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71
장인걸은 카라탄이 뒤로 처져도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오히려 약간 속도를 높여 17초대 후반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앞에서 달리는 시계차에 표시된 온도가 24℃까지 치솟아 달리는데 지장을 주기 시작했지만 장인걸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 같았다.
10km 지점에서 장인걸이 선두로 나서면서 사실상 경기의 우승자는 결정이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무리하게 선두를 달리던 카라탄은 이후에 한동안 속도를 유지하지 못했고 뒤에서 쫓아오던 자들에게마저 추월을 당하고 말았다.
반면 장인걸은 꿋꿋하게 18초대 수준으로 달렸고 결승점을 통과할 때의 기록은 2시간 5분 53초의 기록을 달성했다. 세계기록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역대 2위의 기록이었다.
장인걸은 세계기록을 의식하여 속도를 조절했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세계기록을 수립할 수도 있었다. 장인걸은 세계기록의 수립은 조금 뒤로 밀어두고 싶었다.
현재 대부분의 세계기록은 네덜란드의 로테르담 마라톤대회에서 수립이 되고 있었다. 내년에는 그 대회에 참석할 계획이었고 거기서 세계기록을 수립할 계획을 잡고 있었다.
물론 그 전에 다른 선수가 더 좋은 기록을 세울 수도 있지만 지금은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었다. 지금 세우고 또 세우면 된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마이너스였다.
‘일단 가수로서 명성보다 마라토너로서의 명성이 너무나 높아지게 된다. 그것은 가수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수이자 마라토너가 아닌 마라토너이자 가수라는 식으로 인식이 굳어지게 된다. 그러면 어지간한 수준의 히트곡을 내서는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어렵게 된다. 최소한 아시아권에서라도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미국 내에서도 가수라는 인식을 심은 다음에 세계적인 마라토너로서 이름을 알리는 것이 좋다.’ 장인걸은 그런 생각으로 속도를 차츰 줄여 결국 세렝 부가티가 가지고 있는 2시간 5분 48초보다 5초 늦은 2시간 5분 53초에 들어왔다.
장인걸의 대회신기록 달성과 세계기록에 근접한 기록의 달성이 가시화되자 중계진은 난리가 났다.
“장인걸 선수 외로운 독주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벌써 26℃가 넘어가는데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달려가고 있습니다. 요시다씨, 이런 날씨 속에서 저렇게 달리는 것은 대단한 것 같은데 세계최고기록의 달성이 가능할 것 같습니까?”
“현재까지의 기록 추세를 본다면 가능할 수도 있지만 경주가 아닌 독주를 하는 상황이고 기온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이기에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세렝 부가티 선수가 세운 2시간 5분 48초의 기록을 깨는 것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요시다는 한국인인 장인걸이 세계기록을 수립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기에 일단 부정적인 전망을 했다. 세계기록의 수립가능성이 높다는 사실만으로 주목을 받을 수가 있었다. 그것으로 시청률은 올라가지만 한국인인 장인걸의 인지도마저 상승하는 것은 맘에 들지 않았기에 부정적인 견해를 표명했다.
“하긴 현재 기온이 다시 높아져 27℃까지 치솟았습니다. 이는 선수가 달리는 실제 도로의 온도이기에 기상당국에서 발표하는 온도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아침 이른 시간이기에 온도가 19℃이지만 도로에서 느끼는 체감온도는 훨씬 높아집니다.”
캐스터인 데이빗이 차량에 달린 센서로 온도를 측정하고 높이도 인간의 상체와 같은 높이에서 측정을 한다고 설명을 했다.
“이거 이대로 가면 아슬아슬하게 기록을 수립할 수도, 깨지 못할 수도 있어 보입니다. 이제 2km 남짓 남은 것 같은데 6분 이내로 들어오면 2시간 6분에 들어올 것이고 막판 스퍼트를 한다면 12초 정도는 단축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초반에 무리하게 질주한 후유증이 있기에 어려울 것도 같습니다.”
