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89
사채업자들이 가장 골치 아파 하는 경우가 재산을 사전에 정리한 후에 도망을 치는 경우였다. 평생 쫓아다닐 수도 있지만 그것도 시간이 흐르면 소멸시효가 지나는 경우가 발생했다.
일종의 천리지청술로 그들의 대화를 들을 수가 있게 되면서 정체를 확실하게 파악을 했다. 그들을 감시하는 것은 일종의 스토킹이지만 박장군을 만나고 일본 야쿠자 자본이 들어오는 것을 알게 되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살폈다.
‘채권서류를 싹 다 가져오면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하군.’ 장인걸은 그 저택에 드나드는 자들을 살폈고 금고 위치와 채권서류의 위치를 하나씩 파악해 나갔다.
부장들마다 사무실이 달랐고 채권서류를 두는 위치도 제 각각이라 조사할 시간이 필요했지만 두 달 가량을 살피자 마침내 대부분의 위치가 파악이 되었다.
‘총 12군데에 분산이 되어 있군.’ 밤늦은 시간에 출동을 하여 회수하면 가능할 것도 같았다. 지도를 놓고 최적의 동선을 설계하고 다 돌 때까지 알려지지 않도록 할 방법을 강구했다.
‘보통 개인의 집안에 감춰놓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숨기는 방법도 다양했다. 집안 가구 밑에 숨기는 자도 있고 심지어 마당 한쪽 구석에 파묻는 자들도 있었다. 어떤 자는 밴에 금고를 설치하여 그 안에 두는 자들도 있었다. 일부는 서재의 문서함을 두고 일반 서류와 같이 섞어서 보관하기도 했다.
‘며칠만 더 살펴보고 밤에 움직이도록 하자. 승용차를 이용하여 두 번 정도 운행을 하면 충분히 옮길 수가 있다. 그것들은 안가에 두는 것이 좋겠지.’ 여전히 민지훈이 빌려준 안가를 사용하고 있었고 거기에 일단 숨겨놓는 것이 안전할 것 같았다. 집에 두는 것은 알려질 위험도 존재했다. 도둑이나 파파라치가 침입할 수도 있었다.
개학을 하고 여유 있게 생활을 하다 보니 어느새 10월이 되고 추석도 지나갔다. 장인걸은 인기 가수가 되면 행사가 오히려 줄어든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었다.
행사담당자가 회사로 단가만 문의하지 실제로 초청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높아진 행사비를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초청가수 공연에 500만 원 이상을 부담하면 주최 측이 욕을 먹는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사채업자 박장군 박광천으로부터 100억 원을 벤처투자자금으로 내놓겠다는 답변이 왔다. 나름대로 통 크게 투자를 하기로 했다.
“시중금리 15%로 하여 100억 원을 대출해 줄 수 있습니다.”
장인걸은 그게 박광천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조건이라는 것을 알았다. 경제위기가 오면서 금리 15%는 고금리가 아니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시중은행의 우대금리나 마찬가지였다.
“대출을 해주겠다는 말인가요? 투자를 하여 성과를 나누지 않고요? 투자를 잘할 경우 높은 이익이 날 수도 있습니다.”
“인터넷 관련 사업이 과연 수익을 낼지 의문입니다. 다들 본전을 찾기도 어려울 것이라 말합니다. 더구나 벤처 쪽은 기술 말고는 변변한 담보도 없고요.”
장인걸은 순간 ‘가치투자’를 제창하면서 한 때는 인터넷 관련 산업에 투자를 하지 않았던 워렌 버핏이 떠올랐다. 그로 인해 IT버블이 꺼질 때 피해는 입지 않았지만 한편으로 투자의 기회마저 상실하기도 했다. 사채업자가 그런 생각을 한다니 신기하기도 했다.
“좋습니다. 일단 1년 동안 빌리도록 하고 3개월 후부터 조기상환이 가능하도록 하죠. 그것이 박 회장님도 좋을 것입니다.”
장인걸은 당장은 자금이 부족하지만 곧 그 정도 자금은 마련이 가능할 것이기에 그런 조건으로 차용하기로 했다. 사채는 염왕채라 하지만 제대로 투자를 한다면 엄청난 이득을 볼 수도 있었다. 투자는 시간 싸움일 수가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투자를 하려면 불리한 조건으로 해야 할지도 몰랐다.
“담보는 굳이 제공하지 않도록 하죠. 이번 경우에는 담보가 없어도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장인걸은 별도의 담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하지만 담보 물건이 존재했다. 파레스 호텔의 지하 운영권을 반납하면 되었다. 그 정도라면 약간 모자랄 수도 있지만 그리 손해는 아니었다.
게임회사 네 곳과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하나, 웹호스팅과 홈페이지 제작업체 하나, 반도체 장비전문업체 하나, 보안장비 개발업체 하나 등 8개 회사에 총 80억 원의 자금을 집행했다.
