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9
“자금을 운용해서 수익이 나면 절반은 네 몫으로 해줄게. 그러면 서로 이득이잖아.”
장인걸의 표정에서 방법이 있어 보이는지 그렇게 조건을 내밀었다. 이득의 절반이라면 상당한 메리트가 존재했다.
“안전하게 운용하면서도 이득이 나는 방법을 찾는 거죠?”
“그래야지. 사채도 떼일 염려가 있으니. 돈 필요한 사람 중에 갚을 능력이 있는 사람은 은행으로 가지 사채를 빌릴 이유는 없지. 높은 이자를 받는 것도 돈이 있어야 받지. 괜히 억지로 받으려다가 무리해서 감옥에 가는 수도 있고.”
사채업자가 악랄하게 돈을 받아낸다고 하지만 그것도 받아낼 것이 있어야 의미가 있지 그렇지 않다면 의미 없는 폭력행위에 불과했다. 분풀이를 하다가 신세만 망치는 수가 있었다.
돈을 갚지 못하는 채무자들을 붙잡아서 인신매매를 하거나 장기매매를 한다는 것은 일반 사채업자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최유림이 속한 천광상사는 그런 정도까지 악랄한 조직은 아니었다. 보통 악에 받쳐 괴롭히고 돈을 갚을 때까지 몰래 폭행을 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면 제가 운용을 할 게요. 손해가 나도 크게 나지 않을 거예요. 바로 외화예금을 하는 거죠. 손해가 그리 크지 않아요.”
“그게 돈이 될까?”
“달러로 환전하면 이득이 있을 겁니다. 혹시 환전상을 아세요? 그러면 직접 돈을 바꿔오는 것이 이득일 수도 있어요.”
“찾아보면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닌데 달러 값이 폭락하면 손해 아니냐? 그것도 위험하다는데.”
“은행에 두는 것보다 그게 이득일 거예요. 한 번 알아보세요.”
장인걸은 외화예금보다도 현금으로 가지고 있는 방법도 있기에 그렇게 말을 했다. 그렇게 하려면 저렴한 값에 환전이 가능해야 했다.
“외화예금으로 돌릴 수 있으면 돌려 보자. 환전은 내가 알아볼게. 달러를 팔면 바로 찾을 수는 있지?”
“그럴 거예요. 살 때와 팔 때 대략 10원인가 20원인가 차이가 있지만요. 그것도 어느 정도 네고가 가능할 거예요.”
이런 정보를 알려주고 싶은 생각은 처음에는 없었지만 자신에게 이득을 나눠준다고 하니 방법을 말했다.
“그런데 달러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팔 때와 살 때 가격 차이가 커서 남는 것이 없다는 사람도 있던데.”
최유림도 외환에 투자하는 방법도 찾아 본 상황이었다. 주식보다는 그 변동폭이 작지만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특히 전신환일지라도 매도율과 매입율의 차이가 커서 아무리 이득을 보더라도 푼돈에 불과했다.
“단기적으로는 차이가 크지만 한 달, 두 달의 시간을 장기적으로 보유하면 상승률이 높아 상당한 이득을 볼 것입니다. 20% 정도의 수익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경기가 점점 안 좋아 지면서 달러 가격이 오른다던데 그것 때문이지?”
“계속 무역수지 적자도 커지고 있어 결국 달러 가격은 800원 대를 벗어나 900원, 1000원대로 올라갈 것입니다.”
최유림은 최대 10%까지 비용으로 인정이 되기에 일단 장인걸에게 맡기기로 했기에 해보라고 이야기를 했다.
“너무 늦으면 이상하게 볼 수 있으니 이제 가봐야겠다. 일단 외화예금인가 그것을 알아봐라. 특별히 문제가 없다면 투자를 해보자.”
최유림은 자신이 직접 현찰을 환전하는 문제는 다시 알아보기로 했다. 돈이 될 여지가 있는지 서로 연구해 보자고 했다. 최유림은 12시가 다 되어서야 떠나갔다. 남을 배려하지 않는 것은 동생이나 오빠나 차이가 없었다.
장인걸은 외환은행에 통장을 만든 다음에 1000만 원을 이체했다. 그런 다음에 외환담당 창구의 담당자를 만나서 외화예금에 대한 상담을 했다.
“일단 이 서류를 작성하면 외화입출금통장을 개설해 줍니다. 이체 통장은 우리 은행 본인명의 통장으로 지정할 생각이죠?”
“그렇게 하면 됩니다. 그런데 보유한도는 어떻게 되죠? 개인당 1만 달러죠?”
