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68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자 온 몸에 검은 때가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손으로 만지자 허물을 벗는 것처럼 딱지가 되어 떨어졌다. 그러자 전보다 윤기가 흐르면서 붉은 빛이 감도는 하얀 피부가 드러났다.
‘환골탈태는 아니다. 그저 벌모세수 정도에 불과하다. 그래도 이 정도가 어딘가? 이 정도라면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수준이다. 하지만 벌모세수 수준이 이 정도인데 환골탈태를 하면 얼마나 대단할지 기대가 된다.’ 장인걸은 몇 번이나 세제를 사용하여 몸을 씻었다. 그럼에도 때가 잘 벗겨지지 않았다. 여름에 피부가 타서 껍질이 벗겨지는 것처럼 검게 변한 부위가 떨어지지 않았다.
장인걸은 화장실에서 나온 후에 식사를 하고 잠시 시간을 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금강바라밀경을 다시 한 번 처음부터 정독을 해 나갔다. 그러면서 혼돈에 대해 참오 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장인걸은 공(空)의 본질에 대하여 전과 다른 시각으로 볼 수가 있었다. 모든 것은 서로 분리가 되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시간과 공간이라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공간과 시간이 분리되어 있지 않았다.
‘결국 공과 혼돈도 본질은 같은 것인가? 그렇기에 금강의 범주에 들면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는 것인가? 공의 범주에 혼돈이 있고 혼돈의 범주에 역시 공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전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자 금강나한경의 내용도 새롭게 다가왔다. 그런 과정에서 마침내 장인걸은 주변의 기운이 순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 이거 새로운 것일 수도 있지만 기운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감각으로 그냥 느낄 수가 있다. 물리적인 전달이 아닌 감각적인 전달이 가능하다.
공간을 뛰어넘어 감각을 공유할 수 있다. 이걸 시간까지 뛰어넘을 수도 있을까?’ 장인걸은 감각의 영역에서 직감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물리적인 전달이 아닌 직감적인 전달이 가능했다. 하지만 그것의 본질을 알기에는 뭔가 부족했다. 그렇기에 장인걸은 독서를 할 필요를 느꼈다. 시간마저 뛰어넘어 과거의, 미래의 감각마저 통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육감이고 더 발달을 하여 공간을 초월하면 천리안이 되고 시간마저 초월하면 신안이 되는 것이겠지. 과연 인간이 시간을 초월할 수 있을까?’ 장인걸은 물리적인 한계, 공간은 초월이 가능해 보이지만 시간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것은 결국 육체의 단련만으로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정신의 수양이 필요했다.
‘철학이 필요하다. 시대를 뛰어넘는 통찰을 알고 싶다. 그것은 시대를 초월한 석학들의 가르침을 접하고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 때 가능하다. 그간 이해가 되지 않아 읽기를 포기한 책을 다시 읽어 나가자. 물리학이나 수학도 공부해 나가자.’ 장인걸은 그간 그저 알기만 했던 내용이 ‘왜’라는 부분에서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앎이 보다 완전해 지는 것 같았다.
콘서트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학생이기에 기말고사를 봐야 했다. 전공과목은 회귀 전에 한 번 공부한 내용이고 틈틈이 시간을 내서 공부한 덕분에 꽤나 좋은 성적으로 치를 수가 있었다. 교양과목도 틈틈이 공부를 한 덕분에 좋은 성적을 받았다.
더구나 그만큼 나이를 먹고 경험이 쌓인 덕분에 답안 작성을 할 경우 다른 학생보다 보다 체계적이고 노련하게 작성할 수 있었다. 내용도 남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까지 포함을 했다.
드라마 태양의 계절은 무려 56%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총 18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런 좋은 성적을 거둔 덕분에 장인걸의 인기도 그만큼 높아졌다. 특히 매회 새로운 노래를 하고 액션을 하여 시청자들의 시선을 집중시킨 덕분에 다른 주인공들보다도 더 관심을 받기도 했다.
거기에 순회 콘서트를 하면서 지방까지 인기를 확산시켰다. 심지어 티켓을 구하지 못한 팬들의 요구 때문에 공연장 밖에 멀티비전을 설치하여 공연실황을 중계하기까지 했다.
