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81
장인걸에게 주어진 권리이지만 달리 행사할 방도가 없었다. 그런 식으로 필요할 때 정보를 획득하고 골치 아픈 일을 해결해 준다면 돈을 받는 것보다 훨씬 더 도움이 될 수 있었다.
“태양용역을 시장조사 전문기관으로 만드는 것도 방법일 것입니다. 한 번 사람을 모집하여 정비할 필요도 있습니다.”
겉으로 멀쩡한 업체로 만들고 뒤에서는 진짜 정보를 수집하는 정보팀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도 방법이었다. 일단 클럽의 수익 중에 장인걸의 몫을 전부 투자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양질의 정보를 수집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하려면 머리가 있어야 하는데 가방끈이 짧아서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마태욱이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말을 했다. 시장조사를 하는 것은 전문가나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조사의 설계, 분석은 전문가가 필요하지만 조사원은 전문가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석·박사 두세 명, 컴퓨터 전문가 두세 명만 있으면 됩니다.
시스템만 갖추면 저절로 돌아갑니다.”
결국 흥신소인 태양용역은 시장조사 전문기관으로 체제를 바꾸기로 했다. 물론 그 이면에서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작업은 계속 수행하기로 했다. 이에 대하여는 장인걸도 도울 수 있으면 돕기로 했는데 이는 장인걸의 입맛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저번에도 말했지만 사채업자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저들이 점점 몸집을 불리고 돈을 만지면 독립하겠다고 나설 것인데 걱정입니다.”
민지훈의 말에 마태욱도 동조를 하면서 상황을 설명했다.
“사채시장에 돈을 꾸러오는 자들이 신출내기들인데 그것도 문제입니다. 보통은 고정적으로 사채시장을 이용하는 자들이 찾아오지만 지금은 멀쩡한 사업가나 자영업자가 사업이 어려워지니 사채시장으로 오고 그러니 돈만 있으면 누구나 사채를 한다고 날뛰고 있습니다.”
마태욱이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걱정을 했다.
“더구나 야쿠자나 삼합회랑 통하는 자들이 사채시장의 양아치들에게 자본을 대주는 상황이라 앞으로가 걱정입니다.”
그들이 돈을 벌면 그 이득을 전주들에게 넘겨야 하는데 그만큼 이득을 외국의 조직이 가져가면 암흑가만이 아니라 한국 경제까지 악영향을 미쳤다.
“이러다가 사채시장 때문에 조직들도 문제가 될 것입니다. 조직들의 기반이 사채업자들에게 피해를 보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고 결국 아귀다툼이 벌어질 것이니 말입니다.”
장인걸의 말에 민지훈이나 마태욱도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조직은 돈이고 결국은 돈이 움직이는 사채시장을 노리고 조직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장인걸은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난감하기도 했다. 거리를 두려고 하지만 당사자 문제가 되고 있었다.
장인걸은 최유림이 만나자고 하여 나갔다가 웃고 말았다. 대놓고 웃을 수는 없어 웃음을 참느라 곤욕이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
“그러게. 주의를 기울인다고 했는데 일이 이렇게 되고 말았다. 식을 올릴 처지는 아니라서 얼마 전에 양쪽 집에 다녀왔고 신고도 마무리를 지었다.”
“회사일, 집안일에 한동안 걱정이 많았겠습니다.”
동거하는 여자가 애를 가져 배는 불러오는데 조직은 강적과 언제 전쟁을 할지 모르는 상황이니 똥줄이 탔을 것 같았다. 더구나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는 실정이니 자신이 죽으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렸을 것 같았다.
“그러게 말이야. 잘 해결되었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도 불안에 떨고 있었겠지. 적당한 시점이 되면 다른 곳으로 옮겨갈 생각이다. 실장님에게 물어보니 일선 영업소장 정도는 할 수 있다고 하더라.”
장인걸이 음식점에 가자 배가 불룩한 여자랑 최유림이 같이 있었다.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인사는 덤이고 허풍쟁이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장인걸과 친하다고 했는데 같이 만나는 것을 보지 못하니 결국 허풍쟁이가 되었고 애까지 생겨 신고까지 하자 겸사겸사 인사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잠시 여자가 화장실에 가자 내막을 물었고 그런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형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요?”
“대충은 알지. 정진씨도 이쪽 일을 하는 편이고.”
일단 그 정도만 알고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화장실에 갔던 여자가 자리로 돌아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요즘 회사일은 바쁘지 않아요?”
