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92
사채업자에게 강탈한 돈은 드러나게 쓸 수는 없지만 그런 용도로 쓰는 것은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가장 적당할 수도 있었다. 50억 원 이상의 현금이 있는 상황이니 일반 직원이나 주먹 몇을 거느리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면 개인 수행원의 일을 하고 싶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도장에 있는 것도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었다. 관원의 숫자가 절반 가까이로 감소한 상황이니 사범의 숫자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경제위기는 아이들 태권도 교습까지 줄이게 만들었다. 그러니 이제 그만두는 것이 좋았다.
장인걸은 강동철이 자신의 돈으로 거처를 마련한다고 하자 일종의 안가개념으로 집을 하나 장만하라고 했다. IMF사태 전이라면 집을 사려면 자금조달계획을 제출하고 자금출처조사까지 했지만 모든 것이 면제가 된 상황이라 돈만 있으면 집을 장만하는 것은 문제가 없었다.
그렇게 말하고 집과 사무실을 마련하도록 지시를 했다. 그런 배려를 해주자 그간 눈칫밥을 먹던 상황이라 그런지 다음날 태권도 도장을 그만두었고 장인걸이 현금을 내주자 집과 사무실을 마련했다.
집의 위치는 장인걸의 집 주변에 있는 고급주택이었다. 고급주택에 살던 사람이 내놓은 것을 구입하게 했다. 그런 다음에 사무실도 전에 살던 곳 근처에 내도록 하여 장인걸이 방문하기 편한 곳으로 잡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현금이 생겼지만 대놓고 사용하기에는 조금 문제가 있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까지는 가능하지만요.”
장인걸의 말에 강동철은 이해하는 표정이 되었다. 아마도 돈의 출처가 조폭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사채업자에게 강탈한 것이나 조폭에게 받은 것이나 차이가 없기에 굳이 정정하지 않았다.
민지훈과 마태욱은 장인걸에게 건네받은 다섯 개의 물건(?)으로 인해 골치가 아팠다. 그들은 꽤나 오래 전부터 알던 점박이파의 두목과 사천왕들이기 때문이었다.
학창시절 혼자 활동하는 민지훈과 달리 점박이 김창섭은 항상 사천왕이라 불리는 친구 네 명과 같이 움직였다. 하지만 민지훈도 고등학교 3학년 무렵이 되어 후배들이 생기면서 결국은 패싸움을 하게 되었고 점박이와 1:1로 붙게 되었다.
대략 10여 분 동안 공방전을 벌렸지만 승부를 내지 못했다. 더구나 패싸움을 벌이니 누군가 신고를 하여 경찰이 출동하여 중간에 도망을 쳐야 했다. 그 후에 다시 싸울 기회가 없었는데 난데없이 그들이 제압이 된 상태로 넘겨지게 되었다.
“이거 우리가 주어온 것으로 하자.”
민지훈은 장인걸에게 들은 이야기와 1차로 3일간 조사한 내용을 살피면서 그렇게 말을 했다. 함부로 해치기에는 나름대로 중요한 인물이었다.
“그것도 방법이네요. 그러면 이런 정도로 소설을 써보죠.”
마태욱의 이야기에 민지훈은 찬성을 했다.
“적당히 이득을 취하자는 말이지?”
“그렇죠. 경계에 서 있는 자이고 그 공원은 사실 우리 광현이파의 관할 구역이잖아요. 살객이 무단으로 점유한 것이고.”
“그들이 넘어오는 것을 암묵적으로 인정하지만 행정구역상으로는 우리의 구역이죠. 애들을 주어왔으니 보상금은 제대로 챙겨야죠. 하지만 그냥 풀어주면 귀찮게 추적할 것인데 문제가 되지 않을지 그것이 걱정입니다.”
“한방에 다섯이 저항도 못하고 당했다면서?”
“그냥 귀싸대기 한 대씩 패니 다들 나뒹굴었고 그것으로 끝났다는데요. 옮기고 나니까 겨우 정신을 차렸고요.”
“만나보도록 하자고.”
민지훈과 마태욱은 일종의 감금시설로 이동을 했다. 그곳에 사람이 들어있던 것은 거의 1년 전이었으니 그들도 생소했다.
“점박이, 오랜만이야.”
민지훈은 탈을 쓰고 있었다. 반면에 점박이는 온몸이 결박이 되어 의자에 앉혀져 있었다. 의자는 특수제작이 되어 결박을 하면 자력으로는 절대 탈출이 불가능하게 되어 있었다.
“우리가 주어왔어. 길거리에 묶여서 버려져 있더군. 어쩌다가 그런 처지가 되었어? 조사를 해보니 한 방에 뻗었다면서. 그것도 한사람에게 다섯 모두가.”
민지훈이 조롱하는 어조로 상황을 설명했다.
