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88
“그러면 너랑 만날 때마다 몸에 짜릿한 기분이 드는 것도 이것 때문이야? 몸도 개운해지고.”
“그런 면도 있을 거야. 나는 몸 안의 기운을 외부로 보낼 수도 있고 너에게 보냈다가 회수할 수도 있으니. 네 몸의 기운도 일부는 움직일 수도 있고. 일종의 음양의 기운이 화합을 한다고나 할까? 그 덕분에 너나 세라의 피부도 좋아졌고 몸 상태도 좋아졌잖아? 일종의 기공술을 펼친다고 보면 될 거야. 필요할 경우에는 안마를 해서 치료하는 것도 가능해.”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어도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반신반의하는 표정만 짓고 있었다. 하지만 직접 체험한 것도 있어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하긴 병원에서도 몸 상태가 아주 좋아졌다고 하니.”
얼마 전까지 강진경은 약간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산부인과 진료를 정기적으로 받고 있었는데 연초에 완치 판정을 받고 1년에 한 번 정도만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으라는 말을 들었다.
“네 몸 상태를 알고 약간 손을 썼어. 세라의 경우에는 약간 호르몬 이상이 있었는데 그것도 손을 봤고.”
음기가 강하다거나 양기가 강한 것은 보통 남성호르몬이나 여성호르몬의 이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양기가 강한 경우에는 남성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거나 여성호르몬이 적게 분비되었고 음기가 강한 경우는 반대 현상이 일어났다.
“그래서 세라가 갈수록 여자여자하게 바뀐 거야?”
“응, 우아한 직선미가 넘쳤는데 이제는 우아한 곡선미로 바뀌었지. 다 내가 공을 들인 덕분이야.”
장인걸의 말에 강진경은 피식 웃고 말았다. 세라의 변모는 모두가 놀랄 정도였다. 심지어 목소리마저 굵고 탁한 소리에서 맑고 청아한 목소리로 바뀌었다.
“그러면 내 얼굴이 바뀐 것도 그런 영향이 있겠네. 몸매도 조금 바뀐 것 같고.”
“응, 맞아. 너의 경우는 여성호르몬이 약간 과다했는데 줄였지. 그런데 네가 너무나 화려하게 변한 것 같아서 걱정이야.”
“예뻐지면 좋은 것이지. 어쨌든 열심히 할게.”
장인걸은 새로운 관계가 된 것이 좋은 것 같지만 그로 인해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염려가 되었다.
37. 사채업자
마태욱은 박광천에게 건네받은 일본 야쿠자 자본의 한국 사채시장 진출현황을 분석한 후에 장인걸에게 건넸다. 분석이라고 했지만 마태욱이 알고 있는 정보를 보태 정확도를 높였다.
“자금을 주로 환치기 수법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말인가요?”
“현재 한국에 들어와서 영업을 하는 간또머니나 산요머니는 일종의 전시장이나 교두보에 불과하고 실제는 다른 경로를 통해 자금을 들여오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급전대출을 해주지만 실제로는 사채업자들과 접촉하여 자금을 대주고 있습니다.”
마태욱이 환치기 수법으로 엄청난 자금이 들어온 것을 알렸다. 수입과 수출대금을 부풀리거나 축소하는 방식이나 중간에 대위변제하는 방식으로 그 권리를 확보하는 방식 등 다양한 수법으로 환치기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나중에 과실송금도 환치기 수법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했다.
“야쿠자가 일본의 종합상사와 연결이 되어 있군요. 전형적인 핫머니의 이동수법이군요. 골치 아픈 자들이군요. 그런데 일본의 종합상사가 이런 야쿠자들과 연결이 되었다니 의외군요.”
“일본의 경우에도 기업과 야쿠자의 유착이 심합니다. 한국의 대기업도 현지에 진출할 경우 안전을 위해 국내의 경비용역업체와 계약을 하고 한편으로 현지의 경비용역업체와 계약을 하는데 중간에 컨트롤을 잘못하면 범죄의 표적이 되기도 합니다. 일본도 경비회사와 야쿠자의 유착이 있고 그러니 당연히 종합상사의 관재파트와 조폭이 협조관계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이렇게 불법으로 자금이 들어온 것이니 적당히 치고 빠지면 막을 방도가 존재하기는 합니다.”
마태욱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바로 이해가 되었다. 환치기도 지하경제활동의 일부이고 그렇기에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불법행위였다. 결국 꼬리표가 없이 움직이는 자금이라는 의미였고 중간에 강제적으로 점유권을 강탈해도 지킬 능력만 되면 문제가 없었다.
