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209
“나중에 미국에서도 근무할 수도 있겠네요.”
장은지는 미국에서 근무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기대를 하는 것도 같았다.
“그런데 은지 너 며칠 사이에 영어를 제법 하는 것 같더라.”
“그러게 말이에요. 제가 공부에는 소질이 없어서 영어를 못할 줄 알았는데 듣다 보니 들리더라고요. 그리고 들은 것을 토대로 띄엄띄엄 말하다 보니 말이 되는 것도 같고요.”
장은지는 용감하게 미국에 왔지만 내내 영어 실력이 없어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부딪치니 말문이 트였다. 생각하지 못했던 소득이었다.
그들이 안으로 들어가자 상당히 뚱뚱한 40대의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여러 가지 공연 팸플릿이 복도에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찰리 서는 장인걸이 올까 기대를 했지만 직원들만 방문하자 실망한 기색을 보였다.
“전화로도 말씀을 드렸지만 우리는 LA에 기획사 사무실을 낼까 검토 중에 있습니다. 단독으로 진출하는 것보다 현지의 기획사, 특히 교민이 운영하는 기획사와 협업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아 그쪽으로 고려중에 있습니다.”
자리에 앉자 김기현 과장이 방문한 목적에 대해 설명을 했다.
“우리야 교민 대상으로 하는 일을 주로 하지 현지 미국 레이블이나 음반사와는 약간 거리가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한국계 영주권자나 시민권자 중에 한국에서 가수나 연기자로 활동하기를 원하는 인재를 발굴하는데 도움을 받고자 합니다.”
현재 한국의 흥아 엔터에서는 아이돌 그룹의 론칭을 위해 연습생 오디션을 진행 중에 있었고 그 일환으로 미국에서도 오디션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런 것이라면 협조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장인걸씨의 LA 공연은 어렵습니까? 교민들이 종종 공연을 기획하면 어떨지 문의가 많습니다. 한국의 가수들과 디너쇼도 하고 콘서트도 하는데 LA라면 3만 명 규모의 공연도 가능합니다.”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김기현은 교민을 상대로 하는 공연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그런 입장이 알려지면 자칫 교민을 무시한다는 여론이 생길 수가 있고 비난에 직면할 수도 있었다.
한인 사회가 아닌 미국 주류 음악계에 진출할 계획이라는 것을 밝히는 것은 소외를 받는다는 인상을 줄 수 있었다.
‘국내 기업의 경우 교민들이 본사를 방문하여 현지 대리점 운영권을 달라고 하여 곤란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들에게 대리점을 맡기면 현지 시장에 접근하지 못하고 현지 교민사회의 골목 상권만 상대하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수입이라면 대행을 맡기지만 수출은 그렇게 해서는 문제가 큽니다.’ 장인걸은 현지에 진출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교민이 운영하는 회사와 제휴할 때 인재발굴은 협조하지만 앨범 유통이나 공연기획은 절대 제휴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었다.
“일단 이번에 LA에 방문한 것은 몇몇 뮤지션들과 협업을 논의하기 위한 사전 점검 차원입니다.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기존에 부른 노래들을 영어 가사로 불러 앨범을 낼 계획입니다. 아직 학생이고 마라톤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외국에서 활동할 시간을 내기 어렵습니다.”
“아쉽네요. LA의 교민들도 한국에서 했던 공연을 하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는데요.”
“공부나 운동은 나이가 들면 못하니 최소한 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국내 활동만 한다고 합니다.”
김기현은 찰리 서와 협의하여 LA에서 연습생을 선발하는 오디션을 진행하기로 했고 그에 대한 업무협조에 대한 약정을 체결했다. 그들이야 오디션 접수 및 진행에 대한 대행수수료를 받으니 하등의 손해는 없는 일이었다.
프리웨이의 안정만 본부장과 흥아 엔터의 민수길 사장은 현재 KTV의 기획관리실장인 박효찬과 마주 앉아 있었다. MTV와 프리튜브 관련하여 협의가 마무리되자 KTV와 연락하여 바로 협상을 시작했다.
“이 내용이 MTV와 맺은 기본계약이라는 말입니까?”
약정서 내용 중에 프로그램 다시보기 관련 내용만 발췌를 하여 공개했다. 물론 영업의 기밀까지 밝힌 것은 아니었다.
