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96
장인걸은 아시안게임에 나가기 전에 시골집을 방문했다. 물론 가는 길에 양진산의 몰리브덴 광산을 방문하여 상황을 점검했다.
“하루에 25톤 덤프트럭 40대 분량을 출하하고 있습니다. 채굴을 하는 속도가 상당히 빨라 저쪽에 원광석을 많이 쌓아두고 있습니다. 공장에 둘 곳이 없다고 합니다.”
“광맥의 분포는 어떤가요?”
“꽤나 균일합니다. 그렇기에 작업을 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냥 폭파하고 긁어모으면 됩니다.”
제련공장에 적치할 공간이 부족하기에 광산 한쪽 노천에 수북하게 원광석이 쌓여 있었다. 마치 채석장에서 석재를 채취하는 것이나 비슷한 모습이었다.
“채굴한 광석이 엄청나게 모여 있군요. 저 정도면 얼마나 되는 거죠? 엄청난 양으로 보입니다.”
“대략 30일 정도 출하할 양이니 3만 톤 정도는 될 것입니다. 더 될 수도 있고요. 그리고 준위가 표면은 5% 정도 나왔는데 아래로 내려가면서 7%정도까지 높아지기도 합니다.”
“7%요? 그게 가능합니까?”
“어쨌든 예상보다 가채매장량이 상당히 높은 것 같습니다. 이 봉우리 하나가 전부 원광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표면의 토양도 준위 3% 이상입니다. 그냥 긁어서 보내면 됩니다.”
“저 봉우리 중간까지가 제가 보유한 임야인데 저 밖으로 벗어날 수도 있다는 말인가요?”
“그건 아닙니다. 혹시 몰라서 주변의 토양들을 모아서 전부 시험을 했는데 저 아래 계곡을 경계로 토양이 확연히 다릅니다. 저 봉우리와 이 봉우리는 광맥이 연결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저 곳에서 단층이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심부라면 몰라도 지하 200m까지는 단절이 되어있을 것입니다.”
그 정도를 채굴하고 난 이후에도 광맥이 남아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럴 경우에는 그 쪽까지 채굴을 해야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았다.
물론 그럴 경우에도 절차에 따라 조치를 취하면 되니 문제는 없었다.
“채광 장비가 부족하지는 않죠?”
“물론입니다. 오히려 도입한 장비 중에 굴착장비와 컨베이어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굴착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에 보통 광산개발을 하려면 굴착장비가 기본이었지만 노천에서 그냥 폭파 후에 채광을 하는 상황이라 굴착장비가 필요 없었다.
“그러면 비용이 절감되겠군요.”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계획 대비 대략 25억 원가량 절감되었습니다. 주로 인건비와 연료비가 줄어든 것입니다.”
노천에서 채광을 하니 굴착을 하는 것에 비해 작업이 용이했다. 그것은 모두 양진광산개발의 순이익으로 잡혔다.
“그러면 종업원들에게도 혜택을 줄 수 있겠군요. 300%의 연말보너스를 지급하도록 하죠. 직원 숫자가 40명이니 크게 부담이 되지는 않죠?”
장인걸의 지시에 유청림 사장은 만족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양진광산개발은 백제화학, 이제는 사명이 변경되어 HR화학이 100% 지분을 소유했지만 HR화학은 히어로기획이 100%의 지분을 소유했기에 사실상 장인걸이 모든 결정권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동서특수금속의 제련시설을 확장하는 것보다 청하제련을 인수하자는 말씀이 있던데 그게 경제적인가요?”
“오래 전에 청하제련이 부도가 난 상황입니다. 설비를 새로 도입하려면 150억 원은 있어야 하는 반면에 청하제련을 인수한다면 대략 20억 원 정도만 있으면 가능합니다. 인수 후에 설비투자비용으로 30억 원 정도를 부담해야 하지만 훨씬 비용이 절감될 것입니다.”
“알았습니다. 거길 인수하여 합병하는 것으로 하죠. 박시운 대표님이랑 협의하여 진행해 주시기 바랍니다.”
장인걸은 HR화학의 박시운 대표와도 통화를 했는데 이미 유청림 대표와 논의를 하여 의견 일치를 본 상황이었다. 아울러 청하제련이 가진 노하우와 설비에 대해 설명하면서 HR화학에도 미래를 위해 필요한 기업이라고 역설했다.
청하제련은 부도가 나기 전에는 특수금속이나 희토류 관련하여 제법 노하우가 있는 기업이었다. 경제위기로 무너지지 않았다면 백제화학보다도 더 위상이 높았다.
