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69
장인걸은 칼 막스턴의 집을 방문하기도 했다. 결혼을 하여 두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했다. 미국식 가정식을 대접받기도 했다. 꽤나 가정적인 사람이기도 했고 마라톤과 야구를 좋아하여 자이언츠의 팬이기도 했다.
한편으로 마라톤 마니아인 칼 막스턴은 자신이 속한 마라톤동호회에 초대하여 일종의 팬 미팅을 주선하기도 했다. 보스턴마라톤대회의 우승자인 장인걸은 그들에게 이미 스타였다.
그렇게 훈련과 사람을 만나면서 장인걸은 시차를 적응하고 샌프란시스코의 기후에 적응해 나갔다. 물론 금강나한공은 장인걸이 현지에 적응하는데 용이하게 만들어 주었지만 시간을 두고 적응하는 것이 컨디션을 올리는데 도움이 되었다.
“미국의 특허제도가 차별이 없다고 하지만 외국인에게 완전히 공평한 것은 아닙니다. 아이디어 특허나 시스템 특허처럼 기준이 모호한 경우 미국인이 출원하면 가급적이면 되는 방향으로 해주고 외국인의 경우에는 무효를 시키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경향은 어디나 마찬가지이기에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지만 칼 막스턴이 언급하는 이유는 출원사실 증명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미국인이 출원하여 특허를 받을 경우 소송을 통해 특허의 권리를 인정받거나 특허를 무효화시킬 수가 있습니다. 그저 안 된다고 지레짐작으로 출원을 하지 않으면 아이디어나 사업 시스템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먼저 제출한 사람에게 특허를 내주지 않았다면 다른 사람에게도 내주지 않아야 하는데 이중잣대를 적용한다는 말이었다. 그럴 경우 특허출원사실은 특허당국이나 특허권자를 상대로 대항할 수단이 된다는 말이었다.
“알겠습니다. 가능한 모든 아이디어나 시스템도 출원을 하여 나중을 대비하도록 하죠. 등록이 되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이것도 상술일 수가 있지만 어쨌든 도움이 되는 말이었다. 프리웨이의 대표, 백제화학의 공동대표이자 폴라텍스트의 대주주로서 특허 출원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각 회사의 담당자를 연결해 주었다.
“그보다 기술컨설턴트에 대한 부분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스탠포드대학에 로한나 기술연구소라고 있습니다. 기술컨설턴트를 해주고 기술이나 특허를 보유한 자와 수요자를 중개도 해주며 연구개발프로젝트를 대신 추진해 주기도 합니다. 저랑 같이 대학을 다닌 아드리아노 코벨이라는 교수가 그곳의 부소장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가서 한 번 만나보면 좋을 것입니다.”
칼 막스턴이 꽤나 인맥이 좋은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훈련 시간을 피하여 연구소로 방문하기로 했다. 다행히 칼 막스턴이 같이 동행을 해주기로 했다.
다음날 오후에 장인걸은 칼 막스턴의 안내를 받아 스탠포드 대학 경내에 위치한 로한나 기술연구소를 방문했다. 조금 시간의 여유가 있어 대학교 경내를 걸으면서 관광을 하기도 했다.
“반갑습니다. 여기 김석현 연구원에게 사전 조사를 맡겨서 대략 어떤 일인지 검토하도록 했습니다.”
아드리아노 코벨 교수의 연구실로 가자 스탠포드 대학에 유학을 와서 박사학위를 받고 포스트 닥터 과정을 밟고 있는 김석현 박사도 같이 자리에 있었다. 한국의 사이트이기에 한국인 연구원에게 일을 배정한 것 같았다.
“미국에서 사업모델로 가능성이 있습니까?”
“기술적인 부분은 정식으로 의뢰를 하여 조사를 해야겠지만 사전조사를 통하여 꽤나 긍정적인 부분이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문제점도 있고 사전에 그 부분을 해결하지 않으면 심각한 문제에 봉착할 소지도 있습니다.”
일종의 영업적인 멘트를 하여 연구의뢰를 유도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연구의뢰를 할 것입니다. 대신 직접 진출이 아닌 현지 업체와 라이선스 계약을 통한 진출로 방향을 잡았으면 합니다. 특히 공정거래법과 관련이 된 부분을 중점적으로 조사해 주시기 바랍니다. 끼워 팔기, 내부거래나 독점거래가 문제가 없는지 말입니다.”
연구의뢰는 비용이 그리 많지 않았다. 1만5천 달러 정도면 되었다. 조사를 한 후에 최종적으로 비용을 정산할 것이지만 상한이 그 정도였다. 간단히 두세 명의 연구원이 1주일 정도만 정성적인 방법으로 조사를 하면 되는 일이었다.