장인걸은 아무것도 모르는 동네 후배의 모습을 연출했다. 최유림이 일반 회사에 다니는 사람처럼 대하고 있었다.
“그저 그렇지. IMF 사태인데 어디나 다 똑같지. 밤늦은 시간까지 일하고. 더구나 과속으로 인해 식도 올리지 못하고 신고부터 했고.”
최유림이 진담 반, 농담 반으로 상황에 대한 푸념을 했다. 최유림의 처지에서 애를 가지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니 원하지 않는 상황으로 보였다.
결국은 실수이거나 애 엄마의 의지라고 판단이 되었다. 상황을 보면 여자의 선택으로 보였다.
“오늘은 내가 계산할게요. 전에 자주 얻어먹었으니.”
장인걸도 예절바른 고향후배처럼 행동했다. 굳이 아는 척을 할 필요는 없었다.
“저, 사인 좀.”
어떻게 보면 사인 요청을 하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장인걸은 홀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김기현 과장에게 신호를 보냈고 그러자 앨범을 준비하여 룸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자 최유림의 부인이 아는 체를 했다.
“어머, 일행이었어요?”
화장실을 다녀오다가 홀에서 식사하는 일행을 본 것 같았다.
“혼자 다닐 수가 없어 항상 같이 다닙니다.”
이런 자리는 공개적으로 갖는 자리이기에 굳이 감출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여 같이 나온 자리였다. 그렇게 하는 것이 문제가 없어 보였다.
앨범에 사인을 해주자 좋아하는 것을 보면서 슬슬 자리를 마무리했다. 그러면서 위험한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할 방도가 없는지 고민했다. 그 바닥을 아예 벗어나게 하는 것은 어렵지만 안전한 자리로 가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마검 최용섭은 껄끄러운 상대인 사채업자 박장군, 박광천을 마주하고 있었다. 적당히 사태를 수습한 상황인데 무슨 이유인지 마검에게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이번 일에 관해서라면 더 이상 거론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정도에서 수습이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더 이상의 분란은 없었으면 합니다.”
마검은 먼저 선을 그었다. 혹시라도 결정된 상황에 불복하여 문제를 만들려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박장군은 돈도 많지만 그 휘하에 전국구 조직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상당수의 친위조직을 거느리고 있었다.
사채업자이니 채권의 추심을 하려면 당연히 힘을 쓰는 사람이 필요했다. 막장에 몰린 사람이 찾아가는 곳이 사채업자였다. 그런 자들을 상대로 빚을 받아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나도 그 정도 판단은 하고 있소이다. 여기서 내가 반발하면 살객과 같은 꼴을 당할 것이란 것을, 그 일의 배후가 어떻게 되는지 언질이라도 받고 싶은 것이요.”
마검 최용섭은 그 말에 바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 사실을 알고 있다면 이미 상당부분 내막을 파악한 것으로 보였다.
“공권력은 아니요. 주먹 세계의 일이요. 그 정도라면 무슨 의미인지 알 것이요. 박 회장이 완전한 주먹세계의 사람이었다면 임 사장이 당한 화를 피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쓸데없는 호기심으로 귀찮은 일을 초래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박광천은 마검 최용섭의 말에 안도하기보다 뭔가 아쉬워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런 모습에 마검은 영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사채업자라서 그런지 의심만 많았다.
‘이놈도 참 문제가 큰 놈인데.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봐야 아는 놈인가? 진짜 호된 꼴을 당해봐야 무서움을 알 것 같은데. 설마 밑에 거느린 놈들을 믿는 것인가?’ “이번 일은 하기 전에 귀찮은 일이 생길 것은 임 사장에게 듣기는 했소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것은 상상도 못했소이다. 상황이 그렇게 전개되니 양보는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내막은 알아야 할 것 아니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요? 그래야 나도 조심하고 대비할 것 아니요?”
살객 임치형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 대충 상황을 설명했고 그 정도는 해결할 능력이 있다고 판단해 일종의 동업을 했지만 예상 밖의 전개가 되니 울며 겨자 먹기로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결국은 자신이 당했다는 생각이 들고 처한 상황을 벗어날 방도를 모색했다.
결국 적을 알아야 뭔가 대비를 하고 싸울 수가 있으니 적의 실체를 파악하고자 나섰지만 오리무중이었다.
