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87
“내 몸에 무리가 가지 않게 조절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음식도 집과 회사 식당, 그리고 믿을만한 장소에서만 식사를 할 것이니 말입니다.”
이원희의 잔소리가 끊이지 않기에 결국은 그렇게 대답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설사 금지약물이 들어와도 운기조식으로 배출하여 해결할 방도가 있다는 사실을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니 그냥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선수가 도핑 때문에 무너진 경우도 허다했다.
양성반응이 나오면 아무리 억울하다고 해도 믿어주는 사람은 없고 오히려 양심마저 없는 사람이라고 추가적인 매도를 당했다.
“오늘은 영화 시사회에 가야죠? 이제 씻고 준비를 해야 합니다. 양균성 감독의 작품이니 꼭 참석해야 해요.”
황지현이 찾아와서 외출할 채비를 하라고 재촉했다. 최근에는 공연이 아니라도 여러 행사에 초대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행사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 인맥을 다지는 것도 필요했다.
태양리서치라고 이름이 붙은 사무실을 방문한 프리웨이 조사팀장 박현욱은 이정현 상무를 만났다. 그는 조사업무를 총괄하는 직책을 맡고 있었다.
“앞으로 업무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영업본부장인 안정만 이사에게 태양리서치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을 전달받고 앞으로 시장조사 및 정보 수집을 위한 협조를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우리는 계량적인 시장조사 외에도 정성적인 방식의 조사업무도 수행을 하고 있습니다. 경찰이나 검찰이 수사를 하는 방식으로 정보나 증거도 수집합니다.”
“특정 사건을 조사하는 일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박현욱은 이정현 상무 외에도 세 명의 조사연구원을 더 만나서 명함을 교환했다. 한국의 1위 포털 업체의 조사팀이 굳이 이런 흥신소 분위기가 나는 곳과 업무협약을 맺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프리웨이의 조사팀은 고작 5명에 불과해 필요한 조사를 할 수 없었다.
“우리 조사팀은 프리리서치라는 별도의 사이트를 구축한 상태입니다. 우리 회사는 어느 회사보다도 전자결제시스템이 잘 되어 있습니다. 프리웨이 외에도 각종 전자결제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박현욱은 조사 의뢰에 대한 업무프로세서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태양리서치는 프리리서치라는 사이트를 통해 프리웨이 조사팀의 조사 의뢰를 받은 다음에 일종의 견적서와 세부조사계획서를 작성하여 회신하고 그런 다음에 서류심사가 마무리 되고 정식으로 발주가 되면 본격적인 조사업무에 착수했다.
그 후에 조사에 착수하고 중간보고를 정기적으로 하고 조사가 마무리 되면 보고서 초안을 제출하고 마지막으로 최종보고서를 제출했다. 이런 업무처리가 사이트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필요할 경우에 담당자 사이에 통화를 하고 면담을 하지만 기본업무는 온라인 문서결제시스템으로 진행되었다.
관리자는 사이트를 보는 것으로 현재 진행되는 업무를 파악할 수가 있었다. 담당자는 별도의 보고서나 문서를 작성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여기에 보면 정보수집의뢰라는 게시판이 있습니다. 여기도 역시 권한을 가진 사람이 접속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는 별도로 연락을 할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와 조인이 된 것입니까? 저도 여기에 온지 이제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프리웨이랑 같이 일을 한다고 하여 놀랐습니다.”
이정현 상무는 조사업무 전반을 총괄하게 되었다고 말하면서 일종의 배경에 대한 탐색을 했다. 물론 서로 경력이나 이전 근무처에 대하여도 정보를 교환했다. 전부터 조사업무를 했기에 다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회사에서 근무를 했었다.
“저도 잘 모릅니다. 위에서 협약을 맺었다는 것만 전달을 받았습니다. 윗선에서 뭔가 교감이 있었겠지요. 과정이야 어쨌든 우리는 주어진 임무만 잘 수행하면 됩니다.”
장인걸과 천광상사가 정식으로 연결이 되는 작업이 진행이 되었다. 이런 작업을 통해 엄청난 정보들이 장인걸에게 전달이 되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정상적인 문서결제시스템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일종의 정보수집 및 보고시스템인 프리리서치가 개설이 되었다.
강진경은 운전을 하고 있었다. 원래는 영포 가은산의 권세라의 집에 가려고 했지만 두 가지 이유로 가지 못하고 강진경이 아는 친구의 별장을 빌려서 여행을 가기로 했다. 보안을 위해 차도 강진경의 중형승용차를 이용했다.
