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73
33. 한여름 해변 축제
장인걸은 옆에서 조잘거리는 장은지를 보면서 머리를 잡았다. 오랜만에 회사에 가서 급한 일을 처리하고 집으로 오니 집에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 공부 잘 못해요. 그렇다고 다른 재주도 없고요. 그래서 아빠하고 담판을 지었어요. 오빠 덕 좀 보겠다고.”
갑자기 만나자고 집으로 찾아와서 그런 말을 하니 어이가 없었다. 그런 말에 뭐라고 말을 하지 못했다.
“그게 매니저라는 거야?”
“매니저가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경영, 다른 말로 쇼 비즈니스라는 것이죠. 일단 매니저부터 시작하겠지만요.”
장은지가 들고 온 고등학교 1학기 성적표는 처참한 것은 아니지만 썩 좋지 못했다. 그것을 당당하게 들이 밀면서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그 일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34명 중에 18등, 허튼 짓을 하지 않고 열심히 학원까지 다니면서 공부했지만 그게 내 한계죠. 학년이 올라가도 더 나아질 것이란 생각이 들지 않아요. 오히려 더 떨어질 것이 뻔해요. 전 머리로 공부한 것이 아니라 엉덩이로 공부했는데 다른 애들은 머리로 공부하다가 엉덩이까지 쓸 것이니 말이에요.”
“알았다. 일단 해 봐.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야. 얼마나 힘이 드는데. 그러면 이번 공연에 스텝으로 따라 다녀봐.”
사촌 여동생이지만 가까운 친척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더구나 친동생인 장인숙보다도 더 가깝게 다가오는 면이 있었다.
“무료공연을 하면 돈은 오빠가 부담하는 거예요?”
“일단 이거를 살펴 봐. 실상은 다른 거니.”
장인걸은 서류 하나를 던져주었다. ‘한여름 해변 축제 계획(안)’이라는 문건이었다. 여기에는 기본계획부터 다양한 수익창출 방안이 적혀 있었다. 말이 무료에 노 개런티 공연이라고 했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었다.
일단 해수욕장 번영회와 히어로기획이 공동으로 공연을 준비할 예정이었다. 각 해수욕장 번영회 명의로 광고 스폰서를 받아 공연준비를 했다.
무대를 만들고 음향설비를 갖추고 백밴드, 백댄서를 비롯한 각종 보조출연자들의 개런티를 지급했다.
공짜 공연을 하지만 축제 기간 동안 제작하는 각종 영상 및 음원에 대한 저작권을 히어로기획이 독점했다. 이걸 얼마 전에 론칭한 동영상 전문 게시판인 프리튜브에 올리고 광고를 유치할 계획이었다. 물론 공연 음원도 프리뮤직에 업로드하여 판매할 예정이기도 했다. 이런 수익도 만만치 않았다.
여기에 히어로기획은 공연기간 전후로 앨범 및 각종 굿즈를 판매할 부스를 운영할 수가 있었다. 사소한 것 같지만 거기서 앨범이 최소 2만 장은 팔릴 것으로 추정이 되고 있었다. 거기에 각종 굿즈의 판매액도 앨범 정도는 될 것 같았다.
장인걸이 다른 서류를 살피는 동안 장은지가 대략 30분가량 30여 페이지에 달하는 계획서를 살폈다.
“1회 개런티 3천만 원, 5회니 1억5천만 원을 포기하고 회당 1억 원, 총 5억 원 정도의 수입을 얻는다는 말이군요. 말로는 무료 공연이지만 실제는 돈을 많이 버는군요. 거기다 유발경제효과도 대단하네요. 공연을 하는 동안 최소 5만 명 정도 추가로 방문을 할 것이고 그들이 10만 원만 쓰면 최소 50 억 원을 그 지역에 남길 거니 말이에요. 다섯 곳이면 최소 250억 원이네요.”
물론 이런 내용이 딱 맞아떨어지지 않아 축소와 과장이 들어 있지만 행사를 진행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이기도 했다.
“계획은 계획일 뿐이지만 어쨌든 나도 손해 볼 것이 없기에 하는 일이야. 말처럼 자선사업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지.”
그렇게 말하고 다시 몇 가지 계획서를 건넸다. 그러자 장은지가 하나씩 살폈다. 공부와 달리 그런 분야에서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은 있는지 이해력이 높았다.
“이번 공연에는 흥아 엔터와 프리웨이도 같이 나서네요?”
“히어로기획만 나서서는 감당이 어렵지. 그들도 노느니 염불을 외워야지. 딴 곳에 하청을 주는 것보다 낫잖아.”
“무슨 경호, 경비원만 100명이 넘게 고용해요?”
