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79
“최종적으로 명륜당의 박갑술 회장을 만나서 담판을 지을 것일세. 물론 바로 부딪치면 감정이 상할 것이니 강남의 마검 최용섭 사장을 통해 일을 처리할 것일세. 그것이 문제가 없어 보여. 그쪽과 문제도 없을 것이고.”
“어느 정도 알릴 것입니까? 척하면 다들 뭔지 알아차릴 것인데 말입니다.”
“일단 장 사장과 먼저 이야기를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안광현 회장은 자신이 맘대로 결정한 상황이 아니기에 장인걸을 만나서 의견을 들어 볼 예정이었다.
“신중해야 합니다. 자칫 일이 커져 피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파레스 호텔의 건보다 훨씬 더 심각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보안을 유지할 수 없다면 조용히 묻는 것이 낫습니다.”
돌아가는 상황이 너무 심각하기에 선뜻 동의를 하지 않았다.
장인걸은 마태욱을 만난 후에 최유림의 연락을 받았다. 안광현 회장이 만났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리하여 전에 만났던 중화요리집인 동정홍이라는 곳을 방문했다.
“서울 시내가 난리가 아닙니다. 암중에서 이후에 일어날 일을 가늠하면서 숨을 죽이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전면적인 조직들 사이의 힘겨루가로 번질까 걱정입니다.”
“살객 임치형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겠지요.”
장인걸은 그 정도만 언급을 했다. 더 언급하는 것은 사족에 불과했다. 마태욱을 보더라도 아무런 언급이 없지만 자신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런 일을 감행할 능력을 가진 사람은 자신이라고 믿는 것 같았다.
“골치 아픈 문제는 일단 일단락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리는 불가피합니다. 직접 만나면 감정이 격해질 수가 있어 마검 최용섭 사장을 통할까 합니다.”
“깨끗이 정리하는 거야 당연하죠. 일단 최 사장님을 제가 먼저 만나볼까 합니다. 그대로 두면 그도 귀찮게 조사를 하러 나설 것이니 굳이 그런 일을 초래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그 후에 회장님이 나서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살객 임치형의 경우 모진 면이 있어 치고 올라오는 사람을 두고 보지 못합니다. 전에 우선출이도 찾아가서 무릎을 꿇고 빌다시피 해서 겨우 살아남았습니다. 마검도 그런 면이 없지 않으니 이번에 교통정리를 해야 합니다.”
장인걸은 자신의 정체를 마검에게 드러내는 것에 대해 심사숙고를 했다. 드러내지 않으면 마검도 추적할 것이고 그러면 마검까지 정리해야 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어려울 것은 없지만 귀찮았다. 차라리 적당히 타협하는 것이 번거로움 피할 수 있었다.
살객에 이어 마검까지 제거하면 암흑가에 힘의 공백이 발생하여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었다. 일단 상황을 안정시키려면 마검이 필요했다.
장인걸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위협적인 존재가 숨어 있다면 어떻게든 찾아내서 정리하려고 할 것이고 그럴 바에는 만나서 굳이 대립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좋았다.
“가까운 시일 내에 약속을 잡아서 만난 후에 이야기가 잘 되면 연락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장인걸은 마검의 반응이 좋지 않으면 정리할 생각마저 하고 있었다. 물론 대립할 생각을 못하도록 자신의 강함을 드러낼 생각이었다.
마검 최용섭은 살객에게 일어난 일로 인해 골치가 아픈데 장인걸에게 만나자는 연락을 받자 거절할까 했지만 그 위상이 만만치 않기에 만날 약속을 잡았다.
“뭔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것 같군요.”
식사를 마치고 주변의 사람이 모두 물러나자 최용섭이 용건을 물었다. 장인걸은 어떻게 수습을 하는 것이 최선일까 고민을 했고 비밀의 일부를 마검 최용섭에게 공개하기로 했다.
“안광현 회장과 어제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파레스 호텔의 일로 인해 저번에 만나기도 했는데 그 건에 대한 이야기도 했습니다.”
순간 마검 최용섭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장인걸과 안광현 회장이 파레스 호텔의 일을 논의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 단 한 가지 경우라면 가능하지만 그것은 너무나 비약이 심한 것 같아 망상으로 치부했었다. 하지만 지금도 일말의 의심을 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사실로 확인시켜 주었다.
