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83
“그건 그렇습니다. 공급자도, 소비자도 유통망을 선택할 수 있으니까요. 거기에 시장도 확대가 될 수도 있고요.”
그렇게 동조를 하던 박유환 사장이 뭔가 말을 하려다가 멈추었다. 말하기가 난처한 것 같았다.
“또 무슨 일이 있습니까?”
“영일전자보다 더한 놈이 나타나서 말입니다.”
“또 복제품이 나왔습니까?”
“그렇습니다. 신양전자라고 하는데 신양그룹 계열사로 부도난 정일전자를 인수하여 이름을 바꾼 곳입니다. 그런데 어이가 없는 것이 제품의 모델명을 PT로 정해 우리 제품처럼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우리 회사 제품의 또 다른 판매회사라는 식으로 사기를 치고 다닌다고 합니다.”
“그게 가능한 이야기입니까?”
“우리가 현금이 급해 야매로 물건을 돌린다면서 자기들이 싸게 받은 것처럼 말을 한다고 합니다. 현찰로 반값에 넘기는데 속고 있습니다. 이 바닥이 좁아서 기존 업체는 통하지 않는데 새로 생기는 웹호스팅 업체는 속아 넘어간다고 합니다.”
“제품 수준은요?”
“개판이죠. 돌아가다가 멈춰 A/S를 요청하는데 연락도 잘 받지 않아 우리 회사에 연락을 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한 회사는 저들 말을 믿고 우리 회사를 고발하기까지 해서 경찰서에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우리와 상관이 없다고 해명하고 역으로 고발조치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지금 특허침해 및 상표법 위반,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하고 결과가 나오면 민사까지 들어갈 계획입니다. 그리고 천명전자에서 얼마 전에 라이선스 협약을 체결했으면 한다는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천명전자에서요?”
“인터넷 관련 사업에 투자하고 싶다고 하면서 천명전자 네트워크 장비사업팀에서 업무제휴를 하자고 합니다. 하지만 그들과 같이 해서 득이 될 것 없기에 바로 거절했습니다. 심지어 OEM납품을 타진하는데 기술만 빼앗길 것 같아서요.”
천명전자의 악명에 비하면 영일전자가 한 짓은 애들 장난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중소기업에서 특허나 기술을 훔쳐내는 것은 가히 예술이었다. 그런 것을 알기에 다들 기피하지만 어떻게든 엮여서 결국 당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천명그룹은 천명SDI에서 네트워크 시스템 구축을 하면서 서버를 수입하고 있지 않습니까? 미국 IBM, 오러클이나 시스코 같은 회사 제품을 수입하여 납품하는 것으로 아는데요.”
“맞습니다. 하지만 납기도 길고 성능 차이도 없는데 단가가 우리의 세 배 차이가 납니다. 그래서 천명전자에서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 뛰어들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컴퓨터 사업부도 있고 산업전자부문도 있는데 두 군데서 협력하여 네트워크 장비사업팀을 구성한 것 같습니다. 현재 네트워크시스템 구축은 천명SDI가 강자이지만 우리가 그 시장에 뛰어드니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대규모 시스템은 그들이 강자이지만 중소규모는 우리와 경쟁이 되지 않습니다. 단가 싸움에서 상대가 되지 않죠. 앞으로 1~2년 안에 그들도 우리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는 영업이 불가능할 것입니다.”
박유환 사장과 권이조 부사장이 네트워크 장비시장이나 시스템 구축시장에 대하여 설명을 했다.
“천명SDI가 가장 걱정하는 것이 우리가 프리웨이의 모든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것입니다. 천명SDI가 주로 납품을 했던 금융이나 행정 같은 부분이 더 복잡하고 기술을 요구하지만 그것은 사람들에게 크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나 거기나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면도 크죠.”
“거기다 우리가 명석대학교에 프리웨이와 함께 시스템 구축 사업에 뛰어들려고 하자 긴장을 하는 것 같습니다.”
명석대학교의 전산시스템 구축사업은 천명SDI가 독점하던 대규모 네트워크 시스템 시장의 판도를 뒤흔드는 사건이었다. 그렇기에 폴라텍스트를 중소 장비회사로 생각했던 업계의 인식이 확실히 달라졌다.
‘흠, 장비만이 아닌 시스템 설비회사가 된다면 그것도 좋지. 어쩌면 가장 부가가치가 높고 전망이 밝은 사업이지. 물론 기회가 되면 통신망을 운영하는 운영자가 되면 좋지.’ 그렇게 하려면 통신회사를 운영해야 하지만 기회가 올 수도 있었다. 국내 통신사가 아닌 해외의 통신사업에 뛰어들 수도 있었다. 쉽지 않겠지만 준비하면 기회가 올 수도 있었다.
