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82
35. 사업가의 길
장인걸은 2학년 2학기 등록을 하면서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문제 때문에 학교 당국과 협의했다. 하필이면 아시안게임 기간이 기말고사 기간이었다.
“기말고사 기간과 대회 참가기간이 겹치는 문제는 출국 전에 리포트 제출로 대체하도록 합시다. 그것은 지금까지 예체능계에서 통용되는 방식이니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문제가 되면 등록한 다음에 다시 휴학을 하려고 했는데 학교에서 편의를 봐주기로 했다. 학장과 학과장이 해당 교수에게 협조를 구하기로 했다.
1학기 성적도 좋은 편이라서 가능했다.
“은근히 선을 그으면서도 적당히 학교에 협조를 한 덕분에 잘 해결이 된 것 같아.”
협의가 끝난 후에 유진영 교수의 연구실로 가자 그렇게 말을 했다. 장인걸처럼 처신이 바른 학생이 드물다는 평가였다.
“그러게 말입니다. 안 된다고 하면 정말로 휴학할 생각이었는데 별 말이 없이 해결해 준다고 하네요.”
“그보다 요즘 워낙 취업이 안 되는데 네 회사는 어떠냐? 상반기에 제법 많이 뽑았다고 하던데.”
“프리웨이만 해도 하반기에 50명가량 뽑아야 할 것 같아요. 첨단 IT 산업이라고 하지만 실상을 살펴보면 완전히 노동집약적인 산업인 것 같아요.”
“노동집약적이라니 조금 의외군. 뭐가 그래?”
그러자 장인걸은 줄줄이 해야 하는 일에 대하여 설명했다. 광고를 유치할 경우에 해야 하는 일이 많았다. 배너도 사이즈별로 만들어서 세팅을 시켜야 했고 각종 게시판의 프레임이 깨지는 문제가 발생하기에 상시 모니터를 하면서 그런 에러를 수시로 교정해야 했다. 거기에 각종 게시판을 하나라도 추가하려면 적지 않은 작업이 필요했다.
“거기다 데이터 에러는 왜 그리 많이 나는지 정기적으로 백업을 하지 않으면 훌러덩 파일이 다 날아가는 문제도 있고요. 쓸 만한, 모든 부분에 대한 응급조치가 가능한 프로그래머가 24시간 모니터를 하면서 대기해야 합니다. 그런 인원이 회사에 고작 10여 명에 불과합니다.”
“그러면 전문 인력이 실질적으로는 단순반복적인 작업을 한다는 말이군. 연구개발은 하지 않고?”
“그런데 종종 복잡한 일이 생기니 아무나 데려다가 시키기도 그렇죠. 컴퓨터에 대해 잘 알아야 문제를 파악하고 적절한 대처가 가능하니. 공돌이를 갈아서 만드는 것 같아요.”
“참, 서버 만드는 회사도 너랑 연관이 있다던데. 학교 전산센터에 있는 윤지창 교수가 그런 말을 하던데 사실이야?”
“연관이야 조금 있죠.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은 서버를 사용하는 회사가 프리웨이이니. 거기다 제일 먼저 개발된 서버를 도입하니 우리가 절반은 개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고요. 그러다 보니 폴라텍스트라는 회사에 투자도 조금 했고요.”
장인걸은 40%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그 사실을 그대로 말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조금 보유한 것으로 알았다.
“학교 서버를 확충하고 각종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프리웨이에서 도움을 주었으면 하던데 가능해? 그동안 천명SDI와 이야기를 했는데 단가도 비싸고 일정도 내년 초나 가능하다고 해. 아주 배짱을 부린다고 화를 내던데.”
“그거야 가능하죠. 자재비나 인건비만 마이너스 나지 않는다면 염가봉사도 가능하죠. 신규 인력을 뽑아서 연수를 시켜야 하는데 이런 일거리가 있으면 딱 적당하죠. 검증이 된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니 실패할 위험도 없고요.”
장인걸은 대학의 시스템 구축 작업도 제법 돈이 될 것 같아 일단 시범적으로 작업을 하기로 했다. 명석대학교야 염가로 작업을 하지만 다른 대학은 제값을 받고 하면 되었다. 대학의 시스템이야 다 똑같으니 대학에 맞춰 최적화 작업만 하면 되었다.
이런 것부터 네트워크시스템 사업에 진출하면 금융전산망 같은 사업이나 무선통신망 같은 사업도 수행할 수 있었다.
“백제화학은 어때? 거긴 몰리브덴 광산개발을 한다던데? 그 후에 소식이 없는데 잘 되는 거야?”
