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76
34. 마검과 살객
장인걸은 모처럼 안광현 회장과 단 둘이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안광현 회장이 꼭 만나자고 하여 은밀하게 약속을 잡고 동정홍에서 자리를 만들었다.
같이 식사를 하면서 그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주로 장인걸이 했던 마라톤이나 콘서트에 관한 이야기였다. 물론 안광현 회장이 태명주류를 인수하고 사업을 확장한 것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천광상사도 경제위기이지만 오히려 사업을 확장하고 있었다. 그간 사업을 견실하게 운영한 덕분에 상황이 꽤나 좋았다. 업소들이 어렵지만 구조조정을 통해 군살을 없애기도 했다.
“파레스 호텔이라고 들어는 봤을 것입니다.”
“동대문 쪽으로 가다 보면 있는 신축 호텔이군요. 외관은 다 완성을 하고 개장준비를 하는 것 같더군요.”
“맞습니다. 거기 사거리까지가 잠정적으로 우리가 관할하는 구역입니다. 그 너머는 명륜당에서 관할을 합니다.”
“거기는 맹물이라는 자가 관장한다고 민지훈 사장에게 들었던 것 같은데요.”
“거기에 자리 잡은 것이 맹물 송상천입니다. 외곽조직이고 적당히 상납을 하니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파레스 호텔이 들어서면서 복잡하게 이권이 얽힌 상황입니다.”
이권이 얽혔다면 결국 명륜당에서 넘본다는 의미였다. 큰 사거리 주변에는 번화가도 많았고 구역 간의 경계인 곳이 많았다. 그렇기에 조직들 사이의 분쟁도 그런 사거리 주변에서 발생했다.
“파레스 호텔을 신축할 때의 주인은 천인기업이었지만 상황이 좋지 않아 작년 초에 한국 하여트 호텔로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문제가 없었는데 얼마 전에 하여트 파레스 호텔의 주인이 다시 한 번 바뀌면서 파레스 호텔이 되었습니다.”
“주인이 누구인가요?”
“한국 하여트 호텔마저 부도가 날 상황에 처하면서 명동의 박장군이라는 사채업자가 인수를 했습니다. 대표야 바지를 내세웠지만 실질적인 주인은 박장군입니다.”
박장군이라는 사채업자는 문성학보다는 그리 유명하지 않지만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움직였다. 별명이 박장군인 이유는 밀리터리 룩 마니아로 가짜 장군복을 입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가 운영하는 자금이 대충 5천억 원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살객 임치형과 친하다고 들었는데 사실입니까?”
“그렇습니다. 문성학 회장은 명륜당과 별개의 세력으로 움직이지만 박장군은 명륜당의 비호를 받으며 움직입니다. 그가 인수한 후에 맹물을 무시하고 명륜당의 애들을 끌어들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하에 파레스 클럽과 프랑스와즈라는 단란주점을 열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주류도 종로 쪽에서 공급받는다는 입장입니다.”
“주류회사도 일종의 구역이 있는 것이 아닙니까?”
“무자료 거래가 아니면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꼭 우리 천광주류에서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암묵적인 룰을 깨는 일이라 우리에게 명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충돌이 일어나면 우리가 불리한 상황이라 곤혹스럽습니다. 전력 자체가 우리의 배는 되는 실정이라서 버겁습니다.”
주먹세계에서 한 번 밀려나면 그 이후에 일어날 일은 뻔했다. 그렇기에 자신의 구역을 사수하지 못한다면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가 있었다. 사소한 것 같지만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저항을 하실 생각입니까?”
“그럴까 합니다. 여기서 꼬리를 마는 순간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니 말입니다. 그는 우리가 태명주류를 인수한 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명륜당의 두목인 박갑술 회장이 행동대장인 살객을 제어하지 못하고 있는 편입니다.”
아무리 조폭이 기업형으로 바뀌어도 두목, 조직부장, 행동대장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중요한 순간에 가면 직급을 무시하고 그렇게 불렀다.
“마검과 살객에 대하여 들은 것이 있습니다. 마검은 두목이 될 기회가 있었지만 양보를 했고 살객은 두목이 되려고 했지만 오히려 밀렸다고 말입니다.”
“맞습니다. 그 이야기는 뒷골목에서는 유명한 이야기죠. 박갑술 회장은 주먹도 잘 사용하지만 조직부장 출신입니다. 그렇기에 조직이나 사업관리에 뛰어나고 정관계에 두루 인맥이 좋습니다. 살객이 아무리 힘으로 누르려고 했지만 결국은 대세에 밀려 물러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벌써 10년 전의 일이고 살객은 지속적으로 자신의 세력을 키운 덕분에 힘이 커졌습니다.”
