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75
제이크 파울러의 말에 세바스찬은 맘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일에 연루된 자들은 단순히 이란에 무기를 밀매하고 콘트라 반군에게 자금을 지원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 명목으로 무기밀매를 하면서 대금을 횡령하고 마약이 이동하는 루트를 제공했다. 더불어 그런 사실을 묵인하는 조건으로 엄청난 로비자금이 살포가 되었다.
“알아. 하지만 실제로 이득을 취한 자들은 뒤로 빠지고 진짜 사명감으로 일한 자들만 처벌을 받았어. 그것이 옳다고 보나?”
세바스찬의 말에 제이크 파울러는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그 핵심에 있는 자들을 처벌하지 못한다면 그들이 획득한 수익이라도 국고로 환수해야 했다.
“그보다 프라우가의 시신을 유족들에게 인도했다고? 아울러 일행들에 대한 출국금지를 모두 해제하고?”
“그렇습니다. 아마도 귀찮은 일을 피하기 위해 입국금지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으로 건너와서 소송을 진행하지 못하도록 아예 막을 것 같습니다. 변호사를 선임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야 적당히 뭉개면 되고요. 바하마에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말입니다. 현재 작전에 참여한 대원들은 규정위반으로 기소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조세핀 국장의 지시를 탈렉스가 수행했다고 봅니다.”
“베넷사라는 비서는 어떻게 되었어?”
“아는 것이 별로 없을 것 같다는 전망입니다. 자금에 관해서는 누구도 알지 못할 것이라고 봅니다. 프라우가 자신이 직접 관리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라엔데 프라우가는 아들이 하나 있는데 베넷사가 상속자의 법정후견인이라고 합니다. 공개된 재산은 상속이 되겠지만 숨겨진 재산은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프라우가의 공개된 재산은 클라만 은행의 지분과 부동산을 합쳐 대략 1억 달러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프라우가가 관리하던 조직에 대한 것은 알려진 것이 없나?”
“겉으로 관련이 없지만 어지간한 마약조직과 다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조직이 산하조직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오히려 클라이넌트와 거래하는 조직을 추적하는 것이 더 빠를 것입니다.”
“프라우가가 죽은 상황인데 그쪽은 뭔가 반응이 없나?”
“프라우가가 죽은 사실을 공개하지 않아 최근에야 알았을 것입니다. 혹시라도 특별한 움직임이 없는지 살피고 있지만 별다른 것은 없습니다. 워낙 드러나지 않게 움직이는 자들이라 알기 어려울 것이지만요.”
“그보다 에메랄드 호텔의 협조를 받아 프라우가 일행이 머물렀던 객실에 대한 수색을 한다던데 특별한 것은 없었나?”
“한 달 전에 머물렀던 상황이라 특별한 것은 없었습니다. 그 사이 투숙객이 무려 여섯 명이나 머물렀습니다. 투숙객에 관련된 정보는 이름과 국적 정도만 알 수 있어 별도의 조사를 했습니다. 조사 결과 투숙객은 라엔테 프라우가와 연관이 없는 자들로 판단이 됩니다.”
그러면서 투숙객에 대한 설명을 했다. 그들과 프라우가와 접점을 찾기에는 쉽지 않았다.
“이 선수가 보스턴마라톤대회의 우승자라고? 이름이 장인게올인가? 아시안의 이름은 읽는 것도 어려워. 언제 머물렀나?”
“프라우가가 체크아웃하고 1주일 후, 세 번째로 들어가서 11일 동안 머물렀습니다. 가장 길게 머물렀습니다. 객실에 대한 정밀수색을 한 결과 특별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변기 물속이나 화장실 천장에 숨긴 다거나 하는 것을 기대한 것도 아니고.”
세바스찬은 마약을 숨기거나 다른 것을 숨길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다. 빼돌리려고 한다면 어떻게든 빼돌릴 수 있었다.
장인걸은 광안리 해수욕장을 시작으로 해운대 해수욕장, 경포대 해수욕장, 격포 해수욕장, 만리포 해수욕장에서 ‘한여름 해변 축제’를 진행했다.