“그렇지만 보유한도는 사실 의미가 없습니다. 암암리에 그 이상 보유를 하지만 단속을 하지 않습니다. 10만 달러 정도는 은행에 예금으로 보유해도 문제는 없습니다. 단지 외국으로 송금하는 것만 신고해야 하고 그 이상을 송금하려면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사실 우리 은행에서 그런 업무까지 대행하기에 별도의 절차는 필요 없습니다.”
일종의 계좌개설 서류와 외환계좌개설신고서를 작성하고 가지고 있던 돈으로 1만 달러를 매입하였다. 고작 30분 정도에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가 있었다.
“매입가에서 50전 정도 제 권한으로 프리미엄을 적용했습니다. 앞으로 외환을 거래하려면 우리 은행, 여기서 거래했으면 합니다. 학생이니 용도는 유학자금 비축으로 적어 놓으면 되죠?”
“그렇게 해도 문제가 없다면 그렇게 해놓으세요. 나중에 필요 없어 매도하는데 문제는 없죠?”
“달러로 통장에 넣어 놓은 것이고 바로 매도하면 되니 문제는 별로 없어요. 우리야 수수료 장사인데 은행 안에 있는 달러의 명의만 바뀌는 것이니.”
우장환 대리라고 명찰을 단 은행직원은 내막을 일러 주었다. 해외송금을 하는 경우만 용도와 출처를 따진다고 했다. 물론 수출입을 하는 경우 법인을 설립하여 무역업허가를 받고 신용장이나 TT 개설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임시로 추가구입신고서를 작성하여 적당히 이유를 만들어 한도초과승인을 요청하면 5만 달러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고 10만 달러도 문제가 되면 매도하고 약간의 벌금을 내면 끝납니다. 거기다 외환취급 은행이 우리 은행 외에도 2개나 더 있으니 거기에 가서 또 다른 계좌를 만들면 될 거예요.”
“그래도 문제가 없어요?”
“크로스 체크를 한다면 문제지만 아직까지 그것은 불가능해요. 개별 건으로 신고가 되어 있으면 더 추적하지 않아요. 나중에 은행전산망이 통합되면 가능하겠지만 아직은 알기 어려워요. 금융실명제가 되었지만 아직은 멀었어요.”
규제가 있지만 그리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그렇기에 돈 좀 있다는 사람들은 외화통장을 만들고 환전을 해놓고 있다고 했다.
“사실 전쟁이 나도 외국에서 찾을 수도 있다고 하면 있는 사람들은 혹해서 통장을 만들고 환전을 하기도 하죠. 그런 면에서 국내 은행보다 외국계 은행이 유리하죠.”
전쟁이 터졌을 때에 국내를 탈출한다고 해도 가진 것이 없으니 막막할 것인데 외국에서 찾을 수 있다면 편리할 것도 같았다.
일단 장인걸은 외환, 달러를 보유했다는 사실로 인해 뿌듯했다. 돈만 있다면 더 사둘 수 있는데 돈이 없는 것이 아쉬웠다. 지금은 1달러에 880원 정도지만 가을이 되면 1000원 수준으로 오를 것이고 연말이면 1300원, 심지어 2600원까지 오를 수도 있었다.
약간의 등락은 있겠지만 환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니 며칠만 지나면 매도율과 매입율의 차이를 극복하고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이 되었다.
평소라면 절대로 그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기에 은행의 창구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지만 비상시국이기에 가능했다. 그것을 생각하자 씁쓰레한 기분이 들었다.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었다.
6. 삼각관계
학교에 있을 때는 수업이 있는 시간 외에 상당부분의 시간을 동아리방에서 보내었다. 주로 노래연습을 하거나 악기를 연주하는데 필요한 팁을 배우고 있었다.
강의내용은 이미 전에 한 번 배웠던 것이라 그리 어렵지 않았다. 더구나 다년간 공학도로 단련이 되었기에 문제가 아니었다. 퀴즈를 봐도 항상 최고 레벨의 성적을 받았다.
그 사이에 공동구매를 한 기타가 배달이 되었고 예상대로 미모의 강진경이 동아리에 가입을 했다. 전에는 거리를 두어서 잘 몰랐는데 강진경은 재수를 하여 입학하여 사실 장인걸보다 한 살 나이가 많았다.
또한 남자 회원들에게 인기가 있어서인지 아니면 재수를 한 것 때문인지 몰라도 2학년 여학생인 이미향이나 권세라와 그리 친하게 지내지를 못하고 있었다. 은근히 여자들 간의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전에는 그런 사실을 잘 몰랐는데 자주 동아리에 있고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져서 그런지 장인걸의 눈에 다 드러나 보였다. 역시 여자 회원이 오자 바람둥이로 소문이 난 전상운이 강진경에게 관심을 보이면서 색소폰 연주로 환심을 사려고 했다.
