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99
장인걸은 10km를 29분 40초에 통과를 했다. 그 정도 속도라면 세계 최고기록을 세우는 페이스와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 기록이었다. 다른 선수가 악착같이 따라왔다면 더 좋은 기록을 냈을 것이지만 다른 선수와 100m 이상 차이가 나니 굳이 무리하지 않았다.
장인걸은 꾸준히 18초대로 달리기 시작했고 20km, 30km, 다시 40km까지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았고 마침내 골인을 했다. 2시간 6분 55초의 기록으로 아시안게임 최고기록, 일종의 대회신기록을 작성했다.
장인걸은 다른 선수가 추월할 염려가 없기에 힘을 비축하고 달려 데드포인트를 맞이하지 않고 경기를 끝마칠 수가 있었다. 굳이 더운 날 무리하게 달릴 필요가 없었다.
장인걸의 기록은 샌프란시스코대회의 기록보다 1분 정도 늦은 기록이었지만 다른 선수가 한참 뒤로 처진 상황이니 더 빨리 달릴 의미가 없었다.
2위는 300m 이상 차이가 나서 1분 이상 늦게 들어왔다.
장인걸이 좋은 기록을 냈지만 더운 날씨 때문에 다른 선수는 자신의 최고 기록보다 보통 1분 이상 늦게 들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너무 좋은 기록을 낸다면 좋은 평가를 받기보다 이상한 소문이 돌 수 있었다.
도핑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고 설사 테스트를 하여 문제가 없더라도 걸리지 않을 신종 약물을 사용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수 있었다.
장인걸은 골인을 하고도 여유가 있는 모습을 보여 기록을 단축하려고 했다면 더 좋은 기록으로 들어올 수 있어 보였다. 전영호나 강원탁은 2시간 9분, 2시간 10분대로 들어와서 5위와 6위에 랭크가 되었다.
장인걸은 도핑테스트를 위한 소변채취를 한 후 한 시간 정도 기다렸다가 마침내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미 보스턴마라톤대회와 샌프란시스코마라톤대회에서 좋은 기록으로 우승하면서 금메달을 예약한 것이나 마찬가지였기에 다들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장인걸의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은 언론에 보도가 되었고 마침내 병역면제 혜택을 받게 되었다고 대서특필했다. 그런 것이 주목을 받자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사실 마라톤을 시작한 동기의 절반 정도는 그런 혜택을 바란 것도 있기에 받아들였다.
장인걸은 마라톤이 끝나자 폐막식에 참석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상황이기에 결국은 이틀을 더 있어야 했다. 이미 메달을 딴 상황이니 대회 폐막식에 참석하는 것은 당연했다.
“이번에는 공연을 해달라는 말씀이군요. 사전에 준비를 하지 않은 상황이라 곤란합니다.”
선수단장이 나서도 거부를 하자 마침 현지를 방문한 육상연맹의 주민석 의원마저 나서서 공연의 성사를 타진했다. 더구나 차기 2002년 아시안게임이 부산에서 개최될 예정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고 설득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다음에 부산에서 개최가 된다니 말이에요. 하지만 저 혼자 하기에는 불가능하니 협조가 필요합니다.”
장인걸은 금메달을 딴 상황이고 폐막식에 나서는 것이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여 응하기로 했다. 그렇게 되자 곧바로 문라이트도 국내 스케줄을 취소하고 합류하기로 했고 기존의 백댄서와 코러스도 역시 합류를 하기로 했다.
‘이제 막 한류 붐이 일어나는데 내가 선두에 서는 것인가? 한류가 가장 잘 먹히는 곳은 일본이나 중국이 아니라 동남아시아이다. 거기는 역사나 정치 문제가 없기에 거부감이 없다. 회귀 전 일본이나 중국은 한류를 차단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였다.’ 장인걸은 이번 기회에 한류를 전파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 다른 사람이라면 폐막식에 등장하여 공연을 하면 거부감을 줄 수 있지만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딴 장인걸이라면 그런 문제가 없었다. 메달을 따지 못했다면, 따더라도 금메달이 아니라면 인기를 얻기 위해 마라톤을 한다고 비난을 받을 수도 있었다.
“난데없이 무슨 일이야? 주환이 오빠는 여권도 없었고 병역을 필하지 않은 사람은 병무청에 신고를 하고 정말 난리가 아니었어. 잡혀 있던 일정까지 취소를 하느라 난리가 났고. 다행히 흥아 엔터와 월광기획에서 땜빵을 해주기로 해서 해결되었지만.”