장인걸은 자신의 싱글앨범 3곡 외에도 무려 10여 곡에 달하는 노래를 발표했다. 흥아 엔터 소속의 가수들이 앨범을 낼 때 1~2곡을 주었는데 보통 타이틀이거나 서브타이틀로 발표가 되었다. 그 덕분인지 다들 앨범 판매에서 호조를 보였다.
“올해 적자는 확실하게 탈피한 것 같습니다. 총 5개의 앨범을 발매하여 320만 장이 팔렸습니다. 이 불황에 그 정도 성과를 거둔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민수길 사장이 앨범 판매현황을 보고하면서 얼굴에 자부심이 가득했다. 흥아 엔터의 대표를 맡은 상황에서 회사가 잘 되는 것은 어쨌든 좋은 일이었다.
“적당히 연말에 즈음하여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지급할 계획을 세워보세요. 그리고 문성기획은 어떤가요?”
“흥아 엔터와 합병을 할까 했지만 그냥 두기로 했습니다. 대신 배우 전문 기획사로 키우려고 합니다. 흥아 엔터가 가수들이 강세라면 문성기획은 배우들이 강세입니다. 히어로기획이나 흥아 엔터 외에 기획사의 이름이 필요하기도 하고요.”
“그것도 방법일 것 같군요. 그리고 현재 사명 변경을 검토하라고 했는데 결과가 나왔나요?”
“소속 아티스트들의 의견을 취합 중에 있습니다. 하지만 다들 회사 이름은 그리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건 상관이 없다는 반응입니다.”
소속사가 그저 매니지먼트만 해주는 수준이니 크게 와 닿지 않는 것 같았다. 아직 소속 기획사가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면 당분간 그냥 가도록 하죠. 언제라도 필요하면 조치를 취하면 되는 문제이니 급할 것은 없죠. 그보다 이상한 자들이 접근하지는 않나요? 연예계에는 워낙 똥파리가 많이 달라붙는데.”
“매니저들을 단속하여 혹시라도 그런 일이 발생하면 즉각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종종 젊은 여배우나 여자 가수들에게 돈으로 유혹하려는 자들이 붙는 것 외에는 특별한 문제는 없습니다.”
아무리 단속을 해도 그런 것까지 막지는 못하는 거 같았다. 연애와 매춘의 중간을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하면서 은근히 유혹을 하고 있었다. 이걸 막자니 사생활 침해이고 그냥 두자니 방관이라 경계가 애매했다.
“일단 본인들에게 위험을 주지시키고 스캔들로 비화되지 않도록 합니다. 대신 그런 위험을 경고했는데도 불구하고 따르지 않고 사고를 내면 계약을 해지하고 위약금을 청구하도록 하십시오. 미혼인 남녀가 서로 좋아서 만나는 것까지 참견할 필요는 없지만요. 그런 경우 크게 문제도 없고.”
“다행히 아직까지 그런 것에 넘어가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버틸지 걱정이 되기는 합니다. 더구나 연예인들은 감정의 진폭이 크기에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경향도 강한 편이고. 열 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다고 하니.”
흔히 난봉꾼일수록 집요했다. 거부할수록 정복욕을 불태우며 접근을 하는 자들이 있었다. 그런 자일수록 욕심을 채우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가지만 어쨌든 제 뜻대로 될 때까지는 집요하게 쫓아다녔다.
“더구나 한연희를 쫓아다니는 이찬구 같은 자는 강일그룹 후계자로 거론이 되는 자이기도 하고 강일유통의 사장이기도 하니 걱정입니다. 거기다 씀씀이마저 커서 집에, 차까지 사준다면서 접근하는 상황입니다.”
민수길이 가운데서 차단을 하지만 본인이 흔들리면 막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더구나 재벌가 사람은 함부로 대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들은 돈만이 아닌 권력까지 움직였다.
“더구나 나이가 서른셋이지만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아 증권가 찌라시를 통해 작업을 하기도 좋지 않습니다.”
유부남이라면 역으로 치근대는 것을 폭로하여 여론의 질타를 유도하고 부인이나 집안의 방해를 유발시킬 수 있지만 아직 미혼이라 불가능했다.
“골치가 아프지만 어떻게 합니까? 적당히 대응하고 안 되면 마는 거죠. 단지 돈이나 힘을 사용하여 강압하지 못하게 막아주는 것이 최선입니다.”
장인걸은 안달복달 하지 말라고 말을 하는 것 외에 달리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좋아하는 여자를 쫓아다닌다고 해서 응징을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물론 이럴 경우 나쁜 기획사는 중간에 이득을 챙기기도 한다지만 그렇게 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무조건 막는 것이 능사는 아니기에 적당히 진의를 파악하여 대응할 필요는 있었다. 진짜 좋아하는 것이라면 그것도 인간적으로 못할 일이었다.
