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80
“성격을 보니 귀찮은 것은 참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적당히 치밀하고요.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단호하게 처리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우리도 거기에 맞춰야 할 것 같습니다.”
마검의 말에 안광현 회장도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일단 이번 일은 조용히 수습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 사장님이 중간에서 정리를 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서로 감정이 상하지 않는 범위에서 일을 마무리했으면 합니다.”
“이번 일이야 어떻게든 수습이 되겠지만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박갑술 회장도 물러나야 할 상황인데 이렇게 되면 명륜당이 둘이나 셋으로 갈라질 수 있고 그러면 주변까지 휩쓸려 일이 커질 수가 있으니. 그것마저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명륜당은 종로와 명동이 중심이지만 동쪽으로는 청량리까지, 서쪽으로는 신촌까지 하나로 이어져 있었다. 그동안 살객 임치형의 영향력이 막강하기에 반기를 들지 못했지만 그가 사라지면 상황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주변의 다른 세력마저 숟가락을 내밀면 수습불가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고.”
마검 최용섭은 안정을 원하지만 상황은 그런 방향이 아닌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기에 걱정이 많았다.
마검 최용섭은 명륜당의 보스 박갑술 회장을 방문하기 전에 먼저 살객 임치형을 먼저 방문했다. 살객은 정신이 들자 응급조치만 취한 후에 병원에서 퇴원하여 집에 있었다. 외과적인 처치 외에 따로 치료할 것도 없었다.
“정신이 들었나 보군.”
살객 임치형은 양손에 기브스를 하고 꼼짝도 못하는 모습이었다. 삼엄한 경계를 하고 있지만 그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었다.
“어떻게 된 것인지 묻지 않는 것을 보니 제 상태를 아는 것 같습니다. 참, 소문이 빠른 것 같습니다.”
“제대로 당했어. 공력이 전부 사라져 평범한 사람이 되었고 팔마저 손을 써서 움직이지 못하는 것 같은데···.”
“잠결에 당해서 어렴풋이 누군가 왔던 것 같은데 그 이상은 기억이 없습니다. 정신차려보니 공력이 전폐되었고 팔도 인대가 작살이 나서 몇 달은 꼼짝도 못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선출이를 손 본 사람의 소행으로 보입니다.”
살객 임치형도 대략적으로 상황을 짐작하고 있었다. 곰곰이 자신을 손 본 존재를 따져보니 결론이 났다. 자신과 안광현이 대립하는 상황이니 당연한 귀결이었다. 자신이 그런 꼴을 당할 것이라 추호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지금의 상황이 되었다.
“맞네. 자네가 욕심이 과했어. 거기다 계속 뒤를 팠다면서? 파레스 호텔의 일을 핑계로 천광상사 안 회장을 압박하면 튀어나올 것으로 생각했겠지만 오산일세. 자네라면 그 수가 뻔히 보이는데 그냥 당해? 그냥 밟아 버리지.”
“상대의 실력도 모르고 만용을 부린 업보이니 자업자득이죠. 내 처지에 당하면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할 상황이고. 형님이 온 것을 보니, 그 쪽에서 무슨 요구를 했습니까?”
마검 최용섭이 움직인 것은 단순한 병문안이 아니었다. 일종의 중재를 하려는 것 같았다. 잘못에 대해 책임을 져야 했다.
“크게 원하는 것은 없어. 이미 자네는 이미 응징을 당했고. 명륜당이 조용히 파레스 호텔에서 손을 떼는 정도이지.”
“혹시 만났습니까?”
“만났는데 상대할 엄두가 나지 않아. 이쪽 세계에 욕심이 없지만 자신을 귀찮게 할 소지가 있다면 언제라도 움직일 생각이 있다더군. 자네가 계속 치고 들어오는 것이 거슬린 것일세. 그보다 자네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제 깨끗이 물러나서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아 보이는데. 뭔가 이상한 짓을 하려고 하면 병풍 뒤에서 향내를 맡아야 할 거야.”
“이런 몸으로 여기 있을 수는 없겠지요. 떠나도록 하지요. 이제는 갑술이 형의 처분을 기다리는 처지가 되었으니.”
“빨리 떠나도록 하게. 지금 박 회장님을 만나서 말을 잘 해둘 것이니 최대한 빨리 서울을 떠나게. 자네와 내가 처음 만났던 그곳으로 가는 것이 그나마 안전할 것 같네. 애들까지 데리고 가지 않아도 될 것일세. 우리 같은 사람은 지난날의 업보가 있어 말년이 편안하지 못해. 새끼들도 마찬가지이고. 나야 그것이 무서워서 없이 살고 있지만.”