권세라가 리허설을 마치고 나자 그렇게 푸념을 했다. 항공편이 없어 그들을 데려오느라 전세기마저 동원한 상황이었다. 그런 대접에 어느 정도 만족한 기색이었다.
“그래도 이런 자리에서 공연을 할 수 있다니 다행이다. 저번 콘서트 프로그램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라 별도의 연습을 하지 않아도 되니 크게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니고.”
“혼자 공연을 해도 되지만 이런 기회를 놓치기 아까울 것 같아 연락을 했어. 내 맘에 맞는 팀과 공연하는 것이 좋을 것 같고. 어쨌든 와줘서 고맙다. 네가 설득했다면서.”
“자존심이니 그런 것보다 기회인데 사람들이 조금 옹졸해. 어쩔 수 없다지만 그렇잖아.”
사실 공연에 참가를 요청받고 문라이트는 내부적으로 격렬하게 대립을 하기도 했다. 기회인 것은 알지만 일종의 자존심 때문에 반발을 했다.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조금 답답했다.
“그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것도 문제일 수가 있어. 어쩌면 당연한 것이고. 그럼에도 최종적으로 참여하기로 했고. 나라도 그런 상황이라면 반발을 할 것도 같아. 일종의 들러리이니.”
“우여곡절 끝에 왔으니 좋은 성과를 거둬야지. 이러다가 태국에서 인기를 얻고 동남아시아에서 콘서트까지 하는 것 아니야?”
“내년에 태국만이 아니라 대만, 홍콩, 싱가포르를 아우르는 동남아시아 순회공연을 할까 생각 중이야. 가끔은 가수를 소개할 때 하는 ‘방금 동남아시아 순회공연을 절찬리에 마치고’라는 멘트가 진짜로 어울리는 정도는 되고 싶어.”
“하긴 너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 않아도 태양의 계절이 방영되면서 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네 노래들도 인기를 얻는다고 하는데.
음반도 수출되고 프리뮤직에 외국에서 많이 접속도 하는 것 같고.”
“프리튜브에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달아놓은 리플도 많더라. 일단 이번 공연으로 나를 최대한 알려야지. 어쨌든 기회는 기회이니 최대한 살려야지.”
“그보다 축하해. 병역면제를 받게 되었으니.”
“정확히 말하면 병역면제가 아니라 병역특례인 대체복무야. 그렇기에 이후에도 적당히 마라톤을 해야 해.”
“그게 그거지. 나도 알아. 어쨌든 군대에 가지 않는 거잖아.”
권세라는 장인걸이 군대에 가지 않는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건 그렇지. 어쨌든 마음은 편해. 항상 마음에 걸렸는데.”
언제라도 군대에 한 번 가야할 상황이라 항상 마음 한구석에 걱정이 되었는데 후련했다.
장인걸의 공연을 바라보는 천명그룹 이철식 회장의 표정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며칠 전 아들인 이만손이 추진하는 e-천명의 결과를 보고받았다. 거기서 가장 걸림돌이 바로 프리웨이를 위시한 장인걸의 프리 시리즈란 사실을 들었는데 그 당사자가 눈앞에서 공연하고 있었다.
한국인으로서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지만 당장은 자신과 아들의 앞날에 걸림돌이 되니 곱게 보이지 않았다.
“이번 공연은 누가 추진한 것인가? 그런 사실을 알았다면 막았어야 하지 않나? 얼마 전에도 이상하게 되더니.”
종합기획실장인 한준우 사장에게 짜증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이런 공연 자체가 프리웨이의 위상을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할 것 같았다. 더구나 이만손과 한정만의 주도로 진행한 언론플레이도 실패한 것을 보고받은 상황이라 심기가 심히 불편했다.
“실무진에서 추진한 일이고 주민석 의원과 청와대 박민석 실장이 강력하게 추천했다고 합니다. 일설에는 VIP께서 다른 나라에서 호응을 받는 공연을 추진하라고 해서 급하게 준비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한준우는 최고의 귀빈석에 앉아있는 VIP쪽을 살폈다. 그 말은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일이라서 사전에 알았다고 해도 막을 수가 없었다는 말이었다.
“IT 산업에 투자를 해서 성과가 날 것 같아?”
“그게 쉽지 않아 보입니다. 차라리 프리웨이를 사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는 이상 성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얼마면 살 수 있어 보이나?”
