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93
점박이는 결국 중천사거리에서 물러나고 그동안 무단으로 점유하여 장사한 것에 대한 배상금으로 10억 원을 내주기로 약조했다. 당장 죽이지는 않겠지만 은퇴식을 할 기세여서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중천사거리를 내주었고 10억까지 주기로 약조를 했다고?”
풀려나서 사무실로 오자 명륜당에서 호출을 했고 결국 상황도 제대로 파악을 하지 못하고 박갑술 회장에게 불려갔다. 호출이지만 강제소환이나 마찬가지였다.
“다시 중천사거리는 찾아오면 됩니다. 사람을 납치하여 협박을 한 것이니 무효로 만들면 됩니다.”
이미 민지훈과 그 부하들이 중천사거리를 점유한 상태였다. 하지만 힘으로 밀고 들어가서 되찾으면 될 일이었다.
“조용히 찌그러져 있어. 괜히 일을 키우지 말고.”
박갑술이 짜증을 내면서 그렇게 지시를 했다.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자네가 10억, 우리가 10억을 내라고 요구했으니 알아서 정리하자고.”
순간 명륜당에 배상을 해달라고 겁도 없이 요구한 행위에 어이가 없었지만 그것에 꼼짝없이 응하는 명륜당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점박이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러다가 자신이 접했던 정체불명의 인물을 떠올리자 갑자기 두려움이 몰려왔다. 모든 것의 배후에 그 존재가 있었다.
“거기는 원래 임자가 없는 구역입니다.”
“임자가 없는 구역이 아니라 원주인을 몰아내고 우리가 차지했던 구역이지. 아니 자네 이전의 흑곰이 차지했는데 말을 듣지 않아 정리를 하고 자네에게 갔던 거야.”
흑곰은 꽤나 강한 주먹이지만 살객 임치형을 이길 실력은 아니었다. 원래는 똘마니였는데 머리가 굵어지자 살객의 심기를 거슬리기 시작하여 제거를 당했고 그 때 점박이 김창섭이 그 구역을 꿰차게 되었다. 물론 김창섭은 자기의 주제를 알기에 넙죽 엎드리면서 살객의 비위를 맞추었다.
“어쨌든 일이 터진 상황이니 수습은 해야지. 더구나 이상하게 엮인 상황이고.”
꼼짝없이 사재를 털어서 내놓아야 할 판국이니 억울하기 짝이 없었지만 명륜당마저 굴복을 하려고 하니 달리 방도가 없었다. 흔히 조폭들 사이의 영역다툼을 항쟁이라고 하는데 그런 방식으로 상황을 돌파하는 것도 불가능해 보였다.
“거기를 내주면 우리의 영역은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애들은 어떻게 합니까?”
외곽조직은 위에서 결정하면 따라야 했다. 이번처럼 영역을 내놓으라고 할 경우에 거부하고 독자적인 노선을 걸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했다. 명륜당의 보호를 받지 못하면 자신의 영역을 지킬 방법이 없었다.
“쓸데없이 군식구를 데리고 있을 필요는 없으니 정리해야지.”
박갑술 회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듯이 냉혹하게 말을 했다. 가뜩이나 살객의 은퇴로 인해 골치가 아픈데 또 다시 일이 커졌으니 걱정이 되었다. 적당히 마무리를 짓고 내부 정비를 마무리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38. 벤처 투자
강진경은 학교 수업이 없는 시간 대부분을 프리스토리의 업무를 하면서 보내었다. 그 덕분에 연재하는 작가가 급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고 비례하여 유료연재를 하는 소설도 그만큼 많아졌다. 더구나 IMF로 실업자가 늘어나면서 너도나도 작가가 되겠다고 글을 쓰기 시작했고 연재를 했다.
“하지만 라노스라는 사이트가 생기면서 일부 작가가 옮겨 갔고 거기도 내년 초부터 유료연재를 한다고 준비 중이야. 아직 최고 조회수가 2500이지만 좋은 작품 하나만 뜨면 독자야 급속도로 늘어날 것이고.”
강진경은 히어로기획의 사무실을 방문하여 현재 상황을 보고하더니 푸념을 했다.
“꼭 프리페이에서 대금결제서비스를 지원해야 하는 거야? 나중에 문제가 되면 마지못해 계약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프리페이에서 결제서비스를 해주지 않으면 라노스에서 유료화를 하려면 그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자금이 투자되어야 했다. 그러면 한동안 프리스토리가 유료연재를 독점할 수 있었다.
