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72
장인걸은 1주일 동안 현지적응훈련을 했다. 매일 한 번 정도 코스를 돌면서 분석하고 익숙해지려고 했다. 설사 코스를 모르더라도 선두에서 차량이 인도를 하고 코스를 설명해 놓은 자료를 분석했기에 크게 걱정할 것은 없었지만 직접 살피다보면 어떻게 달릴지 구체적인 이미지가 형성되었다.
사실 미국에 오기 전날 일어난 몸의 변화로 인해 몸이 전과 확실히 달라졌기에 이기려고 마음만 먹으면 될 정도였지만 겉으로는 뭔가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야 결과가 나왔을 때 다른 사람을 이해시킬 수가 있었다.
그러면서 휴식 시간이 되면 스탠포드대학교에 가서 IT산업 관련하여 각종 정보를 모았다. 전자공학 관련 도서관은 학생이 아니더라도 일반인들도 이용이 가능했다. 그러면서 가끔 로한나 기술연구소의 김석현 박사와 만났다.
“한국과 미국의 문화적인 차이를 고려해야 합니다. 한국인은 미국인에 비해 상당히 욕심이 많습니다. 만능, 다재다능을 아주 좋아하고 한 곳에서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합니다. 인터넷에서도 그런 특성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런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프리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석현 박사는 연구 과제를 수행하다가 장인걸에게 일종의 중간보고를 했다.
“각 게시판은 하나의 독립된 사이트로 운영을 해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겠지만 지금처럼 몽땅 모아놓은 상황에서는 묻히고 맙니다. 한국은 이런 구성이 먹힐 수가 있지만 미국은 안 됩니다.”
그러면서 총 9개 정도의 사이트로 분할하여 론칭해야 먹힌다는 이야기를 했다. 현재는 9개 사이트가 한 곳에 모여 있었다.
“영역을 검색과 뉴스, 이메일 중심의 포털, 음악, 스토리, 게임, 쇼핑플랫폼, 쇼핑몰, 사교클럽, 동영상, 전자결제시스템으로 나눠야 합니다. 그리고 전자결제시스템인 프리페이의 폐쇄성을 없애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감옥에 가거나 엄청난 벌금을 내야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에 차별을 상당히 강하게 처벌한다고 했다. 특히 사적인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에서도 그런 경향이 강하다고 했다. 특히 사업과 관계가 될 경우 법을 엄격히 적용했다.
“신랄하시군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전자결제시스템을 어느 회사에서 이용하고 싶다고 하면 정당한 비용을 부담하는 상황에서는 무조건 허락해야 합니다. 거부하는 순간 공정거래법 위반이 됩니다. 제재를 피하려면 당사자 간에 독점공급계약을 맺으면 되지만 그것도 제소를 하면 무효가 되는 경우도 많고요.”
“그래서 아홉 개로 나눠서 진출을 하라는 것입니까?”
“직접 진출을 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전자결제시스템의 경우에는 외국인이 소유한 법인에게 허가가 나지 않을 수도 있고요.
일종의 여신과 수신의 범주이기에 금융기관으로 분류가 되고 자격조건이 까다롭습니다. 차라리 현지 법인과 제휴하여 시스템이나 기술을 제공하고 운영은 현지인에게 맡기는 것이 좋습니다. 미국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에이전트들이 활동하고 있고 우리도 이 분야에서 상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우리 로한나 기술연구소와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할 경우 적당한 업체를 연결해 줄 수가 있습니다. IT붐이 일면서 자금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좋은 조건에 제휴를 할 수 있습니다.”
김석현은 프리웨이가 미국에 직접 진출하는 것에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사업모델이 토털 마켓을 지향하고 있고 그런 토털 마켓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큰 메리트가 없었다. 미국의 문화 자체가 그런 토털 마켓보다 개별 마켓을 더 선호했다.
“한국의 경우에는 이런 결합구조가 가능하지만 미국은 용납을 하지 못합니다. 뜨지 못한다면 문제가 없지만 뜬다면 가만히 두지 않습니다. 결국 해체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일단 연구한 내용을 정리하여 보고서를 제출해 주십시오. 제가 내일 마라톤을 마친 후에 최초 보고서를 받아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2~3일 내에 정리가 될 것입니다. 내일 연구소에서 기술평가 부분을 건네받고 평가를 해야 최종결론이 납니다.”
장인걸은 김석현 박사가 정리한 내용을 한 번 읽은 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판단이 되지 않았다. 논리적으로는 김석현의 제안대로 현지 업체와의 제휴가 좋아 보였지만 욕심은 그렇지가 않았다.
‘이후에 나올 대부분의 IT업체보다 훨씬 좋은 아이디어를 갖췄고 더 발달된 시스템을 구비한 상태이다. 그렇기에 편리성에서 미국의 업체보다 유리할 수 있다.’ 당장 음원서비스만 해도 넵스터보다도 1년이나 빨리 시스템을 갖추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거기다가 유료화까지 단행한 것은 훨씬 유리했다. 그러니 미련이 남았다. 미국에서 성공할 수만 있다면 한국에서의 성공은 비할 바가 아니었다.