마검 최용섭은 약점이 된다고 아예 결혼을 하지 않았고 그러니 당연히 아이도 없었다. 물론 뒤로 어떨지 모르지만 호적에는 그러했다.
“그저 모든 것을 묻고 떠나게. 그게 자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이야. 이 바닥의 사람들이 다 그렇게 떠나갔어.”
보기 좋게 은퇴를 하는 사람보다 패배하여 초라한 모습으로 떠나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물러나지 않겠다고 발버둥 칠수록 끝은 더 비참한 것이 이 바닥의 생리였다.
“애들은 조용한 곳으로 이사를 시키게. 다들 그렇게 하니. 물론 연락도 하지 말고. 관계가 드러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이 바닥 생리야 잘 알 것이니.”
마검이 뒤를 봐주겠다는 말이니 그나마 안심이 되었지만 하루아침에 그런 처지가 되니 기가 막혀 더 이상 말도 못했다.
네 사람이 하나의 탁자에 둘러 앉아 있었다. 모두 긴장한 표정이었다. 굳게 입을 다물고 말을 하지 않았다.
“일단 사실관계부터 정리를 하도록 하죠.”
마검 최용섭은 세 사람을 보면서 이야기를 했다. 승자와 패자가 한 자리에 모인 상황이었다. 분위기가 좋을 수 없었다.
“임치형 사장이 임의적으로 천광상사의 권리를 침해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 부분은 인정하시죠? 물론 박갑술 회장님이 지시한 일은 아니라 임치형 사장의 독단적인 행위이겠죠?”
마검 최용섭은 명륜당의 입장을 고려하여 모든 행위를 임치형의 독단으로 정리했다. 그것이 정리하기 쉬웠다.
“내가 지시한 일은 아니지만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알고 있었소이다. 우리 쪽에서 부당한 행위를 한 사실에 대해서는 응분의 책임을 질 것이요.”
박갑술 회장이 아예 몰랐다는 식으로 부정을 하지 않았다. 몰랐다고 하면 그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그러면 다시 싸우자는 이야기였다.
“당사자인 임치형 사장이 변을 당해 거동이 어렵게 된 마당에 명륜당에 별도의 책임을 묻기도 애매한 것 같습니다. 그 문제는 박갑술 회장님이 천광상사의 안광현 회장님에게 적절한 수준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매듭을 지었으면 합니다.”
사전에 이미 두 조직 간의 보상 문제는 이야기가 된 상황이라 그 자리에서 밝히지는 않았다.
“그러면 이제 문제가 된 파레스 호텔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박광천 회장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그 자리에 사실상 끌려온 사채업자 박장군 박광천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지만 선뜻 말을 하지 못했다. 하여트 호텔의 사주에게 사채를 빌려주었다가 경제위기가 발생하여 받지 못할 상황에 처하자 담보로 잡은 것을 인수받은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 호텔이 위치한 곳이 자신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지역이라 명륜당의 실력자인 살객 임치형게게 도움을 요청했다. 적당히 중재를 부탁하려고 했는데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서 꼬드기자 동조를 했는데 일이 틀어져 지금 상황이 되었다.
그로서도 그냥 이름만 빌려준 것이나 마찬가지이지만 모든 사건의 시작점이자 명분을 준 것이니 책임을 면하기 어려웠다.
“이번 분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아예 몰랐다면 모르지만 반쯤 주먹세계에 발을 담고 있는 박 회장님이니 잘 아실 것이라 봅니다. 10년간 지하층의 운영권을 안광현 회장님에게 양도하시지요. 그 정도는 해야 이번 일에 대해 책임을 졌다 할 것입니다.”
“운영권이라 하면 무상으로 빌려주라는 말입니까?”
박광천 회장의 표정에 곤란하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사채업자라고 하여 굴리는 돈이 다 자신의 것은 아니었다. 일종의 투자자의 돈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것에 불과했다.
“임대료는 시중의 수준으로 부담을 할 것입니다.”
무상으로 임대를 하면 좋겠지만 그렇게 하다가는 역으로 당할 수가 있었다. 그것은 타인의 재산을 강탈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었다. 시중의 가격으로 임대를 한다는 것은 최저의 임대료만 지불하겠다는 의미였다.
“그렇게 하지요.”