박갑술 회장이 살객보다 나이가 두세 살 많은 편인데 박갑술 회장은 나이가 60대로 보이고 살객은 40대로 보이고 있었다. 박갑술 회장은 나이가 많으니 은퇴를 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지만 살객은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현재 살객은 박갑술 회장을 제치고 명륜당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이었다. 박갑술 회장이 은퇴를 한다면 누구도 막을 사람이 없었다. 아마도 이번 일을 기회로 하여 안광현 회장을 희생양으로 삼아 명륜당의 보스가 되려는 것 같았다.
“승산이 있습니까?”
장인걸은 광현이파가 명륜당을 상대로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기에 가능성을 물었다.
“사실 거의 없습니다. 적당히 다투다가 중재를 받아 타협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살객은 자신에게 도전한 자들을 그냥 두지 않습니다.”
“패배하면 어떻게 됩니까?”
아마도 부회장인 차태근이나 마찬가지의 처지가 될 것이고 그것은 장인걸에게도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다른 조직에 중재를 부탁하면 어떨까요?”
“마검에게 부탁을 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자기 힘이 없으면 옆에서 도와주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안광현 회장의 말에 장인걸은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방법이라면 기운을 내보이고 힘으로 누르는 것인데 그렇게 한다고 해서 호락호락 들을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다른 방식으로 장인걸마저 처리하려고 나설 것 같았다.
‘공권력을 동원하여 음해를 하려고 나설 것이다. 마검은 주먹의 도리를 알지만 살객은 자객의 품성을 지니고 있다. 그냥 깨끗이 정리하는 것이 최선이다.’ 장인걸은 그나마 지금은 CCTV가 그리 많지 않은 시절이라는 것에 조금 안도를 했다. 정 문제가 되면 장충동에 있는 살객의 집에 쳐들어가서 정리하면 그만이었다. 복면을 하고 쳐들어가서 그냥 불구를 만들어 버리면 되었다.
조폭이 불구가 되면 더 이상 그 바닥에서 버틸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강제 은퇴식이라고 하여 인대를 자르는 경우도 많았다. 종종 잔인하게 팔이나 다리를 자르는 경우도 있었다. 육체적인 강함을 기반으로 하는 주먹세계에서 불구가 되면 끝이었다.
‘혹시 몰라 마태욱에게 마검이나 살객에 관한 자료를 받아둔 것이 다행이군. 지금 알려달라고 했다면 의심을 받았을 것인데.’ 장인걸은 일단 먼저 나설 상황은 아니기에 가만히 있었다. 아마도 최후의 순간 하나의 보험을 들어놓으려는 생각에 만나자고 한 것 같았다. 장인걸이 살객 임치형을 막아준다면 상황을 반전시킬 수도 있었다.
“그럴 일은 없었으면 하지만 결정적인 상황에서 한 번 나서주었으면 합니다. 물론 그것이 어려울 것이지만요.”
“고려는 해보겠습니다. 원만하게 해결이 되었으면 합니다. 하지만 개입해도 대세를 뒤집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명륜당에 비하면 광현이파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적대하는 것은 파멸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하지만 꼬리를 말면 다른 자들마저 우습게보고 물어뜯으려고 달려들 것이니 물러날 수도 없었다. 안광현 회장은 곤혹스러운 상황이라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동서특수금속의 인수가 마무리되었다. 모든 부채를 승계하고 주주와 임원의 연대보증을 해제해 주는 조건으로 5억 원에 지분 100%를 인수했다.
대표나 임원들은 회사를 정리하고 싶어도 부채에 대한 연대보증 때문에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외환위기로 인해 부실채권이 발생하여 한순간에 자본잠식이 발생하고 외환의 가치상승으로 원자재 구입이 어려워 1년 이상 제대로 조업을 하지 못하니 적자가 급속도로 커졌다.
“설비보수를 마무리하여 조업을 정상화시켜야 합니다. 원광석이 쌓여 보관할 곳도 없다면서요.”
“발주를 주어 이미 대부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작업자도 기존 직원을 불러들이고 신규채용까지 하여 설비만 갖춰지면 언제든지 투입이 가능합니다.”
양진광업개발의 유청림 사장이 동서특수금속의 대표까지 겸임하기로 했다. 그렇게 되면서 채굴과 제련이 하나의 과정으로 사실상 통합이 되었다.
