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203
“도메인 판매로 상당한 자금을 모았죠. 일부 도메인을 매각할 때 현물출자 개념으로 지분을 받기도 했고요. 몇 개 회사는 잘 되어서 상장도 했고요. 현금을 받은 경우에는 유망한 IT 기업에 직접 투자도 하고 상장한 주식도 매입했고요. 제 개인의 명의로 관리하는 것이 어려워서 개인 투자 법인을 만들었죠. 1인 회사로 한국으로 하면 개인사업자와 비슷해요.”
장인걸은 나중이 되면 다 밝혀질 일이기에 간략하게 설명을 했다. 칼 막스턴이 비밀을 유지하여 유진영 교수에게도 함구하고 있지만 굳이 그 정도는 감출 것도 아니었다.
“언제 미국에 갈 생각이야? 나는 2월에나 갈까 하는데.”
“그래요? 저는 연말 대상이 끝나면 1월 초에 가서 20일 가량 있을 예정입니다. 음악 관련하여 현지 뮤지션들과 교류가 필요해서요. 기존에 불렀던 노래를 영어 가사로 번안하여 낼까 하는데 그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아서요.”
“그러면 미국에 진출할 생각이야?”
“본격적인 진출은 아니지만 제 노래를 일단 소개하고 싶어서요. 아직은 어렵고 학교를 졸업한 후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인데 사전에 준비를 하려고요.”
장인걸은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계획은 그렇게 잡고 있었다. 적당히 대화를 나누다가 유진영 교수를 통해 학교 측과 약속을 잡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문집환 국장은 한숨을 내쉬고 박용하 PD를 바라봤다. 연말대상을 준비하는 와중인데 일이 점점 꼬이고 있었다. 장인걸이 불참을 선언하니 마침내 윗선까지 알게 되면서 관심을 보였다.
“어떻게 할 거야? KTV 연기대상이 없다면 여론전이라도 펼칠 것인데 그것도 쉽지 않고.”
작년에 가요대상 시상식에서 신인상도 받지 못한 HTX에게 대상을 주었다. 그로 인해 내내 공정성 시비로 홍역을 치렀고 비공식적으로 사장에게 경고를 받은 상황이었다.
가수나 연기자 같은 연예인의 인기는 순간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을 무시하는 것도 가능했다.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인기가 떨어지면 그것으로 끝이니 문제가 없었다. 연말 시상식에서 맘에 들지 않은 연예인의 경우에 홀대를 하더라도 구설수에 오를망정 큰 후유증은 없었다.
하지만 장인걸은 그들의 예상을 뒤엎고 마라톤에서 세계적인 선수로 발돋움했고 가수로서도 누구도 넘볼 수 없을 정도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특히 20여 회에 이르는 전국 순회 콘서트와 다섯 번에 이르는 여름 해수욕장 콘서트를 통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아성을 구축했다.
그런 그가 MTV 가요대상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니 난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장인걸은 1년간 가요순위 프로그램에 몇 번 출연한 것 외에 MTV의 어떤 프로그램도 나오지 않았다. 작년의 일에 대한 일종의 보복이었다.
거기다 돈 좀 벌었다고 해서 돈 지랄을 한다고 생각했던 포털 사이트가 성공하여 지금은 TV방송 못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 사이트의 뉴스에서 은근히 MTV에 관한 내용은 뒷전으로 밀려나거나 비난을 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그런지 지난 1년간 MTV에서 방영한 드라마나 예능마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전화도 받지 않고 있고 심지어 흥아 엔터나 문성기획마저 아예 우리 방송국과 연관을 맺지 않으려고 하니 걱정입니다. 그렇다고 국장님이나 제가 찾아가서 빌 수는 없는 일이 아닙니까?”
박용하 PD는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장인걸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이 무시했지만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되고 있었다. 올해 대상을 주지 않는다면 MTV 가요대상은 집안잔치로 전락할 위험에 처해 있었고 그렇게 되면 두 사람 다 책임을 져야 했다.
그렇다고 시상식에 참석도 하지 않은 사람에게 상을 주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했다. 그렇게 되면 상을 주지 않은 것보다도 더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작년에 딴따라 이야기를 했는데 그것을 누군가 외부에 옮겨서 일을 더 키웠으니. 하지도 않은 말까지 지어내서 사람을 상종 못할 인간으로 만들었으니, 참.”