데이빗 로의 설명에 모두가 공감을 하기도 했다. 특히 쫓아오는 사람이 없는 상황이니 굳이 무리하게 질주할 필요가 없었다. 심지어 1km 가까이 다른 선수와 거리 차이가 나는 상황이었다. 장인걸이 뒤를 돌아보았지만 시야가 미치는 500m 후방에 아무도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장인걸은 막판 스퍼트를 했지만 조금 속도가 올라갔지 역주를 하지는 않고 있었다.
“아쉽습니다. 결승선을 바로 앞두고 세계 최고기록의 시간이 지나가고 말았습니다. 1초, 2초, 네, 5초가 지난 2시간 5분 53초의 기록으로 들어왔습니다.”
“역대 2위의 기록이고 본인의 최고 기록 2시간 6분 01초의 기록을 다시 8초 앞당긴 기록입니다. 더구나 무더위 속의 레이스를 하여 이런 기록을 냈다는 것은 다른 대회에서는 1분 정도 더 기록을 단축할 수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대회의 기존 최고 기록은 2시간 8분 05초이었습니다. 대부분의 골드라벨 대회의 대회 최고 기록이 7분대, 6분대인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요시다는 장인걸이 세계최고기록을 경신하지 못한 것을 확인하자 다시 객관적인 입장에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더구나 방송진행자에게 너무 부정적인 언급을 할 경우 일본계라는 사실이 부각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기에 주의를 했다.
“그러면 지금의 기록은 다른 대회였다면 5분 초반대, 또는 4분 후반대의 기록과 비슷하다는 말씀입니까?”
“물론 그런 비교가 의미가 없지만 어쨌든 대단한 기록임은 틀림이 없습니다. 이로써 샌프란시스코 대회는 당장 역대 2위의 좋은 기록을 가진 대회가 되었습니다.”
요시다는 그렇게 좋게 마무리를 지었다. 그렇다고 너무 띄어주는 것은 그의 내심과 어긋나는 것이기에 적절했다. 장인걸은 간단히 몸의 땀을 닦고 방송국에서 준비한 현장의 미녀 리포터와 잠시 인터뷰를 했다.
“일단 우승을 하게 되어 기쁩니다. 초반에 경주가 벌어지게 되어 무리한 질주를 하게 되어 레이스 내내 힘이 들었지만 꾸준한 훈련으로 체력을 비축한 덕분에 그나마 좋은 기록으로 완주한 것 같습니다. 초반 좋은 레이스를 펼친 카라탄 선수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장인걸은 그 정도로 영어로 인터뷰를 하고 난 다음에 한국에서 온 방송국의 기자와도 현장 인터뷰를 짧게 했다.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선발이 된 상황에서 현지의 조건과 비슷한 상황에서 달릴 경우 어떻게 될지 테스트하기 위해 이번 대회에 출전했습니다. 소기의 성과는 충분히 거둔 것 같고 이번 경험을 토대로 하여 준비를 철저히 하여 좋은 성과를 거두도록 하겠습니다. 국민여러분, 팬 여러분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좋은 성과를 거둔 것 같습니다. 모두 건승하십시오.”
인터뷰를 마친 다음 다시 한 번 물을 충분히 마셨다. 대략 3분 15초 후에 2위를 한 선수가 들어오는 것을 보다가 도핑테스트를 위한 샘플을 채취했다.
다른 선수들의 경우에 도핑테스트를 위한 샘플채취에 어려움을 겪지만 장인걸은 달리고 난 후에 그리 어렵지 않게 그 과정을 마쳤다. 그만큼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고 상대적으로 다른 선수에 비해 몸을 혹사시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장인걸은 초반에 자신과 같이 달렸던 카라탄 선수가 25km 지점에서 기권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장인걸에게 뒤처지자 다시 앞지르기 위해 발악을 했지만 점점 속도가 줄었다. 오히려 뒤따라오던 그룹에게 추월을 당하자 결국 완주를 포기하고 말았다.