경찰은 다섯 번의 공연동안 42만 명의 관객이 공연을 봤다고 추산했고 해수욕장 번영회와 언론은 광안리 30만, 해운대 40만, 경포대 25만, 격포 10만, 만리포 20만으로 무려 총 125만 명이 공연을 봤다고 추산했다.
어쨌든 엄청난 인원이 공연을 봤고 공연을 전후하여 평시보다 방문객 수가 확실히 증가했다. 내년에도 다시 한 번 공연을 하자고 하면서 헤어졌지만 기약이 없었다. 장인걸의 인기가 지금보다 상승하면 그런 공연을 할 이유가 없었고 인기가 사라지면 해수욕장에서 공연에 협조할 이유가 없었다.
“개런티는 받지 못했지만 행사 기간 동안 적지 않은 수익이 발생했습니다.”
앨범도 1집부터 3집까지 각각 5만 장 정도가 현장에서 팔렸다. 예상한 것 이상으로 판매가 되었다. 거기에 화보를 비롯한 티셔츠, 각종 악세세리 등의 굿즈도 준비한 물량 대부분 매진을 기록했다.
“돈돈만 해도 만족인데 수익이 났다니 다행입니다. 무형의 이익을 생각하면 엄청난 성공이군요.”
“순수익만 무려 7억 가까이 됩니다. 거기에 전국 각지에서 팔린 앨범은 추산하지 않았으니 훨씬 더 많은 수익이 났을 것입니다. 거기다 해수욕장에 왔던 사람들에게 알린 것만 해도 대단할 것입니다. 3집 싱글에 들어간 노래가 TV출연을 하지 않아도 모두 1,2위를 했습니다. 중간에 노래가 바뀌었지만 무려 7주 가까이 됩니다.”
민수길은 보고서를 들고 와서 ‘한여름 해변 축제’의 결과를 보고했다. 매출액이 아닌 순수익이 그런 정도로 났다니 기대한 것보다도 더 높았다.
“이제 행사도 큰 것 아니면 들어오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서울은 최소 300만원, 지방은 500만 원은 되어야 말이라도 붙여 보는데 그런 행사는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장인걸이나 히어로기획은 호황이라고 하겠지만 여전히 경제위기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행사를 치를 때에 긴축을 하여 조촐하게 치렀다. 축제도 가급적 실용적으로 치르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나마 장인걸이 기획하여 치른 ‘한여름 해변 축제’가 이례적인 일이었다.
“당분간 휴식을 취하도록 하죠. 쉬면서 방송에 나가고요.”
장인걸은 그동안 바쁜 일정 때문에 가요프로그램에 나오라고 해도 거절하고 나가지 않았다. 일정이 비더라도 방송국 사이의 형평성을 맞춰야 하기에 출연을 거절했다.
“나는 집에서 푹 쉬도록 하죠. 워낙 다녔더니 어디든 움직이기가 싫군요. 미국에 같이 갔던 사람들도 휴가를 주고요.”
다른 직원들은 장인걸이 미국에 가 있는 사이에 휴가를 다녀왔지만 그들은 쉬지를 못했다. 그러니 이번에 길게 휴가를 주기로 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방송은 3사를 다 돌 것입니까?”
“MTV가 맘에 들지 않지만 한 번은 출연하기로 하죠.”
장인걸은 그들과 각을 세우는 것은 그리 좋지 않기에 일단 다 나가기로 했다. 대신에 KTV와 STV는 심야 프로그램에도 하나씩 더 나가기로 했다. 그 정도 차별은 둘 수 있었다. 만일에 연말시상식도 KTV 연기대상과 MTV 가요대상이 겹치면 연기대상은 처음이라는 핑계를 대고 KTV로 갈 예정이었다.
“스텝들이 휴가를 가면 흥아 엔터에서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정도는 가능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죠. 방송국이라면 안에 들어가서는 사람이 그리 필요한 것은 아니니까요. 로드와 코디만 하나 붙여주면 됩니다.”
장인걸은 특별하게 무대를 꾸밀 계획은 없었다. 그저 MR을 틀고 노래만 할 계획이었다.
장인걸은 프리웨이 마케팅본부장을 맡고 있는 안정만 이사의 업무보고를 받고 있었다. 그동안 프리웨이가 발전하는데 그의 공이 적지 않았다.
