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90
장인걸의 실력이 자신과 확실하게 차이가 나는 것을 아는지 공손한 어조로 대답을 했다. 대충 그림이 그려졌다. 자신과 민지훈이 처음 만났을 때처럼 기 싸움이 벌어졌고 결국은 굴복시키려고 하다가 사달이 난 것 같았다.
그런 면에서 민지훈은 대단한 사람이었다. 자신의 열세를 인정하고 물러난 것을 보면 현명했다. 그 후에도 나이를 떠나 한 번도 무례하게 행동한 적이 없었다.
“점박이인가?”
장인걸이 나직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왕십리 주변에서 이름을 날리는 주먹이 점박이였다. 민지훈이 한때 자기 또래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주먹이라고 말을 했다.
“맞습니다. 점박이라는 별명이 있습니다. 여기 왕십리의 점박이파 두목이라고 합니다.”
점박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은 어깨 부분에 오백 원짜리 크기의 둥근 반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별명을 상당히 싫어했는데 그럴수록 그의 별명은 널리 퍼져나갔다. 고등학교 다닐 때 민지훈과 한바탕 했지만 서로 상처만 입고 무승부로 끝이 났다. 한참 싸우는데 중간에 경찰이 출동하여 승부를 내지 못했다.
그 후에 둘은 광현이파와 명륜당의 외곽 조직에 몸을 담았고 어른들의 사정에 의해 싸울 수가 없게 되었다. 싸우는 순간 조직의 싸움이 되기에 싸울 수가 없었다.
‘민지훈은 이성적으로 접근하여 나를 우군으로 끌어들였고 이자는 적대적인 관계가 된 것 같군.’ “형씨는 뭐하시는 분이요?”
장인걸은 다소 무례한 어투로 물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라 그런지 강동철은 불쾌한 표정은 아니었다.
“저기 초등학교 앞에 있는 화랑태권도 도장에서 사범으로 있습니다. 도장 애를 괴롭히는 양아치 녀석을 보고 혼을 냈는데 다음날부터 시비를 걸어 지금까지 신경전을 벌여왔는데 얼마 전부터 자기 밑으로 들어오라고 하다가 거부하니 오늘 갑자기 공격을 해온 것이요.”
강동철을 보니 검은색 무도복 차림이었다. 태권도를 하는 복장이 아니라 실전무도인의 모습이었다. 1~2년 후에 종합격투기로 데뷔를 하는 것으로 아는데 아마도 그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그런 사실을 토대로 보면 공원에서 운동하는 것을 알고 습격을 한 것 같았다.
‘연장을 지참하고 있지만 사용하지 않은 것을 보면 뭔가 내기를 한 것인가? 지면 그 밑으로 들어가기로 한 것인가?’ 그러다가 지금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 자신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객 임치형이 사라진 후에 명륜당의 내부에서는 최고의 주먹을 가리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마검에 대항하기 위해서 주먹을 육성하기로 원로들이 결정한 것으로 아는데.’ “연장을 사용하지 않은 것 같은데 그 이유는?”
“주먹으로 승부를 가리자고 했기 때문입니다. 전에 한 번 저들이 연장을 꺼냈다가 빼앗겨서 나한테 당한 적이 있어서요.”
강동철은 무기의 사용도 능숙했다. 그렇기에 오히려 무기를 들고 설치는 자들을 상대하는 것이 쉬웠다. 그들이 무기를 꺼내다가 빼앗기면 오히려 상황이 악화되기에 일단 무기를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 무기를 꺼낼지 몰라 경계를 하고 있었다.
장인걸은 언제까지 이야기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핸드폰을 꺼내었다.
“납니다. 여기로 와서 물건 다섯 개를 인수해 갔으면 합니다. 처리는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보관만 해주었으면 합니다.”
장인걸은 마태욱이 온다고 하자 일단 한쪽에 놓아둔 점박이들이 들고 온 가방을 열었다. 거기에는 다양한 흉기가 들어 있고 심지어 기계톱까지 있었다. 뭐에 쓸지는 대충 짐작이 되었다.
거기서 주로 빨랫줄로 사용하는 줄을 발견하여 그것으로 바닥에 쓰러진 자들을 결박했다. 강동철을 제압하면 묶을 계획으로 가져온 것 같은데 자신들에게 사용되었으니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왔다.
강동철이 군대에서 배운 포승줄 사용법을 응용하여 체계적으로 결박을 했다. 장인걸이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자신이 복무한 특수부대에서 배운 것이라고 했다.