보스턴마라톤에서 세렝 부가티를, 샌프란시스코에서 카라탄을 보냈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장인걸은 마라톤이 끝난 다음 호텔에 이틀간 머물렀다. 그 기간 동안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절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에 운기조식을 하면서 몸을 풀어 주었다.
운기조식을 할 때도 자리에 누워서 하는 와식 호흡을 했다. 대신에 침대가 아닌 바닥에 누워서 했다. 그렇게 하다가 둘째 날이 되어서야 김석현이 제출한 보고서를 살폈다.
보고서는 대략 30여 페이지에 불과했지만 관련 자료 대부분을 같이 제출했기에 무려 100페이지가 넘어갔다. 장인걸은 보고서만이 아니라 그런 결과를 도출한 근거자료까지 요구를 했다.
내용을 살피던 장인걸은 관계된 다른 사이트를 하나씩 살폈다. 특급호텔답게 업무공간의 대여가 가능했고 거기에서 인터넷을 이용할 수가 있었다.
‘답답하기 짝이 없군. 한국도 아주 빠른 것은 아니지만 넷스케이프에서 비만 계속 내리는군.’ 장인걸은 짜증을 내다가 미소를 지었다. 이런 열악한 네트워크 환경에서 IT 버블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기도 했다. 물론 당장이 아니라 1년 후이지만 그 정도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고속인터넷이 가능할 것 같지 않았다.
일단 경쟁을 할 사이트들을 살폈다. 초기의 유명한 사이트가 망라되어 있었다. 그들에 비해 프리웨이의 각 게시판은 훨씬 세련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사이트들은 특징이 있었다. 페이지가 상당히 허전했다. 그 이유가 바로 속이 터질 것 같은 느린 속도 때문이었다.
“저도 프리웨이 관련 사이트를 들어가다가 답답해서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느린 속도로 어떻게 서비스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미국의 사이트가 8~12초라면 프리웨이는 무려 24초 정도로 두 배 이상 걸립니다. 심지어 용량이 너무 커서 렉이 걸리고 아예 브라우저가 먹통이 되기까지 합니다.”
일단 보고서를 살피고 사이트 검색까지 한 후에 프레젠테이션을 부탁했다. 그러자 김석현 박사가 프리웨이의 과도한 로딩시간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인터넷 전용통신망이 거의 없는 미국의 특성상 대부분의 사이트는 간단한 텍스트 파일만을 서비스했다.
“저도 제가 착각을 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미국의 네트워크 환경을 간과했습니다.”
“그렇기에 현재 프리웨이에서 구현하는 서비스는 미국에서 서비스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DSL이 서비스되어야 그나마 가능합니다. 앞으로 최소 2~3년은 지나야 합니다.”
결국 AT&T의 해체와 그로 인한 미국 IT 산업의 퇴보가 투자의 부재에서 초래되었다는 어떤 보고서가 생각났다. 네트워크 전문회사인 아메리카 온라인(AOL)이 있지만 그들로서는 대대적인 투자를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저 인구 100만이 넘는 20여 개의 도시나 어느 정도 인터넷 서비스가 이루어질 것이지만 그것도 아주 천천히 진행될 것 같았다.
‘이런 가운데 야후나 이베이가 성장을 하고 넵스터가 성장을 한다니 어이가 없군. 한국의 좋은 인터넷 환경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 것이 아쉽군. 아니 내가 제대로 이용하고 특허를 선점하는 방향으로 할 필요가 있어 보이는군.’ 장인걸은 일단 현실적으로 구현이 불가능하다면 나중을 위해 특허라도 선점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상과 현실이 다른 것을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
“에이전트 비용은 사전에 제공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 연구소에서 평가하기에 기술적인 수준은 최고에 도달한 것 같습니다. 제대로 중개만 한다면 미국의 여러 사이트에서 업무제휴를 추진할 것이라 판단이 됩니다.”