장인걸은 뜬금없이 안정만 이사가 급하게 만날 사람이 있다고 하니 내키지 않았지만 약속을 잡으라고 했다. 명색이 천명그룹의 비서실 팀장이라고 했다.
“만나자고 한 사람은 천명그룹 비서실의 한정만 전무입니다. 저랑 이름이 같아 평소에 친하게 지내는데 사장님을 한 번 만났으면 합니다.”
“만나는 거야 어렵지 않으니 시간을 잡아 봐요. 프리웨이의 큰 고객 중에 하나이기도 하니까요.”
비서실의 팀장이라고 하여 부장급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전무의 직급을 가지고 있었다.
“장인걸입니다.”
“그리고 여기는 비서실의 이만손 이사입니다.”
장인걸은 한정만 전무의 뒤에 서 있는 사람이 어디선가 본 듯하여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천명그룹의 황태자인 이만손이었다. 약속 자체를 한정만 전무와 했는데 실제는 이만손이 만든 자리 같았다.
‘한정만 전무는 이만손을 담당하는 미래전략팀 팀장이라고 했던가? 이철석은 이만손의 경영수업을 위해 최고의 엘리트를 붙여주었고 그게 한정만 전무인 것 같아.’ 한정만 전무는 이석철 회장의 비호를 받아 고속승진을 하여 주력계열사인 천명상사의 사장이 되어 이만손의 승계과정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막 그런 작업을 시작한다는 기사를 회귀 전에 봤던 기억이 있었다.
‘e-천명은 그 취지 자체는 대단히 좋았다. 투자한 분야 모두 나중에 성공했다. 하지만 IT버블이 터지면서 모든 투자가 마이너스가 나면서 결국 10%의 투자금도 건지지 못하게 되었다.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밀고 나갔다면 천명그룹은 IT분야에서도 최고의 강자가 되었을 것이다.’ e-천명의 투자가 장인걸이 이룬 프리웨이 수준으로 진행되었지만 결국 그런 투자는 실패로 귀결이 되고 말았다. 자동차 진출에 이은 또 다른 실패 사례 중에 하나였다.
‘결국 프리웨이도 그런 결말이 날 수가 있다.’ 장인걸은 일단 자리에 앉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자신도 결실을 거두지 못하고 중간에 몰락할 위험이 있었다. 버티지 못한다면 그런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다. 지금부터 그런 상황을 대비해야 파국을 예방할 수 있었다.
“이렇게 만나자고 한 이유는 조언을 듣고자 해서입니다. 우리 천명도 인터넷 사업에 진출할 예정입니다. 막상 투자를 하려니 너무나 막연한 실정입니다. 미국의 사례도 살폈고 국내의 사례도 살피다가 국내에 인터넷 강자가 등장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현재 한국의 모든 분야에서 프리웨이가 독보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 비결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장인걸은 너무나 뻔뻔하게 맡겨놓은 물건을 내놓으라는 듯이 노하우를 말해달라는 한정만의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 그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을 보니 평상시 어땠는지 짐작이 가능했다.
“뭐, 방법이 있습니까? 프로그램에 능한 사람을 모아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사이트를 구축하는 것 외에. 초기에 선점을 하고 지속적으로 투자를 했고요. 그런 투자를 하다 보니 노래해서 번 돈 전부를 쏟아 부어 가진 것이 별로 없습니다.”
장인걸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을 했다. 장인걸이 시스템을 설계하고 기술적으로 막힐 경우 해결한 것만 제외하고 외부에서 인식하는 수준의 대답을 해주었다. 그 부분은 장인걸만이 가능한 일이었고 프리웨이가 조기에 정착을 한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다.
사실 아무리 말을 해 주어도 구체적인 것 하나하나를 다 말해주지 않는 이상 의미가 없었다. 같은 내용을 알고 있어도 논술 시험을 보면 그 답안이 천차만별이었다.
‘나야 미래를 알기에 가장 효과적인 것, 그 당시 가장 각광을 받던 것을, 확신을 가지고 베낀 것이다. 하지만 저들은 그런 사실을 모르기에 결국 동일한 실수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진짜 조언을 얻고자 함이 아니라 원하는 대답을 듣고 싶은 것이다.’ 장인걸의 말에 이만손의 표정이 밝게 변했다. 표정이 바로 겉으로 드러났다. 반면에 한정만은 장인걸을 보면서 그 말의 의미를 파악하려고 했다.
