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202
닉 플로이언은 한 때 페럴 해런드의 지인으로 저작권 관련 분쟁에서 소송대리인을 했던 적도 있어 장인걸이 뮤지션을 수배한다고 하니 소개를 해주었다.
“그래? 나도 아는 사람이 하나 있어. 너도 들어 봤을 것 같은데. 시간이 되면 헨리 라미레스를 한 번 만나 봐. 내가 연락을 할 것이니. 종종 연락을 주고받는 관계이니.”
“헨리 라미레스라면 싱어 송 라이터로 이름이 높은 사람이니 도움이 되겠네요. 가기 전에 연락을 했으면 좋겠네요.”
“지금은 밤이니 내가 연락을 해보고 너한테 연락을 주지. 그리고 진짜로 MTV 가요대상 수상식에 나가지 않을 거야?”
“KTV 연기대상에 신인상 수상이 유력하다고 하니 거기로 나가려고요. MTV는 수상할지 여부도 불투명하고요.”
“MTV에서 네가 참석하지 않는다고 하니 난감해 하더라. 나한테 연락을 해서 꼭 참석했으면 한다던데.”
“거기는 내가 딴따라답지 못하다고 하는 자들인데 그냥 가지 않으려고요. 그래서 무대도 두 개만 준비하려고요. 셋이나 다 준비하려면 힘들어요.
나를 무시하는 자들을 위해 돈도 되지 않는 일을 할 이유는 없죠. 그런 무대 꾸미려면 기본 500인데.”
장인걸은 요 며칠 사이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들을 초대하는 자리에도 KTV와 STV에만 출연을 했다. MTV에서도 취재를 요청하거나 예능에 출연해 달라고 해도 응하지 않고 있었다.
체육회나 육상연맹까지 동원하여 압력을 넣기도 했지만 장인걸은 응하지 않았다. 심지어 다른 방송국이라고 속이고 프로그램에 출연시키려는 행위까지 했다.
“문집환 국장이나 박용하 PD가 몸이 달았더라. 네가 연락도 받지 않는다면서.”
“민수길 본부장이 섭외관련 업무는 담당하죠. 작년에 대상을 받은 HTX에게 다시 상을 주면 되지 않아요? 지금도 거기랑 꿍짝이 잘 맞아서 끼고 사는 것 같은데.”
“올해까지 그렇게 했다가는 난리가 나지. 작년에도 공정성이 없다고 그렇게 난리가 났는데. 이번에도 그 짓을 했다가는 그들이 잘리고 말지.”
“제 생애 마지막 연기관련 수상일 수도 있는데 가서 상을 받아야죠. 신인상에 우수상도 준다는데.”
‘태양의 계절’에서 서브 주연으로 열연을 한 덕분에 장인걸은 상을 두 개나 받을 예정이고 거기서 축하공연으로 드라마 OST까지 부르기로 되어 있었다.
“이동하는데 걸어서 10분 정도이니 사실 참가하려고 하면 할 수도 있죠. 시상식 타이밍만 잘 조정하면요. 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진짜로 저들이 나를 참가시키려고 했다면 직접 찾아와야죠. 지금도 유현이 아저씨나 사장님을 통해서 간을 보잖아요. 어떻게든 자기들 잘못을 덮고 지나가려고 하는 거죠.”
장인걸은 자신이 옹졸한 것인지 모르지만 자신을 무시하는 자들에게 굽힐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해야 다른 사람들이 무시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들과 척을 진다고 해서 아쉬울 것이 없었다. 지금도 장인걸이 일종의 보이콧을 하는 것으로 말이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끝까지 참석을 하지 않는 것은 나중을 생각하면 좋은 선택을 아닐 거야. 적당히 버티다 참석하는 것이 좋아.”
“적당한 수준에서 타협을 할 생각은 있습니다. 하지만 명분은 이쪽에 있으니 저들이 하는 것을 보고 결정할 것입니다. 끝까지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가지 못하는 거죠. 초대를 하지 않는데 구걸하듯이 갈 수는 없잖아요.”
초대를 하려면 적당히 대가를 지불해야 했고 그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가지 않는다고 선언하고 있었다.
장인걸은 안광현 회장을 비롯하여 전무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이치성을 비롯하여 10여 명의 천광상사 핵심 인사들과 같이 동정홍의 밀실에서 식사를 했다. 그 자리에는 박장군 박광천까지 참여했다. 일종의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축하연이었다.
“중계로 보니 다른 선수들과 너무 실력 차이가 큰 것 같습니다. 아예 따라오지를 못하더라고. 이제 아시아 무대는 너무 좁은 것 같습니다.”
이치성 사장이 공치사를 남발하면서 축하를 해왔다.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마라톤에서 강세를 보이는데 열대지방에서 열리는 대회다보니 기록이 조금 저조했습니다.”