“잘 되고 있죠. 그동안 투자만 하느라 힘이 들었는데 광산개발이 마무리 되면서 매출이 발생하고 있고요. 사명 변경 이야기가 나와서 HR화학으로 변경하는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망한 백제그룹의 사명을 그대로 유지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고 하여 히어로 화학이라고 하는 것은 조금 어울리지 않아 HR이라는 이니셜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프리웨이가 돈이 되기는 하는 거야? 배너 광고로 버는 돈은 그리 많지가 않을 것인데. 내 친구도 얼마 전에 게임회사를 차렸는데 계속 적자라고 하는데. 프리웨이에 유료로 올린 것들도 대부분 적자라면서. 나중에 광고비 할당을 받지만 그것도 몇 푼 되지 않고.”
“전면적인 유료화를 해서 수익이 나야 결국 흑자전환이 되고 수익모델이 되는 거죠. 지금은 수익을 따지지 말고 먼저 시장을 키우고 점유율을 높여야죠. 광고비로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메일을 유료로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장인걸은 종종 수익성 개선을 위한 방법으로 이메일의 유료화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절대로 그렇게 할 생각은 없었다. 현재 프리웨이의 출범을 본 여러 통신사들이 속속 포털을 론칭하고 있었다. 전보다 조금 빠른 움직임이었다.
“맞네. 그렇게 했다가는 회원수가 반토막이 나고 말 거야. 우리 연구실에도 포털의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메일부터 유료화를 해야 한다고 헛소리 하는 애가 있어.”
그러면서 교수연구실을 둘러보았다. 교수연구실은 사람이 없이 휑한 상태였다. 방학 중이지만 이상할 정도였다.
“연구비가 없어 개점휴업상태이다. 연구비를 주는 곳이 없어. 그러니 대학원생들도 아무 것도 못하는 실정이다. 물론 어떻게든 연구비를 따려고 하면 가능할 수도 있지만 그런 것이 제대로 된 연구발주도 아닐 것이고.”
“다들 이래요?”
“회사에서 제일 먼저 줄이는 것이 외주연구비다. 이공계 쪽은 그래도 드문드문 연구의뢰가 들어오지만 인문사회계열은 완전 전멸이다. 기존에 수주한 연구가 끝나면 끝이야.”
장인걸은 회귀 전에 심각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실제 그런 상황을 목격하니 할 말이 없었다. 연구를 하지 않는 연구실은 존재가치가 없었다.
장인걸은 학교에서 일을 마치자 마침 행사도 없기에 김기현 과장에게 백제화학으로 가자고 했다. 여름 공연을 마친 이후에 가수로 활동하는 것보다 사업가로 활동하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일단 앨범활동도 마무리가 된 상태이고 연말까지는 마라톤 훈련만 하면서 쉴 계획이었다. 쉰다고 했지만 그의 회사의 사업을 챙겨야 했다.
“사명 변경은 잘 되고 있죠? 혹시라도 회사의 이름을 바꾸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나요?”
“그런 사람은 없습니다. 다들 백제그룹의 계열사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편입니다.”
백제철강에 있던 서울사무소를 폐쇄하고 연구소 옆에 있는 공장으로 영업부문까지 이전한 상황이었다. 박시운 대표의 표정은 인수 초기에 비해 많이 밝아져 있었다.
“회사는 크게 문제없죠?”
“좋은 편입니다. 수출대금도 들어와서 유동성도 좋아졌고요. 더구나 연구비도 지원이 되니 말입니다.”
“그러면 외주를 주어야 할 연구가 있다면 최대한 빨리 발주를 하죠. 학교에 가보니 교수연구실마다 개점휴업상태더군요.”
“그렇지 않아도 전에 알던 교수들이 자주 연락이 옵니다. 애들 취직 부탁부터 연구비 요청까지 너무나 어려운 것 같습니다.”
IMF 외환위기가 본격적으로 상륙을 하면서 그 여파가 대학까지 미치고 있었다. 대부분의 회사가 구조조정을 하는 상황으로 여기저기서 명예퇴직을 시행하고 있었다. 그나마 그런 회사는 낫지만 임금마저 체불된 상태에서 회사가 부도나 문을 닫는 경우도 허다했다.
박시운 대표가 몇 가지 서류를 서랍 안에서 꺼내어서 장인걸에게 내밀었다. 그간 필요한 일이지만 회사의 사정이 원활하지 못하니 보류했던 일들이었다.
채용부터 시작하여 연구기자재 구매, 신규 사업까지 다양했다. 채용은 박사 5명과 석사 7명, 학사 5명인데 1년 전에 퇴직한 연구원의 복직을 시키는 내용이었다. 회사의 사정이 나아졌으니 복직을 시키고 만일에 재취업을 했다면 신규로 채용하자는 안건이었다.
