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98
12월 4일 마침내 방콕 아시안게임의 개막식이 열렸고 한국 선수단의 기수로 장인걸이 선두에 나선 가운데 입장을 했다. 물론 개막식을 중계하는 주관방송사의 앵커는 사전에 제출한 장인걸의 프로필을 소개했다. 장인걸이 인기가수이고 마라토너이며 포털 사이트 프리웨이의 운영자라는 사실이 소개되었다.
대회 주최 측, 방콕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에서 장인걸이 나서서 잠깐의 공연을 해줄 수 있는지 타진을 했지만 장인걸은 굳이 그런 곳에서 공연하는 것은 그리 의미가 없을 것 같아 거절했다.
더구나 경기를 앞두고 그런 것으로 진을 뺀다면 가뜩이나 물어뜯기 좋아하는 언론에서 옳다구나 하면서 나설 판이었다.
장인걸은 개막식이 끝난 직후에 원래 예정했던 훈련장으로 이동을 했다. 장인걸은 하루 3시간 정도 훈련을 한 후에는 현지 적응 차원에서 주변을 관광하는 일정을 보내었다.
남국의 풍물 자체가 장인걸에게는 특이했다. 그렇기에 시간만 나면 일행들과 같이 여행을 다녔다. 그런 장인걸의 모습은 현지 언론과 한국의 취재단을 통하여 태국과 한국 언론에 끊임없이 보도가 되었다.
한편 황지현이 촬영한 비디오 영상은 적당히 편집이 되어 프리튜브에 마련된 ‘장인걸의 아시안게임 마라톤 도전기’라는 코너에 매일 업로드가 되었다. 장인걸은 종종 경치가 좋은 곳이 나타나면 뮤직비디오 촬영을 하듯이 노래를 부르면서 촬영을 했고 그것을 프리튜브에 업로드했다. 장인걸이 이런 동영상을 올리면서 사람들은 프리튜브에 일상의 장면을 올리기 시작했다.
프리튜브는 사이트의 활성화를 위해 아시안게임 특별코너를 마련하여 동영상 업로드 페스티발 행사를 했고 우수영상 콘테스트까지 진행했다.
한정만 전무의 표정은 그리 좋지가 않았다. 자신이 추진한 일이 실패한 상황이니 당연했다.
“몇 개 기사가 나왔는데 문화신문이나 중도일보마저 오보를 정정했군요.”
회의실로 들어온 이만손의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 e-천명을 추진하는 그들에게 가장 걸림돌이 되는 존재는 프리웨이와 계열사였다. 현재 그들은 IT기업에 투자를 하면서 가장 선두에 있는 프리웨이를 공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프리웨이를 조사하면서 그저 돈이나 댄 것으로 생각했던 장인걸이 사실상 모든 것을 다 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설사 장인걸이 전면에 나섰더라도 그저 약간의 아이디어를 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프로그램까지 수배하고 기술적인 문제까지 직접 해결한 것을 알게 되자 무조건 딴따라라고 무시할 수는 없었다. 조사하면 조사할수록 프리웨이는 장인걸이 없이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그들은 장인걸을 프리웨이와 분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장인걸에 대한 공격을 지시했다. 효과는 없더라도 일단 시도하기로 하고 가볍게 우호적인 자들을 움직여서 이미지를 나쁘게 만드는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시도하자마자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 성과를 거두기도 전에 문제가 발생했고 장인걸의 인지도만 높여준 꼴이 되었다. 오히려 지시를 한 사실을 감추기 위해 재차 작업을 해야 했다. 더구나 지금까지 무소불위의 권위를 자랑하던 언론사가 생각지도 못한 인터뷰 동영상 공개로 인해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아무리 증거가 있어도 언론사가 헛소리를 계속하면 일반 대중은 믿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런 시스템이 붕괴되고 말았다. 비디오촬영을 한 동영상의 공개는 언론조작의 한계를 드러냈다.
“장인걸을 무너뜨리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우리가 관여한 흔적을 지우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프리웨이에서도 알게 될 것 같아 걱정입니다. 그러면 앙심을 품고 반격을 할 것인데 어떤 방식으로 나올지 걱정입니다.”
천명그룹이 직접 나서지는 않았지만 기존에 관리하던 홍보채널의 일부를 이용했다. 그 자체가 천명그룹이 관여했다는 증거일 수가 있었다. 2선에 나선 자들은 고참 기자들이지만 그들의 뒤 3선에 천명그룹의 홍보라인이 있었다.
그런 사실을 그동안 언론계에 널리 퍼져있는 사실이었고 조금만 조사를 하면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보다 아시안게임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따면 병역면제가 되는데 어떻게 해서든 군대에 보내는 것이 어떨까요?”