장인걸은 호텔에 돌아와서 간단히 샤워를 하고 방의 문을 걸어 잠그고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국내에서도 행사에 나가 외부에서 머물 경우, 밤늦은 시간이 되면 잠을 자기 전에 명상을 한다고 하면서 진짜로 급한 일이 아니면 문을 열거나 노크를 하여 방해하지 않도록 했다.
벌써 3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시차 적응이 완벽하게 되지 않아 잠자리에 들면 정신이 맑았다. 그렇기에 가급적이면 오랜 시간동안 운기조식을 했다. 그렇게 하면 몸이 회복되면서 공력마저 증가했다.
‘그런데 침대에서 이상한 느낌이 든단 말이야. 뭔가 다른 것이 있는 것 같은데.’ 기감을 펼쳐 주변을 탐색하다가 침대의 아래쪽에 이질적인 느낌이 왔다. 기감은 모든 사물을 통과했지만 균일한 구조가 아니라면 뭔가 이질적은 느낌을 주었다. 워낙 희미하기에 바로 감지하지 못했지만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여 그 부분을 의식하자 명확하게 감지가 되었다.
벽에도 철근이 들어있으면 철근의 이질적인 느낌 때문에 알 수 있었다. 바로 옆에 있는 침대이기에 침대 밑에 서류봉투가 있는 것을 모를 수가 없었다. 그것이 감지되자 신경이 쓰였다.
장인걸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침대 밑을 살폈다. 침대 밑에는 먼지 하나도 없이 깨끗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고 침대 아래를 봐도 달리 이상한 것이 없었다. 침대의 받침대와 매트리스를 따로 분리할 수 있는 것을 알고 매트리스를 들어올렸다.
그러자 매트리스 아래에 서류봉투가 하나 붙어 있었다. 누군가 투명테이프로 네 귀퉁이를 다 고정을 시켜 놓았다. 장인걸은 테이프를 떼고 봉투를 꺼냈다. 아무런 무늬나 마크가 없는 하얀색 서류봉투였다. 봉투의 봉인을 해놓은 테이프를 떼고 안을 살피자 몇 장의 A4 용지 크기의 서류가 들어 있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미국 국채인가?’ 내용을 읽어보니 국채로 보였다. 총 다섯 장의 미국 국채였다. 하나당 100만 달러나 되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무려 총액이 500만 달러였다. 그런데 이런 곳에 몰래 넣어놓을 이유가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분명 호텔에서 숨긴 것이 아니라 투숙객 중에 누군가가 숨겨놓고 나간 것 같았다.
‘이곳을 일종의 비밀보관함으로 사용했다. 누군가 투숙객으로 들어와서 나중에 찾아갈 계획으로 여기다 숨겨 놓았다. 물론 언제 침대가 교체될지 모르고 청소하는 사람이 발견할 수도 있기에 근래에 찾아가려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왜 여기일까? 다른 곳에 숨기는 것이 더 완전할 것인데.’ 그런 생각을 하다가 보관하는 것도 용이치 않고 감시를 당하는 상황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범죄자이거나 출입국 관련 공항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면 이런 국채를 소지하고 있는 것 자체로 불안할 것 같았다.
자신도 남의 시선을 피하여 움직이다보면 동선 자체가 지극히 제한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나중에 자유롭게 되거나 다른 사람을 시켜서 찾으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이거 나중에 없어지면 내가 가져간 것으로 의심을 받을지 모르겠군. 호텔에서 이 방에 머물렀던 사람을 쉽게 알려주지는 않겠지만 어떻게든 알아내려고 하면 알 것도 같은데. 그냥 이대로 둔다고 해도 동일한 상황이 벌어질 것 같고. 그럴 바에는 내가 가져가는 것이 좋을 것 같군. 그런데 이 국채에 적힌 내용이 무엇인지 모르겠군. 하필이면 연필로 적어 놓았다니. 지우개로 지우면 되니 흔적이 남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것인가?’ 장인걸이 자세히 살피니 모든 국채마다 세 줄로 된 글씨가 여백에 적혀 있었다. 읽다보니 일정한 규칙이 있었다. 그 중에 처음과 두 번째가 각기 공통적인 부분이 보였다.
‘뭐지? 이건 이름이나 회사인 것 같은데. 그런데 소속이 다른데 이름이 같을 수가 있나? 같은 회사에 다른 사람은 있겠지만. 마치 은행이나 증권회사의 계좌명이고 마지막은 비밀번호인 것 같은데. 첫 번째 이름이 같을 경우 자릿수가 똑같은 것을 보면 그런 것도 같아.’ 장인걸은 엄청난 액면가의 미국 국채보다도 거기에 적혀있는 메모에 더 관심이 갔다. 이런 국채에 남긴 메모라면 국채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었다. 아주 비싼 메모지를 사용한 메모였다.
