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204
장인걸이 방송출연을 별로 하지 않는 것을 핑계 삼아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시켰지만 그것은 당시에는 통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오히려 족쇄가 되고 있었다.
“몇몇 기자들이 이런 기사를 냈습니다.”
민수길이 내민 스크랩을 살핀 장인걸은 미소를 지었다.
“한정수 사장님도 MTV 가요대상은 집안잔치이니 참석할 의미가 별로 없다고 언급을 했군요.”
“두 방송국은 우리가 대상이 확실하다고 전망을 하면서도 MTV는 HTX와 레온을 대상후보로 골랐습니다. 그 이유로 두 아이돌그룹이 MTV의 가요프로그램과 예능프로그램에 가장 많이 출연했다면서 그런 기준에 가장 부합한다고 했습니다.”
신문들마저 MTV를 조롱하고 있었다. 중견가수들 대부분이 그런 시상식은 참가할 의미가 없다고 불참을 선언하고 있었다.
“적당히 대응을 하면 됩니다.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여 우리가 너무 옹졸하게 대응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아야 합니다.”
“기자들에게 적절한 수위로 대응하도록 직원들에게도 일러두었습니다. 내일은 어떻게 합니까? 문집환 국장이 올 것도 같은데 말입니다.”
“문집환 국장이 수습할 성격의 일이 아닙니다. 내가 단순히 인기가수이고 연예기획사인 히어로기획의 대표라면 그 정도 수준에서 타협을 하겠지만 천오백만 회원을 가진 포털사이트 프리웨이의 대표이자 세계적인 마라토너이기도 한 상황에서는 MTV 주상명 사장이 나서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오늘처럼 상대를 하여 돌려보내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잘못했다면서 무릎이라도 꿇으면서 매달리면 어떻게 합니까?”
“그냥 소용없다고 일어나라고 하십시오. 현관이나 공개적인 장소에서 그렇게 행동하면 그 때는 내가 나서도록 하지요.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할 위인이 아닙니다.”
남들이 볼 수 없는 장소에서는 숙일 것이지만 공개적으로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할 사람이었다. 그렇게 한다면 그 때는 장인걸이 욕을 먹으니 나서서 수습해야 했다.
“사장이 나선다면 만날 것입니까?”
“명색이 공영방송의 사장인데 무시할 수는 없죠. 그 정도 한다면 타협을 해야죠. 서로 척을 지고 대립해서 득이 될 것은 없으니까요. 문집환 국장은 지방 방송국의 부사장 정도로 가면 승진일 것입니다. 박용하 PD는 지방방송국의 제작부장으로 전출이 되면 역시 승진일 것이라 봅니다.”
지방방송국의 부사장이 직급 상 예능국장보다 위이지만 좌천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무런 실권도 없이 한 2년 자리만 지키다가 퇴직하는 자리였다. 운이 좋아 지방방송국의 사장이 되고 나중에 중앙에 올라와서 MTV 사장이 될 수도 있지만 그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지방방송국의 제작부장도 부장급이니 CP보다도 더 높은 직급일 수도 있지만 한직이나 마찬가지이고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는 사람이 가는 자리였다.
장인걸의 말은 문집환 국장과 박용하 PD를 사실상 정리하라는 말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그들은 능력이 있고 인맥이 있으니 바로 정리는 되지 않고 한동안 살아남을 것 같았다.
“그 정도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참석할 이유가 없죠. 그렇게 해야 길들이기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 아시안게임 관련하여 기자들이 허튼 수작을 벌이기도 했고 말입니다.”
장인걸은 양보할 생각이 없어 보였고 강경하게 나가기로 작정을 했다.
장인걸은 코치 연수과정에 이원희를 보내었다. 육상의 경우 미국이 강세이지만 장거리의 경우에는 유럽, 동구권과 가까운 독일이 강세이기에 독일에서 2월말까지 연수를 받기로 했다.
“이원희 코치가 라이프치히로 갔으니 혼자 훈련을 할 것입니다. 그렇게 알고 내 훈련 시간을 비워 놓으면 됩니다.”
장인걸은 김기현에게 자신의 스케줄 중에 훈련 시간에 대해서 언급을 했다. 아예 없앨 수가 있기에 다시 상기시켰다.
“광고가 꽤나 되는 군요?”
“네, 그렇습니다. 최대한 빨리 광고를 내보내려고 다시 재촬영을 원하고 있습니다.”
“매일 하나씩 촬영을 하려면 연말대상 무대를 준비하는 시간도 빠듯하겠군요. 행사가 없어도 하루가 전쟁이네요. 그보다 미국에 가는 것은 잘 준비가 되고 있습니까?”
