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95
39. 아시안게임
장인걸은 히어로기획을 방문한 허창현 육상연맹 사무국장을 만났다.
“굳이 이렇게 직접 방문하지 않고 이원희 코치에게 연락을 하시면 되는데···.”
일종의 아시안게임 일정을 전달해 준다는 명목으로 방문을 했지만 뭔가 부탁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미 이원희 코치가 전날 방문을 알리면서 그런 의도가 보인다고 귀띔을 했다.
“겸사겸사 준비상태도 살펴보고 바람도 쐴 겸 나왔습니다.”
“틈나는 대로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매일 시간을 정해놓고 훈련하고 있습니다.”
장인걸은 그렇게 말하고 선뜻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들어올 때부터 두리번거리는 것이 뭔가 바라는 것이 있어 보였다.
“혹시 방콕에 조금 일찍 가서 현지 적응을 할 예정은 없습니까? 마라톤은 18일에 치러지는데 시간이 되면 개막식에 참석하면 어떨까 해서요. 그러면서 개막식에 기수를 하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체육회 중심으로 선수단을 구성하는데 메달이 유력하면서 일종의 이슈를 가진 사람을 내세우는 것이 기수였다. 현재 가장 이슈메이커가 장인걸이니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 같았다.
하지만 육상의 경우에는 바로 시작하지 않고 8일째인 12월 11일부터 경기를 시작하는 상황이라 기수를 한다면 현지에서 길게 대기를 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선수들은 통제가 심한 선수촌에 오래 머물면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경기 2~3일 전에 입촌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먹는 것부터 시작하여 말까지 통하지 않아 불편한 면도 많았다. 거기에 각국 선수가 모이니 분위기가 어수선해 집중력이 저하되는 경우가 많았다. 거기다 경비 문제 때문에 출입이 통제된 상황이라 길게 있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각국의 대표팀은 선발대와 후발대로 나뉘어 가는 것이 보통이었다.
“제가 기수를 하라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체육회에서 부탁을 해온 상황입니다. 국제대회 참가 시에 기수는 메달 가능성이 높은 선수 중에 인기가 있는 사람을 선발합니다.
장인걸 선수가 태국 현지에서 인기가 높다고 대회조직위까지 요청을 했습니다.”
장인걸은 외국에 나가지 않고 있지만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 제법 인기가 많다는 소식을 듣고 있었다. 일본에서도 진출을 타진하고 있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한류가 시작되지 않은 상황이라 당분간 보류한 상황이었다.
특히 일본의 경우에 한국인에 대한 차별이 심한 편인데 굳이 거기에 가서 수모를 당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지금보다 훨씬 위상이 올라간 이후에나 갈 계획이었다.
“그래요? 대회조직위에서 요청이 왔다면 생각은 해보겠지만 12월 10일에 출국할 계획으로 일정을 잡은 상황인데 일주일이나 빨리 출국을 하려면 일정을 조정해야 합니다. 학교문제부터 여러 가지가 걸립니다. 2~3일 정도 시간을 주어야 확답을 할 수 있습니다.”
장인걸은 시험을 볼 수 없는 상황이라 리포트 제출로 기말고사를 대체하기로 했는데 그것을 훨씬 앞으로 당겨야 해서 일정이 촉박했다. 결국 다시 일정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었다.
“알겠습니다. 일정이 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지만 가능하면 맞췄으면 합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대회 분위기가 침체된 상황이라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협조를 요청한 상황이니 들어주었으면 합니다. 육상 부문에서 관심을 받는 선수가 나온 것도 오랜만이라서 연맹에서도 꼭 했으면 합니다.”
“일단 스케줄을 조정해 보겠습니다. 하지만 조정이 불가능하면 어쩔 수 없습니다.”
장인걸은 신중하게 결정하기로 했다. 이번 일에 어떤 좋지 않은 사정이 있는지 살필 필요도 있었다. 독이 든 성배를 마시는 것은 피해야 했다.
장인걸은 일정을 핑계로 대답을 보류했지만 사실상 12월에는 모든 일정을 아시안게임 이후로 잡았고 각 방송사의 연말시상식만 준비할 계획이었다.
장인걸은 혹시라도 다른 내정자가 있는데 정치적인 문제나 다른 문제로 장인걸을 대신 내세우려는 것은 아닌지 살폈다. 몇 군데 조언을 구했지만 그리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이 되어 기수를 하겠다고 답변을 보냈다.