문집환 국장이 수상자 선정을 위한 회의에서 장인걸에게 대상을 주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행한 발언이 새어나간 것을 언급했다. 그런 발언을 했지만 그의 의중은 가수활동에 전념하지 않고 엉뚱한 것으로 인기를 얻으려고 하는 사람에게 상을 주면 가수 외길을 걷는 다른 가수들이 싫어할 것이라는 의미였다. 물론 장인걸에게 대상을 주지 않기 위한 핑계였다.
학생이라는 것을 방패로 내세워서 방송국에 협조하지 않은 것이 괘씸하여 언급을 했는데 문제는 대상을 받은 HTX에도 학생이 둘이나 있었다.
아이돌인 그들은 당분간 군대에 가지 않기 위해 입학하여 학생의 신분을 유지하는 상황이었다.
나중에 그런 이야기가 나오자 그들은 학생인데도 잘만 협조한다고 말한 것으로 인해 딴따라는 딴따라의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와전이 되고 말았다.
그로 인해 이름만 대학생인 자들은 옹호하고 장인걸처럼 학교 수업에 꼬박꼬박 나가는 모범학생은 비난한 것이 되고 말았다. 원래는 그런 의미로 말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 의미로 해석할 수밖에 없어 억울하지만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이슈가 묻힐 것이라 생각했지만 지금도 그런 이야기가 돌면서 가수들 사이에서는 MTV 보이콧이 거론되고 있었다.
“눈 딱 감고 찾아가서 나 죽었고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문집환 국장의 말에 박용하 PD는 기겁한 표정이 되었지만 반박을 하지 못했다. 이성은 더 늦기 전에 그렇게 해서라도 수습을 하라고 하는데 감성은 절대로 굽히지 말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번 가요대상에 나오지 않으면 우리는 둘 다 모가지가 날아 갈 거야. 작년 일까지 다시 거론이 될 것이고 그러다보면 그 내막이 까발려지면서 잘근잘근 씹히는 사태가 벌어질 거야.”
박용하는 1년 전에 길들이기를 하려고 했던 자신의 행위가 멍청한 짓이란 것을 깨달았지만 돌이킬 수는 없었다.
당시에는 갓 데뷔한 신인이었는데 지금처럼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고 마라톤도 일부 연예인들처럼 인기를 올리려고 하는 쇼로 봤지 진짜로 해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딸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거기에 포털인 프리웨이나 다른 사업도 돈지랄로 생각했지 성공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일단 자네가 직접 찾아가도록 하게. 두 방송국의 가요대상에서 공연하기 위해 연습 중이라고 하니 만나는 것은 가능할 거야. 나 죽었다고 매달리면 여지가 있을 거야.”
인기 연예인의 경우에 연말에 방송국을 뛰어다니면서 방송을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장인걸이 참석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시간을 맞추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일단 제가 지금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해결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어려울 것이고 그 때 연락을 하면 넘어오시기 바랍니다.”
두 사람이 같이 가서 거절을 당하면 답이 없는 상황이 벌어지기에 한 번이라도 더 기회를 만들기 위해 혼자 움직이기로 했다. 이럴 때도 잔머리를 굴렸다.
장인걸이 박용하를 만나기 거부하니 히어로기획의 본부장인 민수길이 나서야 했다. 찾아온 사람을 문전박대하면 명분에서 밀리는 면이 있기에 일단 맞아들여 접견실에서 마주 앉았다.
“무슨 볼 일이 있습니까?”
용건을 모를 리 없건만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응대를 했다. 민수길의 입장에서 먼저 아는 체를 할 필요는 없었다.
“장인걸씨가 우리 방송국에서 하는 가요대상에 불참한다고 하니 난감하기 짝이 없습니다. 다시 한 번 불참하기로 한 결정을 재고했으면 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박용하도 그 속을 모를 리 없지만 내색을 하지 않고 설명을 했다. 문전박대를 하지 않고 2인자인 민수길이 만나 주는 것으로 일단 찾아온 목적의 일부를 달성한 면이 있었다.
“그건 회사의 운영방침과 어긋나는 면이 있어 불가능합니다. 우리 회사에서는 스케줄을 잡을 경우에는 안전을 고려하여 중복의 여지가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하나를 포기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여유를 두지 않고 두 행사에 참여한다면 자칫 스케줄을 펑크 낼 소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지침은 흥아 엔터나 문성기획에서도 철저히 지켜지고 있었다. 만일에 위험한 스케줄이 실수로라도 잡힌다면 위약금을 물더라도 취소하도록 하고 있었다.