마라톤을 하러 나가는 장인걸은 기대감과 더불어 암담함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길고 긴 마라톤을 하는 것은 항상 두려움에 잠기게 했다. 호텔을 떠나 마라톤을 시작하는 곳으로 이동하는 차안은 고요함이 감돌고 있었다.
장인걸은 몸의 상태를 최상으로 만들기 위해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렇기에 다들 그런 장인걸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호텔에서 20분 정도 달려가자 갑자기 사람이 늘어나고 차량도 증가했고 조금 더 가자 차량의 정체가 발생했다.
차안에서 답답하게 대기하는 것은 몸만 굳어지게 만들 것 같았다. 차라리 이럴 때는 준비운동을 하는 셈 치고 그냥 걸어서 가는 것이 나았다. 대략 1km 정도만 걸으면 되었다. 마라톤 대회를 위한 교통 통제 때문에 심하게 정체가 되고 있었다.
“다 같이 내려서 걸어가죠. 준비운동을 겸해.”
장인걸은 가방을 챙겨들고 자리에서 일어났고 스텝들도 필요한 물건을 챙겼고 경호원들도 차에서 내렸다.
“출발을 하고 난 다음에 우리는 차를 타고 결승점으로 가면 됩니다. 출발하고 난 다음에 연락할 것이니 근처 주차장이나 적당한 곳에 차를 대고 있으면 됩니다.”
일행 중에 가장 영어에 능숙한 황지현이 추후의 일정에 대하여 설명을 했다. 보스턴마라톤대회에서 한 번 경험한 일이기에 당황하지 않고 상황을 정리했다.
차에서 챙길 것은 다 챙긴 일행은 천천히 걸어서 출발점을 향해 갔고 대회본부에 가서 마지막으로 도착한 사실을 보고했다. 엘리트 부는 참가자가 고작 200여 명에 불과했다.
참가자가 1만 명, 2만 명이니 하는 말은 일반부, 즉, 마스터즈 부문에 해당되는 이야기지 엘리트 부문은 아니었다.
엘리트 부문은 공식대회에서 일정기록 이내에 들었어야 출전이 가능했다. 기준도 국내 선수와 외국 선수는 또 달랐다. 보통 국내 선수는 외국 선수보다 10분 정도 기록이 좋지 않아도 참가가 가능했다. 골드라벨 국제대회의 엘리트부의 출전 가능기록은 국제부는 2시간 18분 이내여야 했고 국내부는 2시간 30분 이내여야 출전이 가능했다.
장인걸은 보스턴마라톤대회의 우승자이고 참가자 중에 2위의 기록을 가진 상황이었다. 장인걸이 나타난 것을 알자 기자들이 주변에 모여서 살폈지만 다가와서 말을 붙이지는 않았다.
본부에 가서 최종적인 참가확인을 하고 준비한 음료를 접수하는 작업을 했다. 굳이 음료를 따로 준비할 필요가 있을까 했지만 이원희 코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여 준비했다.
장인걸은 최종 접수 작업을 마치고 몸을 풀기 시작했다. 먼저 물을 한 모금 정도 마신 다음에 천천히 움직이다가 다시 물을 마셨다. 그렇게 예열을 하면서 준비운동을 시작했다.
아직 출발하려면 30분 이상의 시간이 남았지만 그 시간 동안 충분히 몸을 풀어주어야 좋은 기록을 달성할 수 있고 부상을 예방할 수 있었다.
출발장소 주변에서는 이미 먼저 도착한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었다. 장인걸도 한쪽에서 스트레칭을 하면서 몸을 풀어주었고 이원희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다시 한 번 상기시키면서 운동을 보조했고 나머지는 장인걸의 주변에서 조용히 대기했다.
장인걸은 사진으로 봤던 유력한 우승후보 중에 한 사람인 카라탄 선수도 확인했다. 세렝 부가티에 이어 역대 2위의 기록을 가진 선수로 2시간 5분 55초의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세렝 부가티가 2시간 5분 48초의 기록을 가지고 있으니 고작 7초의 차이에 불과했다. 물론 장인걸도 2시간 6분 01초의 기록이니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5분대와 6분대는 엄연히 차이가 있었다.
장인걸은 조용히 기운을 일으켜서 기감을 확대했고 카라탄 선수를 살폈다. 일종의 초음파 스캔을 하는 것이나 비슷했다. 카라탄은 세렝 부가티 선수보다 오히려 기운은 더 강렬했다. 하지만 기운의 강도는 강할지 모르지만 끈질긴 느낌은 그리 없었다.
‘1등 아니면 2등, 그리고 10위권 밖의 성적만 거두었다고 하는데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일찌감치 포기하는 면이 있다고 했던가? 세렝 부가티가 빈민가 출신이라면 같은 케냐인이지만 대농장 주인의 아들이라고 했던가?’ 둘 다 케냐의 대표적인 마라토너이지만 극과 극의 출신 때문에 대비가 되고 있었다. 키도 세렝 부가티보다 5cm 정도 더 컸고 몸도 더 탄탄해 보였다. 신체적인 조건은 세렝 부가티보다 더 좋지만 양자 대결에서는 항상 세렝 부가티가 승리를 했다.