장인걸은 잘난 체를 하는 것 같아 겸손한 어조로 말을 했다.
“그보다 방콕에서 호화호텔에 들어갔다고, 심지어 국고로 그런 생활을 했다고 하는 기사를 내보낸 자들이 있던데 무슨 생각인지 파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박광천 회장이 언론보도에 대해 언급을 했다. 그들이 조사를 한다면 결국 잡아다가 족친다는 의미였다.
“뭔가 목적이 있겠죠. 내가 꼴 보기 싫거나.”
“허, 이철식 회장이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이상하게 변하는 것 같아요. 고작 나이 60에 노망이 났는지 점점 꼼수를 쓰고 힘으로 해결하려고 하니.”
박광천도 언론보도의 배후에 천명그룹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 같았다. 그렇기에 바로 이철식 회장을 지목했다.
“이상한 짓을 하는 기자들 한 번 손을 봐야 하나?”
안광현 회장이 테러를 언급했다. 하는 짓을 보면 그렇게 당해도 싸지만 그런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은 좋지 못했다.
“그런 식으로 하면 자칫 순교자를 만들 수가 있습니다. 내가 사주하여 입을 막는다고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자작극을 벌이면서 내가 사주했다고 할 작자들입니다. 일단 제가 알아서 대처하겠습니다. 계략에는 계략으로 맞서야죠.”
장인걸은 일단 안광현 회장이 나서는 것을 막았다. 그런 식으로 해서는 더 상황만 나빠지고 발각이 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범인이 잡히지 않으면 의혹만 계속 커질 수 있었다.
“그런데 왜 굳이 그런 식으로 나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요. 혹시 달리 이유가 있습니까?”
박광천 회장이 그 이유에 대해 물었다.
“천명에서는 미래의 주력산업으로 인터넷을 꼽고 거기에 투자하는 e-천명이라는 프로젝트를 시행 중에 있습니다. 인터넷의 가장 선두에 프리웨이라는 포털사이트가 있는데 여기 장인걸 사장님이 운영하는 것입니다.”
마태욱이 자랑스러운 기색으로 대신 설명을 했다. 프리웨이를 운영하는 것이야 알려진 일이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아, 그러면 천명에서 인터넷까지 욕심낸다는 말이군요. 그놈들이 한 번 노리면 상대가 쓰러질 때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데 고약스럽군요.”
“그래서 일단 장인걸 선수의 이미지를 개판으로 만들기 위해 별 이상한 개소리를 하게 만든 것입니다. 장인걸 선수가 건재하면 프리웨이를 공격하기 어려우니 말입니다.”
민지훈도 첨언을 했다. 장인걸은 자기를 자랑하는 것 같아 설명하기 애매했는데 대신 말을 하니 다행이었다.
“혹시라도 천명이 돈으로 밀어붙이면 나한테 말을 하시오. 많지는 않지만 도와줄 것이니.”
그러면서 자신이 투자했던 중소기업이 결국은 천명에 회사를 넘긴 사실을 말을 했다.
“나야 손해는 보지 않았지만 치사한 수에 밀려 손을 털어야 해서 기분이 더럽습디다. 두 번이나 그런 꼴을 당하니 어떻게든 천명에 한 방 먹여주고 싶어 강현산업을 밀었고 그나마 설욕을 했지만 거기서는 이기고도 손해만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천명과 엮이면 반드시 공권력으로 밀고 들어와서 각개격파를 한다고 비난을 했다. 그렇기에 사채업자들이 천명이라면 이를 간다고 말을 했다.
“이놈들은 정말 지독해서 금융기관까지 손을 봐서 사채가 아니면 돈도 빌리지 못하게 만들어 버리죠. 심지어 사채업자가 도와주면 그 사채업자까지 손을 봅니다. 검사 한두 명이 나서서 불법을 잡아내면 사채업자야 꼼짝을 못하죠. 이 바닥에 있으면 걸릴 게 한두 건이 아니니.”
천명그룹의 행태만이 아니라 대기업의 행태에 대하여 비판을 했다. 마치 정의의 사도처럼 그들의 행위를 성토했다.
“사실 박 회장님이 빌려준 돈으로 10여 개의 유망한 IT기업에 투자를 했습니다. 그 기업들을 어떻게 하려고 천명에서 투자 조건을 후려치고 있던 상황인데 중간에 가로챘다고 난리를 치기도 했습니다.”
장인걸의 설명에 박광천 회장이 잘 한 일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거기서 조직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가 있었다. 바로 대기업과 검찰의 결탁하여 공격해 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박광천 회장은 검찰이나 공권력을 이용하여 경쟁자를 제거하는 천명그룹의 행태에 대하여 자세하게 설명했다. 기상천외한 방법들이 다 동원되고 있었다. 장인걸은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질까 의구심이 들었다.