하지만 전상운이 아무리 바람둥이라고 해도 강진경을 바로 유혹할 수는 없었다. 전상운의 외모가 그리 처지지는 않지만 한 눈에 반할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저녁 식사나 같이 할래?”
같이 연습을 하고 나자 권세라가 식사를 하자고 했다. 가장 동아리에서 자주 만나는 사람이었고 장인걸과 친하게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그러죠. 같이 식사하러 갑시다.”
장인걸이 기타치고 권세라가 드럼 치면 옆에서 노래를 따라 부르던 강진경이 동조를 했다. 전상운이 며칠간 유혹을 해도 넘어가지 않더니 오히려 두 사람이 연습하는데 끼었다.
“그러죠. 뭐가 좋을까요?”
권세라는 은근히 결정 장애가 있어 메뉴를 정하지 않으면 학교 앞 먹자골목을 하염없이 배회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이 정하는 것을 따르는 것도 아니었다.
그 때문에 쇼핑을 좋아하는 이미향도 절대로 권세라와 쇼핑을 같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아이템 하나 사려면 하루 종일 돌아다녀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
“부대찌개 얼큰하게 먹고 싶은데.”
“어디서요?”
“음, 상록식당, 거기가 매콤하고 양도 많아. 소주 한 잔 하면 최고지.”
“또 술이요? 그러면 각각 반 병 이내로 끊죠.”
물론 그렇게 말해도 권세라의 주량은 한 병 이상이라 더 시킬 것은 분명했다. 더구나 은근히 강진경도 술이 센 편이었다.
그들은 일곱 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밖으로 나왔다. 한참 정도 걸어서 내려가야 교문이 나왔다. 그들은 먹자골목이 가까운 후문 쪽으로 나갔다.
“너는 여자 친구 있어?”
“없어요.”
장인걸은 권세라의 질문에 바로 대답을 했다. 장인걸을 놀려 먹기 위한 준비로 그런 질문을 하는 것 같았다.
“난 귀찮아서 안 사귀어.”
장인걸이 바라보자 권세라가 묻기도 전에 그렇게 말했다.
“못 사귀는 것이 아니고요?”
장인걸은 그렇게 말한 후에 권세라에게서 눈을 떼서 강진경을 보았다. 더 말 상대를 하면 말려들 것 같았다. 장인걸이 그렇게 말하고 시선을 돌리자 권세라가 씩씩거렸지만 무시했다.
“난 애인이라는 말을 누구에게 허락하고 싶지 않아. 남자 친구보다 그냥 친구로 족한 것 같아.”
강진경이 애인이라는 말에 대해서 상당히 거부감을 보이는 어투로 말을 했다.
“남자 친구가 필요 없어?”
장인걸은 강진경이 오는 남자 막지 않고 가는 남자 잡지 않았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에 바로 반문을 했다.
“애인이나 남자친구라고 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구속이라고 생각해. 나는 그런 관계가 싫어. 서로 좋으면 만나고 싫으면 헤어지면 되는데 애인이라는 이유로 이건 해라, 저건 하지 마라 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생각해. 남자건, 여자건.”
강진경은 그렇게 말하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장인걸이 듣기에 강진경이 진짜 자유로운 영혼이라더니 그런 것 같았다.
식당에 도착하여 식사를 하면서 소주를 반주삼아 마셨다. 처음에는 동아리에서 있었던 가벼운 이야기를 했지만 술이 몇 잔씩 들어가면서 결국 아까 했던 애인에 대한 이야기로 이야기가 흘러갔다.
“그러면 넌 애인을 사귀지 않을 거야? 독신주의자야?”
권세라가 강진경의 말에 반박을 하려는지 다시 물었다. 권세라는 자유로운 남녀관계에 대하여 거부감을 가지는 것 같았다.
“응, 나는 A, B, C라는 남자가 있는데 다 맘에 들면 다 친하게 지낼 거야. 인간관계에서 그럴 수 있다고 봐. A와 사귄다고 B를 만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한 일이라고 생각해. 밥도 먹고 라면도 먹고 치킨에 맥주도 먹을 수 있잖아. 하지만 특정인에게 애인이라는 자격을 주면 그 남자는 나를 구속할 자격을 가졌다고 생각하니까 싫어. 마치 나를 자신의 액세서리 취급을 하잖아. 나도 누구를 애인이라고 구속하고 싶지도 않고. 질투의 감정이 생길 수도 있지만 그것은 각자 극복해야지.”
술이 들어가자 강진경이 대놓고 권세라에게 말을 트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도 권세라는 아무런 반발이 없었다.
“그건 조금 무책임한 것 아냐? 성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고, 문란한 사생활을 옹호하는 것일 수도 있고. 인간사회의 규율이나 질서가 무너질 수도 있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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