“그거야 분사한 프리페이에서 결정할 문제이지.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쟁 사이트의 출현은 시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거야. 독점은 작가들에게도 좋지 않지만 프리스토리에도 좋지 않아. 지금은 시장 확대를 노릴 때야.”
“선점의 효과가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쉬워.”
“하지만 불펌 방지효과는 라노스와 비교가 되지 않잖아. 저작권 보호에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작가들 상당수는 다시 프리스토리로 옮겨올 거야. 거기다 웹툰을 서비스하는 것은 기술이 필요한데 라노스가 그런 기술 자체를 확보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거야. 그러니 걱정 마.”
그림 파일의 경우 일반파일보다 불펌 방지가 쉽지 않았다. 거기에 파일의 용량이 너무 크기에 축약할 필요가 있는데 거기에는 MPEG 압축 기술이 필요했다.
하지만 라노스는 그런 고급기술을 적용할 기술도 없고 설사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특허를 침해하는 상황이라 라이선스를 확보하지 않으면 서비스가 불가능했다. 프리스토리도 관련 기술에 대한 특허나 아이디어 특허를 다수 보유한 상황이었다.
“그들이 우리에게 관련기술의 라이선스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것도 내년 초에나 가능할 거야. 그 정도 시간이면 충분히 격차를 벌릴 수가 있어. 라노스가 생기면서 출판사에서 거기를 지원하면서 기성작가들도 유료연재에 참여할 것이니 오히려 다행이야.”
유료연재에서 독점 상황이라 출판사에서는 상당히 불만이 많았는지 몇몇 출판사가 그곳에 연재를 하도록 출판 중인 작가들에게 은근히 지원을 하고 있었다.
“프리스토리는 증자를 하여 자금력이 풍부해. 그렇기에 다른 사이트에 비해서 훨씬 유리한 편이야.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겨 수익을 내는 상황이고. 더구나 이미 세 개의 에이전트 업체가 생기면서 유료연재의 기반이 탄탄해지고 있어.”
창일출판사라는 곳과 흥아 에이전트가 업무를 시작했다. 흥아는 장인걸이 만든 에이전트 업체로 흥아 엔터의 자회사이기도 했다. 거기에 강진경의 언니인 강진아가 만든 유명기획도 에이전트 업무를 시작했다.
원래는 프리스토리 자회사로 에이전트 회사를 만들려고 했지만 그렇게 될 경우 프리스토리를 기피하는 작가가 생길 수도 있고 다른 에이전트에서 기피할 수도 있기에 그런 계획을 포기했다. 흥아 에이전트나 유명기획이 프리스토리의 자회사나 마찬가지이지만 외견상 큰 연관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프리스토리 말고 프리로맨스를 하나 만들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강진경이 기안서 하나를 꺼내었다. 프리스토리와 구성은 비슷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면을 강조한 사이트를 론칭하려고 했다.
“프리스토리는 주로 남자들이 있다 보니 로맨스 작가들이나 독자들이 꺼려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아예 새롭게 만들까 해서.”
“자금이 부족하거나 다른 문제는 없어?”
“자금은 그리 걱정 없어. 서버만 10여 개 정도 확보하면 되고. 사이트 구성은 프리스토리를 따오면 되고 마케팅은 여성을 강조하는 분야로 집중하면 광고만으로도 어느 정도 수입이 확보될 것 같아. 화장품, 여성의류, 여성용품 광고를 유치하면 될 것도 같고. 프리스토리에 그런 광고는 못하잖아.”
“그러면 해봐. 사람은 더 충원해야겠네.”
“사람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거야.”
장인걸은 강진경이 틈새시장까지 노리는 것을 보면서 프리스토리가 망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장인걸이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찾아 보완하는 것에 기분이 좋았다.
모처럼 장인걸은 장유현과 한정수, 거기에 카페 ‘달맞이꽃’의 사장인 한소희와 같이 달맞이꽃의 별실에서 식사를 같이 하고 있었다. 아시안게임에 가기 전에 만나는 모임이었다.
“뜨고 나서 우리 달맞이꽃은 외면하는 것 같아.”
한소희가 자주 오지 않는다고 서운한 어조로 말을 했다. 약간은 장난스러운 어조였다.
“그건 너무한 말씀입니다. 그래도 한 달에 한 번은 꼬박꼬박 스페셜 나이트에 게스트로 왔는데요.”
“그거야 그렇지만 조금 아쉬워서 그렇지. 손님들도 이해는 하지만 자주 왔으면 하더라고. 데뷔 초창기에 봤던 사람들은 네 이야기를 하면서 아쉬워하기도 하니.”