“그 정도도 부족해서 자율방범단도 운영을 한다. 필요하면 해수욕장 번영회 차원에서 질서유지요원도 추가 모집할 수도 있어. 잘못하면 현장이 개판되고 말아. 문제가 생기면 망하는 수가 있어. 인근 경찰에서도 총출동을 하여 질서를 유지할 계획이야.”
단순히 무대에서 노래만 부르는 것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 콘서트를 직접 기획하여 운영한 경험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었다.
“현장에서 일을 하게 되면 어떤 특혜도 줄 수 없어. 아마 너를 통제하는 것은 코디인 황지현씨일 거야. 아니면 이원희 코치랑. 어쨌든 두 사람이 시키는 일을 해야 할 거야.”
“알았어요.”
공부 못하는 것이 벼슬은 아니지만 그렇기에 진로를 모색한다니 결국은 도울 수밖에 없었다. 은지와 달리 인숙이는 제법 공부를 하는 편이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장인걸은 뉴스에서 50만의 인파가 모였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광안리 해수욕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발 디딜 틈이 없다고 할 정도로 백사장이 완전히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 50만은 과장이고 백사장에 모인 인원은 최소 절반인 25만은 되어 보였다.
더구나 5m 높이의 수상무대를 만든 상황이었다. 보름달이 뜨는 날이기에 만조 시기는 조금 시간의 여유가 있지만 백사장을 넓게 활용하고 무대를 잘 볼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수상에 만들어야 했다.
무대를 설치할 때는 물이 들어오지 않았지만 공연시간이 되자 무대 아래로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을 고려하여 모든 전기선이나 통신선은 육교를 통해 외부와 연결이 되고 있었다.
또한 무대로 가기 위해서는 좌우로 길게 난 육교를 통해 이동해야 했다. 육교는 물이 차오를 때를 대비하여 무대와 높이가 동일했다.
무대 위에는 밴드가 자리하고 있었다. 문라이트도 이번 공연에 역시 동원이 되었다. 그들은 이번 ‘한여름 해변 축제’ 공연까지 장인걸의 백밴드 역할을 해주기로 한 상황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장인걸입니다. 오늘은 광안리해수욕장 번영회와 저 장인걸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광안리해수욕장 한여름 해변 축제’의 장을 열겠습니다. 음악은 밴드 문라이트가 담당합니다.”
장인걸이 그렇게 외침과 동시에 문라이트가 연주를 시작했고 장인걸이 ‘여름날의 축제’를 부르기 시작했다. 장인걸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백 코러스가 화음을 넣고 백댄서가 등장하여 화려한 무대를 꾸미기 시작했다.
한편 장인걸은 노래를 부르면서 현란한 댄스까지 선보였다. 물론 밴드의 기타리스트들은 격렬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면서 관객들의 흥을 돋웠다.
아울러 노래를 시작하자마자 현란한 조명이 해변의 피서객들을 비췄고 무대 아래에서는 레이저가 곳곳에서 현란하게 반짝였다.
마침내 장인걸의 오프닝 무대가 끝나자 십여 발의 불꽃놀이가 이어졌다. 이런 무대와 불꽃놀이도 해수욕장 측에서 비용을 부담하여 준비를 한 상황이었다. 물론 여러 업체에서도 광고스폰서를 맡아 비용을 부담하고 있었다.
“신인가수 플라우스가 나옵니다. 모두 박수로 맞이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 콘서트 모든 무대에서 오프닝 공연을 맡아서 전국을 순회했습니다. 아주 실력이 좋은 남성 5인조 아이돌 그룹입니다. 모두 박수로 맞이해 주시기 바랍니다.”
장인걸은 오프닝 무대에 서려는 많은 가수가 있었지만 선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역시 콘서트처럼 기존의 플라우스를 무대에 올렸다.
콘서트 무대와 너무나 다른 무대에 오르자 플라우스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20회의 큰 콘서트 무대에 올랐던 경험이 있기에 곧 정신을 추스르고 자신들의 히트곡을 연달아 두 곡 불렀다. 그들도 제법 인지도를 쌓은 상태였다.
그런 다음에 ‘이별의 부산정거장’을 간드러진 목소리로 약간 코믹하게 편곡하여 불렀다. 사람들도 그런 노래에 웃으면서 같이 호응을 해주었다.
이어서 장인걸의 본격적인 무대가 이어졌다. 장인걸은 마지막 콘서트를 할 때처럼 내공을 사용하여 노래를 하기 시작했고 사람의 시선을 모조리 무대로 끌어 모았다.
‘대단하다.’ 장인걸은 요동치는 기의 소용돌이를 느끼면서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콘서트를 할 때도 기의 소용돌이를 느꼈지만 이 정도로 거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수십만 명에 달하는 인파가 내뿜는 혼돈의 기운으로 거대한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었다.
