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91
한정만 전무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장인걸을 노려보았고 장인걸도 지지 않고 마주보았다. 마음 같아서는 기세마저 내뿜어 굴복을 시키고 싶었지만 일단 참았다. 그렇게 했다가는 이상한 소문이 돌 수 있고 천명그룹에서 관심을 가질 수가 있었다.
“그거야 각 업체의 선택이니 어쩔 수가 없지만 어쨌든 서로 조건을 가지고 경쟁을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은 불가피한 것인데 그렇게 하지 말라니 어이가 없는 말이지만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굳이 부딪칠 이유는 없었다. 그런 업체가 꼭 필요하면 비슷한 사이트를 만들거나 업체를 하나 창업을 하면 되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더 투자를 하려고 해도 자금이 없어 투자할 여력도 없으니 말입니다.”
장인걸은 그렇게 말을 했다. 당장 150억 원을 투자한 상황이니 더 이상 자금을 마련할 길이 없었다. 더구나 프리웨이의 유상증자를 하느라 50억 원이 들었으니 여유자금이 없었다.
무리하게 투자를 하다가 자신이 경영하는 사업체마저 위태로울 수가 있었다. 투자는 새로운 기회를 찾는 것이지만 위기를 불러올 위험도 항상 존재했다.
장인걸은 막상 투자할 자금이 없기에 고민이 되었다. 궁하면 방도를 생각하게 되고 그러다가 결국 결행을 하기로 했다. 이미 몇 번이나 은밀히 움직여서 행동을 했기에 밤에 움직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크지 않았다.
‘저 집안 지하에 있는 금고는 접근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현금이 대략 10억 원 정도는 있어 보이고 중요한 채권 서류도 30여 건은 있다. 하려면 못할 것도 없지만.’ 금액이 3억 원 이상이 되는 채권서류는 부장들이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보스인 정민택이 보관했다. 물론 대부분의 채권서류의 사본도 지하실의 서고에 보관하고 있었다.
거길 털려면 2.5트럭 하나는 있어야 될 것 같았다. 그림이나 골동품도 꽤나 있었다. 아마도 채무자들에게 강탈한 것을 모아놓은 것 같았다. 경제가 좋지 않아 제값을 받기 어려우니 일단 모아 놓기만 한 것 같았다.
집 앞에 가서 감지를 하니 지하실의 전경이 그려졌다. 멀리서 살피면 공간이 있는 것만 감지가 되었지만 가까이 가니 안에 있는 것까지 구별이 가능했다.
그곳에 접근하려면 집안에 있는 자들을 전부 다 제압해야 가능했다. 물론 각종 감시 장비도 많기에 그것까지 제거를 하고 시건장치까지 제거해야 했다. 물론 일반인 기준으로 하여 설치를 해놓았기에 없애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였다.
현금과 중요 서류만 탈취하여 움직인다면 한 번만 가면 될 것도 같았다. 그림이나 골동품은 덩치가 크기에 처분하지 않는 이상 추적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아 보였다.
장인걸은 시간이 12시가 넘어가자 창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은밀하게 안가로 이동했다. 집에서 안가까지는 1.5km 정도 떨어져 있기에 10분 정도 걸으면 되었다.
사전에 안가 주변에 차를 주차해 놓았기에 차를 가지고 움직였다. 제일 먼저 명동으로 이동하여 밴을 먼저 찾아냈다. 움직이면 찾기 귀찮기에 제일 먼저 표적으로 삼았다.
밴은 주차장에 세워져 있었다. 일종의 방치가 가장 안전하다고 믿는 것인지 특별한 경비가 없었다.
장인걸은 허공섭물을 사용하여 밴의 문을 따고 안으로 들어갔다. 수동식 금고가 설치되어 있지만 감지와 허공섭물을 사용하자 금방 열 수가 있었다.
금고 안에는 3억 원에 달하는 현금과 채권서류 100여 개가 들어 있었다. 건건이 하나의 봉투에 들어있었고 봉투 겉면에 채권서류를 찾기 쉽도록 정보가 기재되어 있었다.
가져간 포대에 돈과 서류를 담은 다음에 조금 떨어진 곳에 주차한 승용차의 트렁크에 옮겨 실었다. 다시 원상회복을 한 후에 이동을 했다. 최단거리를 이동하도록 경로를 잡았기에 10분 정도 이동하고 작업을 했다.
여섯 군데를 돌고나자 트렁크만이 아니라 뒷자리, 심지어는 조수석까지 가득 실어야 했기에 안가에 들러 짐을 부리고 다시 이동했다. 열두 시 넘어서 시작한 작업이 새벽 4시가 넘어서야 마무리 되었다.