두 가지 이유는 바로 권세라의 프라버시가 드러나고 집에서 알게 된다는 점이고 외진 곳에 있지만 이웃이 있어 장인걸이 드러날 수가 있다는 점이었다.
“네가 가자고 해서 여행을 가지만 우리 이래도 되는 거야?”
권세라가 조수석에 앉아서 그렇게 질문을 했다.
“왜? 거기는 아무도 없으니 걱정할 것 없어.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은 문제가 없잖아. 나는 오히려 기대가 되는데.”
그들은 2박3일을 같이 보낼 계획이었다. 금요일 저녁에 출발하여 일요일 오후에 돌아올 계획이었다. 셋만 가서 외진 별장에서 같이 지내다 올 계획이었다.
“너야 좋겠지만 나는 걱정이 된다. 쟤만 좋을 수도 있고.”
그러면서 뒷자리에 앉아서 책만 보고 있는 장인걸을 가리켰다. 장인걸이야 강진경이 이런 자리를 만드는 것이 싫지 않았다. 단지 이런 자리로 인해 모든 관계가 파탄이 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문제가 생긴다면 이번 여행이 마지막 여행이 될 수도 있었다.
“왜? 너무 이상한 일 같아서?”
“그러면 이게 정상인 것 같아. 이런 여행이라니 내가 미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인걸아, 너도 그래?”
“나야 크게 상관이 없지만 특이한 것은 사실이잖아. 하지만 우리가 나쁜 짓을 하는 것은 아니잖아. 우리의 순진한 세라는 충격적일 수도 있지만.”
“애가 순진해? 그건 아니야. 애가 얼마나 엉큼한데. 네가 볼 때는 레이스 달린 망사 속옷만 입잖아? 평상시에는 사각팬티에 추리닝만 입고 살아.”
“너? 그런 소리를 지금···.”
“사실이잖아? 우리 서방님에게 잘 보이려고 미향이랑 같이 가서 야한 속옷만 고른다면서? 뱃살 뺀다고 PT까지 하는 앤데.”
“그러는 너는? 차에다가 예비로 항상 정장까지 가지고 다니잖아. 그것도 망사스타킹까지. 평상시에는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살면서.”
둘의 말에 장인걸은 미소만 지을 수밖에 없었다. 둘 다 자신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려고 상당히 노력을 하고 있었다. 물론 그렇게 하지 않아도 매력적이지만 그런 노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기분 좋았다.
“둘 다 고마워.”
장인걸은 한없이 논쟁이 이어질 것 같아서 그렇게 말을 했다. 그럼에도 둘은 장인걸에게 들으라는 듯이 그런 이야기를 줄줄이 일렀다. 평소 그러려니 하고 넘겼던 것도 다 의미가 있었다.
‘결국 둘 다 나의 선택을 바라는 것인가?’ 장인걸은 두 사람이 자유연애론을 주장하는 이면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 강진경이나 권세라나 모두 평범한 여자였다. 하지만 장인걸과 만나면서 지금과 같은 상황까지 감수하고 있었다.
‘본능인가, 아니면 사랑인가?’ 장인걸은 두 여자의 생각이 어떨지 의문이 생겼다. 답이 없는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거기서 평안을 얻어야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죄책감이 들었다.
‘두 여자와 같이 살 수는 없는데.’ 그런 고민을 하지만 그것을 내색할 수는 없었다. 그저 그들에게 즐거워하는 모습만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멀리서 보면 부러운 상황이지만 막상 당사자가 되니 낭만이 아니었다. 그저 괴로운 하나의 현실이자 선택의 문제였다.
장은지는 학교를 다니지만 주말에는 장인걸과 같이 움직이면서 일을 배우고 있었다. 처음에는 일반적인 매니저의 일을 배웠지만 차츰 코디의 일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하여 그쪽의 일에 더 관심을 보였다.
“전문대를 간다고?”
“응, 패션디자인학과에 가려고요. 거기서 의상부터 화장, 미용, 스킨케어, 뷰티케어까지 전반적으로 배우려고요. 무턱대고 실무를 배우는 것보다 거기서 배운 다음에 실무에 투입되는 것이 좋다고 해서.”
모처럼 학교 수업이 끝난 후에 집으로 와서 자신의 진로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런데 오빠, 주말에 어디에 갔어요? 은영이 언니 말로는 갑자기 개인적인 용무가 있다고 일정을 뺐다는데요. 나도 모처럼 주말에 쉬어서 좋았지만.”
“나도 사생활이 있지. 친구들이랑 여행을 갔다 왔다.”
장인걸은 일단 그렇게 적당히 둘러댔다.