장인걸도 자신이 그들의 표적이 되면 힘든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에 더욱 행동을 주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빌미를 주지 않도록 조심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몰락할 수도 있어 보였다.
학교 가서 인사를 하는 것이 도리인 것 같아서 먼저 유진영 교수에게 연락하고 연구실로 찾아갔다. 방학 중이지만 연구실에는 연구원이 나와 있었다. 연구비 사정이 나아진 것 같았다.
“우리 학교에 총 다섯 과제의 연구비 지원을 했는데 크게 문제는 없죠?”
장인걸은 HR화학에서 일종의 외주 형태로 명석대학교 교수에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물론 다른 대학과 같이 외주를 주었지만 전체의 30%에 달하는 물량이었다. 연구 하나당 5천만 원에서 1억 원 정도에 불과해 큰 연구프로젝트는 아니지만 연구실이 돌아갈 정도는 되었다.
“작더라도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니 좋지. 연구 주제도 간단하고 명확한 것이니 오히려 좋지. 그런데 그런 극소량 희귀 화합물을 생산하는 것이 경제성이 있는 거야?”
장인걸은 국내에 수요가 거의 없는 화합물의 제조방법에 대하여 연구용역을 주었는데 그에 대한 의구심을 보였다.
“연구집약산업이자 노동집약산업을 육성하려고요. 다품종 소량생산의 영역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중에 시장이 커질 것도 같아서요. 그런 기초화학의 능력을 키워야 산업의 기초가 튼튼해지는 거죠. 그런 제품은 가격도 엄청나게 비싸잖아요.”
“그렇기야 하지. 실험실 수준에서는 겨우 반응실험이 고작인데 방문하여 설비를 작동하여 실험이 가능하니 연구역량도 향상이 되고. 정부 보조금도 30% 주고 세제혜택도 있다면서?”
“손해는 아니라고 들었어요. 연구원들의 인건비는 나오는 일이고요. 어떻게 보면 가내수공업 수준이지만요. 지금 놀고 있는 연구원의 숫자가 엄청나다는데 그들을 채용하여 몸집을 불릴 기회이죠.”
“그것도 좋지. 큰 투자 없이 연구를 할 수 있으니. 내년 초에도 연구 과제를 선정할 거야?”
“해야죠. 기술영업도 진행 중이고요. R&D 조직을 없앤 후에 신규 제품개발을 못하는 기업이 꽤나 많은 것 같아요. 구조조정도 좋지만 회사의 R&D 조직을 없애면 일종의 불임수술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을 모르는 것 같아요.”
“멍청한 짓이지. 신제품을 외주로 개발을 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멍청한 생각이야. 그러다가는 제품을 개발하는 회사의 하청 업체로 전락할 수밖에 없지. 그런데 HR화학은 아이템이 몰리브덴 광산과 촉매제 같은 소량 화합물만 취급하는 것이야? 뭔가 다른 수익모델을 창출해야 하지 않아?”
“특수금속의 제조 및 부품 가공을 하고 있죠. 이것도 주문 생산이다보니 가내수공업 수준이지만요. 여기에 연구전문기업으로 자체적인 연구를 통한 아이템 개발, 연구용역 대행 등도 하고 있고요. 지금은 반도체 소재 관련하여 몇 가지 기술을 개발하는 중이고요. 그게 성공하면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도 있어 보이고요. 실제는 자체적인 연구개발이 주된 아이템이라 할 수 있죠.”
“그거야 잘 하겠지. 그런데 그런 것들에 대해서도 아주 잘 아는 것 같아. 전문 분야인데 어떻게 이해하고 컨트롤을 하는지 궁금하군.”
연구개발은 상당히 전문적인 식견이 있어야 통제가 가능했다. 그 분야에 대해 전문 지식이 필요했다. 그러면서도 경영 감각과 미래에 대한 전망이 필요했다. 너무 꿈이 크면 이상주의로 흘러 낭비가 발생하고 현실만 추구하면 미래가 없었다. “하다 보니 되는 거죠. 그 분야를 잘 알기 위해 공부도 하고요. 그보다 학교에서는 달리 말이 없습니까?”
일단 화제를 돌렸다. 학교에 찾아온 이유가 바로 그런 내용을 알고 싶어서였다.
“특별한 것은 없어. 마라톤에서 좋은 성적을 냈으니 다들 학교의 홍보가 이루어졌다고 좋아하고 있고. 학점이야 곧 나오겠지만 그렇게 나쁘지는 않을 거야. 그렇지만 전보다 못할 것이고. 그런데 미국 일은 어떻게 된 거야? 자본금이 꽤나 있다던데? 정말로 도메인을 판매하여 자금을 모은 거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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