“1월 3일 출발하도록 준비 중에 있습니다. 세세한 것 몇 가지만 조정하면 다 끝납니다.”
“비용이 들더라도 안전에 특히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번에 갔을 때 수준의 경호수준을 유지해야 합니다.”
“저번 샌프란시스코에서 경호를 맡았던 업체에 의뢰를 했기에 별도의 이견이 없이 그대로 진행이 될 것입니다.”
장인걸은 미국행이 제대로 준비가 되고 있는지 점검했다. 신고할 것도 많았고 준비할 것도 많았다.
“그리고 바하마에 1월 12일에 가는 건은 준비가 되었죠?”
“12일에 샌프란시스코를 출발하여 마이애미를 거쳐 나소로 갈 것입니다. 15일에 다시 LA에 돌아올 것입니다. 그런데 나소에 꼭 가야 하는 것입니까? 거기에 무슨 일이 있습니까?”
“반드시 처리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러니 관광목적으로 정리를 해주시면 됩니다. 거긴 무비자입국이니 큰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장인걸은 이번에 바하마에 가서 저번에 획득한 국채와 관련된 문제를 살펴볼 계획이었다. 정리가 가능하면 정리할 생각이었다. 아울러 역외 법인 문제도 해결할 계획이었다. 미국의 경우 자금의 출처에 대한 조사가 상당히 까다롭기에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자금의 반입이 가능했다.
장인걸은 김기현 대리가 나가자 페럴 해런드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신이 방문해야 하지만 길잡이가 필요했기에 동행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물론 이와 관련하여 적절한 의뢰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역외 법인을 만드는 것은 쪽문을 하나 내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그 법인을 통한 거래가 탈세의 수단이 되는 경우 IRS(국세청)의 제재를 받게 되지만 단순한 자금거래의 경우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투자의 경우에는 명확한 약정을 하고 진행이 되어야 합니다. 물론 자금세탁 부분은 문제가 되지만 그 부분은 국제금융시스템을 통하여 거래를 한다면 크게 문제가 없습니다.”
페럴 해런드는 탈세의 수단이 되는 것은 문제가 되지만 자금의 도입을 하는 창구라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복잡하군요. 그러면 HR투자법인과 바하마의 법인이 자금을 주고받는 것은 문제가 없겠군요.”
“물론 무조건 거래를 하고 자본을 이동하는 것은 안 됩니다. 법에 규정된 절차를 지켜야 합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판단을 하여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 감독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특히 들어올 때는 문제가 없지만 나갈 때는 더 어렵습니다. 그러니 상황을 살펴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그런 것을 처리하는 것이 국제금융전문가이고 제가 그 분야에 전문가이기도 합니다.”
장인걸은 결국 그와 관련된 것은 페럴 해런드의 자문을 받기로 했고 바하마를 갈 때 같이 가기로 했다. 물론 이런 일도 모두 엄청난 수준의 의뢰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크리스마스가 지나자 대부분의 신문이 각종 연말 대상의 수상에 관심을 보였다. 특히 가요대상에서 MTV만이 자사 방송출연에 가산점을 부여한다면서 이번에도 그런 기준을 적용하는지 궁금증을 표명했다.
“어떻게 할 거야?”
입사동기인 하정웅 PD의 질문에 박용하는 화가 잔뜩 난 기색으로 노려보았다. 괜히 잔소리를 하는 것 같았다. 하정웅은 예능이 아닌 교양 부문을 담당하고 있었다.
“밑도 끝도 없이, 뭘?”
뭘 말하는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 퉁명스럽게 반문했다.
“가요대상 말이야. 신문마다 연예부문에서 참석여부와 수상여부로 시끄럽던데. 12월 30일에 시선이 모여 있던데.”
“골치 아프니 그 것은 말하지 말자. 건방진 새끼가 개지랄을 떨고 있는데 너까지 뭐라고 하면 성질이 나니.”
“방송국 내부에서도 말이 많아. 어쭙잖은 변명을 해서 가요대상을 집안잔치로 전락을 시켰다고 임원들까지 성토를 하는 판이고. 교양국에서도 선배들이 나서는 판국이고.”
방송국은 예능국이나 드라마국이 실세일 것 같지만 실제로 최고위 직급에 오르는 것은 보도국이나 교양국 출신이었다. 고위직일수록 기획이나 관리업무가 주인데 그런 분야는 보도나 교양 쪽이 더 강했다.