사실 사채업자도 조폭과 트러블이 발생하면 종종 자금을 강탈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런 방식으로 정리하면 되었다. 하지만 그런 방식도 워낙 유착한 자들이 많아 불가능해 보였다.
“방법은 일본 자금을 운용하는 사채업자를 몰아내고 그 권리를 대신 차지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요.”
그러면서 마태욱이 보통 사채업자들이 사용하는 무기명 사채서류를 보여주었다. 조건이 좋지 못했다. 하지만 가장 큰 특징을 채권자란이 공란이었다. 거기에 문방구 어음으로 보이는 것이 부착이 되어 있었다.
“채무자의 인적사항만 기재가 되어있고 채권자는 공란으로 되어 있군요. 누구라도 이 서류에 이름을 쓰면 되겠군요.”
“맞습니다. 그래야 누구라도 서류를 가진 자가 추심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어음도 채권만기일에 맞춰서 발행이 되었기에 강제집행도 가능해집니다. 이런 서류 때문에 사실상 인신매매도 가능해집니다. 이 서류를 주고받는 것으로 술집 여자들의 소유권이 양도되는 것입니다.”
“그 말은 차용증이나 사채서류를 강탈하면 사실상 채권도 강탈이 가능하다는 말이겠군요.”
“맞습니다. 그래서 사채업자는 차용증을 은밀하게 숨겨둡니다. 사채업자의 사무실에 있는 서류는 보통 사본이고 정본은 별도의 장소에 보관을 합니다. 보관도 한 군데다 하지 않고 여러 군데 나누어서 보관을 하죠. 혹시 발각이 되어 털려도 다 털리지 않기 위해서 말입니다.”
마태욱은 암흑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빠삭하게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흥신소까지 운영하고 정보팀을 운영했다.
“일본 애들이 접근한 사채업자는 1군이 아닌 2군이나 3군입니다. 이런 자들은 악질인 경우가 많죠. 사채를 하는 사람치고 악질 아닌 자가 없지만 그것도 일정한 룰이 있는데 이들은 그 룰마저 지키지 않는 자들이죠. 이면계약서, 인신매매, 장기매매까지 하죠. 또한 사기를 치고 도박이나 마약, 여자를 이용하여 재산을 탕진하게 작업하고 고리로 돈을 빌려줍니다. 심지어 각종 청부용역에 채무자를 동원하죠.”
사채시장은 어느 시장보다도 정보가 중요했다. 흔히 돈이 되는 고객을 골라야 하는데 1군은 장기적으로 갚을 능력이 있는 고객의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반면 2군, 3군은 단기적인 수익을 극대화하고 고객의 모든 재산을 갈취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1군 사채업자는 돈을 벌어 갚는다고 하면 무조건 갚게 하고 축하를 해주지만 2군이나 3군은 제때 갚지 못하게 하고 나머지 재산마저 갈취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기 마련이고 대부분 끝이 좋지 못합니다. 원한이 쌓이니 결국 당하죠.”
장인걸은 마태욱이 보고 있는 서류를 건네받아서 살폈다.
“사채업자 하나당 100억 원 정도가 투입이 되어 영업을 하고 있군요. 수도권에만 무려 20여개 조직이니 최소 2천억 원은 투입된 것 같습니다.”
“사채업자에게 돈을 한 번도 빌려보지 않은 사업가들을 상대로 사채를 운영하고 있는데 어수룩한 그들은 제대로 대응도 못하고 가진 것 전부를 갈취당할 것입니다.”
장인걸도 대충 그림이 그려졌다. IMF 외환위기로 벼랑에 몰려있는 기업에 접근하여 급전을 빌려주고 결국 갚지 못하면 회사에 집까지 전부 다 빼앗아 갔다.
‘이로 인해 수도 없이 많은 기업이 도산을 하게 된다. 자금만 제때 지원을 하고 정상적으로 경제가 작동했다면 망하지 않을 기업들이, 자영업자가 망하게 된다.’ 장인걸은 사채가 왜 무서운지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사채업자를 욕할 것만도 아니었다. 알든 모르든 스스로 계약서를 쓰고 돈을 빌렸으니 자업자득이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우면 망하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지 말고 그냥 깨끗하게 망하는 것이 사는 길일 수도 있었다.