“한국증권에서 프리웨이와 관련 기업의 가치가 토털 2500억 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낮게 잡은 것이고 5천억 원 정도로 천명경제연구소에서 평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인걸이 백제화학을 가지고 있고 몰리브덴 광산을 개발한 상황이라 팔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아, 광산이 있어 자금으로 압박하는 것도 쉽지 않겠군.”
“그렇습니다. 몰리브덴 매출만 한 달에 250억 원 가량이고 순이익만 해도 100억 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어지간한 조건이라면 팔지 않을 것입니다. 연구소에서는 제대로 성장을 한다면 10년 후에 10조 원 정도의 가치를 가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시가 되면 우리 천명의 10% 정도까지 쫓아올 것이고 20대 재벌로 성장할 수도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그 전에 한두 번 기회는 있을 것이고 그 때를 노리면 될 것이라 봅니다. 아직 어린 애라 경영은 미숙할 것이라 봅니다. 지금은 잘 나가지만 결정적인 실수를 할 것입니다.”
“하긴 만손이도 머리가 나쁜 것은 아닌데 계속 실수를 하는데 그보다 10살이나 어린 애가 버틸 수는 없겠지. 하지만 저렇게 재주가 많은 것을 보면 비상한 능력을 보일 수도 있으니 특급으로 놓고 지켜보도록 해.”
특급이라는 것은 천명그룹의 정보관리 등급으로 그 대상이 10여 명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요주의 인물을 지칭했다.
“특급 말입니까?”
“국내 최고 인기가수에 세계최고 수준의 마라톤 선수이고 국내 IT업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이야. 거기다가 단순한 소문일지 모르지만 조직들마저 양보를 하는 상황이라면서?”
“그런 정보가 올라오기도 했지만 확인한 결과 몇몇 전국구 주먹들이 팬이라서 편의를 봐주는 것으로 판명이 되었습니다.”
“다시 확인해봐. 가장 밑바닥이지만 무시할 수 없는 곳이니. 사채시장을 포함하여 지하경제는 한국 경제의 30%에 육박하니. 그런 곳에서 주시를 하면서 편의를 봐주는 것은 정치권력의 비호를 받는 것이나 진배없는 일이야.”
이철식 회장은 경계를 풀지 않고 다시 한 번 확인하라는 지시를 했다. 천명그룹의 입장에서 장인걸 정도야 무시하면 그만인데도 경계를 하고 있었다.
“봐, 어린 나이인데, 말도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운동장을 휘어잡고 있어. 저것이 단순한 것이 아니야.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치가 있는 일이야.”
이철식은 열창을 하고 있는 장인걸과 거기에 흠뻑 빠진 관중들을 보면서 감탄을 했다. 다른 어떤 폐막식 프로그램보다도 열광적으로 관중들이 호응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열기가 넘친다고 하는 정도였지만 공연이 계속될수록 정도가 심해 광기에 휩싸이고 있었다.
“저도 각종 행사가 많아 가수들 공연을 적잖이 봤는데 이런 광경은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저번 취임식 공연을 볼 때도 잘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저도 소리를 지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나도 그런 생각이 들 정도일세. 어지간해서는 체면이 있기에 무표정한 얼굴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주변을 둘러보게.”
본부석 주변의 귀빈들마저 장인걸의 노래에 맞춰서 몸을 들썩이고 있었다. 심지어 몇은 일어나서 백댄서들의 안무를 따라하고 있었다.
“저런 공연을 한다면 가수로서도 성공을 할 것이고 외국에 나가서도 큰 성공을 거둘 수가 있어. 마라토너로서도 이름이 있기에 성공이 보장될 수 있어.”
이철식 회장은 걱정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장인걸과 문라이트는 각각 이동무대에 올라서 운동장 중앙으로 이동했다. 물론 코러스와 백댄서도 마찬가지로 또 다른 이동무대에 올라서 이동을 했다.
중앙에 다가가는 순간 폐막식의 총감독의 신호가 왔고 문라이트가 마침내 강렬한 연주를 시작했다. 그러자 무대 위에 있는 백댄서들이 마침내 안무를 시작했다.
네 대의 전기차로 움직이는 이동무대가 운동장 중앙에 도착하여 마침내 하나의 무대로 합체를 했고 전주가 끝나자 장인걸은 온몸에 혼돈지기를 끌어올려서 노래를 시작했다.
운동장에는 먼저 진행된 폐막식 프로그램으로 적당히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혼돈지기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거기다 운동장에는 1천여 명의 아시안게임 참가 선수가 무여 있는데 그들에게 분출이 된 강렬한 혼돈지기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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