내용은 많았지만 문제가 될 내용은 없었다.
“제가 얼마 전에 천명그룹 비서실에 들어갔다가 거기서 이철식 회장의 아들인 이만손을 만났습니다.”
갑자기 이만손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장인걸도 당황한 표정이 되었다. 프리웨이가 포털로 국내 제일이라고 하지만 천명그룹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하긴 이 시기가 천명그룹 황태자인 이만손이 e-천명을 주장하면서 설칠 때이긴 하군. 그 덕분에 얻은 별명이 만손이 아닌 마이너스의 손이란 별명이지.’ 잠깐 그런 생각을 하다가 안정만을 보았다.
“프리웨이에 관하여 이것저것 물었지만 일단 저는 마케팅과 영업만 담당을 하기에 잘 모른다고 답을 했습니다. 분위기를 보니 거기도 포털을 비롯하여 인터넷 관련 사업을 시작하려는 것 같습니다.”
“그래요? 하긴 위기를 넘긴 그룹들이 인터넷 관련 투자를 한다고 공시하는 빈도수가 증가하는 것을 보면 그럴 가능성이 높군요. 더구나 신정부에서 경제의 활로를 정보통신분야, 특히 인터넷으로 잡고 투자를 한다니 말입니다.”
“들리는 소문에 천명그룹에서 무려 1천억 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한다는 소문입니다. 특히 천명SDI가 주축이 된다고 합니다.”
“자금은 천명전자에서 대겠군요. 운용은 소프트웨어를 담당하는 SDI가 나을 것이니 말이에요.”
“대기업에서 투자를 하면 우리가 상대가 될지 걱정입니다. 자금을 대고 인재를 끌어 모으면 우리도 위험할 것 같습니다.”
“쉽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프로스포츠를 보면 답이 나옵니다. 포털을 만들어도 자기 회사의 홍보채널로 이용할 것이기에 홈페이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쇼핑몰을 만든다고 해도 자기 회사 제품만 취급할 것입니다. 누가 광고를 돈 내고 시간 내서 보려고 합니까? 그런 마인드로 접근하면 망합니다.”
대기업에서 달려들지만 적자만 나는 상황이 벌어지자 결국 대부분의 기업이 철수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중에 국내 제일의 포털도 대기업에서 포기한 후에야 제대로 성장을 하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각 통신사에서 만들었던 각종 포털도 통신사 홍보 홈페이지 역할에 충실하다가 이용자가 급감하면서 1위나 2위의 포털에 인수가 되었다.
“어쨌든 그들이 투자를 하면 인터넷 관련 산업의 저변이 넓어질 것이니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보면 됩니다. 대신 우리는 1위를 수성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보다 혁신적이고 보다 좋은 서비스를 하면 됩니다. 우리는 이미 그 기반을 갖춘 상황입니다. 아무리 대기업일지라도 우리만큼 서버를 각추고 우리만큼 개발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안정만 본부장은 대기업의 참여를 우려하고 있지만 장인걸은 오히려 대기업이 참여하면서 전개될 인터넷 대전이 기대가 되었다. 그들이 풍부한 자금력으로 인프라를 만들고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기대가 되었다.
그들이 경쟁을 포기하고 철수하면 그 기반을 흡수하여 프리웨이의 성장 동력으로 이용하면 되었다.
장인걸은 서울 집으로 가족들을 불렀다. 아버지가 새로 산 승용차로 식구들을 데리고 올라왔다. 다른 곳으로 휴가를 가는 것보다 집들이를 겸해서 자신의 집에서 같이 보내기로 했다.
“맛있는 것을 많이 먹자고요. 전국에서 맛있다고 하는 것은 다 가져왔으니까요. 며칠 푹 쉬면서 맛있게 먹으려고요.”
장인걸은 워낙 바쁘게 1년을 보내었다. 그것을 알기에 가족들도 장인걸이 집에 머무는 것을 이해했다.
“요새는 집안일도 바쁘지 않죠?”