대신 장인걸은 각 교수들을 찾아가서 일찌감치 리포트를 제출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했다. 기수를 해야 하기에 12월에 출석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까지 양해를 구해야 했다. 다행히 규정상 11월 말까지 출석을 하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아 별도의 조치는 하지 않아도 되었다.
“기수를 하려면 12월 3일까지 방콕에 가야하는데 선수촌에 있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일반 선수도 아니니 말이에요. 일단 방콕의 로열 프린스 호텔에서 머물기로 했습니다. 비용은 조금 높지만 편안함을 우선하기로 했습니다.”
일정 협의를 담당한 이원희 코치가 일정을 보고했다.
“선수촌에는 들어가지 않아도 됩니까?”
“선수촌에 들어가는 것이 강제규정은 아닙니다. 선수촌에는 경호원을 데리고 들어갈 수도 없고 수행인원도 저만 겨우 코치 자격으로 들어갈 수가 있는데 안전이 보장되지 않고 선수들의 접근을 막을 수도 없기에 입촌을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훈련에 차질이 올 수도 있고요. 대신 모든 비용을 지원받지 못해 자비로 부담해야 하지만요.”
“혹시 그렇게 한다고 욕을 먹지 않을까요?”
“유명한 선수나 왕족 출신의 선수들은 다른 대회에서도 선수촌에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회 흥행을 위해서는 선수촌 입촌이 좋지만 안전을 위해 사람을 통제해 달라고 하면 서로 입장이 곤란한 경우가 많아 외부에 머무는 것을 원하기도 합니다. 국내 여론은 적당히 사전에 작업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원희 코치가 선수촌 입촌을 반대했다. 육상연맹이나 체육회에서도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기에 따로 숙소를 잡는 것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외부에 나가서 머무는 것도 위화감을 조성하지만 같이 있으면서 특별대우를 하면 그것이 더 위화감을 조성하고 선수단 분위기를 해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스폰서와 연락을 했는데 방콕에서의 체류비와 훈련비를 지급해주기로 했습니다. 아시안게임 한국대표팀의 메인스폰서를 겸하는 상황이라 집행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보스턴마라톤대회를 치르고 맺은 스폰서와의 계약 덕분에 훈련비를 벌충할 수가 있다고 했다. 현지의 경비를 부담하는 대신에 거기서 제공하는 스포츠웨어를 착용하고 언론에 노출하고 훈련을 하는 조건이었다.
“돈을 아낄 수 있다면 좋죠.”
장인걸이 태국에서 사용할 비용이 억대가 넘어가는 상황에서 그것을 히어로기획의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아낄 수 있다면 아끼는 것이 좋았다.
스폰서가 광고 목적으로 장인걸과 계약을 한 상황에서 그 정도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들도 얻는 것이 있으니 그 정도 비용은 부담해야죠. 특별히 요구한 것은 없죠?”
“계약 내용만 준수하면 됩니다. 경기 중이나 훈련 중에 다른 용품만 사용하지 않으면 문제가 없습니다. 일상생활 중에는 스포츠 웨어만 입지 않는다면 다른 브랜드의 옷을 입어도 됩니다.”
이원희 대신에 옆에 있던 황지현이 설명을 했다. 그런 분야는 코디인 황지현이 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일상 캐주얼도 그들이 방콕에서 10여 벌을 제공해 주기로 한 상황이니 굳이 다른 옷을 입을 이유는 없죠. 스포츠 브랜드라 조금 세련된 맛이 떨어지지만 남자의 패션으로는 그리 문제될 정도는 아닙니다.”
코디의 업무 중에 주된 것이 의상협찬을 받는 것이고 그와 관련된 업계 관행을 잘 알고 있었다. 이번에도 그런 일은 황지현이 나서서 처리를 했다.
“원가는 어떨지 모르지만 제공받기로 한 의상의 가격도 꽤나 됩니다. 최신 모델로 최고 등급의 제품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황지현은 자신이 일을 잘 처리했다는 것을 과시하려는지 세세하게 설명을 했다.
“캐리어도 우리 일행에게 다 제공을 해주기로 했습니다. 그 외에 여러 가지 용품도요. 그리고 우리 이원희 코치님도 패션 스타에 준할 정도로 다양한 용품을 제공해 주기로 했죠.”
황지현이 스포츠용품 회사에서 아시안게임동안 제공하기로 한 물품의 리스트를 보여주었다. 장인걸을 움직이는 광고판으로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용품을 제공하기로 되어 있었다. 특히 경기에 착용하고 나갈 모든 것을 다 제공하기로 했다.
