까지 부른 다음에 마지막으로 무대에서 퇴장을 했다. 대기실로 돌아와서도 한동안 멍한 상태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번 전국 순회 콘서트의 마지막 무대라는 생각에 그동안 조절했던 에너지를 모조리 다 쏟아냈다.
“수고했다. 정말 대단했다. 오늘 무대는 앞의 어떤 무대와도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대단했다.”
한정수가 꽃을 가져와서 안겨주면서 그렇게 치사를 해주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이 많이 도와주신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게 된 것 같습니다.”
“나야 옆에서 조금 거든 거지. 다 네가 잘 해서 그런 거야. 그보다 오늘은 창법이 다른 것 같던데 어떻게 한 거냐?”
장인걸은 한정수가 뭐를 말하는지 알지만 막상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기도 했다.
“그냥 몸의 기운을 다 풀어놓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지칠 것을 걱정하지 않고요.”
장인걸은 이번 공연에서는 내공을 이용하여 노래를 했다. 전에 콘서트를 하는 동안 잠깐씩 공력을 사용하면서 청중의 반응을 살폈다. 그 결과 내공을 사용해도 문제가 없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내공을 무턱대고 사용할 경우 감정의 과잉이 일어나서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어 일정 수준 이하로 사용했다.
“오늘 너처럼 노래를 한다면 다른 가수들은 다 은퇴해야 할 거다. 오늘 같은 공연을 한 번이라도 들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노래를 듣고 절대 만족하지 못할 거야. 레전드라 일컫는 사람들이 평생 한 번 할 전설적인 공연이었다.”
한정수의 귀는 최정상이었다. 그렇기에 다른 때와 다른 것을 확연하게 알아차린 것 같았다.
“다시 할 수 있는 거냐?”
“가능은 하지만 하고 나면 기력이 다 빠지기에 자주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목에도 상당히 부담이 되는 것 같고요.”
내공을 사용한다고 하여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말하면 내공을 사용하지 않고 노래한 것에 대하여 설명이 되지 않기에 부작용이 있다고 둘러댔다.
“이 정도로 노래를 부를 수만 있다면 미국으로 진출해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한 번 생각해 봐.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어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
한정수는 미국진출을 권유하기까지 했다. 한국에서 성공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상황이지만 한정수의 권유로 인해 새로이 도전할 목표가 생겼다.
한국 가수가 미국에서 성공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장인걸이 회귀할 때도 잘해야 일본과 중국, 동남아시아에 K-POP이라고 하여 한국 가수가 진출하는 정도였다. 그런 상황이니 사실 포기하고 있었다.
“그럴까요?”
장인걸이 영어로 미국에 진출하는 것은 새로운 가수가 한 명 등장하는 것에 불과하기에 한국어로 된 노래를 불러야 하는데 그것이 가능할지 걱정이 되었다. 그래야 장인걸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고 성공해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하긴 내공을 사용하여 노래에 의지를 담는다면 가능할지도. 아직 미숙하다. 그저 힘으로 밀어붙여 감정을 과다하게 표출하는 것에 불과하다. 세기를 정밀하게 다듬어야 할 것 같다.’ 장인걸은 적절한 수준의 내공을 이용하여 노래하는 것을 연습하기로 했다. 무조건 공력을 사용하는 것은 부작용이 있을 수밖에 없고 잘못하면 일종의 폭력이나 마찬가지였다.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면 될 거야. 너야 마라톤을 통하여 이름을 알릴 수도 있고 그러다보면 인지도에서 유리한 면도 있을 거야. 유명해지면 무대에서 똥을 싸도 박수를 받을 것이라고 누군가 말했잖아.”
“그렇기야 하죠. 지금부터라도 세계무대에 진출하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그렇게 하려면 영어부터 시작하여 많은 준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장인걸은 자신의 능력이라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음악적인 능력은 단지 회귀 전까지 나온 노래를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그것은 단편적인 것이었다. 진짜는 연주 실력과 가창력, 거기에 더하여 창작실력이었다.
‘여기에 조금만 시간과 노력을 하면 실력이 느는 자질은 누구도 갖지 못한 능력이다. 작곡이나 작사, 편곡 모두 최정상이나 마찬가지이다.’ 한연희에게 준 노래 두 곡이나 장인걸이 낸 싱글 세 곡은 회귀 전에 있던 원곡과 약간의 유사성을 제외하고는 완전히 다른 노래였다. 자아도취일지 모르지만 장인걸이 평가한다면 원곡보다 그 수준이 훨씬 높았다.