“그런데 오빠 동아리 친구들, 프리스토리의 강진경씨랑 문라이트의 권세라씨가 모두 자리에 없더라고요. 반면 은마기획의 이미향씨는 그냥 있고요. 두 사람이랑 같이 놀러 갔죠? 두 사람 중에 누구랑 사귀는 거예요? 둘 다 집에도 가끔 오는 것 같은데.”
장은지의 말에 자신에 관한 정보가 새어 나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여자라서 그런지 그런 부분을 잘 알아챘다. 말은 하지 않아도 여직원들 일부는 눈치를 채고 있을 것 같았다.
“둘 다 동아리 친구이고 선배인데, 뭘. 그냥 뜻이 맞아서 친하게 지내는 거야. 같이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서.”
장인걸은 급하게 변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만 말을 잘못하면 집에까지 알려질 수가 있었다. 당장 여동생에게 이상한 소문을 낼 것이고 그러면 부모까지 알게 될 수 있었다.
“알았어요. 하지만 두 사람이 모두 자리를 비운 것은 수상한 일 같아요. 물론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내 예리한 눈은 피할 수 없죠. 물론 기획사 사람들도 마찬가지고요. 특히 오빠 사무실의 은영언니가 수상하게 생각하더라고요.”
여자들은 유난히 그런 것에 민감했다. 장인걸과 두 여자가 삼각관계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장인걸은 결코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쓸데없이 그런 소문에 휘둘리지 마.”
장인걸은 더 강하게 부정하지 않고 거기서 말을 마쳤다. 자신의 주변을 두 여자가 맴도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것을 강하게 부인하면 뭔가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었다.
“어제 세라랑 같이 가서 집을 하나 계약했어.”
여행을 다녀온 뒤 며칠 만에 만난 강진경의 말에 장인걸은 무슨 말이냐는 표정으로 보았다.
“세라와 공동 명의로 북한산 송추계곡 근처에 구입했어. 그 집은 특이하게 산자락 아래 외진 곳에 있어. 다음 주에 잔금을 치르고 등기를 할 거야. 파는 사람이 급한 것 같아. 이번에 같이 갔었던 별장처럼 생긴 집이야. 가격은 전에 비해 반 가격이 되어 그리 비싸지 않았어. 주변의 임야까지 포함해서 2억 원이지만 투자할 만해.”
“설마? 자주 같이 여행을 가자고 해서?”
“여행이 목적이 아니라 우리가 같이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잖아. 이렇게 하는 것이 편리하고 보안이 유지될 것 같아서.”
장인걸을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는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두 여자 모두 고민을 하기보다 주어진 현실에 순응하면서 타협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장인걸도 그냥 현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혹시 돈이 모자라면 내가 보탤게. 둘 다 여유롭지 않잖아. 너도 프리웨이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세라도 얼마 전에 프리웨이에 투자도 했고.”
프리웨이 유상증자를 하자 실권주가 발생했다. 그 중에 일부를 이사회에서 제3자 배정으로 진행을 했는데 권세라도 참여를 했다. 배정받은 지분은 그리 많지는 않지만 가격 자체가 높았다.
“그러면 좋지. 5천만 원 정도 부족했는데 잘 되었네. 은행에서 담보대출을 받을까 했는데. 부동산에서 모자라는 대금은 대출이 가능하다면서 은행을 소개해준데.”
“그냥 내가 1억을 낼게. 그 정도 여유는 있어.”
장인걸은 두 여자에게 전적으로 부담시키는 것은 아닌 것 같아 집값의 반을 내기로 했다. 만남을 위해 집을 마련하는 면도 있지만 일종의 투자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네가 가르쳐 준 것, 되게 신기하더라. 하면할수록 뭔가 느낌이 오는 것 같아.”
같이 2박3일을 보내다 보니 나중에는 막상 할 것이 없어 장인걸은 피부미용에 좋다면서 두 사람에게 단전호흡을 가르쳐 주었다. 이미 일종의 음양대법을 시행한 덕분에 기감이 열린 두 사람은 빠르게 토납법을 익히게 되었다. 나중에 그것이 익숙해지면 소주천까지 가르쳐 줄 계획이었다.
“몸에 좋으니까 시간이 나면 자주해. 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경우에 뇌를 맑게 해주고 몸에 활기를 주니.”
“네가 이걸 익힌 덕분에 그렇게 체력이 좋은 거야?”
“그런 면이 있지. 저번에 말했듯이 우연히 횡격막의 통증을 없애려고 배웠는데 일종의 각성이 왔다고. 그 덕분에 몸이 다른 사람보다 훨씬 강해졌고 노래도 잘 할 수 있게 되었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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