연구기자재는 철강에 관한 연구기자재만 있는 상황이라 전자소재 관련한 연구기자재를 구입하는 안건이었다. 금액을 보니 전이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규모였다.
신규로 시작하는 사업은 희토류를 원료로 하는 30여 가지 첨가제를 생산하자는 내용으로 연구실 수준에서 생산을 하자는 내용이었다. 합금이나 반도체에 사용하는 희토류는 원자재를 그냥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용도에 맞도록 일종의 화합물로 가공해야 사용이 가능했다.
“이게 정말 돈이 됩니까? 적으면 몇 백g, 많아야 몇 kg, 그 정도 생산해서 경제성이 있습니까?”
“사실 돈이 되지 않지만 그렇다고 연구결과를 사장시키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연간 국내 총수요가 작으면 몇 백g 정도인 것도 있지만 단가로 따지면 무려 몇 백만 원, 심지어 수천만 원에 달합니다. 제조를 하려면 인건비도 나오지 않지만 막상 업체에서 구하려면 쉽지 않고 납기도 한정이 없어 업체의 요구가 많습니다. 이런 제품은 주로 일본이나 미국, 독일에서 들여오는데 자기들 기술보호를 이유로 수출금지가 내려지면 답이 없어지죠.”
“그런 기술이 우리에게 있다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설비가 있어야 제조가 가능합니다. 우리에게는 실험용이지만 그런 설비가 있고요.”
예상 판매액을 어림하니 연간 매출액이 3억 원 정도였다. 크다면 클 수도 있지만 하는 일에 비해 돈이 되지 않았다. 가공 작업도 가내수공업 수준이었다.
“판촉물 개념으로 영업을 하면 됩니다. 그런 작업을 통해 연구기자재를 가동하면서 연구원의 실력이 녹슬지 않도록 하는 면도 있습니다. 이런 소량의 화공약품을 생산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습니다. 노느니 염불이라도 외는 것이죠.”
장인걸은 돈이 되지 않지만 필요하다고 하니 승인할 수밖에 없었다. 경제성만 따져 그런 일을 외면하면 모든 기초 소재를 수입할 수밖에 없어 소재산업이 외국에 예속이 될 수밖에 없었다.
“몰리브덴의 가격은 그대로이죠?”
“중국에 주로 나가는데 철강회사에서 구매를 합니다. 이러다가 철강의 공급과잉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현재 중국의 철강 생산량이 연간 3억 톤 정도인데 6억 톤까지는 문제없을 것입니다.”
장인걸은 회귀할 때 그 정도 가까이 생산을 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 생각나서 그런 이야기를 했다.
몰리브덴은 강철을 생산하려면 필수적으로 첨가되는 금속이었다. 몰리브덴의 소비량만 봐도 철강의 생산량을 가늠할 수 있었다. 희토류는 아니지만 희토류나 비슷한 취급을 받고 있었다. 그나마 중국에서 주로 생산이 되지 않는 품목이기도 했다.
폴라텍스트는 서버 외에도 최신형 모뎀을 개발하여 통신사에 납품을 시작했다. 아울러 인터넷 공유기도 역시 판매를 시작했다. 기존 프린터 공유기를 개량한 인터넷 공유기였다.
“신제품을 두 가지 출시했다면서요?”
장인걸이 사장실로 들어가자 박유환 사장과 권이조 부사장이 뭔가 도면을 놓고 검토하고 있었다.
“라인이 조금 여유가 있어 기존의 제품의 성능을 개량하여 출시를 했습니다. 서버에 비하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권이조 부사장이 기존에 생산을 하던 제품이라고 설명을 했다. 폴라텍스트의 연구진이 신기술을 적용하여 새롭게 개발했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모뎀의 성능저하로 인해 인터넷 속도가 저하되는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호평을 받는다고 했다. 이제 서버만이 아닌 주변기기까지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었다.
“지금 보는 것은 MP3플레이어인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마침내 라이선스를 구입했고 이번에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입니다. 휴대용 CD플레이어를 생산하던 기술과 설비가 있기에 몇 가지 모듈만 교체하면 적용이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참, 이번에 오렌지뮤직과 협의가 끝나 MP3 파일 변환 및 재생 기술을 공동으로 사용할 것입니다.”
“프리뮤직은 경쟁자가 생기는 것이지만 음원시장이나 주변기기 생산자의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운 일이군요.”
“CM기획에서 적극적으로 협조를 요청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라이선스를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독점이 수익성은 좋겠지만 과점경쟁을 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좋을 수도 있고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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