“안광현 회장이 위기에 처했을 때 약간의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조선시대 검계를 구성하는 자들은 상당수가 사대부나 사대부 집안의 서자들이었지만 왈패들의 일에 개입을 하기도 했습니다. 왈패들의 세가 커지면 종종 사대부의 권위를 넘보는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물론 검계에 속한 자들도 혈기를 이기지 못하고 힘자랑을 하려는 자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어쨌든 어둠의 세력이 뚫고 나오지 못하게 억제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장인걸은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고민하다 검계의 유산을 얻은 것으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그 방향으로 이야기를 구성했다.
마검도 무예를 익힌 것 같으니 검계 정도는 알 것 같았다. 검계라고 해도 워낙 알려진 것이 없고 그 정체도 불분명했다. 그렇기에 그렇다고 하면 증명할 길도 없었다.
“차태근이나 우선출이를 정리한 사람이 장 사장이란 말이군요. 그걸 밝히는 것을 보니 이번에 살객에게 일어난 일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이대로 방치를 하면 더 큰 분란이 일어날 것 같아 검계의 방식으로 정리를 했습니다.”
검계의 방식이란 왈패들 중에 분수에 맞지 않게 행동을 하는 자가 있다면 은밀하게 제거하는 것을 의미했다. 검계의 검객들은 주로 시전 상인이나 권력자의 비호를 받으면서 암중에서 활동을 했다. 호위무사들이나 사병들은 대부분 검계 출신이 많았다.
“하긴 살객 임치형이 욕심이 많고 한 번 물면 놓지를 않는 면이 있습니다. 나도 언제 당할지 몰라 긴장을 하고 있던 실정입니다. 더구나 저번 일이 있고 장 사장의 정체를 알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기도 했고요. 그것도 문제가 된 것 같군요?”
“위험이 내 코앞까지 다가오도록 놔둘 수는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더구나 일련의 조치가 나를 노리는 면도 있는 것 같고요. 방법이 없다면 모르지만 손쉬운 방법이 있는데 가만히 당하고 있는 것은 멍청한 짓이죠. 그동안 살객 본인도 그런 식으로 일처리를 많이 했고요.”
장인걸은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기운을 갈무리하지 않고 그대로 개방했다. 물론 기운 전부가 아닌 일부만 개방했다. 그렇게 하자 마검 최용섭의 얼굴에 공포가 어렸다. 전부가 아니어도 그 기운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장인걸이 바로 조절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실신할 정도였다.
“적당히 천광상사 안 회장님을 압박하면 장 사장의 정체가 드러날 것이고 그러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뭔가를 했을 것입니다. 그것을 알기에 장 사장이 먼저 손을 본 것이니 결국 자업자득일 것 같군요. 그렇지 않아도 이대로 가면 언젠가 한 번 난리가 날 것 같았는데 이렇게 정리되었으니 다행입니다.”
마검 최용섭은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것 같았다. 혹시라도 반발할까 걱정이었는데 그나마 다행이었다.
“저는 세상일이 절대선도 절대악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적당히 부조리한 일도 세상에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렇기에 현실 자체를 부정하지 않고 적절한 수준의 통제만 된다면 굳이 적대할 생각이 없습니다. 남들이 어떻게 하건 제 안위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 문제 삼지 않을 것입니다.”
장인걸은 다소 모호한 말로 마검 최용섭에게 자신의 입장을 전달했다. 직접 부딪치지만 않는다면 적당히 타협하면서 공존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살객 임치형이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명륜당도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할 것입니다. 물론 명륜당에 동조한 자들에 대한 정리는 필요하겠지만요. 내가 관여할 입장은 아니지만 적당히 중재를 하여 더 이상의 문제는 없도록 하지요. 당사자인 안광현 회장이 나설 수는 없는 일이니.”
장인걸은 굳이 자신의 정체를 감춰달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알아서 할 것 같았다.
“낭중지추라고 가만히 있고자 하는데도 눈에 보이니 어쩔 수 없이 개입하게 됩니다. 저는 최 사장님에게 원하는 것도 없습니다. 그저 원만하게 협조하면서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저에게 직접적인 위해만 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장인걸은 이권을 노리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괜히 그런 곳에 발을 담가 어려움을 자초하고 싶지 않았다. 이번에 개입을 했지만 평상시에는 약간 거리를 둘 계획이었다.