‘굳이 부딪칠 이유는 없지. 이번에도 초반에 질주하여 승부를 결정하도록 하자.’ 장인걸은 카라탄을 살피는 것을 중단하고 스트레칭을 꼼꼼히 하면서 기운을 돌려 몸 곳곳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초반에 질주를 하면 몸에 무리가 갈 수 있기에 기운으로 보호를 했다.
어느 정도 몸이 풀린 것 같아 몇 번 가속을 하다가 멈추는 훈련을 했다.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속도를 내다가 바로 멈추었다. 그렇게 하는 것은 몸에 무리가 가는 행위지만 몸의 감각은 급격하게 고조가 되었다.
장인걸은 준비운동을 다 마치자 천천히 제자리에서 달리는 동작을 하면서 몸이 식지 않도록 하다가 물을 충분히 섭취하여 더운 날씨를 대비했다.
장인걸과 카라탄은 주최 측의 배려로 가장 좋은 자리에서 나란히 출발할 수가 있었다. 장인걸은 출발신호와 함께 빠르게 달려 나갔다. 의외인 것은 카라탄 선수도 장인걸과 비슷한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둘은 출발하자마자 100m를 14초대의 속도를 질주했다. 순간적으로 다른 선수들보다 5m, 10m를 앞서나가기 시작했고 둘은 나란히 달리기 시작했다. 둘 중에 하나가 나가떨어질 때에야 멈출 것 같았다.
장인걸은 일종의 치킨게임을 하자는 듯이 달리는 카라탄을 보면서 한동안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이렇게 무리하게 달려 경쟁에서 승리하더라도 초반질주로 인해 문제가 심각할 수 있어 보였다. 실제로 큰 문제가 없지만 남들 보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장인걸은 대략 300m 정도 달리다가 굳이 고집을 부릴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여 속도를 조금 늦추었다. 그러자 카라탄이 앞으로 나서더니 장인걸의 앞을 막고 달렸다.
‘해보자는 것인가?’ 장인걸은 굳이 초반에 힘을 뺄 이유가 없어 보여 속도를 떨어뜨려 17초대로 달리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5m 이상 차이가 벌어졌다. 장인걸이 속도를 줄이자 카라탄 선수도 조금씩 속도를 늦추었고 대략 5m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
그렇게 1km, 2km를 순식간에 돌파했다. 장인걸은 당장 카라탄 선수를 추월할 이유가 없기에 속도를 유지하는데 주력했다. 초반에 빨리 질주한 상황이라 지금 속도로 달리는 것도 보통의 마라토너라면 버거운 상황이었다.
‘나에게 선두를 넘겨주지 않겠다는 의도가 역력하군. 설사 방해를 하더라도 혼자서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중에 가면 속도의 문제이다. 일단 이 선수를 페이스메이커로 시용한다.’ 장인걸은 조금 속도를 높여서 추격해 갔고 그러자 거리가 가까워지는 것을 아는지 카라탄 선수가 빠르게 도망을 갔다.
‘전에는 세렝 부가티가 쫓아왔다면 지금은 내가 쫓아가는 상황이군. 일단 10km 지점까지 이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자.’ 장인걸은 그 후에 추월할 계획을 세웠다. 초반에 17초대로 달려가는데 카라탄 선수도 잘 달려가고 있었다.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이대로 달려가면 5km 구간 기록에서 새로운 기록을 세울 수도 있어 보였다.
‘4km를 지났는데 고작 11분 08초라니 대단하군. 5km에 14분대의 기록이 나오겠군.’ 장인걸은 이런 비정상적인 레이스를 펼치는 카라탄을 보면서 얼마나 견제하는지 절감할 수 있었다. 선두를 내주어서는 이기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어떻게든 선두를 지키려고 하는 것 같았다.
‘하긴 보스턴마라톤대회처럼 내가 선두로 나서서 도망을 가면 답답하겠지. 더구나 날도 덥고 도심을 달리는 것이라 바람의 영향도 그리 없을 것이니.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바람이 불면 안고 달려도 시원한 느낌을 주니 그리 문제도 아니고.’ 보스턴마라톤대회에 비해 경사는 심하지 않지만 코스의 굴곡이 많고 도로의 폭도 좁은 느낌이 들었다. 보스턴마라톤대회는 거의 일직선인 반면에 샌프란시스코는 아기자기한 맛이 있었다.
마침내 5km를 통과했다. 실로 역대급 기록이었다. 다소 속도를 줄인다고 줄였지만 14분 03초에 카라탄이 통과를 하고 04초에 장인걸이 통과를 했다.
‘이러다가 이번에도 중간에 한 명 골로 보내는 것 아닌지 모르겠군. 그나마 세렝 부가치처럼 위험한 시도는 하지 않을 것이니 부상은 당하지 않겠지.’ 무리하게 앞서 달리는 카라탄을 보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왠지 끝까지 달리지 못할 것 같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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