‘이자제한이 사실상 해제가 되었으니.’ 외환위기가 오면서 고리사채가 합법화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악랄하게 추심을 하고 재산을 갈취해도 막을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이런 사채조직을 대부분 각 조직이 암암리에 비호하고 있군. 사채업자가 장사를 한다면 조직이 모를 수가 없는 시스템인데 버젓이 영업을 하니. 겉으로는 일본 암흑가 자본이 들어온다고 걱정을 하면서도 뒤로는 한 푼이라도 더 받아서 운용하려고 하다니.’ 결국 이러니 누가 채권서류를 강탈하더라도 사용이 불가능했다. 조직이 나서서 응징을 하면 되지만 그것도 사법당국의 비호마저 받으니 조직도 함부로 나서지 못했다. 워낙 얽히고설켜 있으니 뭔가 이상한 상황이 발생해도 현상유지를 하고 있었다.
무작정 힘으로 해결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기존 사채업자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마땅히 대응을 하지 못했다.
장인걸은 자신의 집에서 운기를 하다가 최근 신경이 쓰이는 곳을 하나 발견했다. 집에서 대략 1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대저택이었다. 한강과 상당히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어 전망도 좋았는데 그 집에 있는 자들이 심상치가 않았다.
전에도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최근에 기감의 범위가 더 넓어지고 능력이 상승하면서 그 집에서 일어나는 일을 자세히 알 수 있게 되었다.
‘정민택, 일명 갈쿠리라는 별명을 가진 사채업자이다. 박장군이 넘겨준 야쿠자 똘마니 명단에도 있는 자이다. 심지어 올 초에 그 저택을 갈취하다시피 원주인에게 빼앗았다. 고작 5억 원을 빌려준 후에 6개월 사이에 20억 원으로 부풀렸다. 그렇게 하여 결국 30억짜리 잡을 경매로 넘겼고 고작 11억 원에 낙찰을 받았다.’ 법원에서 두 번이나 유찰을 하게 만들어서 결국 가격을 11억 원까지 떨어뜨렸다. 그리고도 빚을 남겨 채무자를 괴롭히고 있었다. 장인걸은 그런 인간이기에 여전히 살피고 있었다.
‘나쁜 놈들은 비밀을 절대 부하들과도 공유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설사 공유를 하더라도 전체가 아닌 한 명, 많아야 두 명이 전부라는 점이다.’ 배신을 두려워한 것인지 아니면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서인지 몰라도 10여 명의 부하들에게 따로 지시를 내리고 서로 업무를 공유하지 못하게 하면서 직접 보고하게 했다.
‘영업부장이라는 자들은 사채 사무실을 독자적으로 운영하면서 실적을 보고하고 수익을 상납하도록 하고 있다. 그 숫자가 8명이다. 그리고 직할대라는 일종의 호위 겸 전투 조직으로 15명을 거느리고 있다.’ 철저하게 경호원들과 같이 움직였다. 사채업을 하지만 실제로 채무자들과 만나는 것은 영업부장이고 그들이 사실상 사장이자 전주로 나서서 모든 일을 처리했다. 그렇기에 정민택은 책임은 하나도 지지 않고 돈을 벌고 있었다.
“10억 원을 전부 다 뿌렸다고?”
“그렇습니다. 확실한 자들만 골라서 30%의 이자를 받는 조건입니다. 대신 자동 기간 연장 조건을 삽입했고 30일전 통보 긴급 상환요구 조건을 넣었습니다.”
“작업은 하고 있고?”
“일단 가등기를 하고 슬쩍 금융기관에 통보를 했습니다.”
“그러면 마을금고에서도 대출은 절대 받지 못하겠지.”
“그렇습니다. 사채를 사용한 경우 신용등급이 등외가 되어 절대로 제도권 금융에서는 상대해 주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은 금융기관의 대출 심사 관행을 악용하여 사채를 빌려간 자들의 신용을 바닥으로 떨어뜨려 자금조달 능력을 상실하게 만들었다. 금융기관에서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린 사실을 알게 되는 것도 바로 사채업자가 우회적으로 통보하는 농간 때문이었다.
“일단 잘 살펴. 그리고 어느 정도 자금이 말랐다 싶으면 땡기도록.”
사채를 주고 바로 갚으라고 하지 않지만 중도에 상환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반적으로도 채무자의 신용상태가 현저히 나빠진 상황일 경우에는 언제든지 가능했다.
“빚을 내는 자들이 기존의 빚을 알리지 않았다면 그것만으로 언제든지 채무상환을 요구할 조건이 되는 거야.”
정민택의 말은 평소 어떤 방식으로 영업을 하는지 알려주고 있었다.
“그보다 영산새시 황창식은 어떻게 되었어.”
“추적 중에 있습니다. 도망을 쳤지만 잡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돈을 받자 바로 튈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습니다. 혹시 몰라 공항에 알아보고 있습니다.”
“외국으로 튀면 골치 아프니 절대 나가지 못하게 해. 일본, 중국, 동남아 쪽은 커버가 되지만 다른 곳은 불가능하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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