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206
“제가 참석을 하지 않으려고 한 이유는 일단 KTV에서 연기대상을 같은 시간에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제가 서브 주연으로 참여한 작품이 제법 성과를 냈기에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MTV의 시상기준이 대중적인 인기나 팬들의 성원이 아닌 방송국에 기여도를 우선한다고 하니 그런 기준이라면 잘 출연하지 않은 저야 해당이 되지 않을 것이고 다른 중요한 행사가 있는데 굳이 시상대상도 아닌 내가 참여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일단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기 위해 그들이 억지 주장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만들기로 했다. 그래야 다음의 이야기가 가능했다. 축하를 해주기 위해 참석하는 것이라면 결국은 갈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다른 방송국의 가요대상처럼 우리 MTV도 시청자들에게 가장 사람을 받는 노래와 가수를 시상하는 것이지 자사의 방송국에 기여한 가수를 시상하지 않습니다. 단지 비슷한 수준이라면 그런 면이 일정부분 작용하지만 절대로 그런 기준으로 심사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작년의 경우에는 다소 객관성이 부족한 결정을 했고 그 결정을 옹호하다보니 더 큰 실수를 한 것입니다. 저를 비롯한 몇몇 PD의 잘못된 생각으로 방송국과 시청자 여러분, 그리고 장인걸씨에게 큰 잘못을 저지른 것입니다.”
문집환 국장은 자존심 때문인지 길들이기란 말을 언급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 사실을 인정하면 잘못이 커질 것이라 생각하는지 그런 언급을 하지 않도록 결사적이었다.
“딴따라인 저야 방송국에서 시키면 따라야 하는 것인가요?”
장인걸은 여전히 문제의 핵심을 비켜가려는 문집환 국장을 보면서 직설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추석 예능에 나가지 않으면서 문제가 생겼고 그때부터 딴따라는 딴따라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말이 파다하게 돌기 시작했다.
“송구합니다. 방송을 제작하는 입장에서 출연자가 자신의 입장을 강조하는 것으로 인해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당장 필요한데 개인 사정을 이유로 거절을 하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그렇게 하는 것이 잘못된 일이라는 것은 알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방송을 제작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열악하기도 합니다.”
갑질을 하고 길들이기를 통해서 굴복을 시키지 않으면 방송을 못한다고 강변하고 있었다.
“사실 다른 방송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지 우리의 경우에는 장인걸씨를 섭외한 프로그램이 인기프로그램이라 기존 출연자의 편의를 봐주어야 했고 그렇기에 장인걸씨가 내건 조건에 맞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 이유가 학교 수업에 참여해야 하는 것, 사실 그런 이유로 출연을 고사하는 연예인은 방송국에서 상당히 기피하는 면이 있습니다. 올바른 학생인 연예인은 매사에 옳고 그름이 명확해 일을 하기가 상당히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문집환 국장의 말에 장인걸은 그런 경향이 있지만 대놓고 아예 거론하자 불편하기도 했다. 만만치 않아 싫다는 말이었다. 적당히 좋은 것이 좋다고 넘어가지 않으니 그렇게 만들겠다, 길들이기를 한다는 말이었다.
장인걸 대신에 HTX에게 대상을 준 것도 길들이기의 일환이고 방송국과 대립하면 손해를 본다는 것을 보이기 위한 조치임을 자인했다.
이미 밤늦은 시간이지만 이렇게 찾아온 것은 어떻게든 일을 마무리 지을 생각이었다. 이미 모든 것이 다 드러난 판국에 부인해서 될 상황이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이렇게 구구절절 말씀을 하시는 것은 적당히 타협을 하자는 말씀이시죠?”
“그렇습니다. 우리 쪽에서 가능한 것은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최대한 협조해 드리겠습니다.”
그러자 장인걸은 최근에 작성하여 사용하고 있는 스트리머 표준계약서를 문집환 국장에게 건넸다.
“갑의 자리에 MTV를 써넣었으면 합니다.”
그러자 계약서를 읽어나갔다. 대략 5분 정도에 걸쳐 8페이지에 달하는 문서를 읽었다.
“우리 MTV에서 제작한 드라마와 예능을 프리웨이 게시판 중에 하나인 프리튜브라는 곳에 업 로드하라는 말씀이군요.”
“맞습니다. MTV도 손해는 아닐 것입니다. 물론 이런 일을 하려면 MTV도 콘텐츠 서비스팀 같은 부서를 새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홈페이지도 대대적으로 개편을 하고요.”