“어제 회사로 직접 찾아갔는데 만나지도 못했다. 민수길 흥아 엔터 사장을 만났는데 1년 전 일로 여전히 꽁해 있더라. 언제 적 일을 가지고 여전히 지랄을 한다니.”
“하여간 너는 지금도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는 것 같아. 만드는 프로그램마다 초기에는 히트를 치는데 왜 매번 끝에 가서 논란을 만들어 폐지를 하는지 알 것도 같아.”
박용하는 하정웅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수가 없었다.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정신을 차리고 보면 일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있었다.
아랫사람이라고 단정 지은 자들 중에 조금만 권위에 도전하려는 기미를 보이면 어떻게든 뭉개놓았다. 당장은 문제가 없지만 시간이 흐르면 결국 탈이 났다. 1차로 탈이 날 때 수습해야 하는데 더 강하게 나갔고 그러다보면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꼭 출연자 중에 한두 명이 중도사퇴를 선언했고 그렇게 되면 팀이 깨지면서 열기가 사라졌고 시청자들이 이탈했다.
“하여간 지랄 같은 상황이지만 어떻게든 해결하고 나중에 제대로 응징을 할 생각이야. 어린놈이 건방지게 괴기고 있어.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했으니 언제까지 잘 나가는지 두고 볼 거야.”
장인걸에 대한 원한을 불태우는 박용하였다. 그에게 있어 장인걸은 용서가 되지 않는 존재였다. 철저하게 망가져서 구걸을 할 때까지 존재 자체를 용납할 생각이 없었다. 당장은 상황이 불리하여 굽힐지라도 아무 것도 아닌 존재, 하찮은 존재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조심해야 할 거야. 어제 보도국 박창현 차장을 만났는데 걱정을 하더라. 다들 널 벼르고 있어.”
박창현 차장도 입사동기였다. PD와 기자로 길이 갈렸지만 가끔씩 만나고 있었다. 현재 청와대 주재기자로 나가 있었다.
“이번 아시안게임 폐막식 공연을 VIP가 처음 언급했고 박민석 실장과 주민석 의원이 성사를 시켰다고 하더라. 특히 VIP가 장인걸한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군.”
하정웅의 말은 박용하에게 허튼 수작을 부리지 말라는 경고이기도 했다. 아무리 말려도 듣지 않을 것 같으니 아예 거물들을 거론하여 겁을 먹도록 했다. 그 정도 라인에서 밀어주면 박용하가 아무리 기를 써도 상대가 되지 않았다.
“딴따라가 뭐 대단하다고.”
박용하에게는 장인걸이 어떻게 성장을 하고 출세를 하건 딴따라였다. 딴따라의 처지를 벗어나는 것 자체가 짜증이 나는 일이었다. 장인걸을 밑에서 박박 기어야 할 존재로 되돌려야 할 의무감이나 사명감마저 새록새록 생겨나고 있었다.
박용하 자신도 이런 자신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마음 한쪽에서 그런 의식이 점점 더 강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너, 그거 피해망상에 과대망상이고 지독한 차별이다. 그러다가 너 정말 큰일이 날 것도 같아. 왜 시간이 갈수록 사람이 점점 망가지는 거야? 정신 차려.”
하정웅은 2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동기가 망가지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표출했다. PD를 하면서 어느 날부터 연예인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중견 PD의 반열에 오르면서 본격적으로 연예인 길들이기에 나서고 있었다.
특히 반짝 스타들에 대한 길들이기가 도를 넘어가면서 프로그램까지 영향을 주는 상황이 벌어졌다. 특히 비슷한 성향을 가진 지금의 예능국장이 부임하면서 도가 점점 넘어가고 있었다.
김인복은 의도적으로 왜곡 기사를 쓴 것이 발각되어 1개월 정직이라는 징계를 받아야 했다. 이의신청을 했지만 그것도 불가능해 보였다. 오히려 청부를 받은 사실이 암암리에 퍼지면서 더 강한 징계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었다.
“만나서 이야기나 좀 합시다.”
김인복은 전화를 걸어 박용하에게 만나자고 제안했다.
“만나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조금 지나서 봅시다. 일단 가요대상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으니.”
박용하도 김인복이 누구인지 아는 것 같았다. 한동안 장인걸에 대한 비방기사로 떠들썩했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만나자고 하는 것입니다. 장인걸 때문에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면서요.”
박용하는 이번 가요대상이 끝난 후에 좌천이 사실상 확정되다시피 했다. 물론 문집환 국장도 마찬가지의 상황이지만 그보다는 처지가 나았다.
끝ⓒ
(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