“제련 후 생산물 기준으로 일일 50톤을 달성해야 목표한 수익이 발생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현상유지에 급급한 상황에 몰릴 수가 있습니다.”
장인걸은 앨범을 내고 콘서트를 하고 해변축제를 하여 돈을 꽤나 벌었지만 워낙 투자가 많아 현금이 부족한 실정이었다. 어떻게든 빚을 내지 않고 막았지만 차질이 발생하면 수습이 쉽지 않았다. 그러니 서둘러야 했다.
“채굴은 어렵지 않습니다. 제련이 문제인데 일주일 후에 수리한 라인의 안전검사가 통과되면 바로 조업을 할 것입니다.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장인걸은 2년 안에 최대한 조업을 하여 출하를 하고 IT버블이 터지는 순간이 오면 출하를 하지 않을 계획이었다. IT 버블붕괴는 실물 경제에도 영향을 미쳐 유가하락과 각종 원자재 가격의 폭락을 불러왔다.
“잘 부탁을 드립니다. 백제화학부터 양진광업개발, 동서특수금속의 운명은 하나가 되었습니다. 시의적절하게 일이 진행되지 않으면 심각한 상황에 봉착할 수 있습니다.”
장인걸은 그렇게 말하고 더 채근하지 않았다.
“그보다 중국에서 받은 T/T는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중국의 경우에는 L/C 거래도 안전하지 않아 아예 T/T송금을 받은 다음에 몰리브덴을 선적하고 있었다. 우후죽순으로 세워지는 철강회사에서 사용하는 몰리브덴의 수요가 많아 중국은 대량으로 수입을 하고 있었다. 중국의 철강 산업이 성장하면서 한순간에 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처지가 바뀌고 말았다.
“대금의 절반 정도 환전한 상황으로 자금에 숨통이 트였습니다. 이번 달 말에 정상적으로 정산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제련한 몰리브덴의 영업은 백제화학에서 담당하기에 판매한 몰리브덴의 대금은 백제화학에서 환전하고 채굴경비와 제련비용을 정산해야 했다.
광산의 소유자는 장인걸이고 광산개발을 위탁받은 것은 백제화학이며 양진광업개발이나 동서특수금속은 채광과 제련을 하청 받은 상황이었다.
프리웨이는 마침내 회원수가 1천만 명을 넘어섰다. 생긴지 1년이 되지 않았는데 그 정도의 회원이 가입한 것은 실로 기적 같은 일이었다. 이는 그간 지속적으로 무료 이메일의 효용성을 광고한 것과 ‘학교가 좋아’의 히트에 힘입은 바가 컸다.
최근 학교가 좋아는 40대 이상을 공략하여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그들이 프리웨이에 가입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처음에는 학교가 좋아를 하려고 프리웨이에 가입했지만 이제는 다른 것까지 사용하려고 했다.
게임이나 소설 같은 분야는 얼리 어답터를 끌어들이는데 도움이 되지만 실제 확장성은 그리 크지가 않았다. 100만 명을 가입시킬 때는 게임이나 소설이 효과적이었지만 일반인을 끌어들이는 면에서는 크게 기여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가입자의 40%는 미성년자입니다.”
“오히려 좋습니다. 그들이 자라면서 어른이 되고 주요 고객이 될 것입니다. 어린 고객이 나이든 고객보다 훨씬 낫습니다. 더구나 학생들은 컴퓨터에 익숙한 층이라 확장성이 큽니다.”
양지원은 절반 가까운 인원이 미성년자라는 사실을 걱정했지만 장인걸은 오히려 그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그들은 구매력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특정 아이템, 게임이나 음원은 어른보다 더 구매를 많이 하는 면도 있었다.
‘복수 아이디 발급을 한다면 회원수가 순식간에 세 배까지 뻥튀기가 가능하지만 굳이 그렇게 할 이유가 없지. 더구나 프리페이의 계정을 만들려면 실명확인과 금융기관의 계좌가 필요하니.’ “프리페이 계정은 얼마나 가입을 했죠?”
“150만 명이 가입을 했습니다. 미성년자도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은 경우에 가입이 가능하기에 15만 명 정도가 가입했습니다. 현재 게임이나 음원, 유료연재, 온라인쇼핑몰을 사용하는 인구가 그 정도입니다.”
프리페이는 무조건 계정을 발급하는 것이 아니라 실명확인 같은 별도의 가입절차를 거쳐야 사용이 가능했다. 일종의 프리미엄 회원이라고 할 수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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