아직 방송국에서는 다시보기 서비스를 하지 않고 있었다. 재방송이 된 후에 케이블TV에 판매를 하는 정도였다.
“프리튜브와 홈페이지에서 동시에 서비스하면 됩니다. 물론 데이터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하면 광고관련 수익을 계약에 따라 분배하면 됩니다.
유료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이고요.”
접근은 방송국 홈페이지를 통하건 프리웨이의 프리튜브를 통하건 수익을 반반씩 나누는 것이 계약의 요지였다. 홈페이지에 그런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지만 프리웨이에서 라이선스와 기술도 실비에 제공할 수 있음을 밝혔다.
“아직 다른 방송국에서 시작하고 있지 않기에 선점의 효과도 있을 것입니다.”
장인걸은 거시적으로 판단하기로 했다. 참여하지 않으면 기분이야 후련하겠지만 그것은 둘 다 손해만 보는 면이 강했다. 장인걸의 행동에 지지를 하는 자들이 다수이지만 반감을 가진 자들에게 비난할 빌미를 제공하는 일이기도 했다.
“확답은 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예능이나 음악 관련 프로그램은 내부조치를 취한 후에 진행하겠습니다.”
문집환이 약속을 하고 어긴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 정도 약속이 최선이기에 민수길과 박용하 PD가 한쪽에서 마주앉아 일종의 출연계약서를 작성했다.
서로 협의를 하여 일종의 약정서 형태로 작성을 했다. 장인걸도 무대에 서기로 했고 두 곡을 부르기로 약정했다. 아울러 MTV에서는 프리웨이에서 원하는 프로그램을 업로드한다는 내용의 문구를 삽입했다.
물론 단서 조항으로 MTV의 내부 의사결정과정에서 거부될 경우에는 책임이 없다고 언급하여 사실상 구속력이 없는 내용이었지만 그럴 경우에 다시는 상종하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대신 그날 시상에 관련된 부분에 대하여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어렵게 참석을 했는데 아무런 상도 받지 못한다면 장인걸이 굴욕을 당한 것이 아니라 MTV가 더 망신이었다.
장인걸은 콘서트와 해변 축제를 하면서 만들어둔 공연프로그램이 있기에 급하게 MTV에서 공연하는 것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짜깁기라고 할 수도 있지만 기존 무대의 아쉬움을 개선하여 보여주면 되기에 노래 두 곡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장인걸은 KTV 연기대상의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한 후에 신인상을 수상하고 OST 메들리로 축하무대를 했고 그 후에 우수 연기상을 수상했다.
신인이지만 태양의 계절에서 특색 있는 연기를 했기에 그런 상을 받더라도 과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 다음에 빠른 걸음으로 MTV로 이동하여 분장을 한 후에 대기하던 백댄서와 코러스와 같이 공연했다. 그 후에 십대 가수상과 가요대상의 시상식이 이어졌다.
전날 장인걸이 MTV 가요대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번복하여 참여하기로 했기에 무난하게 진행이 되었고 시상식에서 장인걸은 10대 가수상, 작곡상, 가요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10대 가수상이나 대상은 수상이 예상되었지만 작곡상을 받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는데 상을 받았다.
작곡상을 받은 것은 자신의 노래만이 아닌 다른 가수들에게 노래를 주어 히트를 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세 곡이 1위에 올랐고 다섯 곡이 10위 안에 들었으니 작곡가로서도 제법이었다.
반면에 한정수는 모처럼 PD상을 수상했다. 그도 장인걸이 참여하기로 하자 참석을 결정했고 그 결과 음악프로듀스 부문에서 상을 수상했다.
그는 장인걸이 만든 노래를 주로 프로듀싱을 해주었고 흥아 엔터 소속의 가수들이 만들 앨범을 프로듀싱 하여 제법 인기를 얻도록 해주었고 그 덕분에 프로듀서로 이름을 날리게 되었다.
“제가 결정을 번복한 것은 참석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입니다. 한해 가요계를 결산하는 좋은 자리에 참석하지 않는 것도 문제이기에 KTV에 양해를 구해 스케줄을 조정했습니다.”
장인걸은 대상수상자의 인터뷰에서 그렇게 간단히 설명을 했다. 그 이상 구구절절 말하는 것은 또 다른 구설수에 오를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좋지 않은 질문이 나와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현재 가요계나 연예계도 상당히 어려운 시기입니다. 반목을 하기보다 서로 협력하여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선배님들이 활발한 활동을 하여 가요계, 연예계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기를 바랍니다.”