“그렇습니다. 몇 가지 내용이 더 있지만 외부에 알릴 수 있는 조건은 그 정도입니다. 대충 무슨 내용인지 아시리라 봅니다. 만일에 MTV만 이런 일을 한다면 KTV와 STV는 커다란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 각 방송국도 공정한 경쟁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바로 연락을 드린 것입니다.”
간단히 프로그램 다시보기 서비스라고 하지만 그것이 가지는 파괴력은 간단하지 않았다. 그것도 1500만 회원을 가진 프리웨이와 프리튜브를 통한 서비스라면 파급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 자명했다.
“거기다 유료서비스까지 하면 그 수입도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초기에는 작겠지만요. 무료서비스의 광고 수입도 있고요.”
안정만 본부장까지 가세하여 설명을 했다. 나이는 박효찬 실장이 50대 후반이고 둘은 30대 중반이지만 그들의 무게감은 어느 한 쪽으로 기운다고 할 수 없었다.
“MTV와 동일한 조건으로 계약을 하자는 말씀이요?”
“그렇습니다. 물론 MTV의 경우에 계약이 마무리된 상황이고 실무 작업에 들어가는 상황이라 3월 1일부터 서비스를 할 것입니다. 지금부터 서두른다면 비슷한 시기에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지만 늦게 한다면 적지 않은 차이가 발생할 것입니다.”
박효찬 실장은 조건을 보면서 영 내키지 않은 기색이었다. 더구나 유료결제에서 프리페이를 사용하는 부분에서 내키지가 않았다. MTV는 그것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는 것인지 자사 홈페이지에서도 프리페이를 사용하기로 했다.
KTV는 허용하지 않아도 문제는 없지만 그렇게 될 경우에 발생하는 문제는 사용할 때 발생하는 문제보다 더 클 수도 있었다. 자체적인 결제수단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울 것은 없지만 그렇게 하려면 적지 않은 투자가 필요했다. 더구나 편의성 부분에서 차이가 컸다. 일반 카드결제나 온라인 송금은 절차가 복잡하고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거기다 가장 문제는 유료서비스의 시점이 뒤로 밀려 경쟁에서 뒤처지게 된다는 점이었다. 그것을 알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프리페이 사용이 꺼림칙하면 결제시스템을 갖추기 전에 프리페이를 도입하고 나중에 시스템을 갖추면 사용하지 않으면 됩니다. 시스템을 갖춘 후에도 프리페이와 병행해도 됩니다. 프리마켓에 입주해 있는 스토어들은 자체적인 결제시스템을 갖추고도 프리페이의 사용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자체결제보다 프리페이 결제가 80% 정도 됩니다.”
프리페이는 충전할 수 있는 한도가 무려 3백만 원에 달했다. 그렇기에 한 번 잔고를 채우면 어디서든 간편하게, 두 번의 확인 절차만 거치면 결제가 가능했다. 반면 자체적인 결제시스템은 한 번 결제하려면 아무리 빨라도 3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프리페이의 간편 결제에 길들여지면 다른 결제시스템을 사용하지 못했다. 물론 보안에 취약하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본인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유출하지 않는 이상 문제는 없었다. 어느 결제시스템보다 보안에 충실했다.
“더구나 프리페이의 사용이 가능한 프리미엄 회원의 숫자가 230만 명에 달합니다. 그들은 언제라도 맘에 드는 상품과 서비스가 있다면 간편하게 결제할 준비가 된 사람들입니다. 일반 업체의 경우 프리페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내부 심사를 통과해야 가능하기도 합니다.”
안정만 본부장의 말처럼 프리페이 결제를 통해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프리마켓의 입점 사이트가 아니라면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사용이 가능했다. 현재는 프리페이가 유사금융서비스로 지정이 되어 금감원의 통제를 받기까지 하고 있었다.
하지만 MTV가 하기로 한 이상 KTV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결국 가계약을 체결한 후에 내부 승인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었다. 아울러 STV도 결국은 가계약을 하여 내부 승인절차를 진행 중에 있었다. 3대 공중파 모두가 프리튜브에 다시보기 서비스를 하기로 약정했다.
장인걸은 한정수가 소개해준 뮤지션 헨리 라미레스를 만났다. 이틀에 걸쳐서 두 번 만났는데 이미 닉 플로이언과의 작업으로 대부분의 문제점을 개선한 상황이기에 음악의 조류에 대한 담론을 교류하는 정도였다.
장인걸은 헨리 라미레스가 작곡한 곡들과 자신이 발표한 노래에 대한 평가를 주로하면서 번안한 가사에 대한 평가를 주로 들었다.