“프리웨이는 경쟁자가 없는 상태에서 선점을 했는데 우리는 후발주자인데 가능하겠습니까?”
장인걸의 말 속에 담긴 맹점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질문을 던졌다. 장인걸이 할 말은 뻔했지만 바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
“더 많은 자금을 투자하고 더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를 영입하여 더 나은 사이트를 만들면 되는 일이겠지요. 선점의 효과를 상쇄할 정도라면 바로 효과가 나타날 것이고 그 차이가 미세하면 시간을 두고 마케팅으로 승부를 보는 수밖에요. 모든 장사가 다 그런 것이 아닙니까?”
장인걸의 말에 한정만의 표정이 굳어갔다. 무조건 시작을 하면 이겨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결국 반칙을 사용해야 했다. 반칙을 하기에는 장인걸이 만만한 존재가 아니기에 이렇게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기도 했다.
“프리웨이의 가치가 2천억이라는 말도 있는데 그 정도를 투자하면 그만큼 시스템을 구축하고 회원수를 모집할 것 같습니까?”
노골적으로 돈 싸움을 하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일종의 협박이기도 했다. 그런 것을 보면서 장인걸은 내심 미소를 지었다. 회귀 전보다도 더 많은 투자를 하려는 것 같았다. 아마도 전에는 경쟁자가 없었지만 이번에는 프리웨이가 있어 난이도를 고려하여 투자금액을 배 정도로 늘린 것 같았다. 실패한다면 더 크게 망할 것인데 달리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거야 모르지요. 지금까지 프리웨이에 투자한 금액이 200억 원가량은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영업을 하여 벌어들인 수입도 200억 원은 되니 총 비용은 400억 원 이상 들었다고 봅니다. 앞으로도 계속 투자해야 하고요.”
장인걸은 그 정도는 세무자료를 확인해도 알 수 있기에 감추지 않았다. 그런 자료가 상당부분 외부에 노출이 된 상황이었다. 아무리 정보를 통제해도 각종 신고서류가 회사 밖으로 나가는 순간 그 자료는 공용자료가 되었다.
‘그런데 네트워크 장비 사업에 관해서는 모르는 것인가? 그 부분은 언급이 없는데. 내가 폴라텍스트의 지분을 40%나 가진 대주주라는 것은 모르는 것 같군. 아니면 보고를 하지 않았거나.’ 장인걸은 그 부분을 언급하지 않아 천명그룹도 약간의 빈틈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과 대화를 하는 동안 그 부분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아마도 담당 사업부장 수준에서 진행이 되는 사업 같았다.
장인걸은 프리웨이에 들러서 현재 수행 중인 프로젝트를 점검하고 있었다. 실무자의 프레젠테이션을 받으면 이해가 쉽겠지만 시간도 많이 소요되고 업무에 방해가 되기에 각 팀에서 작성한 기획서나 중간 보고서를 살피고 있었다.
대략 업무를 파악한 장인걸은 양지원 본부장을 호출했다. 팀장을 전부 모아놓고 회의를 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비효율적이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프리스토어의 매출액도 많이 늘어났고 프리마켓에 입점한 온라인 쇼핑몰도 30여 개에 달하는 것 같습니다. 그 덕분에 프리페이의 결제액도 늘어났고요. 그래서 프리스토어와 프리마켓, 프리페이의 분사를 추진하도록 합시다. 연말까지 가능하죠?”
장인걸이 콘서트를 하고 해외에 다녀오고 해변에서 공연을 하는 동안 상전벽해라고 할 정도로 상황이 변해 있었다. 온라인 쇼핑몰이 드디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면 준비 작업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프리웨이에서 100% 지분을 소유하는 것으로 합니까?”
“그렇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혹시 추가 자금이 필요하면 프리웨이의 증자를 검토하여 보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장부상으로는 흑자로 전환되었지만 여전히 투자가 많아 실질적으로는 적자상태에 있었다. 특히 서버를 확충하고 IDC를 확보하는 자금이 만만치 않게 소요되고 있었다. 뭔가 기능을 하나 추가하면 데이터 용량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트래픽이 늘어나 서버를 증설해야 했다.
“60억 원 정도는 시설투자비가 확보되어야 합니다. 유상증자를 할 생각입니까?”
“일단 유상증자를 하고 실권주에 대하여는 제 3자 배정을 하는 방식을 취하도록 하죠. 다행히 히어로기획에 자금이 좀 있으니 말입니다.”
끝ⓒ
(1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