직접 현장에 와서 공연을 본 사람들이 낸 입소문을 통해 영상으로 느끼지 못하는 뭔가가 있다는 말이 돌면서 너도나도 콘서트를 보고 싶다는 사람이 많았고 그 결과 연장공연을 요청하는 사람도 많았다.
“마라톤을 하고 귀국한 후에 ‘한여름 해변 축제’를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방학 중이니 일정에 구애받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8월 5일 이후면 됩니다.”
“밴드나 코러스 백댄서는 그대로 준비를 시키도록 하고 무대는 콘서트 수준으로 준비를 할 것입니다. 프로그램도 그대로 할 것이죠?”
“야외이기에 그에 맞도록 순서를 일부 조정할 것이지만 큰 차이가 없도록 할 것입니다. 그렇게 알고 준비를 부탁드립니다. 비용은 회사에서 일단 조치하고 수익을 창출할 방안을 모색하죠. 안 되면 팬 서비스를 한다고 생각하고 우리가 부담하면 되는 문제이니까요.”
장인걸은 미국에 가기 전에 조치를 취하도록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이미 일정은 잠정적으로 결정이 된 상황이었다. 세부적인 조건이 타결되지 않아 발표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 콘서트와 관련된 결산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한 번 할 때마다 정리를 했고 마지막 서울 것만 마무리하고 전체집계를 하면 되기에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돌아오면 바로 보고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민수길과의 대화가 끝나자 바로 프리웨이의 부사장을 맡고 있는 양지원 본부장이 찾아왔다. 다음날 미국으로 떠나기에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았다.
“프리웨이의 키워드광고가 마침내 론칭을 했습니다. 이를 위한 마케팅을 강화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걸 성공해야 수익성이 개선되고 향후의 투자가 가능할 것입니다.”
키워드 광고에 대한 개념은 대략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실제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프리웨이가 출범한 이후부터 내내 검색엔진을 개발하여 겨우 흉내라도 낼 정도가 되었다. 그렇기에 출원한 특허만 해도 엄청났다.
그 때문에 회귀 전에 그런 수익모델을 만들었던 회사가 출현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특허를 피해서 동일한 수익모델을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할 정도로 특허를 출원했다. 물론 이런 특허는 스마트폰까지 고려하여 아이디어 특허를 냈다.
“만전을 기하도록 할 것입니다. 혹시라도 에러가 난다면 적극적으로 대처하여 오류를 수정하겠습니다.”
“관련된 특허는 모두 출원했죠? 외국의 주요국가에도 모두 출원해야 합니다.”
“물론입니다. 해외도 출원하기 위해 외국의 변리사와 협약을 맺을 생각입니다.”
“이번에 미국에 가면 현지의 변리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기존에 출원한 모든 특허를 전부 출원하는 작업을 할 것이니 그에 대한 업무지원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장인걸은 미국에 가 있는 동안 해야 할 일에 대하여 여러 사람들에게 재차 지시를 했다. 사전에 말한 내용이지만 그가 자리를 비울 동안 해야 할 일이 많았다.
그러는 와중에 그와 친분을 맺은 사람들에게 인사를 해야 했다. 특히 부모님이나 친척들과 인사도 해야 했고 동생인 인숙이나 은지도 챙겨야 했다. 방학이라고 뭔가 이벤트를 기대했다 실망하기도 했다. 나중을 기약했다.
그렇게 하루 동안 정신없이 움직여서 많은 일을 처리했다. 마침내 7월 23일에 미국으로 출발했다.
장인걸은 샌프란시스코에 당도하여 최고급 호텔인 에메랄드 호텔에 투숙했다. 일종의 스위트룸에 투숙했다. 그가 투숙한 호실은 내부가 아파트처럼 되어 있는데 거실 하나에 침실이 세 개 있는 형태였다. 장인걸이 가장 큰 침실을, 황지현과 이원희가 중간 크기의 침실을 같이 썼고 매니저인 김기현 대리가 가장 작은 싱글 침실을 사용했다.
이원희 코치는 사전에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하여 마라톤대회까지 훈련할 수 있도록 세팅을 하기도 했다. 물론 이원희 코치가 훈련시설을 수배하는데 마라톤 마니아인 칼 막스턴이 많은 도움을 주기도 했다.
보스턴마라톤대회처럼 대형 밴을 렌트했고 경호원을 고용하여 안전을 확보하기도 했다. 현지 관광을 겸해 가장 먼저 코스를 답사하기도 했다.