현장 정리를 한 후에 마태욱이 도착할 시간이 되자 강동철에게 잠깐 자리를 피하자고 했다. 대략 10분 정도 시간이 지나자 마태욱이 밴 두 대를 끌고 현장에 도착했다. 장인걸은 그들이 나타나자 역시 현장을 벗어났고 마태욱은 바닥에 있는 자들만 챙겨서 떠나갔다.
마태욱이 공원에 있던 다섯 명을 챙겨서 떠나가자 한쪽에서 지켜보던 장인걸과 강동철은 은신을 풀었다. 장인걸은 다시 마태욱에게 전화를 했고 점박이의 처분에 대하여 간단히 이야기를 했다. 민지훈에게도 전화를 했다.
“어떻게 할 생각이요? 그냥 서로 모르는 사람처럼 가기에는 정리할 것이 있어 보이는데.”
장인걸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강동철을 보면서 어떻게 할 것인지 물었다.
“어쨌든 도와줘서 감사합니다. 만만치 않은 자들이라 상대가 쉽지 않았는데 다행입니다.”
도망을 치더라도 나중에 계속 귀찮게 할 것 같아서 승부를 보려고 했지만 체계적인 합공을 당하는 상황이라 쉽지 않았다. 하나씩 나눠보면 상대가 되지 않지만 다섯이 한꺼번에 달려드니 제대로 공격이 불가능했다. 하나를 공격하면 넷에게 허점을 드러내니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계속 있기는 그런데 어디로 가서 이야기를 합시다.”
“그러면 도장으로 갑시다. 제가 도장에서 먹고 사는 중입니다. 다용도실이 하나 있는데 거기가 꽤나 넓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강동철이 앞장을 섰고 그들은 초등학교 앞에 있는 화랑태권도 도장으로 갔다. 강동철은 도장 건물을 들어가더니 3층의 도장의 정문이 아닌 한쪽의 쪽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밤 10시면 도장 문을 닫고 그 후에는 이곳을 이용합니다. 저야 여기서 사니 제 출입문이라고 할 수도 있지요.”
불을 켜고 난 다음에 한쪽에 있는 소파로 안내를 했다. 소파 옆에는 간단한 취사설비와 냉장고가 있었고 그 옆에는 식탁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한쪽 구석에는 접이식 간이침대가 놓여 있는데 거기서 강동철이 잔다고 했다.
“도장 입구 쪽에 탈의실이 있습니다. 거기서 세면을 하고 샤워도 할 수 있으니 사는데 크게 불편하지는 않습니다.”
장인걸은 자신의 정체를 숨길까 했지만 오면서 생각을 정리했기에 일단 펑퍼짐한 점퍼를 벗고 마스크까지 벗었다.
“어, 가수 장인걸.”
강동철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장인걸을 보았다. 장인걸은 끝까지 자신의 정체를 숨길까 하다가 밝히기로 했다. 강동철이라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도 같았다.
민지훈이나 마태욱이 있지만 그들은 믿을 만하지만 그렇다고 속까지 다 보일 정도의 사이는 아니었다. 반면 강동철을 보면 실력은 민지훈에 버금가지만 자유로운 신분이고 그쪽과 아예 무관한 것도 아닌 상황이라 도움이 되어 보였다.
“맞습니다. 밤이라도 알아보는 사람이 있어 외출할 때는 위장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장인걸은 훈련을 하러 나왔다가 우연히 그곳에 가게 되었다고 둘러대었다. 물론 자신의 실력에 의구심을 보였지만 그냥 우연한 기회에 익힌 무술이라고 하니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았다. 그것까지 캐물을 사이도 아니었다.
장인걸이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예정이고 도로에서 달리는 훈련을 한다는 것과 이런 옷을 입는 것은 변장과 더불어 더운 날씨를 대비한 일종의 부하훈련이라고 설명했다.
“하긴 이런 시간이 아니면 도로에서 달리는 훈련은 하기 어렵겠군요. 골목에서 빠른 속도로 달리기를 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할 것이고요. 한데 그 실력은 어떻게 된 것입니까?”
그러면서 강동철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을 했다. 간단한 무술이 아닌 것을 아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검도와 격투술을 어릴 적부터 익힌 사실을 말했다. 태권도는 중고등학교 때에 2단까지 땄고 3단과 4단은 특수부대에 있으면서 제대 후에 태권도 사범을 하려면 필요하다고 하여 땄다고 설명했다.
“여기 관장님이 그 부대에서 중사로 있다가 제대한 사람으로 우리 중대 인사계랑 동기입니다.”
그러면서 작년 초에 제대한 이후에 취직을 하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아 임시로 있게 된 이 태권도장에 계속 있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경호원이나 경찰이 되려고 준비를 하고 있지만 고졸이라 쉽지 않다고 했다.