천재지변이나 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닌 이상 스케줄을 펑크 내는 것은 절대로 엄금하고 있었다. 그런 지독한 면이 있기에 장인걸이 연예활동을 하는 동안 스케줄 때문에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
“사실 연말 가요대상은 작년에도 참석을 한 상황이고 내년에도 참석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MTV도 작년에 한 번 참석도 했고요. 그리 즐거운 기억은 없었지만요. 하지만 연기대상에 연기자로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장인걸씨는 꼭 참석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민수길은 장인걸에게 사전에 받은 지침대로 대응을 했다. 이런 뻣뻣한 태도는 방송국에서 가장 싫어하는 모습 중에 하나였고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아 몽니를 부려 작년에 가요대상에서 HTX에게 대상을 주는 결정을 하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참석하지 않을 기회를 노리고 있었는데 다른 방송사에 꼭 참석해야 하는 시상식이 있으니 그 기회를 이용하여 참석하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더구나 작년에 객관적으로 대상을 받아야 함에도 대상을 주지 않은 MTV이었다. 올해는 신인상을 받을 상황도 아니니 굳이 참가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아까도 말했지만 작년에 MTV 가요대상에 참석을 했었습니다. MTV의 경우 수상 기준이 방송출연, 특히 자사의 방송에 많이 출연한 것에 높은 가중치를 둔다고 들었습니다. 장인걸씨의 경우 주간 가요프로그램에 고작 다섯 번 출연했는데 일주일이면 두세 번씩 출연한 다른 가수들을 제치고 수상을 할 가능성은 제로라고 봅니다. 상을 받을 자리에 가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면서 민수길은 문집환 국장이 해명 인터뷰에서 행한 발언을 내보였다.
“HTX도 대상을 수상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봅니다. 일부 시청자들이 객관성이 결여되었다고 비판을 하지만 방송국마다 자체적인 심사규정에 의거하여 수상자를 결정하기에 다소 의외성이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 MTV의 경우 방송국인 만큼 방송출연의 비중을 높게 책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사 방송에 나와서 시청자들의 호응을 얼마만큼 받았는지를 중요하게 평가했습니다. 연기대상에서 시상대상이 자사 드라마에 한정이 되는 것처럼 가요대상도 자사의 입장이 많이 반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한 시상식은 대한민국 가요대상이 아닌 MTV 가요대상이라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비난을 피하기 위해 수상자를 결정하는 것은 방송국 영역이라는 식으로 변명을 했는데 이것은 비난을 비껴가는 것은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지금에 와서는 자승자박이 되고 있었다.
민수길이 내민 신문스크랩을 본 박용하는 난감한 표정이 되었다. 당시 내부에서도 말이 많았던 인터뷰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수습해야 하는 상황이라 그냥 넘어갔던 내용이었다.
HTX는 예능프로그램에 매주 나오다시피 한 상황이었다. 더구나 장인걸이 KTV와 STV에 나오는 경우에 대응할 카드가 HTX가 가장 적당한 면이 있어 자주 동원했다.
그러니 그런 조건으로 수상자를 결정한다면 장인걸은 그저 들러리에 불과했고 갓 데뷔한 신인가수보다 못한 평가를 받을 것 같았다.
장인걸은 민수길에게 박용하를 만난 경과를 보고받았다. 장인걸이야 참석을 하건 하지 않건 아무런 상관이 없기에 느긋했다.
“스크랩을 보더니 말이 없이 물러갔다는 말이군요.”
“한낱 방송국의 시상식을 가지고 공정성을 따지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큰소리를 치던 그들인데 자신들의 논리대로 참석을 하지 않는다고 뭐라고 하는 것은 우스운 일입니다.”
민수길은 1년 전에 당한 것이 아직도 잊지 못했는지 되돌려준 것 같은지 기분이 좋아 보였다.
“어쨌든 다른 방송국은 가요대상을 공정하게 운영하고 권위를 높이려고 하는데 그들은 스스로 집안잔치로 전락시켰으니 잘 되었습니다. MTV 방송국 내부 가요대상에 참여할 이유가 없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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