“바쁜 일은 없지. 전에야 소를 키웠지만 지금은 그런 것도 없고. 가축이 집에 있으면 거두어 먹여야 하니 꼼짝을 못하고. 개도 있으면 마찬가지라 아예 없앴어.”
“참, 저번에 논과 밭을 산다고 하시더니 샀어요?”
“작년에는 융자를 받아야 했는데 값이 떨어져 가진 돈으로 살 수가 있더라. 작년에 샀다면 땅을 치고 후회했겠지.”
장재현이 그렇게 말을 했는데 회귀 전에는 그런 일이 벌어졌다. 그로 인해 이자를 내느라 엄청나게 고생을 하기도 했다. 지금은 바닥에 샀고 그러니 빚도 없었다.
“이제 더 사지 말고 가진 것만 농사를 지어요. 논농사는 농사짓는 사람이 없으니 임대해서 지으면 되고요.”
“그럴 생각이다. 모낼 때와 추수할 때 조금 힘이 들지만 논농사가 가장 편한 것 같아. 농약이야 아예 맡기면 되는 일이고.”
“그렇게 하세요. 저도 많이 버는 편이니 먹고 살 걱정은 없어요. 그런데 할머니는 어때요?”
할머니는 도착하자마자 피곤하다고 방에 드러누웠다. 몸이 떨리고 결리다고 해서 전기장판을 켜고 온도를 낮추기 위해 에어컨마저 작동을 시켰다.
“기력이 점점 떨어지는 것 같다. 병원에 가도 특별한 방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당신도 나이가 이제 있으니”
“연세가 많으니 어쩔 수가 없죠. 괜히 올라오시라고 하여 기력이 떨어지니 마음이 편하지 않네요. 조금 있다가 제가 안마라도 해드려야 할 것 같아요.”
장인걸은 그간 일종의 의술을 배웠지만 주변에 건강한 사람만 있어 사용할 일이 없었는데 할머니가 아프다고 하니 기공술을 사용하기로 했다.
물론 잘못하면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가 있으니 처음에는 약하게 할 생각이었다.
“어서 와.”
장인걸네 식구가 올라온다고 하니 큰집 식구도 몰려왔다. 큰아버지는 퇴근을 하지 않았기에 나중에 오기로 했고 집에 있는 세 식구가 같이 찾아왔다.
“요즘 어떻게 보내? 공부는 좀 해?”
은지에게 민기의 소식을 들었지만 그저 비난만 하는 경향이 있어 상황을 물었다. 자신이 잘 되었지만 그로 인해 민기가 비교되는 것이 조금 미안했다.
“집 근처 도서관에 다니고 있지. 학교에 다니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학교에서는 아는 애라도 하나 만나면 노닥거리다가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많이 생기고. 내가 너랑 안다고 말하지 않았는데 은지 때문에 애들에게 알려져서 다음 학기가 걱정이다. 은지가 내 동생이라는 것을 아는 애들이 있으니.”
“한 학기만 고생하면 군대로 가는 것 아니야?”
“빨리 갔다 와야지. 네가 가수하여 인기 얻는 것은 그리 부럽지 않은데 마라톤해서 메달 따면 군대 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엄청나게 부럽다.”
“메달을 따야 안 가는 것이지. 아직은 몰라.”
“어쨌든 열심히 해서 금메달 따라. 은지, 저것은 어때? 연예사업인지 쇼 비즈니스인지 한다던데, 일은 잘 해?”
장인숙하고 뭔가 신나게 한쪽에서 수다를 떨고 있는 장은지를 가리키면서 물었다.
“패션 센스가 있다고 하더라. 옷을 고르는 감각도 있고. 화장도 꽤나 잘 하고. 일찌감치 미술을 했으면 좋을 것 같다고 하던데. 노래는 부르지 못해도 듣는 귀는 있는 것도 같고. 이쪽 일을 하면 괜찮게 할 것 같아. 나중에 경영관련 부분만 조금 공부하면 잘 할 것 같아.”
“평소에 여우 짓을 하는 것 보면 잘 하겠지. 앞으로 애를 어떻게 도와줄 거야? 아무리 그래도 학교도 다녀야 할 텐데.”
“당분간 팬클럽 관련하여 일을 맡길까 생각 중이야. 그러면서 주말에 행사를 따라오라고 하거나. 배워야 할 것도 많고.”