‘은행의 비밀계좌인가? 비밀계좌의 경우 계좌명과 패스워드만 제출하면 인출이 가능하다는데. 스위스일까? 얼마나 들었을까? 100만 달러보다 훨씬 더 들었을까?’ 비밀계좌의 원조는 스위스이지만 지금은 조세피난처가 여러 군데 생기면서 그런 영업을 하는 곳도 여러 군데 생겨났다. 장인걸은 수건으로 매트리스를 들고 매트리스 바닥을 한 번 닦아 혹시라도 자신이 남겼을 지도 모를 흔적을 지웠다.
매트리스 바닥에 지문이 남았을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특히 테이프가 붙었던 곳을 중점적으로 문질러서 만일의 상황에 대비했다. 박박 문지른 상황이니 지워졌을 것 같았다.
그런 다음에 자신이 한국에서 챙겨온 각종 서류 사이에 봉투를 같이 끼워 넣었다. 이번에 가져온 서류와 각종 계약서의 일부를 보관하기 위해 대여금고 서비스를 신청할까 고민하는 중이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삼아 실행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다음날 장인걸은 호텔 바로 옆에 있는 캘리포니아 상업은행이라는 곳에 개인금고를 하나 대여했다. 굳이 직원이나 경호원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 조용히 찾아가서 계약을 하고 왔다. 물론 대여금고서비스를 하는 은행이 어디인지 사전에 전화로 문의를 하여 확인을 했다.
장인걸이 미국 현지에서 맺은 각종 계약서 중에 개인 명의의 계약서는 일단 그 금고에 보관했다. 아울러 전날 호텔의 침대에서 획득한 것도 역시 그곳에 보관했다. 검색을 할 때 서류는 슬쩍 보고 말지만 발각이 되면 문제가 심각하기에 한국으로 가져갈 수는 없었다.
일단 보관을 하다가 나중에 여유가 될 때 정리할 계획이었다. 대신 그것에 적힌 메모가 무엇인지 알고자 적당히 옮겨 적어놓았다. 혹시라도 다른 사람이 보면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아 여기저기 나눠서 적어놓았다.
그러다가 첫 줄에 적혀 있는 클라만이라는 이름과 코트블루가 바하마 나소에 있는 은행의 이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슬쩍 페럴 해런드를 통하여 대충 확인한 바에 의하면 두 은행이 모두 비밀계좌를 운용하는 은행으로 비자금을 숨기는 은행이라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것으로 두 번째 이름은 계좌명이고 마지막은 비밀번호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이하게도 계좌번호가 없었다. 비밀계좌의 경우에는 계좌명만 있고 계좌번호가 없는 경우도 많았다.
또한 그런 비자금을 운용하는 은행은 보통 미국이나 유럽의 주요 상업은행이나 투자은행에 예치하거나 주요 선진국의 국채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한다는 사실도 들을 수가 있었다.
아울러 장인걸은 자신이 사용하던 스위트룸의 이전 사용자가 누구인지 추적을 했다. 다행히 데스크에 일종의 숙박자 명부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 냈다. 아직 호텔 업무의 전산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수기로 모든 것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것을 은밀히 살펴 일주일 전 이용자가 바하마의 클라만 뱅크의 법인 명의로 계약이 이루어진 것을 파악했다. 일종의 호실별 현황판이 구비되어 바로 문의를 하면 답변이 가능했다.
그렇기에 호실별로 한 달 동안의 예약현황을 적어놓았는데 중간에 비어있는 날도 종종 보였다. 사전예약은 단기보다 장기투숙이 많아 고객의 일정에 따라 빈 경우도 많았다.
또한 외국인 투숙자의 경우에 여권을 제출받아 기록하는 것을 알기에 그것마저 슬쩍 살폈다. 투숙객을 정리해 놓은 것을 보니 대표가 라엔데 프라우가라는 것도 확인이 가능했다.
클라만 뱅크라는 것을 알게 되자 라엔데 프라우가가 그 봉투의 주인일 것이라는 사실을 추정할 수 있었다. 그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궁금했지만 나중에 알아볼 생각을 했다. 감각에 뭔가 묘한 냄새가 나고 있었다. 단지 당장은 마라톤 대회가 임박했기에 나중에 여유를 두고 알아 볼 생각이었다.
당장 움직이면 들킬 염려가 있기에 적당한 시간을 골라서 처리할 생각이었다. 나중에 바하마에 관광을 하러 가는 것처럼 가서 처리하기로 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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