“실력이 워낙 좋고 국민들의 기대도 큽니다. 우리가 작업을 하다가 드러나면 그 후유증은 엄청날 것입니다.”
한정만은 손을 쓰는 것은 위험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단기적으로 곤란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밝혀질 위험이 컸다. 나중에 드러나는 순간 감당할 수가 없었다. 방법이야 테러로 부상을 입히거나 음식에 독을 타서 식중독을 일으키거나 도핑 테스트에 걸리게 하는 것인데 너무 위험했다.
“앞으로는 언론으로 어떤 작업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곳곳에서 촬영을 하고 녹음을 할 것이고 그렇게 한 증거가 바로 세상에 공개가 되고 말 것입니다.”
전에는 증거가 있더라도 공개하는 것이 비디오테이프나 카세트테이프를 복사하여 돌리는 정도였지만 지금은 프리튜브에 올리면 수백만의 인원이 순식간이 보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러니 검사나 판사도 적당히 눙치는 것이 불가능해졌습니다. 그러니 주의해야 합니다.”
이만손은 자신의 언행이 공개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겁이 났다. 그건 경호를 더 철저히 하고 정보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통제해야 함을 의미했다.
장인걸은 현지에서 훈련을 하면서 주최 측에 요구하여 한국 선수가 출전하는 경기의 입장권을 구해 훈련 시간을 제외하고 관전을 했다. 주최 측도 경기 입장권이 다 판매된 상황이 아니기에 적극적으로 협조를 해주었다.
“지금은 체력을 키우는 훈련을 하기보다 현지에 적응하고 컨디션을 유지하는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시간은 현지 적응 차원에서 한국 선수단의 경기를 관전하면서 응원을 하고 있습니다.”
장인걸은 리얼 예능을 촬영하는 방식으로 비디오 촬영 중간에 종종 설명을 하기도 했다.
“경기 시간에 맞춰 아침 이른 시간에 3시간 정도 훈련을 합니다. 현지의 무더운 날씨 속에서 오랫동안 훈련을 하는 것은 오히려 체력만 소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집중력 있게 훈련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경기관람을 하면서 한국 팀을 응원하는 일정을 준비했습니다.”
코치인 이원희도 종종 출연을 하여 설명을 했다.
이런 리얼 예능은 아직 사람들에게 생소했지만 프리튜브에서 방영을 하면서 회귀 전과 달리 빠른 시간에 스트리머를 탄생시켰다. 실시간 방송은 아니지만 리얼 예능 방송은 사람들에게 프리튜브를 알리는 계기가 되었고 최초로 동영상 조회수 10만을 돌파했고 다시 5일 후에 20만 명까지 돌파하였다.
장인걸이 경기장에 나타나면 선수들보다도 언론의 관심을 받았고 중계방송 중간에 자주 나오기도 했다. 장인걸을 잘 모르는 사람도 자주 장인걸이 등장하자 차츰 관심을 보였고 태양의 계절이 방영된 국가에서는 장인걸의 인기가 치솟기도 했다.
한국은 중국에 이어 2위를 순조롭게 순항을 했다. 그리고 마침내 육상이 시작되면서 장인걸은 육상경기장에 가서 선수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한국의 경우 육상종목에서 메달이 유망한 선수가 그리 없지만 몇몇 선수가 은메달과 동메달을 추가하기도 했다.
장인걸과 이원희는 육상 대표팀, 그 중에 마라톤 대표단과 자리를 같이 했다. 대표단이라고 해야 강정 육상팀의 함진영 감독과 이희수 코치, 그리고 전영호와 강원탁이 전부였다.
국내에 있을 때 같이 훈련을 하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지만 굳이 나이도 어린 장인걸이 그들 사이에 끼어서 훈련하고 싶지 않아 훈련 스타일이 다른 만큼 같이 훈련할 이유가 없다고 거부했었다. 그들과 같이 있다 보면 불협화음만 나올 가능성이 컸다.
“레이스에서 서로 협조를 하는 것이 어떨까?”
사전에 만나서 최종 접수를 해야 했기에 같이 만나서 가기로 했다. 그 자리에서 레이스 전략을 같이 수립하자는 이야기를 꺼내었다.
“장인걸 선수는 보스턴이나 샌프란시스코처럼 처음부터 선두에 나서서 달릴 것입니다. 도로나 트랙에서 레이스를 많이 하지 않아 다른 선수와 같이 달리는 것이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 점 양해 바랍니다.”