마지막으로 정민택의 본부라고 할 수 있는 그 집으로 출동을 했다. 이미 지하실의 존재를 알고 있기에 그곳에서 물건을 빼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감시 장치도 적당히 허공섭물을 이용하여 정지를 시키고 그것도 불가능하면 저장장치를 파손하기도 했다. 물론 철저하게 위장을 한 상황이니 영상이 남아도 크게 문제는 없었다.
안에 머물던 자들은 허공섭물을 응용하여 제압을 했는데 살객 임치형을 처리할 때보다 훨씬 쉬웠다. 숫자는 20여 명이나 제압해야 했지만 굳이 들어가서 확인하지 않아도 되기에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
지하실에 들어가서 현금과 원본 채권서류만 챙겼다. 그림과 골동품을 챙기고 싶었지만 가지고 갈 수가 없었다.
‘현금이 대략 50억 원 정도 된다. 정민택의 지하실에 20억 원이 넘는 현금이 있다니. 이번에 모은 채권서류는 무려 1500건이 넘어가고. 금액은 합산을 해야겠지만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대충 해도 원금만 300억은 되는 것 같은데. 일단 빠른 시일 안에 채무자들에게 알려야겠다.’ 채권서류가 다른 존재에게 있다는 사실을 알려 사채업자에게 갚는 것은 채무상환이 아님을 통보하여 회수를 하지 못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무기명 채권서류이니 영수증을 받아도 채권자의 이름이 달라지면 의미가 없었다.
‘일단 어디가 좋을까?’ 장인걸은 누구의 명의를 사용하여 통보를 보내는 것이 좋을지 궁리했다. 우편을 보낸다고 해도 신분증을 검사하지 않으니 적당한 사람을 골라 보내도록 시키면 되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정민택과 사이가 좋지 않은 사채업자를 골라 그의 명의로 보내는 것인데. 같은 사채업자인 유지환이라는 자와 앙숙이라고 했던가?’ 장인걸은 유지환의 명의를 사용하기로 했다. 그 이름을 사용하면 함정이라는 것을 바로 알기에 숨겨진 업체를 하나 사용하기로 했다.
‘내가 직접 발송을 하면 좋지만 워낙 드러난 상황이니 쉽지 않다. 마태욱 실장에게 말해는 것이 최선인가?’ 하지만 그것도 자신의 행적이 드러나는 문제가 있기에 나중에 변고가 알려질 때 소문만 내도록 지시하기로 결정했다. 그런 의미에서 강동철을 영입하여 일정수준의 비밀을 공유하면서 일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만손과 한정만은 각종 서류를 펼쳐놓고 회의실에서 같이 뭔가를 검토하고 있었다. 투자대상 업체를 선정하고 있었다.
“문제는 프리웨이가 시장을 선점을 한 상황이라 어지간한 업체에 투자를 해도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비슷한 시스템을 갖추고 사이트를 운영하려면 최소 20억 가량은 필요하니. 그 정도 돈을 들여도 상대가 될지 의문이고요. 사업을 하려면 거래처가 있어야 하는데 그 부분은 산정하지 않은 상황이고요.”
이만손이 투정을 하듯이 들고 있던 서류를 툭 던지면서 말을 했다. 천명그룹을 내세워서 장인걸에게 협박을 하고 왔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투자하기 위해 유망한 업체를 물색 중이었지만 대부분 영세한 수준이라 눈이 가지 않았다.
“작년에 프리웨이를 잡았어야 했는데 너무나 안이했습니다. 우리가 관심을 가졌을 때는 어떻게 하기에는 너무 크고 말았습니다. 각 분야의 표준마저 사실상 빼앗긴 상황입니다.”
산업표준으로 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프리웨이는 인터넷 관련하여 하나의 표준이 되어가고 있었다. 단기간에 하나의 정형화된 모델을 시행착오 없이 정착시키는 것을 보면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그 때문에 후발주자는 프리웨이가 만든 사업모델을 복제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것도 기술이 부족하여 어설프게 베낀 티가 역력했다. 그래놓고도 독자기술이라면서 투자를 해달라고 하면서 3배수니, 5배수니 하는 프리미엄까지 요구하고 있었다.