“알겠습니다. 기술제휴를 하여 진출하도록 하죠. 로열티를 받거나 지분을 획득하고 기술을 제공하는 등의 방식은 에이전트인 연구소의 판단에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장인걸은 페럴 해런드를 불러서 스탠포드대학의 로한나 기술연구소와 에이전트 계약을 추진했다. 장인걸이 미국에 없기에 페럴 해런드가 장인걸을 대리하여 세부적인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장인걸은 로한나 기술연구소와 에이전트 계약을 마치고 미국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 호텔에서 제공한 브리핑룸을 이용하여 기자회견을 했다.
내용은 그리 특별한 것이 없지만 장인걸은 그 자리에서 미국에서 콘서트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물론 그때가 언제일지 확정을 짓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유명 가수가 아니라 그저 잘 달리는 유망한 마라토너로 인식하는 상황이었다.
장인걸은 프리웨이나 몰리브덴 광산 같은 이야기는 나오지 않자 아직 기자들이 자신에게 크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수인 것도 그리 대수롭지 않게 평가하고 있었다.
‘결국 좋은 노래 몇 개를 골라서 영어로 판을 내는 것도 방법일 것 같군. 한국어로 노래를 불러 성공하는 것도 좋지만 일단 지명도를 얻는 것도 생각해 봐야겠어. 노래가 좋으면 어떻게든 뜰 것이니. 좋은 노래는 팝송도 많이 알고 있다.’ 장인걸은 불현듯이 그런 생각을 했다. 기자들의 인식에는 그저 실력인지 운인지 모르지만 미국에서 개최한 골드라벨 대회 두 개에서 우승한 운 좋은 동양인이 장인걸이었다.
1시간이 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바로 LA로 이동하여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돌아가서 바로 무료 콘서트를 진행해야 했다. 총 5회가 잡혀있었다.
“미국의 보스턴마라톤대회에 이어 샌프란시스코마라톤대회마저 제패를 했는데 앞으로 어떤 대회에 출전할 것입니까?”
김포공항에 도착하자 기자들이 무리를 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따로 일정을 공지하지 않았는데도 알고 있었다.
“올해에는 아시안게임만 출전합니다. 그 때까지 개인적으로 훈련을 하다가 참가를 할 것입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 더위 속에서 달려도 승산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장인걸은 아시안게임 출전을 거론하여 그 쪽으로 관심을 유도했다. 국가대표만큼 관심을 이끌어내기 좋은 소재도 없었다.
“금메달을 자신하십니까?”
“최선을 다해 준비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장인걸은 확실한 대답보다 약간 여지를 두었다. 오만하다거나 너무 자신만만하다는 비난을 받을 필요는 없었다.
“전국 순회공연에 이어 해수욕장을 순회하는 무료공연을 기획했다고 들었습니다. 무슨 이유로 그런 기획을 했고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전국 순회콘서트를 했지만 현장에 오지 못한 분들이 아쉬워하면서 연장공연을 해달라는 요청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다시 콘서트를 하기에는 제가 이번 마라톤 대회에 출전해야 했고 시간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예 ‘한여름 해변 축제’라는 이름으로 총 5개의 해수욕장에서 무료공연을 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모든 비용을 제가 부담하는 것은 아닙니다. 해수욕장을 관리하는 번영회와 광고스폰서들이 행사비용을 대고 저는 노 개런티 공연을 할 예정입니다. 일정은 8월 6일 광안리해수욕장, 8월 8일 해운대해수욕장, 8월 10일 경포대해수욕장, 8월 12일 격포해수욕장, 8월 14일 만리포해수욕장에서 2시간 정도의 공연을 할 계획입니다. 출연하는 가수는 저 외에도 몇몇 분이 있습니다.”
“이러면 수도권이 없는데 아쉽군요.”
“수도권도 고려를 했지만 지방을 우선 배려하기로 했습니다. 나중에 서울이나 수도권은 더 많은 공연을 할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인걸은 수도권에 있는 해수욕장도 알아보았지만 적당한 장소가 없었다. 자칫 행사를 하려고 하다가 교통지옥을 유발하고 사고의 위험도 존재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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