물론 좁은 도심코스다보니 종종 차량에서 내려서 이동하기도 했다.
간단히 현지적응훈련을 마친 장인걸은 미국에 온 또 다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그간 진행하던 도메인 매각을 점검하고 매각대금의 투자를 살펴야 했다.
우선 변리사인 칼 막스턴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다른 곳에서 만날 수도 있지만 어떻게 일을 하는지 살피기 위해서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간 도메인의 판매는 상당히 호조를 보여 저번에 만난 이후에 120만 달러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그로 인해 장인걸은 엄청난 세금을 납부해야 했다.
장인걸은 가볍게 인사만 하고 칼 막스턴의 변리사 사무실을 나와 옆 건물에 있는 리온 법무법인도 방문했다. 페럴 해런드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그렇게 가까이 있기에 업무제휴를 통해 여러 가지 일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었다.
“상금과 도메인의 권리 매각 대금으로 지정한 투자처에 투자를 했고 제법 성과를 냈습니다. 이제 자금의 규모가 커졌으니 개인투자자의 자격보다 법인을 설립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세금이 엄청나게 발생할 것입니다.”
투자를 담당한 변호사 페럴 해런드가 그동안 자금의 운용에 대하여 보고한 후에 법인전환에 대하여 건의했다. 외국인일지라도 자금의 규모가 큰 상황이라 사설투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럴 경우 각종 투자를 비용으로 처리하여 다양한 세금공제를 받을 수도 있었다.
“가능한 것이죠?”
“물론입니다. 자금출처가 명확하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자금형성과정까지 명확하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더구나 도메인 거래는 기타 항목이라 외국인 노동과 상관이 없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한국에서 발생할 것이지만 고작 2만 달러 정도밖에 송금이 되지 않은 상황이니 크게 문제는 없을 것 같군요.”
한국도 IMF체제가 되면서 오히려 외환관리가 더 자유롭게 변했다. 그것은 해외에서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당연한 조치였다. 더불어 내국인과 외국인을 차별하지 않기 위한 법적 장치였다.
“한국에서 정당한 절차를 밟아서, 신고와 허가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여 송금을 했고 미국에서도 정당한 절차에 의거하여 업무를 추진한 상황입니다. 소득 부분은 세무 관련하여 철저하게 신고를 한 상황이니 문제가 없겠죠.”
장인걸의 생각에도 출처가 분명한 자금을 가진 외국인의 투자를 막을 것 같지는 않았다.
“법인전환이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개인투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자금을 모집하거나 개인을 상대로 대출을 해주려고 한다면, 수신과 여신을 한다면 여러 가지 승인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그건 나중에 필요할 때 진행하면 됩니다. 당장은 몇 가지 서류만 작성하면 됩니다.”
장인걸은 페럴 해런드의 자문을 받아서 필요한 서류를 작성했고 관련 기관에 서류를 제출하도록 했다.
“아직은 조금 부족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자산을 소유한 것이 확인되면 영주권을 신청할 자격이 주어집니다. 자산이 있기에 미국에 머물지 않아도 자격이 없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페럴 해런드는 영주권을 언급했다. 비자나 영주권, 시민권에 관련된 업무도 변호사의 주된 업무 중에 하나였다. 외국 투자자의 경우 영주권을 받으려고 하는 경우가 많기에 그런 사실을 언급했다.
“저야 미국 비자를 받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니 영주권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나중에 시간이 흘러 자격이 되고 필요하면 신청하도록 하지요.”
“하긴 보스턴 마라톤의 위너에게 비자를 내주지 않으면 누구에게 내주겠습니까? 미국에서 살 것이 아니라면 영주권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죠.”
사실 영주권이라는 것도 엄밀히 말하면 일종의 비자면제라고 할 수가 있었다. 무비자입국과 체류기한이 없고 취업제한이 없는 비자를 발급받는 것이었다.
“5년에 한 번 신청하여 연장을 하면 되는 일이죠. 나중에 공연을 할 경우에 비자를 갱신해야 하겠지만 당장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양한 경제적인 활동을 하려면 영주권을 얻는 것이 편리합니다. 매번 비자를 갱신하는 것도 짜증이 나고 자칫 법규위반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거든요.”
페럴 해런드의 말대로 법이라는 것은 아무리 명확히 규정을 하더라도 집행하는 사람이 억지를 부리기 시작하면 법원의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는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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