박광천은 마지못해 결국 동의를 했다. 살객 임치형이 변을 당한 상황에서 저항을 하는 것은 화를 초래할 소지가 컸다. 자칫 살객 임치형과 비슷한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아울러 명륜당은 추후에 절대로 파레스 호텔의 일에 관여하지 않아야 하고 만일 관여한다면 이번 건의 중재를 맡은 나도 관여할 것입니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마검 최용섭은 자신의 이름을 내세워서 일종의 중재를 했다. 중재라는 것이 일종의 권위를 내세운 강제조정을 의미했다.
“이번 사태는 천광상사의 권리를 명륜당과 박광천 회장이 침해한 것이고 그에 대하여 책임을 지도록 중재를 한 것입니다. 제대로 이행을 해야 할 것입니다.”
최용섭의 선언에 박갑술이나 박광천은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전쟁을 한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명분에서 뒤졌다. 전쟁을 한다면 살객 임치형도 없는 상황에서 천광상사와 마검을 동시에 상대해야 했다. 당장 힘으로도 열세였다.
“우연한 기회에 고대의 공부를 익힌 사람과 인연을 맺게 되었고 가끔 도움을 받아 왔습니다. 사실 이번 일이 터졌을 때 워낙 막막한 상황이라 하소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상황이 잘 정리되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모쪼록 앞으로 의가 상하지 않도록 잘 지냈으면 합니다.”
내내 말이 없던 안광현 회장이 입장을 밝혔다. 서로 감정을 상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이지만 은근히 배후를 거론하여 언제든지 무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협박을 하면서 합의된 내용을 성실히 이행하라고 압박하고 있었다.
마태욱은 입이 근질거리는 것 같지만 끝까지 묻지 않고 돌아가는 상황을 알려주었다. 민지훈도 마찬가지로 일절 언급이 없었다. 그저 외부에 알려진 내용만 언급했다.
맹물 송상천이 재빨리 잠적을 했지만 결국 꼬리를 잡혀서 모든 것을 다 토해내고 강제은퇴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이번 일에 동조한 자들도 모두 같은 처지가 되었다.
명륜당과 리버사이트 파, 천광상사가 나서서 수배를 하니 도망간 자들이 숨을 곳은 없었다. 더구나 마태욱의 수하들이 움직여서 그들을 감시하던 상황이었다.
차태근부터 우선출, 송상천까지 천광상사의 주요 인물 절반 정도가 물갈이가 되었다. 그런 전력의 유출에도 큰 문제가 없이 버티는 것은 민지훈이나 마태욱의 실력이 높아지면서 뒤를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민 사장님 쪽에서 파레스 호텔의 클럽 운영권을 확보했다는 말씀이군요.”
“우리가 그 지역까지 관장하는 상황이니 그것이 효율적이라 판단한 것 같습니다. 호텔의 실제 주인인 박장군도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그 정도 양보를 했고요.”
민지훈이 맹물의 구역까지 관장하게 되면서 구역이 배는 넓어지게 되었다. 그로 인해 사업의 규모도 배는 커진 상황이었다. 목이 좋고 장사가 잘 되는 곳은 인수하고 좋지 않은 곳은 아예 폐점을 하여 수익성을 개선했다.
‘이거 일종의 내 몫이라는 말인가?’ 호텔 지하의 각종 상가의 운영권을 안광현 회장이 가지지 않고 민지훈에게 준 것은 뜬금없는 조치였다. 결국 그 권리가 안광현 회장에게 있지 않기에 알아서 내놓은 것이기도 했다.
“축하합니다. 잘 준비하여 멋진 클럽을 만들기를 바랍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끝이 좋으면 모든 것이 좋다고 하니 잘 운영하면 될 것입니다.
문제가 되는 일은 하지 말고요.”
장인걸은 굳이 내색을 하지 않았다. 말로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다. 지금 정도 혜택을 받으면 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마 실장이 사실상 거기로 근거를 옮기고 전반적으로 관리하기로 했습니다. 조사부 애들도 그만큼 확장할 생각인데 어떻습니까?”
일종의 장인걸 직속의 정보조직을 만들겠다는 말이었다. 장인걸의 지분을 인정하여 그런 방식으로 돕겠다는 제안이었다. 장인걸에게 돈을 직접 건네는 것은 불가능했다. 차명으로 건넬 수도 있지만 외부에 드러나면 탈이 날 가능성이 컸다. 장인걸의 의중을 묻고 있었다.
“그것도 좋겠군요. 그렇지 않아도 제 사업이 커지니 정보가 필요해서 업체에 조사팀을 만들었지만 그런 일에 서툴러 소문이나 모으지 진짜 중요한 정보는 얻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하던 참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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