장인걸은 e-천명 추진현황에 대한 것을 정보팀에서 전달받았다. 마태욱에게 부탁을 했더니 투자현황을 입수하여 전달을 했다. 마태욱에게 정보를 모을 때 천명그룹의 주변을 잘 살피라고 했더니 거기까지 끈을 만들었다.
‘다들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업체들이군. 내가 먼저 투자를 해서 그런 것도 같군. 과연 이들이 프리웨이에서 분사할 회사들이나 내가 투자한 회사들과 제대로 경쟁을 할지 모르겠군.’ 장인걸은 한정만이나 이만손이 투자한 것을 보면서 역시 그들이 노리는 것은 플랫폼이라는 생각을 했다. 단일 아이템보다 규모가 큰 포털 형태의 사이트에 투자하고 있었다.
‘하긴 단일 아이템은 자잘하여 성공을 해도 크게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니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군. 벌써 300억 원이나 투자를 했다니. 하지만 이런 투자는 크게 잘못된 투자이다. 차라리 디테일한 부분을 파고들어야 했다.’ 다른 재벌그룹은 30억 원에서 100억 원 정도를 투자하는데 천명그룹은 그 이상 투자를 하고 있었다. 천명캐피탈이라 이름이 붙은 일종의 투자회사를 설립하여 영업을 하고 있었다.
‘천명캐피탈의 자본금이 500억 원이니 이제 곧 자본금이 고갈될 것인데 증자를 할지, 여기서 멈출지 모르겠군. 일단 저들이 더 많은 투자를 해야 IT산업의 저변이 넓어질 것인데.’ 성공하건 실패하건 자본이 투자되면 산업전반의 저변은 그만큼 넓어질 것이고 기반시설과 인재도 확보가 되었다. 설사 자본을 회수하여 철수를 하더라도 다 가지고 나갈 수는 없었다. 망하더라도 일종의 낙수효과가 발생했다.
“대단하군요. 어떻게 얻은 거예요?”
장인걸은 마태욱에게 전화를 하여 주어나 목적어를 말하지 않고 칭찬을 했다. 보안을 생각하고 감청이나 도청을 염두에 두니 그렇게 통화를 하게 되었다.
“다 방법이 있습니다. 그 주변을 훑으니 알면 좋을 것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우리도 거기의 수법을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천명그룹의 뛰어난 실력의 정보조직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 알려주고 주변을 살피라고 했는데 실체에 접근한 것 같았다. 접근하는 방법이 다르기에 부딪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잘 연구해 보시고 다른 곳도 살펴보면 좋을 것입니다. 물론 시장조사나 연구용역도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쪽 리스트를 받았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일단 명단을 받았고 그 주변을 확실히 살피고 있습니다. 허튼 짓을 하지 않는지, 한다면 어떻게 하는지 확실하게 파악할 것입니다.”
장인걸은 벤처기업의 모럴 헤저드가 발생할 수 있기에 투자를 한 회사에 대해 마태욱에게 정밀하게 조사하고 동태를 파악하라고 의뢰했다. 일부 벤처기업은 투자자의 자금이 들어오면 연구를 하고 설비를 확충하는 것이 아니라 흥청망청 유흥에 몰두하는 자들이 많았다.
어렵게 회사를 이끌어 왔으니 임직원이 횟집이나 고깃집에서 거하게 회식 한 번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임원들이 룸살롱에 매일 출근하는 것은 용납이 되지 않았다. 그럴 경우 임원들을 횡령으로 고발조치하고 회사를 빼앗는 것이 차라리 나았다.
“또한 산업스파이가 많습니다. 돈 몇 푼만 집어 주면 회사의 모든 정보나 기술을 홀라당 넘겨주는 자들이 있습니다.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지 살펴보기 바랍니다. 특히 천명그룹에서 접근했던 업체를 중심으로요.”
천명그룹이 순순히 물러날 것 같지 않았다. 그들의 행태를 보면 못 먹는 감 찌르기라도 할 것 같았다. 손해를 보지 않는 자들이라면 기술이라도 빼내 갈 것 같았다.
“이거 제대로 조사를 하려면 엄청난 적자를 볼 것 같군요. 어쨌든 의뢰비 내에서 맞춰보도록 하죠. 이러다가 애들이 국정원 뺨치는 실력이 될 것 같습니다.”
마태욱은 장인걸의 요구가 너무 많다고 푸념을 하면서도 기대하는 것 같았다. 스토커 기질이 농후한 마태욱은 목표를 정해주면 추적하는 사냥개가 되는 면이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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