한소희의 푸념에 장인걸은 멋쩍은 웃음으로 받아넘겼다.
“그보다 아시안게임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는 거야?”
“꾸준히 훈련을 하면서 체력을 유지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무슨 일이 있어요?”
장인걸은 식사나 같이 하자는 연락을 받고 나온 것이라 무슨 이유로 모인 것인지 몰랐다.
“특별한 것은 없고 그냥 얼굴이나 보면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의논하자는 것이지. 그간 네 조언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다들 큰 실수 없이 대처를 했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변할지 들어볼까 해서 말이야.”
한정수가 자리를 마련한 취지에 대하여 설명을 했다.
“뭐, 제가 점쟁이도 아닌데 꼭 맞는다고 할 수는 없죠. 그래도 제가 생각한 것을 말할까 합니다.”
그러면서 장인걸은 이후에 일어날 상황에 대하여 설명했다. 희망적인 내용도 있고 상당히 어려운 내용도 있었다. 장인걸은 회귀 전에 경험한 것들이지만 일종의 예측처럼 설명했다.
“카드대란이 문제라는 말이구나.”
장인걸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제위기의 상황과 그에 대한 정부의 정책, 그로 인해 발생할 문제점에 대하여 언급하면서 마지막으로 카드대란에 대해 언급했다.
“심각한 일입니다. 수백만의 신용불량자가 생겨나고 중산층이 몰락하면서 양극화가 심화됩니다.”
장인걸의 설명에 다들 걱정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그러면 카드 발급기준을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 지금처럼 개나 소나 카드를 서너 개씩 갖고 있게 해서는 안 될 것 같아.”
“카드도 문제지만 개인이나 각 가정의 소비를 줄이도록 하여 가계부채를 줄여야 할 것 같은데. 얼마 전에 카드 돌려막기로 빚이 점점 증가한다고 하던데.”
대책이라고 말하는 것들을 들으면서 장인걸은 고개를 저었다. 그것들은 단편적인 것들에 불과했다.
“카드대란은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경제위기로 자영업자가 망할 위기에 처하고 실업자가 증가한 상황입니다. 그들은 생존을 위해 빚을 내서 생활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수단이 카드입니다. 카드대란은 카드돌려막기로 버티다가 감당을 하지 못해서 벌어지는 사태입니다. 만일에 카드가 없다면 은행의 마이너스대출로 가고 그것도 막힌다면 사채로 가게 됩니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서 해결해야지 카드의 발급기준만 강화한다고 해서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결국 기업의 부도로 실업이 증가하고 자영업자가 몰락하면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말이군. 그렇다면 그들에 대한 지원을 해주어야 하는데 쉽지 않겠군.”
“맞습니다. 경제위기가 결국 개인과 가계로 파급이 되어 개인파산으로 종결이 되는 것입니다. 국가의 경제사정은 나아지지만 개인이나 자영업자의 사정은 나아지지 않는 것이죠.”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
“투자를 해서 고용을 늘려야죠. 어떻게든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는 방향으로 행동해야 합니다. 가진 사람이 집이라도 사고 주식이라도 하나 더 사고. 그래야 조금이라도 사정이 나아질 것입니다. 하지만 소득이 없기에 근본적으로 부익부 빈익빈의 경향은 심화될 수밖에 없죠. 개인적으로 부익부에 주력할 수밖에 없죠.”
장인걸의 말은 각자도생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말이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 개인채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 최선이고 위기를 극복한 이후를 대비하여 헐값으로 나와 있는 매물을 확보하는 것을 권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아시안게임 이후에 어떻게 활동할 계획이야?”
“어쨌든 가수이니 앨범을 내야죠. 신곡을 내는데 앞으로는 한국어와 영어, 두 가지 버전으로 낼 계획입니다. 국내에는 어느 정도 위치를 확보했지만 외국에는 그리 알려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에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1,2집과 싱글앨범도 영어버전으로 낼 계획입니다.”
장인걸의 계획에 한정수나 장유현도 공감을 표명했다.
“단순히 한국어 가사를 영어 가사로 바꿔서 부르는 것이 아니라 그들 정서에 맞도록 가사를 번안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곡도 영어 가사에 맞도록 편곡하여 현지화를 할 것입니다.”
“음, 단순히 가사만 바꾸는 정도로는 한계가 있지. 그렇게 하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할 것 같은데 가능할까? 영미권의 정서, 즉, 문화적인 부분까지 이해를 해야 하는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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