“넌 누구지?”
그러자 민지훈이 가면을 벗었다. 그러자 점박이는 한동안 민지훈을 바라보다가 누군지 떠올린 것 같았다. 벌써 십여 년 가까이 만나지 못한 상황이니 바로 알아보지 못한 것 같았다.
“민지훈?”
“맞아. 결국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었어. 제대로 노란색 빨랫줄에 묶여서 공원에 버려져 있더군. 명석대에서 왕십리로 가는 길 옆 공원에. 모처럼 우리가 순찰을 하는데 운이 좋았어. 전에 맹물은 거기를 방치했지만 나는 다르거든.”
민지훈의 말에 점박이는 화난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발작은 하지 않았다. 노란색 빨랫줄이라는 말에 노기를 강하게 드러냈다. 그 줄은 자신들이 준비한 것인데 그것으로 묶였으니 자승자박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러다가 한쪽에 놓여있는 줄을 보니 더욱 화가 났다.
“어떻게 할 거야? 우리의 구역에 함부로 침입한 것은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는데. 얼마 전에야 눈치가 보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거든.”
민지훈의 말에 점박이의 표정이 다급하게 변했다. 조폭 사회에서 상대에게 붙잡힌 상황에서 심하게 폭행을 당하거나 불구가 되는 것은 비일비재했다. 심하면 죽기도 했다.
“좋게 해결하면 안 될까?”
“해결이 될까? 누구한테 건방을 떨었는지 몰라?”
순간 점박이 김창섭의 표정이 확 변하고 말았다. 언제부터인가 출처 불명의 소문이 떠돌고 있었다. 차원이 다른 고수에게 살객 임치형이 당했고 그 고수가 광현이파의 배후에 있다는 소리였다. 그로 인해 명륜당마저 파레스 호텔을 넘겨주어야 했다.
자신이 꼼짝도 하지 못하고 당한 것은 알고 있었다. 얼굴이 가려져 정확히 볼 수는 없었지만 그의 강함은 절감하고 있었다. 가볍게 휘두른 귀싸대기 한 대에 나뒹굴고 말았다. 조금만 더 강하게 때렸다면 목뼈가 부러지거나 머리가 터졌을 상황이었다.
“정해진 구역 밖으로 확실히 물러난다고 약속을 하면 풀어줄 수도 있어. 밤마실을 나간 그분에게 엄청난 무례를 저질렀다면서. 그러니 알아서 판단을 해.”
“정말 그렇게 하면 풀어준다는 말이냐?”
“물론. 대신에 그간 무단으로 점거하여 장사를 한 것에 대한 배상은 확실히 해야지.”
민지훈은 점박이의 수준이 마태욱보다도 못한 것을 보니 굳이 제거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 중에 제일 나은 점박이가 그러니 나머지 넷은 그보다도 못했다.
“설마 중천사거리를 내놓으라는 것은 아니겠지?”
“당연한 것 아니야. 거기도 원래는 이쪽 구역이잖아. 바보 같은 맹물이야 제 밥그릇도 챙기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지만.”
민지훈도 오래전에 넘어간 지역을 되찾는 것이 쉽지 않지만 점박이를 확보한 상황에서는 이야기가 달랐다. 적당히 어르고 달래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칠종칠금이라고 놓아주었다가 다시 한 번 눌러주면 그것이 더 확실할 수도 있었다. 그때는 은퇴를 시켜 화근을 제거해도 명분이 있었다.
장인걸은 샌프란시스코마라톤대회 이후에도 자주 미국의 칼 막스턴이나 페럴 해런드와 연락을 하고 있었다. 미국의 일은 그런대로 잘 처리가 되고 있었다. 유망한 IT기업에 투자하는 것도 적절하게 진행이 되고 있었다.
“총 네 개의 도메인 매각이 이루어졌습니다.”
하나당 10만 달러 이상의 단가가 책정이 된 큰 거래였다. 더구나 글로벌 기업이라 자금력도 빵빵하고 IT붐이 일어 도메인의 가치마저 상승하는 상황이라 바로 거래가 이루어졌다.
“생각지도 않게 도메인의 가치가 상승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포기했던 기업에서 연락이 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구글이라고 하는 이상한 도메인도 매입을 타진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그렇습니다. 래리 게이지와 세르게이 보란이라는 스탠포드대학 후배인데 회사의 어려운 사정을 토로하면서 주식의 3%를 주겠다고 합니다.”
“3%요? 자본금이 얼마인데요?”
“현재 딱 10만 달러입니다. 3천 달러의 가치를 인정해 준다고 합니다.”
“그러면 제가 도메인을 양도하고 20만 달러를 투자하는 조건으로 지분의 20%를 확보할 수 있는지 타진해 보십시오. 그리고 필요하다면 프리웨이가 보유한 특허의 일부에 대한 라이선스도 제공해 줄 수 있습니다.”