어떤 행동에 들어가기 전에 마검에게 이면에 숨겨진 사실을 확인하고자 했다. 몇 가지 예상 시나리오 중에 하나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을 벗어나고 말았다.
“혹시 식자우환이라는 말은 아시오? 박 회장은 그냥 모르고 지나가는 것이 좋소이다.”
마검 최용섭은 굳이 박광천까지 알려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장인걸의 성격상 만나자고 하면 만날 것이지만 그렇게 되면 주먹 세계에 더 깊숙이 관여하게 되고 그러면 마검도 괴롭고 장인걸에게도 득이 아니었다.
장인걸의 존재를 알게 되는 박광천도 결국 상전 하나가 늘어나는 상황이 벌어지는 일이니 좋을 것이 없었다. 혹시라도 둘이 충돌을 한다면 박광천도 살객과 같은 꼴이 날 수도 있었다.
“안광현 회장의 배후 인물이 나선 것이요?”
최용섭은 박광천의 집요함에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불구덩이 속으로 자청하여 들어가려고 하고 있었다. 알면서 최종적으로 확인하려고 하고 있었다.
“나 참, 박 회장, 임 사장이 파레스 호텔로 장난치려고 한 이유가 뭔 줄 아시오? 그 이유 때문에 임 사장이 폐인이 되었소. 당신도 파고들려는 것 보니 제 명에 가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마검의 직설적인 면박에 박광천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살객이 파레스 호텔로 안광현 회장을 도발한 것이 단순히 이권을 노린 행위가 아니라 배후 인물을 끌어내려고 한 행위라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작년부터 임 사장이 안광현 회장 주변을 파고들었소. 뭐, 정체를 밝혀 손을 쓰거나 어떻게 해보려고 말이요. 제 뜻대로 되지 않으니 그런 도발을 하다가 결국은 이번 사태를 초래한 것이요. 당신도 그렇게 되고 싶다면 함부로 날뛰시오.”
“그러면 파레스 호텔 때문이 아니라 배후의 정체를 캐려고 해서 당했다는 말이요?”
순간 박광천은 자신이 착각한 사실을 깨달았다. 아울러 심히 큰 잘못을 저지른 사실을 깨달았다. 파레스 호텔의 일을 번복하지는 않았지만 그 배후에 존재하는 뭔가를 본격적으로 조사하고 있었다.
“설마 조사를 하라고 애들을 내보낸 것이요?”
마검 최용섭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귀찮은 일을 피하려고 정체를 알리지 않았는데 그 사실을 알겠다고 조사를 시킨 것 같았다.
“당연히 위험한 것은 파악을 해야 하는 일이고. 실장들에게 천광상사 주변에 수상한 것이 없는지 살피라고 지시를 했지만 특별한 것은 알아내지 못한 상황이고요. 그래서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아 이 자리를 만든 것이요.”
아랫사람을 풀어 열흘 가까이 안광현 회장 주변을 조사했지만 단서를 잡지 못하니 결국은 마검을 만나서 단서를 염탐하려고 한 상황이었다.
“이거 참,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난감하군요.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박 회장도 임 사장 꼴이 날 것이니. 그렇다고 박 회장이 나와 같은 상황이 되라고 하기도 그렇고 말이요.”
순간 박광천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마지막 마검의 말을 듣고 그것이 무엇인지 더 말하라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마검은 그 정도에서 함구를 하고 더 말하지 않았다.
“우리 두성이 형님이나 갑술이 형님 같은 사람은 굳이 알 필요가 없다고 하니 그냥 덮고 지나가는데 우리 박 회장님은 사서 화를 자초하는지···.”
리버사이드 파의 보스인 백두성이나 명륜당의 보스인 박갑술은 마검 최용섭이 모르는 것이 낫다고 하니 달리 말을 하지 않고 함구를 시킨 상황이었다. 물론 조사를 하려는 자들마저 절대로 경거망동을 하지 말라고 주의를 준 상황이었다.
“지금이라도 애들 다 물리고 조용히 있으면 안 됩니까?”
“일단 당장 물리고 기다리시오. 내가 말은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될지 장담은 못합니다. 이거 박 회장도 사서 고생을 하게 생겼습니다.”
말만 잘 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마검 최용섭은 박광천을 잔뜩 겁을 주었다. 백두성이나 박갑술은 귀찮은 상황이 싫은지 아예 엮이지 않으려고 했는데 박광천은 스스로 고생문을 열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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