이원희는 함진영 감독의 말에 완곡하게 양해를 구하였다. 전영호나 강원탁과 공동으로 경기를 운영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사전에 장인걸과도 이야기를 마친 상황이었다.
“그렇다면야 어쩔 수 없지. 각자 달리는 스타일이 다른데 같이 보조를 맞추는 것도 의미가 없고.”
함진영 감독이 보기에 장인걸은 철저히 혼자 달리는 스타일이었다. 그렇기에 팀이라는 이름으로 어떤 작전을 펼칠 것 같지 않았다.
“혹시라도 레이스를 하는데 협조를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
함진영 감독은 이원희나 장인걸이 따로 노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은지 그런 이야기를 꺼냈다. 나중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언론에 흘리겠다는 이야기였다.
“마라톤의 특성을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봅니다. 사실 전략이라고 수립하여 경기에 나가지만 실제 경기에서 전략대로 레이스가 펼쳐지는 경우는 거의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경기 결과가 좋아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죠. 출전하는 선수의 당일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어떤 전략을 세워도 효과가 없죠.”
이원희는 헛소리를 하지 말라는 말을 돌려서 말을 했다. 전영호나 강원탁 모두 최근 2시간 10분대의 기록을 내고 있고 장인걸과 3분 이상 차이가 있었다. 그런 선수들과 보조를 맞춰 달리는 것은 우승을 포기하는 행위였다.
“장인걸 선수는 처음부터 선두로 나설 것입니다. 보스턴이나 샌프란시스코에서 그렇게 달려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달리건 2시간 6분 페이스로 달릴 것입니다. 그 속도로 달려 골인을 하면 우승을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장인걸은 가만히 있었고 이원희만 이야기를 했다. 그들은 시간이 되자 자리에서 일어나서 접수처에 당도하여 최종확인을 했다. 그들이 다가가자 기자들도 기다리고 있었고 한국대표팀의 목표부터 예상성적에 대하여 질문이 이어졌다.
“모두가 출전을 할 때 우승을 바랄 것입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우승을 목표로 달릴 것입니다.”
장인걸은 그 자리에서까지 굳이 본심을 감추고 겸손한 태도를 보이고 싶지 않아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런 장인걸의 대답에 기자들은 담담한 표정을 짓는데 함진영 감독을 비롯한 강정 육상팀 인원이 기분 나쁘다는 표정이 되었다. 자신들 앞에서 우승을 이야기하는 것이 싫어 보였다.
하지만 싫다고 해도 말로 표현하지는 않았다. 전영호나 강원탁은 장인걸을 노려보면서 호승심을 불태우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마침내 마라톤을 하는 날이 밝아왔고 출발을 알리는 총성과 함께 역주가 시작되었다.
같은 한국 선수이지만 전영호나 강원탁은 다른 나라 선수보다도 더 경쟁의식을 드러냈다. 장인걸이 가볍게 목례를 하자 아는 체를 하지만 눈은 이글거렸고 잘난 체를 못하게 만들겠다는 결의가 겉으로 드러났다.
장인걸은 그들이 잘 달려 자신을 이긴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스포츠가 정신력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같은 실력일 때 투지나 끈기가 의미가 있지 기량이 월등히 차이가 나면 오히려 추한 모습을 보일 수도 있었다.
장인걸은 기존처럼 맨 선두에 나섰다. 일본 선수와 중국 선수가 따라왔지만 초반 500m 이후에 선두에 나서면서 100m에 17초대 속도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장인걸이 선두에 나서자 일부 선수가 따라왔지만 곧 포기하고 20m 정도 뒤에서 일곱 명이 무리를 지어서 따라왔다. 한국의 선수 둘도 거기에 끼어서 달렸다. 그들도 장인걸에게 뒤처지지 않으려고 기를 쓰는 모습이 역력했지만 추월하지는 못했다.
장인걸은 점점 다른 선수와 거리를 벌렸다. 마침내 100m 정도까지 거리가 벌어지자 일본선수와 중국선수들이 속도를 내서 따라잡으려고 했지만 장인걸은 17초대로 달리는 상황이라 거리가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장인걸은 거리가 줄어들지 않자 속도를 대략 18초대로 늦추었고 5km 지점을 14분 45초 정도에 통과했다. 그 정도라면 국제대회 기록으로는 준수한 수준이었다.
장인걸과의 거리를 줄이기 위해 뒤따라오는 선수들이 속도를 냈지만 초반에는 거리가 줄어들다가도 먼저 그들이 지쳐 따라잡지를 못했다. 50m 정도까지 거리가 좁혀졌지만 먼저 지쳐 속도를 늦추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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