“부탁한다. 노래는 못하는데 듣는 귀는 있어 보이니.”
민기의 말에 장인걸은 그저 미소만 지었다. 둘이 만날 티격태격 싸워도 동생을 걱정하고 있었다.
장인걸은 저녁 식사 후에 조용한 시간에 할머니에게 가서 안마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살살 하면서 몸을 살폈다. 외부에 존재하는 혼돈의 기운은 너무나 거친 면이 있기에 자기 몸 안의 기운을 사용했다. 그렇게 하면 내공이 소모되지만 운기조식으로 채우면 되었다.
‘기력이 딸린다는 것은 몸 안에서 기력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신체가 노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잠력을 촉발시키면 그것은 오히려 수명을 단축시키는 행위이다.’ 장인걸은 기운을 북돋우기 보다는 자신의 기운을 보내 생명력을 부여하려고 했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몸을 주무르면서 제 기능을 못하는 신체부위를 회복시키려고 했다.
‘경혈을 자극하면 활기를 되찾을 것이지만 그렇게 하면 모자란 기력마저 뽑아 쓰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렇기에 먼저 기운을 최대한 채워주어야 한다.’ 장인걸은 더 이상 기운을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기운을 몸에 담은 다음에 임독양맥을 천천히 자극해 나갔다. 몸이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고 그와 더불어 몸 안에 가득 채운 기운이 빠르게 소진되기 시작했다.
‘다행히 임독양맥과 12경락이 재건되었다. 이 정도면 2~3년은 더 사실 수 있어 보인다. 다시 한 번 기운을 채워주고 내일 한 번 더 안마를 하면 나아지겠지.’ 노화를 했지만 완전히 회복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어서 경혈의 재건이 가능했다. 장인걸은 다시 한 번 몸 안에 기운을 채운 다음에 자기 방으로 가서 운기조식을 했다. 오랜만에 거의 기운이 고갈될 정도로 내공을 사용한 것 같았다.
“오늘은 우리 인걸이를 봐서 그런지 몸이 아주 좋아. 아픈 곳도 거의 없고.”
아침 일찍 일어난 할머니의 눈빛은 전과 달리 맑아 보였다. 또한 구부정한 것은 여전하지만 허리도 상당히 펴진 상태였다.
“아침이니 어젯밤처럼 다시 안마를 좀 해드릴게요.”
그렇게 말하고 장인걸의 할머니의 몸을 살폈다. 임독양맥과 십이경락을 살피자 전날보다 나빠져 있고 몸 안의 기운도 절반 가까이 소진이 되어 있었다.
장인걸은 전날 했던 것처럼 다시 한 번 과정을 되풀이 했다. 그러자 전날 저녁보다도 경락의 상태가 훨씬 나아졌고 받아들일 수 있는 기운의 양도 많아졌다. 그렇기에 기운이 고갈될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남의 몸을 치료하는 행위는 처음이지만 이렇게 하면서 인체에 대한 이해가 훨씬 높아졌다. 그나마 인경이나 세라의 상태를 살피고 기운을 전이시켜 주었던 것이 크게 도움이 되었다.’ 다시 기운이 채워지자 식곤증이 온 것처럼 할머니가 편안하게 잠이 들었다. 장인걸은 조용히 일어나서 방을 나섰고 할머니는 한 시간 정도 자다가 일어났다.
‘다섯 번 정도 치료를 하니 나아졌지만 그 이후에는 그리 큰 효과가 없었다. 물론 다른 치료법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너무나 위험하다. 나중에 위독하다면 몰라도 지금은 할 때가 아니다.’ 할머니의 몸을 낫게 하려면 근육이나 경락이 아닌 근골을 다스려야 하는데 그것은 장인걸의 능력 밖이었다. 인위적으로 환골탈태를 시켜야 가능했다. 자신도 환골탈태를 하지 못한 상황인데 남을 그렇게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추궁과혈을 하는 정도였다.
‘이 정도라도 회복한 것으로 만족하자. 더는 욕심이다.’ 장인걸은 자신의 역량으로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기에 그 정도에서 그쳤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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