“굳이 이런 곳에 우리가 뛰어들어야 할지 의문입니다. 몇몇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닷컴 산업은 허상이고 애들 장난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이만손은 고작 두세 달 동안 e-천명 사업을 추진하고 벌써부터 성과가 없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프리웨이도 투자비를 제하면 남는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적자입니다. 그럼에도 장인걸은 벌어들이는 수입을 전부 꼴아 박으면서 사업을 키우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걸 알아야 합니다. 제가 천명전자에 입사했을 때 반도체 부문은 만년 적자상태였습니다. 일본 반도체 업체를 쫓아가기 바쁜 상황이고 일본이 개발한 반도체 장비를 사정하여 들여왔습니다. 그렇게 10여 년이 지난 후에야 흑자를 냈습니다. e-천명 사업도 장기간 인내심을 가지고 투자해야 합니다.”
한정만은 벌써부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만손을 보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머리는 제법 있는데 행동하는 것이 너무 가벼웠다. 그런 모습은 또래들과 비슷했지만 천명그룹을 이끌 황태자의 모습으로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프리웨이를 둘러보면 볼수록 앞날이 깜깜합니다. 우리 천명의 엘리트들이 그들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갓 대학에 들어간 딴따라를 따라잡지 못하는지 어이가 없어요.”
이만손은 장인걸을 비하하면서 천명의 엘리트들이 장인걸보다 못한 것에 화를 냈다.
“우리 천명은 페이스메이커가 아닙니다. 천천히 뒤를 따라가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역전하면 됩니다. 그러니 신중하게 차근차근 해나가면 됩니다. 조급하면 될 일도 안 됩니다.”
한정만은 차기 총수의 미숙함을 보자 걱정이 되었지만 날 때부터 천재는 없기에 결국 다독일 수밖에 없었다.
“이러다가 돈만 까먹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캐피탈 자금은 무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어쨌든 천명전자나 천명SDI에서 지원을 해줄 것입니다. 그러니 걱정을 내려놓고 좋은 아이템을 선점해야 합니다.”
투자를 바라고 업체에서 제출한 IR자료를 살펴보지만 바로 눈에 띄는 아이템에 없었다. 뭔가 부족하고 그저 학생들의 실험 작품 비슷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장인걸은 강동철의 연락을 받고 그 공원에서 만났다. 공원입구 쪽에 커피 자판기가 있어 거기서 커피를 뽑아들었다.
“집이 시골이라 제대한 후에 무작정 상경하면서 지금의 도장에 머물게 되었고 다른 곳으로 갈 상황이 아니어서 여태 머물고 있습니다.”
사범으로 있지만 운전부터 도장청소까지 다 하면서도 흔히 말하는 쥐꼬리만 한 월급을 받고 있었다. 도장도 경영상태가 그리 좋지 많아 자르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정식 사원이 되고 싶어요, 아니면 일단 편하게 활동하는 개인 수행원이 되고 싶어요?”
장인걸은 근무형태에 대하여 의견을 물었다. 장인걸이 유명한 가수이고 마라토너이며 프리웨이를 경영하는 기업인이라는 것은 강동철도 알고 있었다. 그런 장인걸이 주먹들의 세계에 한 발 걸치고 있는 것도 알고 있었다. 점박이 일당을 데려가는 과정에서 등장한 자들은 분명 조직과 연관이 있는 자들이었다.
“둘의 차이가 있습니까?”
“정식 직원이 되면 일반 회사원이 되는 것이죠. 반면에 개인 수행원이 된다면 자유롭게 활동이 가능하지만 조금 위험한 일도 할 수 있고 때로는 나와 같이 은밀하게 움직여야 할 수도 있습니다. 조용히 살고 싶은데 어떻게 하다 보니 어두운 쪽과 연관이 되고 실력을 드러내게 되었습니다. 알다시피 덩치가 좋으면 엉겨 붙는 사람도 많고 그러다보면 싸워야 하는 경우가 생기고.”
장인걸은 자신이 선택한 것이지만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둘러댔다. 그것이 다른 사람이 쉽게 받아들일 것 같았다.
“그거야 덩치 좋은 사람의 숙명이죠. 더구나 연예계도 이상한 양아치들이 설치죠? 그들에게 이용당하지 않으려면 주먹도 필요하고요. 회사원이 아니라면 결국 그쪽에서 심부름꾼을 하는 것이겠군요.”
“그렇습니다. 지금까지는 광현이파라고 하는 천광상사에서 도움을 받고 있지만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혼자 움직일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장인걸의 말에 강동철도 자신이 평범하게 회사원으로 지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조폭이 되는 것도 내키지 않았는데 적성에 맞는 일을 찾은 것도 같았다.
“필요하다면 사무실을 차리고 직원을 고용해도 됩니다. 같이 특수부대에 근무했던 자들 중에 뜻이 맞는 자를 데려와도 됩니다. 그 정도 자금은 있으니까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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