곧 이어 잔액 20억과 히어로기획에서 확보한 자금 50억 원을 합해 온라인쇼핑몰 3개와 택배회사 2개, 연재 사이트 하나, 온라인쇼핑플랫폼 하나를 선정하여 70억 원을 투자했다.
투자한 업체의 절반 정도는 프리웨이나 자회사의 경쟁업체라고 할 수 있지만 기꺼이 투자했다. 확보한 지분은 보통 20~40% 정도로 경영권을 확보할 정도는 아니었다.
박광천에게 매달 1억3천만 원에 달하는 이자를 지불해야 했지만 그 정도는 부담이 가능했다. 몰리브덴의 판매로 들어오는 매출액이 한 달에 250억 원에 달했고 제반 비용으로 150억 원 정도 지출이 되었기에 순수익만 100억 원 정도가 되었다.
그 중에서 30%인 30억 원은 광산개발을 위해 모집한 투자자들의 몫이었고 나머지 70억 원 중에 50%인 35억 원은 광산의 주인인 장인걸의 몫이고 백제화학이 개명한 HR화학과 히어로 기획이 반반씩 나눠서 배당을 받았다.
장인걸은 굳이 박광천의 자금을 받지 않아도 되었지만 최대한 빨리 투자를 하기 위해서 위험을 감수했다. 그런 투자의 조기집행으로 인터넷 관련 산업이 조금 더 빨리 활성화가 되는 효과를 냈다.
회귀 전에는 2000년대가 되어야 IT 산업의 주요 회사가 궤도에 올랐지만 최소 1년 가까이 그 시기가 당겨지게 되었다.
장인걸이 사는 곳은 왕십리와 그리 멀지가 않았다. 한강둔치에서 훈련을 마친 장인걸은 차에 올라타고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집에 갈 때는 차로 주변을 쓱 한 바퀴 돌면서 약간의 드라이브를 했다. 그러면서 계절과 도시의 변화를 눈으로 확인했다.
“후드티를 입어도 이상하지 않을 때가 되었군. 마스크를 끼는 것도 이상하지 않고.”
혼잣말을 하다가 왕십리역 근처 차로에 차를 세웠다. 밤늦은 시각이라 차로 마지막 차선에 불법주차가 되어 있었다. 퇴근하여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한 주민들이 차를 대고 들어간 상황이었다.
장인걸은 차에서 기감으로 주변을 스캔했다. 종종 미행을 하는 경우가 있기에 그런 자를 파악하기 위해 멈추고 주변을 살폈다. 움직일 경우보다 멈추었을 때가 훨씬 범위가 넓었고 확실하게 감지가 되었다.
장인걸은 혹시라도 주변에 차를 대는 자가 없는지 살폈다. 시동이 켜져 있거나 차안에 사람이 있는지만 살피면 되었다. 물론 그러다보면 보기 민망한 경우도 있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다행이 바로 멈춘 차는 없어 보였다. 지나가는 차량도 거의 없었다. 장인걸을 미행하는 자는 없어 보였다. 지나가는 차는 정상적인 속도이거나 조금 과속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다가 장인걸은 흠칫 놀란 표정이 되었다. 기감을 확장했다. 주택가의 소공원이 있는데 거기에서 뭔가 이상한 움직임이 잡혔다. 차를 세운 곳에서 대략 300m 정도 떨어진 곳인데 한 명과 다섯 명이 치고 박고 공방을 벌이고 있었다.
실력은 한 명이 뛰어나지만 다섯을 상대하려니 어려운 것 같았다. 포위를 당한 상태이고 벗어나려고 하지만 쉽지 않아 보였다. 다섯은 서로 말을 하면서 공격을 하고 있었다.
“장호, 바로 막고, 천수, 뒤를 공격.”
리더로 보이는 자가 끊임없이 지시를 내리고 있고 그렇기에 가운데에 있는 자가 실력이 좋아도 탈출을 못하고 있었다.
“혜성, 그대로 거리 유지.”
‘실력은 지금의 마태욱 수준인데 공격하는 자들은 처음 만났을 때의 마태욱 수준이군. 다섯을 상대로도 버티다니 꽤나 실력자이군. 한 번 가서 살펴볼까?’ 장인걸은 얼굴의 모양을 바꾼 후에 완전무장을 하여 정체가 드러나지 않도록 했다. 물론 키는 어쩔 수가 없지만 겉옷을 끼어 입어 다소 푸짐해 보이도록 했다.
준비를 마친 장인걸은 차에서 내려 현장까지 최단 거리의 길을 따라 이동을 했다. 달리지는 않지만 빠르게 걸어 2분 만에 싸우는 장면이 바로 보일 거리까지 다가갔다. 그런 다음에 산책을 하는 사람처럼 근처로 갔다.