‘모두가 떼창을 부를 때는 그 기운이 엄청나게 증폭이 된다. 이런 기운의 흐름과 공명을 하여 노래를 부르면 그 순간 엄청난 감정의 해일이 사람들에게 몰아치게 된다.’ 장인걸은 너무나 거대한 힘을 접하자 더럭 겁이 났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았다. 조심스럽게 기운을 흘려가면서 적절하게 노래를 불렀다.
“너무나 호응이 좋아 저절로 힘이 납니다. 이렇게 탁 트인 해수욕장의 백사장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것이 정말 영광스럽습니다. 이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모인 곳에서 공연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장인걸은 자신도 모르게 감동을 하고 말았다. 그렇기에 말을 하면서도 정신이 없었다. 더구나 거대한 기운에 휩쓸렸다가 빠져나온 상황이라 멍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장인걸은 중간에 한연희나 다른 가수들도 나와 노래를 부르게 했다. 그렇게 하여 변화를 주기도 했다. 계획에는 두 시간으로 잡혀 있지만 시간을 30분 정도 초과하기도 했다.
장인걸은 콘서트와는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많은 청중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훨씬 강한 혼돈의 기운을 접하게 되었다.
혼돈의 기운이 강해지자 내공을 사용하여 노래를 부르는 것도 훨씬 힘이 들었다. 대신에 그만큼 기운을 다루는 능력은 상승했다. 차츰 그 기운을 이용하여 청중을 휘어잡는 요령까지 터득하면서 자기 맘대로 울리고 웃기는 경지를 터득해 나갔다.
‘그런 거대한 기운을 받아들였지만 변화가 없다. 그저 활용할 수 있는 내공이 조금 증가하는 정도에 그쳤다. 대신에 내공을 다루는 능력은 조금 나아진 것 같다.’ 장인걸은 암벽등반을 하면 아주 잘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벽호공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어지간한 담 정도는 가볍게 타고 올라갈 수 있어 보였다.
‘하긴 물구나무를 서는 것 자체가 그리 어렵지 않다. 한손가락만 짚고도 가볍게 몸을 세울 수가 있으니.’ 장인걸은 호텔 방안에서 벽을 타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벽지에 손바닥을 대고 위로 올라갈 수가 있었다. 그 정도의 마찰력만으로도 몸을 지탱할 수 있었다.
장인걸은 그런 것도 한계가 있자 물건을 가지고 움직이는 연습을 했다. 처음에는 보면서 움직였고 나중에는 뒤로 돌아서 보지 않고 기감으로만 움직였다. 그러다가 좀 더 다양한 방법을 생각하게 되었다.
장인걸은 창에 있는 걸쇠를 해제하기도 했다. 호텔 객실의 창에도 각종 시건 장치가 있었다. 방범창이 달려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침투하는 것이 어렵지 않아 보였다.
‘방범창이 달렸어도 파괴를 하면 침투하지 못할 것도 없지. 단지 그렇게 할 경우에 그 흔적 때문에 난리가 날 수도 있지만.’ 장인걸은 시건장치를 일종의 허공섭물의 원리를 이용하여 해제하는 훈련을 했다. 처음에는 잘 되지 않았지만 차츰 시간이 흐르자 능숙해졌고 거리를 두고, 또는 보이지 않는 가운데 기감에 의지하여 작업을 했다.
‘격공장이나 허공섭물의 원리를 이용하여 물리적인 힘을 가할 수가 있다. 물론 이런 것이 능숙해지면 이기어검의 경지에 도달할 수도 있겠지. 물론 기운을 투사하면 사람의 마혈이나 아혈도 제압이 가능하겠지.’ 장인걸은 직접 손을 대지 않고 물리적인 공격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나 매력적이라서 시간이 날 때마다 연습을 했다. 사실 호텔에 들어가면 알아보는 사람이 워낙 많아 밖에 돌아다닐 수가 없었고 장인걸 혼자 보내야 했다.
그런 시간을 보내는데 그런 것만큼 재미있는 놀이도 없었다. 물론 사람을 상대로 혈도를 제압하는 훈련은 할 수 없었지만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가능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 기운을 뭉쳐서 가격하는 훈련을 했다.
‘이런 훈련을 통하여 외부의 기운마저 통제하는 능력이 상승했다. 몸 안의 기운만 사용한다면 몇 번 사용하면 내공이 고갈되지만 외부의 기운을 사용하고 내기를 회수하여 채우니 기운의 손실이 발생하지 않고 작업이 가능하다.’ 열흘 가까이 외지에 다니면서 훈련을 하니 능숙해졌고 노래를 부르면서도 기운을 능숙하게 다룰 수가 있게 되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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