종종 자신의 실력을 아는 자들이 조직에 들어오라고 유혹을 하지만 그것이 좋은 일은 아니기에 생각이 없다고 했다.
“내 개인 수행원으로 오는 것은 어떨까요?”
종합격투기 선수로 시합에 나가 우승하는 것도 좋지만 수입 면에서 그리 좋다고 할 수는 없었다. 잘 해도 대졸 일반직원이나 큰 차이가 없었다.
어쩌다가 큰 경기에서 우승을 하면 상금이나 개런티가 높아지지만 그것도 1~2년 사이이고 제반 경비를 제하고 나면 앞으로는 화려하지만 뒤로는 궁핍했다.
“매니저가 되라는 말인가요?”
“그것도 좋고, 아니면 경호를 해도 좋고, 앞에 나서기 그러면 정보관련 업무를 수행한다던지.”
장인걸은 자신이 편하게 부릴 수 있는 사람이 하나 정도 있었으면 하는 상황이기에 강동철을 영입하고 싶었다.
“일단 고민을 해보고 싶습니다. 장인걸씨에 대한 것은 절대로 외부에 알리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더 설득하는 것은 의미가 없기에 자신의 연락처를 알려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인걸은 천명그룹의 한정만 전무가 만나자고 하니 결국 시간을 냈다. 귀찮아서 피할까도 했지만 상대가 무슨 계획인지 탐색하기 위해서 만나기로 했다.
“너무 한 것이 아니요? 우리가 먼저 투자를 하려고 접촉을 하는 업체에 끼워 들어 홀라당 지분을 채가다니 말이요.”
장인걸과 히어로기획, 프리웨이가 투자를 한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은 절반 정도는 유망하다고 소문이 난 업체였다. 그런 업체에는 대기업이나 창투사에서 투자를 하겠다고 나서고 있었다.
한정만 전무가 정색을 하고 장인걸에게 따져들었다. 그런 업체에서 장인걸의 투자는 받고 다른 기업의 투자는 받지 않았다. 그러니 작업을 하던 그들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우리야 투자요청을 받고 그들의 요구를 따른 것에 불과합니다. 다른 투자자가 3배수로 들어가는 상황에서 우리가 5배수 요청을 수용해 주고 경영권 보장을 해주니 당연한 것 아닙니까?”
같은 조건이라도 천명그룹이나 다른 투자자는 무조건 뭔가 관여할 구실을 남기려고 했고 특허나 기술마저 어떻게든 넘보려고 했다. 반면 장인걸은 최대한 자유를 보장했고 심지어는 필요한 기술이나 특허마저 소개해 주기도 했다.
“우리가 그들이 원하는 대로 투자를 하지 않고 협상을 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정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움직인 것은 우리 천명그룹을 무시하는 행위가 아닙니까?”
올 때부터 맘에 들지 않은 표정을 짓던 이만손이 나서서 한소리를 했다. 일종의 협박이나 다름이 없었다. 보복을 하겠다는 말이었다.
“천명에서 이득이 없기에 조건을 걸면서 투자를 하지 않은 것이라 판단을 했습니다. 반면 우리는 그들이 내세운 조건으로 투자를 해도 충분히 이득이 날 것이라 판단하여 투자를 했고요.”
장인걸은 천명의 논리에 동조할 생각이 없기에 딱 잘라서 한 마디를 던졌다. 옆에 있는 안정만 본부장은 이런 대립으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직 천명공화국이 되기 전이야. 지금도 대단하지만 모든 것이 천명의 뜻대로 되는 상황은 아니야.’ 장인걸은 천명그룹의 힘을 넘어서지는 못하지만 일방적으로 당할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장인걸은 여기저기 다니면서 인맥을 만들고 투자를 하고 있었다.
여기에 최근 몰리브덴 광산의 투자지분을 액면 분할을 하여 10배 늘렸다. 그 결과 적지 않은 정관계 인사들이 분할된 지분을 매입하기도 했다.
일종의 뇌물 형태로 지분을 거래했다. 그로 인해 장인걸의 우군도 적지 않았다.
“가급적이면 앞으로 우리가 협상을 진행하는 업체에 손을 뻗지 않았으면 합니다. e-천명은 우리 천명그룹이 미래의 성장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추진하는 핵심 사업입니다. 그 사업을 방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장인걸이 어깃장을 놓자 한정만 전무가 가이드라인을 정해서 통보를 했다.
“물론 우리도 프리웨이가 협상을 할 경우 중간에 나서지 않을 것입니다. 그 정도의 상도의는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먼저 찾아와서 투자를 요청할 경우에는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건 그것대로 문제가 있으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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