대략 20m 정도 떨어진 곳에 이르러서 기척을 내면서 놀란 사람의 모습을 보였다. 가로등이 있지만 그 정도 거리에서 상대를 명확히 파악할 수는 없고 체형만 파악이 가능했다.
육중한 체형의 장인걸이 나타나자 싸우던 자들이 대치를 하면서 장인걸을 바라보고 있었다. 장인걸은 멈추어서 그들을 보았다. 도망을 치지도 그렇다고 다가가지도 못하는 일반인의 모습을 연기했다. 그들 전부가 달려들어도 상대가 되지 않기에 여유가 있었다.
“꺼져. 괜히 다치지 말고.”
상대가 지쳐가는 것을 보면서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여 공세를 강화하려던 자들은 난데없는 방해꾼이 나타나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린 리더는 거친 말로 방해꾼을 협박했다. 덩치는 곰처럼 컸지만 싸우는 모습을 보고 놀라는 것을 보면 일반 사람으로 판단한 것 같았다.
장인걸은 중간에 있는 남자를 보았다. 키는 대략 185cm 정도였고 호리호리하면서도 다부진 체격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얼굴은 노안으로 보였고 험상궂게 생겨 인상이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외모로 나이를 파악하기가 어렵지만 마태욱보다 젊어 보였다. 공격을 하는 자들도 모두 비슷한 나이로 보였다.
‘이거 재미가 있겠는데.’ 장인걸은 천천히 다가갔다. 그러면서 주머니에 넣어둔 바둑돌을 헤아렸다. 대략 20여 개 정도가 되었다. 혹시라도 필요할지 몰라 암기 대용으로 넣어 두었다. 도망을 친다면 그것으로 제압할 생각을 하면서 다가갔다.
‘누가 선인지, 악인지 모르지만 저 말을 하는 자의 기세를 보면 암흑가에 물든 자이다. 반면 저자는 암흑가의 인물이 아니라 정통으로 격투기를 배운 인물로 보인다. 아니면 군의 특공무술을 배웠거나. 살기가 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먹을 함부로 쓸 사람은 아니야.’ 장인걸이 점점 다가가자 포위하고 있던 자들은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리더로 보이는 자는 냉정을 잃지 않고 신호를 보내 반대편에 있던 두 사람을 자신의 옆으로 불러들였다. 포위한 진형을 포기했다.
“네가 뭔데 가라, 마라 명령 질이야.”
장인걸은 목소리를 변형한 후에 시비조로 말을 건넸다. 태양의 계절에 출연하면서 연기한 것이 도움이 되었다. 그러면서 기세를 한껏 끌어올려 다섯 명에게 살기를 보내었다. 그러자 다섯 명은 살모사 앞에 선 뱀처럼, 호랑이 앞에 선 토끼처럼 그냥 얼어붙고 말았다.
그러면서 장인걸의 시선이 싸우고 있던 청년을 향했다.
‘강동철, 회귀 전에 종합격투기 미들급의 최강자였지만 어느 날 부상으로 사라진 인물이다. 그런 자가 여기에 있다니.’ 자세히 보니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인물이었다. 나이는 현재 한국 나이로 고작 스물다섯 살에 불과했다. 하지만 워낙 노안이라 30대 초반으로 보였다. 반면 가까이서 보니 공격을 하던 자들은 나이가 강동철보다 서너 살 정도 많아보였다. 마태욱 정도는 되어 보였다.
“이거 깡패새끼들 아냐? 꿇어.”
장인걸은 그들에게 다가가서 그냥 싸대기를 부쳐댔다. 장인걸이 다가가서 패는데도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무방비상태로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기세에 눌려 얼어붙은 상황이라 저항할 생각 자체를 못하고 있었다.
장인걸이 힘 조절을 해서 망정이지 그냥 내기를 다 사용했다면 머리가 터질 수가 있었다. 그들은 그냥 바닥으로 굴렀고 그 중에 둘은 바닥에 머리를 부딪친 탓에 기절을 하고 말았다. 장인걸은 바닥에 쓰러진 그들을 재차 가격하여 마혈과 혼혈을 제압했다. 다들 정신을 잃고 아예 움직이지 않았다.
“무슨 일로 싸운 것이요?”
장인걸은 강동철을 보면서 질문을 던졌다. 이런 자들과 싸우는 것을 보면 평상시에 알력이 있어 보였다. 회귀 전에 강동철이 부상으로 사라진 것을 보면 경기를 하다가 부상을 당한 것이 아니라 조폭들과 싸워 문제가 된 것 같았다.
“동네의 양아치들인데 2년 전에 제대하고 이 동네에 오자 자기들 똘마니가 되라고 하다가 말을 듣지 않으니 아예 담근다고 떼로 몰려온 상황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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