“해외 진출을 할 것인지 많이 묻는데 본격적인 진출을 하기보다 차근차근 준비해나갈 것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미국에 가서 현지의 음악 트렌드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질까 합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하니 철저히 준비하려고 합니다.”
장인걸은 그 정도만 답변을 하고 더 이상의 인터뷰는 거절을 했다. 전년도 가요대상에서 좋지 않은 대접을 받은 것에 대해 묻는 기자도 있었지만 대답을 하지 않았다. 괜히 대답을 하여 빌미를 주고 싶지 않았다.
장인걸은 대상을 수상했지만 다음날 다시 KTV 가요대상이 있고 집에서 식구들이 기다리고 있기에 그냥 집으로 갔다. 축하파티는 아예 모든 시상식이 끝난 후에 1월 1일 저녁에 송년회와 신년하례회를 겸해 한꺼번에 하기로 했다.
주상명 사장이 문집환 국장이 들어가서 인사를 하자, 보고 있던 서류를 내밀면서 바로 질문을 던졌다.
“이 약정서에 의하면 매출액이 매월 3억 원 정도 발생할 것이라고?”
“그렇습니다. 당장은 푼돈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시간이 가면 월 30억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만일에 외국의 시청자까지 가세를 하면 두 배가량 더 증가할 여지도 있습니다.”
문집환 국장은 가요대상을 마친 후에 새벽 한 시가 넘은 시각이지만 사장실에 보고하러 들어갔다. 내내 가요대상을 지켜봤던 주상명 사장은 퇴근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으면서 사전에 보고한 약정서를 살펴보고 있었다.
“오늘 만나보니 애가 주관이 뚜렷하고 말하는 바도 확실하더군. 그냥 일반 연예인으로 생각할 상대는 아니야. 그 와중에도 정치를 하고 있더군.”
주상명 사장은 가요대상을 하는 동안 장인걸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펴보고 있었는데 철저하게 계산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나이는 어리지만 주도적으로 매니저를 비롯한 스텝, 거기에 백댄서나 코러스까지 오히려 챙기고 있었다.
“시간을 내서 원로 가수들까지 찾아가서 인사를 하고, 하지만 뭔가 인간성이 문제가 있다고 하는 자들은 이름이 높아도 가까이 가지를 않더군.
일부러 가지 않는다는 티를 내면서도 바빠서 빠뜨린 것으로 위장을 하면서. 호불호에 관한 명확한 기준을 가진 것 같아. 신뢰나 성실, 인성을 중시하는 것 같아.”
주상명은 방송국 사장을 하기 전에 MTV에서 20여 년간 기자를 했고 정치에 입문하여 비례대표, 지역구 국회의원을 지내다가 현 정권이 출범한 이후에 다시 사장으로 복귀했다. 그렇기에 정치적인 감각이 뛰어났다.
“약정서를 봐도 문구 하나하나가 트집을 잡기 애매하게 되어 있어. 노회한 정치가들이나 사용할 문구야. 이걸 우리가 그대로 공개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도록 되어 있어. 가요대상 참석을 빌미로 하여 협박을 했다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화적이야.”
“그러면 약정서대로 진행을 합니까?”
“우리는 회사이고 이사회가 있으니 그들의 의견을 들어봐야지. 더구나 담당 부서도 새로 만들려면 조직까지 개편해야 하는 일이고. 거기서 부결이 되면 약정서가 있더라도 못하는 것이고.”
예능국장은 직제상 임원이지만 이사회의 멤버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이사회에 참석하여 보고는 할 수는 있지만 의사결정에 참여할 자격은 없었다.
“그러면 일단 보류를 합니까?”
당장 급한 불을 껐다고 생각했는지 문집환 국장이 추진에 소극적인 태도를 내비쳤다.
“야 이 사람아, 그는 허투루 상대할 인물이 아니라고 했잖아. 이러다가 무슨 꼴을 당하려고? 지난 1년 내내 프리웨이에서 우리 방송국 관련된 내용은 뒷전으로 밀렸다면서? 바로 시작할 준비를 해. 그리고 박용하 PD는 당분간 현장에서 철수시켜 지방에 내려가 머리 좀 식히라고 해. 내가 알아보니 문제가 많아.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큰 사고를 저지를 사람이야.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데 아직 젊은 사람이 구태의연한 생각을 하고 있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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