총 일곱 과목의 기말고사를 리포트로 대체하기 위해 써야 할 리포트가 여덟 개가 되었다. 그것을 작성하기 위해 장인걸은 며칠 동안 고심해야 했다. 혹시라도 대필의혹에 휩싸일 수가 있기에 자필로 작성해야 했다.
“학점이 잘 나오지 않을 것 같아.”
장인걸은 시험을 보지 않은 것으로 불이익을 받을 것이니 아쉬워서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리포트를 제출하고 나오다가 우연히 만난 권세라에게 푸념을 했다.
“나도 4.0 이상을 받다가 2학년 2학기에 3.2를 받고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데. 그래도 3.5 정도는 받을 것 아니야?”
“각오는 했지만 어쨌든 아쉬워. 정상적으로 시험을 본다면 3등 안에는 들 것인데.”
어떻게든 3등 이내로 들어 지금까지 장학금을 받았는데 아예 장학금을 받을 가능성 자체가 사라지고 말았다.
“너도 욕심은 정말 많다. 학점은 그저 숫자일 뿐이야. 네 머릿속에 들어간 것이 진짜지.”
“뭘 모르는 소리. 학점은 영원하다는데. 졸업하고 나면 남는 것은 성적증명서 상의 학점만 남아.”
“네가 무슨 학점이 필요해서? 너한테 학점 요구할 일이 뭐가 있는데? 그저 학교 졸업했다는 명예만 남을 것인데. 사실 너야 졸업장도 필요 없으면서. 나도 그렇지만.”
그들은 같이 걸어서 학생회관의 카페로 들어갔다. 커피를 산 후에 같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언제 출발이야?”
“3일 후에. 12월 2일에 출국하여 12월 4일 개막식에 기수로 참석할 거야. 일찌감치 가서 현지 기후에 적응할 필요도 있고.”
“하긴 거긴 한여름이라면서?”
“그래도 조금 선선한 편이라고 하던데. 태양의 최고 고도가 55도 정도라 조금 나은 편이라더라.”
“태양이 남회귀선에 접근한 상태니 그렇겠다. 너는 선수촌에 들어가지 않는다면서.”
“들어갈까 했는데 번거로울 것 같아서. 그래서 그냥 호텔에 머물기로 했어. 다행히 스폰서 업체에서 경비 대부분을 지원해 준다고 하니 돈도 굳었지.”
“이번에 그냥 금메달을 따. 나중에 올림픽도 있지만 그냥 한 번에 해결하는 것이 좋지 않아?”
“그럴 계획이야. 정상적으로 달리면 어렵지 않을 것 같아. 샌프란시스코대회를 뛰어보니 날씨가 더워도 그리 문제는 아닌 것 같더라고. 그런데 너희는 앨범 준비 잘 되어가?”
문라이트도 3집 앨범을 낸지 1년 가까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동안 멤버들이 곡을 준비하고 있었다.
“총 13곡을 준비했는데 가다듬고 있어. 내년 봄에 발매할 목표로 연습하는 중이야. 너한테 부탁하면 더 좋은 곡을 받겠지만 이번에는 우리끼리 준비해 보려고.”
문라이트는 어떻게든 장인걸에게 벗어나려고 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것을 알지만 뮤지션의 자존심이니 그러려니 했다.
“너도 세 곡이나 준비를 했잖아. 그것도 들어가는 거야?”
권세라는 평소 장인걸에게 곡을 들려주고 평을 듣기도 했다. 그런 핑계로 집을 자주 방문하는 편이었다.
“응, 두 곡은 내가 보컬로 나서고 한 곡은 서브로 불러. 내 실력도 좋아져서 카페 공연을 가면 절반 정도 불러. 남자보다 여자인 내가 부르는 것을 좋아하는 경우도 많아서.”
“그럼 드럼은 누가 치는데?”
“주환이 오빠가 드럼을 치는 편이라 교대도 하고 있어. 보컬을 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 그럴 때는 기타 치면서 노래를 부르지.”
“저번에 보니 노래실력이 많이 좋아졌더라. 이러다가 솔로 가수로 데뷔하는 것은 아닌지 몰라.”
문라이트는 총 다섯 명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미필이 무려 둘이나 되었다. 그렇기에 사실 2년 정도 활동을 하는 것이 한계였다. 그 후에 둘은 나이가 차서 군대에 가야할 상황이었다. 입대 전후로 3년 정도를 활동할 수가 없으니 사실상 해체였다. 나중에 멤버가 모인다고 하지만 그런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래서 요즘은 기타도 연습하고 있어. 드럼을 치면서 노래를 부를 수는 없는 일이잖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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