싱어 송 라이터이기에 닉 플로이언과는 또 다른 면이 있었는데 한정수와 상당히 비슷한 면이 있었다. 특히 그는 한 때 밴드의 보컬을 하기도 했는데 악기 연주에 상당한 조예가 있었다.
장인걸도 회귀를 한 이후에 많은 악기 연주를 익혔는데 기타나 키보드, 드럼, 색소폰 등을 연주하면서 서로의 실력을 겨루기도 했다.
“미국에 진출하기 전에 먼저 기존에 발표한 노래를 영어 가사로 번안하여 발표할 계획이란 말이죠?”
둘은 쉬는 시간에도 많은 대화를 했다.
“그럴까 합니다. 현재 작업 중이고 그것이 끝나면 닉 플로이언이 운영하는 SCM을 통해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통해 유통할까 합니다. 영미권에서는 가수로는 무명이나 마찬가지의 상황이니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장인걸은 미국의 트렌드와 자신의 노래가 조금 다른 면이 있기에 기대를 낮추었다.
“노래는 좋은데 임팩트는 조금 부족하군요. 자극적인 면이 사라져서 조금 담담하다고 할까요. 미국 대중음악의 트렌드와는 조금 다른 면도 있고요. 하지만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노래가 들으면 들을수록 앞으로 대중음악의 새로운 트렌드와 부합하는 면도 있어 보입니다.”
빠르면 5년, 늦으면 10년 후의 K-POP의 트렌드이니 미국의 가요 트렌드와 맞지 않는 것이 당연했다. 그것을 현재의 트렌드와 조화되도록 편곡을 하여 이질감을 줄이는 것이 필요했다.
“나라마다 음악의 유행도 다르니 어쩔 수가 없죠. 일단 편곡으로 어느 정도 해결을 하고 그렇게 한 후에 그 자체를 제 음악의 특성으로 내세울 계획입니다.”
처음에야 이질적이고 생소하지만 자주 듣다보면 익숙해지는 것이 음악이었다. 차츰 시간을 두고 적응하도록 하면 되는 문제였다. 더구나 자신은 무명이라고 하지만 완전한 무명은 아니었다. 마라톤 마니아를 통해 접근해 가는 것도 방법이었다.
“다행히 몇몇 곡은 현재 트렌드와 부합하는 면이 있으니 그것을 중점적으로 마케팅하면 성과를 거둘 것도 같군요. 팔릴 노래를 팔다보면 다른 노래도 먹힐 것입니다.”
힙합계열의 노래를 먼저 내세우고 다른 노래를 소개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한국에서도 인기를 얻은 것은 멜로디가 명확하고 후렴구가 반복되는 노래였는데 역시나 헨리 라미레스도 그런 노래가 대중성이 있다고 추천을 했다. 이는 닉 플로이언도 마찬가지였다.
장인걸은 이틀간 헨리 라미레스와 같이 보내면서 그의 음악적인 식견을 접할 수가 있었다. 특히 그가 최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랩에 대하여 배울 수가 있었다.
“서부의 랩은 뉴욕이나 시카고의 랩과 다릅니다. 히스패닉 계열의 음악과 연관이 되어 있고 동양음악의 영향을 받은 면이 있습니다.”
장인걸은 향후 10년 사이에 한국의 랩도 발전이 있고 그런 트렌드를 대략 알기에 대략적으로 이해를 했다.
“미국의 경우 비트와 트랙을 중시하고 뮤지션의 자율성을 강조하는데 아시아의 랩은 멜로디까지 부여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것은 래퍼의 개성을 제약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의 랩 음악이 가진 문제점을 지적했다. 몇 년 전에 한정수의 초대로 한국에도 다녀왔는데 90년대 한국 랩의 영세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지금은 비트와 트랙만 가지고 래퍼가 가사를 만들어서 공연을 하는 방향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멜로디를 주려고 하는 경향은 여전하지만 대중들이 정형화된 음악을 선호하는 면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노래의 완결성이나 형식적인 정형미를 중시하는 문제에 대하여 설명했다. 일종의 랩 베틀 같은 즉흥성이 강한 랩에 거부감이 큰 점도 거론했다. 장인걸은 다양성과 대중성에 대한 문제에 직면하기도 했고 이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해 나가기도 했다.
이렇게 LA에서 미국 여행의 목적으로 내세운 미국 음악에 대한 공부를 하고 난 후에 실질적인 목적을 해결하러 샌프란시스코로 넘어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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