“네 실력은 이제 국내 최정상이라 평가하는 나를 비롯한 몇의 실력을 완전히 뛰어 넘었어. 그러니 이제 세계 정상을 노려야 해. 세계 정상은 미국에서 정상에 올라야 가능하고.”
장인걸은 며칠 후에 마라톤을 하러 미국에 가지만 나중에는 노래를 하러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그러는 가운데 사업적인 성공을 거두어서 경제적인 성과를 낸다면 더 좋을 것 같았다.
장인걸은 모든 일정을 마치고 귀가하여 방안에 들어오자 가부좌를 틀고 자리에 앉았다. 콘서트 현장에서 있었던 현상에 대해 생각해보고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을 추스를 필요가 있었다.
‘노래를 하는 동안 혼돈의 기운이 점점 강하게 몰려들었다. 소용돌이처럼 밀려드는 혼돈의 기운을 제어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점진적으로 강해진 덕분에 겨우 제어할 수 있었다.’ 내공을 담아 노래하는 것은 일종의 음공을 전개하는 행위였다. 그간 일부 감정을 고조시켜야 하는 소절에만 사용했다. 그러면서 청중들의 반응을 살폈다. 크게 부작용이 없어 보여 이번에는 전면적으로 사용하여 청중들에게 강한 임팩트를 주려고 했다. 그 결과 역대급 콘서트가 되었다.
‘문제는 고조된 청중의 감정은 혼돈의 기운을 몸 안에서 내뿜게 되었다는 점이다. 일반인이기에 한 사람이 내뿜는 기운은 그리 강하지 않지만 열 명, 백 명, 천 명을 넘어 만 명 단위가 되니 실로 엄청난 양이고 그것이 내 기운에 감응하여 모여드니 내 기운의 수십 배에 달하게 되었다. 일반인 200여 명의 기운이 모이면 내 기운을 능가했다.’ 장인걸은 노래가 끝난 후에 감정을 추스르는 동작을 하면서 모여든 혼돈의 기운을 정리한 후에야 움직일 수가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강한 기운에 휩쓸려 기운을 통제하지 못하거나 혼절할 위험이 있었다.
장인걸은 사전에 준비를 하고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방문은 잠갔지만 창문은 모두 활짝 열었다. 기운을 일으키자 전과 달리 혼돈의 기운이 훨씬 강력하게 모여들었다. 마치 양껏 먹은 후에 조금 나온 음식을 보고 너무 적다고 투정하는 것처럼 주변의 기운을 모조리 다 모아왔다.
‘이거 문제인데, 왜 이러지? 뭔가 감각이 이상한데.’ 장인걸은 자신의 느낌이나 기분이 전과 다른 것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 혼돈의 기운을 모을수록 감정의 진폭이 시시각각으로 크게 변동하고 있었다. 슬픈 생각을 하면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처럼 슬펐고 기쁜 생각을 하면 마치 날아갈 것처럼 기뻤다.
‘이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두렵기 짝이 없군.’ 뭔가 감정을 조금만 주입해도 순간적으로 몰입을 하여 그 감정이 극도로 증폭이 되고 있었다. 전에 느낀 감정이 두꺼운 장갑을 끼고 만지는 것이라면 지금은 살갗을 벗겨내고 만지는 것처럼 예민하게 느껴졌다.
그 감각이 너무나 날카로워 스스로를 벨 것 같았다. 조금만 통제를 하지 않는다면 한계를 넘어가 절벽 아래로, 불구덩이 속으로, 다리 아래로 떨어지는 것처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 같았다.
대신 몸 안으로 들어오는 기운이 많아지면서 흡수하는 기운의 양도 그만큼 많아졌다. 점점 몸 안의 기운도 크기를 키워가면서 경혈에 흐르는 기운도 그만큼 많아졌다. 또한 기운의 양이 많아진 만큼 운기의 속도도 빨라졌다.
장인걸은 운기의 속도가 빨라지자 아무런 생각을 못하고 운기하는데 집중했다. 마치 너무나 위험한 외나무다리를 건너가느라 오직 건너가는 것만 신경 쓰는 것과 같았다. 장인걸은 그런 와중에도 얼핏 몸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는 것을 느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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