“사람이라는 것이 힘이 없으면 아무리 자존심이 상해도 참을 수밖에 없는데 힘이 있는 상황에서는 조금만 부당하게 대접받으면 참지 못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제 선에서 문제가 없도록 조치를 하지요.”
마검 최용섭은 장인걸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에 그렇게 대답을 했다. 지금까지도 수많은 상전을 만나서 뒤치다꺼리를 해왔는데 또 다른 상전이 하나 더 생긴 것이 맘에 들지 않았지만 운명이려니 하는 생각으로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안광현 회장의 연락을 받은 마검 최용섭은 약속장소에 나왔다. 회 접시를 앞에 두고 둘 다 마주 앉아서 달리 말을 하지 않고 식사를 하면서 소주만 한 병씩 마셨다.
“무섭더군요.”
“맞습니다. 느낌상 총을 사용해도 상대하기 어려울 것 같더군요. 저도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지만 그냥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굳이 대립각을 세워 괜히 속 썩일 필요는 없는 거죠.”
둘은 그렇게 말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주먹세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자신들보다 강자가 나타나니 착잡했다. 적당히 강하면 숫자로 밀어붙인다고 하지만 숫자가 무의미한 상대였다. 더구나 돈과 명성을 가진 존재이니 다른 수단을 쓰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번 일을 정리해야 하는데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마검 최용섭의 말에 안광현 회장의 표정도 그리 좋지가 않았다. 점점 장인걸에게 예속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만큼 장인걸의 사회적인 위상이 높아진 면도 있지만 실질적인 힘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었다. 장인걸이 예의를 갖추고 존중을 해주지만 그것은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지 실질적인 역학관계는 상하관계로 기울고 있었다. 이제는 부탁을 하면 단순한 부탁이 아니라 명령으로 받아들일 상황이 되었다.
“지금 상황에서 원칙대로 처리가 된다면 달리 명륜당에 요구할 생각은 없습니다. 뭔가를 얻어낸다고 해도 지킬 능력도 없고 그것이 득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내부적으로 반기를 든 자들을 정리하는 것만 해도 버겁고요.”
안광현 회장은 이 번 사건을 빌미로 하여 왕창 뜯어낼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포기했다.
“파레스 호텔에 대한 권리는 천광상사에 있는 것으로 하죠. 아울러 이번 분란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의미에서 박장군도 일정부분 양보하도록 하죠.
지하 나이트클럽을 비롯한 지하 쪽의 업장 운영권을 10년 동안 박탈하도록 합시다.”
“그 정도라면 만족합니다. 표면적으로 충돌이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 그 정도로 마무리를 짓죠. 명륜당이 공식적으로 나선 것도 아니고요.”
안광현 회장도 일이 커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 정도라면 적절한 응징이었다. 더 많은 것을 얻어도 원한만 커졌다.
“일을 키우면 자칫 명륜당의 내부 분열을 키울 수도 있습니다. 명륜당이 터지면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서울이 개판이 되고 말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경찰과 검찰의 개입을 불러오고 다들 피를 보게 됩니다. 10여 년 전 ‘범죄와의 전쟁’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모두가 괴롭게 됩니다.”
10여 년 전의 일이지만 그 일로 인해 다들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하루아침에 한 지역을 주름잡던 조폭이 사리지고 그렇게 되니 한순간에 힘의 균형이 무너져 주먹세계의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하고 말았다.
그 결과 조폭이 기업으로 변신하기 시작했고 흔히 바지 사장을 내세워서 몸조심을 하게 되었다. 몇 단계 거쳐서 조직을 관리하니 앞에 나선 자들만 처벌을 받게 되고 몸통은 건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 쪽에는 이쪽의 정보를 흘리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우리 쪽에도 함구를 할 것이고 말입니다.”
“알려서 좋을 것이 없지요. 괜히 망둥이 같은 녀석이 나타나서 설치다가 일만 커질 수가 있죠.”
사람은 호기심을 가진 존재였다. 그렇기에 의심부터 하는 자들이 존재했고 그런 자들은 꼭 직접 시험을 하려고 했다. 그 결과가 치명적일 수가 있지만 겁도 없이 달려드는 자들이 있었다.
그런 자들은 인생의 참교육이 필요했다. 그렇게 하다보면 자신의 경솔함을 탓하기 전에 남 탓을 했다. 그런 버릇을 고치려면 아예 그럴 기회조차 주지 않아야 했다. 그래야 무서움을 알고 준동하지 않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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