회귀 전에는 구글의 성장에 필요한 특허의 상당부분이 애드캐스팅이란 회사의 특허이지만 그들이 보유한 특허는 대부분 프리웨이에서 선점한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설사 애드캐스팅이라는 회사가 제대로 성장을 하더라도 구글이 성장하는데 어려울 수가 있었다.
“특허까지 말입니까?”
“검색과 광고 관련하여 출원한 특허를 무기로 하여 협상을 해주시면 됩니다. 물론 페럴 해런드 변호사와 같이 가서 협상에 임해주시기 바랍니다.”
장인걸은 구글이 회귀 전보다 빠르게 등장하는 것을 보면서 뭔가 조금 이상했지만 사전에 준비를 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미국의 포털시장은 야후가 석권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나중에 구글이 승리한 것은 야후의 기술을 뛰어넘는 새로운 검색방법을 그들이 창안했기 때문이다.
“한 번 만나보고 그 이후에 저랑 다시 이야기를 하시죠. 그들이 제가 가진 특허를 극복할 수 있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는다면 오히려 매달릴 것입니다.”
장인걸이 제작한 프리웨이의 모델은 야후가 아니라 구글이었다. 그렇기에 프리웨이에서 출원한 특허는 구글의 근간이 되는 특허였다. 만일에 특허에 막혀 구글이 그런 기법을 적용하지 못한다면 야후를 이기지 못했다.
장인걸과 통화를 한 칼 막스턴과 페럴 해런드는 구글이라는 도메인을 인수받기를 원하는 벤처사업가를 마주했다. 그들이 그런 작은 회사를 상대할 필요는 없지만 장인걸이 특별히 부탁한 일이라 그 자리에 직접 나섰다.
“도메인을 넘겨주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만들고자 하는 사이트가 검색사이트이고 포털이라고 하니 우리가 보유한 특허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상당한 두께의 서류를 건넸다. 일종의 특허출원서류의 표제 부분의 사본이었다. 그것만 보여주어도 어떤 특허인지 대략 감을 잡을 수가 있었다. 이미 접수를 하여 출원등록까지 마친 상황이었다. 그것을 처리하느라 칼 막스턴의 변리사 사무실은 지금도 정신이 없었다.
10여 분 정도 두 사람이 번갈이가면서 서류를 살폈다. 그들은 서류를 한 장씩 넘길 때마다 감탄을 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놀랍군요. 우리가 적용하려고 하는 것 대부분을 한국의 프리웨이란 포털사이트에서 구현을 했군요.”
세르게이 보란이 마지막 장을 덮더니 그렇게 탄식을 했다. 어떻게 하건 자신들이 생각한 사이트를 만들면 바로 특허침해로 제소를 당하고 사이트 폐쇄를 해야 할 상황이었다. 우회특허를 생각해보지만 그것까지 대부분 막혀 있었다.
“검색과 뉴스, 이메일을 메인으로 하는 포털사이트를 서비스한다면 야후와 프리웨이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고는 불가능합니다. 특히 프리웨이의 특허는 표준이 아니기에 개별 협상을 해야 할 것입니다.”
칼 막스턴이 단언하듯이 말을 했다.
“도메인만 인수해 간다면 큰 의미가 없습니다. 차라리 특허를 라이선스하고 우리 쪽 투자를 받는 것이 어떻습니까?”
가만히 지켜보던 페럴 해런드 변호사가 나서서 투자를 제안했다. 투자제안에 그들은 놀란 표정이 되었다. 그러자 로한나 기술연구소에서 작성한 프리웨이 관련 보고서를 보여주었다.
“대단하군요. 이건 MS보다도 더 지독한 독재자입니다.”
“이건 야후에, 이베이에 이타리에 아직 나타나지 않은 수많은 사이트를 총체적으로 결합한 지독한 독점이군요.”
“왜 우리가 이런 사이트를 몰랐지? 한국에서 어떻게 이런 사이트가 출현할 수가 있지?”
그들은 감탄과 탄식과 분노가 뒤범벅된 감정을 표출했고 심지어는 허탈한 표정으로 패배감마저 드러내고 있었다.
몇 번의 협상을 통해 장인걸은 구글의 지분 20%를 획득했다. 아울러 구글은 프리웨이와 매출 1%의 로열티로 모든 특허를 사용하는 조건의 업무제휴약정을 체결했다.
장인걸은 미래의 거대한 인터넷 강자를 확보한 사실에 고무가 되었다.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한 발 걸칠 수 있게 되었으니 지속적으로 투자하여 그 지분을 유지할 계획이었다.
아울러 당장은 야후의 상승세가 두드러지는 상황이니 야후의 지분을 확보하도록 페럴 해런드에게 부탁을 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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