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212

“그 정도라면 개인투자법인의 매니저 급여로는 괜찮은 것 같습니다. 꼭 한인이어야 합니까?”

“가급적 한인이면 좋지만 일반 미국인이어도 상관이 없습니다. 하지만 일본이나 중국계는 왠지 꺼려집니다.”

장인걸은 두 나라에 대한 편견인지 모르지만 정이 가지 않았다. 그런 직원을 고용하면 그들도 껄끄러워할 것 같았다.

“유독 아시아계들 사이에서도 3국 출신들 사이에는 서로 잘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관계에서는 문제가 없는데 오너와 직원 같은 관계에서는 특히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것도 일종의 인종차별이지만 허용이 되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공개채용을 하거나 면접에서는 절대로 언급해서는 안 될 내용입니다. 차별금지법 위반으로 피소가 됩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렇게 개인적으로 추천을 받으려고 하는 면도 있습니다.”

“사실 차별금지법이 있지만 이렇게 암암리에 이루어지는 차별은 어떻게 할 수는 없죠. 백인들 사이에도 이런 방식으로 그들만의 리그를 진행합니다. 유대계는 유대계끼리, 아일랜드계는 아일랜드계끼리 어울리죠.”

장인걸은 역지사지로 생각하니 대충 그림이 그려졌다. 핵심적인 레벨에서 이루어지는 그들만의 리그에 이방인이 끼어들 수는 없을 것이고 결국은 경제적 총량이 커져야 극복이 가능할 것 같았다. 자신이 운영하는 또 다른 그들만의 리그가 커져야 했다.

“일단 부탁을 드립니다. 제가 잠시 여행을 갔다가 16일경에 시간이 나니 그 때 만날 수 있도록 부탁을 드립니다.”

“대충 서너 명 정도가 물망에 오르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두 명은 한국계이고 세 명은 한국과 무관합니다. 흑인이나 히스패닉 계열도 문제는 없죠?”

“크게 문제는 없습니다. 단지 능력이 있고 신뢰할 수 있느냐 그 정도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저를 도와주다가 혹시라도 문제가 되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보상을 해야 할지? 미국의 법체계가 한국과 다르니. 소송의 나라라서 걱정입니다.”

“특별히 문제는 없습니다. 저는 포스트 닥터과정으로 연구소에서 전임이 아닌 비정규 프리랜서 연구원이니. 단순히 권유를 하거나 추천을 해주는 것은 문제가 없습니다. 대신에 대가를 받고 스카우트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처벌대상이 됩니다. 취업중개를 하고 명시적으로 대가를 수수할 경우에는 불법취업에 해당이 됩니다. 물론 연구소에 정식으로 구인의뢰를 하면 제가 그런 업무를 해도 문제는 없습니다.”

장인걸에게 단순히 추천을 해주는 정도로 문제가 되지 않지만 현금이나 다른 것으로 명시적인 대가를 제공하면 문제라는 말이었다.

“그러면 나중에 한국에 오면 제가 거하게 한 번 대접을 하는 것으로 하지요.”

장인걸은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기에 특별한 보상을 하지는 않았다. 레스토랑에서 저녁 한 끼를 대접한 것으로 갈음하기로 했다.

장인걸은 페럴 해런드를 동행하여 바하마로 갔다. 황지현이나 장은지는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LA에 머물면서 패션 공부를 겸한 관광을 하도록 했고 김기현 과장과 경호원만 동행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직접 가는 비행기가 없기에 마이애미로 간 다음에 그곳에서 바하마의 나소로 가는 비행기로 환승했다.

나소에 당도한 장인걸은 일단 나소의 카리비안베이 호텔에 투숙했다. 오전에 출발했지만 비행시간, 대기시간, 시차 때문에 도착하니 벌써 저녁이 되어 있었다. 결국 저녁 식사를 먼저 한 후에 페럴 해런드가 수배해 놓은 현지의 변호사를 호텔의 비즈니스 룸에서 마주했다.

“에반스 산티아고라고 합니다.”

페럴 해런드와 몇 번 업무를 같이 수행했던 미국 예일대학교 출신 변호사로 경제관련 문제에 해박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특히 국제금융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법인등록 문제라면 여기에 있는 서류를 작성해 주시면 됩니다.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어떤 것을 선택하시겠습니까?”

하나는 말 그대로 역외법인을 등록하는데 외국인의 신분으로 등록하는 방식이었다. 다른 하나는 먼저 바하마 국적을 획득한 후에 내국인의 신분으로 등록하는 방식인데 추가적으로 국적획득비용이 별도로 필요했다.

“계좌를 만들어서 타인의 계좌에 송금을 할 것이라면 외국인 신분도 문제가 없지만 입금을 받고 운용을 하거나 미국의 은행으로 송금을 하려면 국적을 획득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서 국적획득도 두 가지 방식이 있다고 말을 했다. 외국인 신분으로 국적획득을 하는 것과 아예 새로운 사람으로 국적을 획득하는 방식이 있었다.

“여권을 복사하여, 기존신분을 승계하여 국적을 획득하는 방식이 있고 아예 새로운 신분으로 국적을 획득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범죄자로 인터폴의 수배를 받지 않는다면 그런 방식으로 국적을 획득해도 아무런 문제는 없습니다.”

“불법입니까?”

“합법이라고도 하기 어렵고 불법이라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범죄자라면 신분세탁으로 처벌을 받지만 범죄자가 아니라면, 신분 획득 후에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애매하지만, 신분이 유지되고 법적인 보호를 받게 됩니다.”

“다른 방법은 없습니까?”

“가장 간단한 방법이 삼중법인을 만들면 됩니다. 하지만 이것은 추적을 하면 드러날 위험이 있습니다.”

모회사와 자회사, 손자회사를 만들어서 손자회사만 외부에 노출시키는 방식이었다. 필요할 경우 언제라도 합법적인 방식으로 자금회수를 할 수도 있었다.

“상장회사가 아니라면 문제가 없습니다. 적당히 사용하다가 용도가 다하면 폐업을 시켜버리면 됩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고 이용하는 방식에 대하여 설명을 들었고 결국 필요할 경우 삼중법인을 만드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혹시라도 문제가 되면 절차만 밟으면 문제가 없어 다국적기업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방법보다 더 확실한 방식이 현지인이 세운 법인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을 세탁하여 합법적인 자금을 만들어 송금을 하는 것입니다.”

현지인을 고용하여 작업을 하는 방식인데 이런 일만 전문적으로 하는 현지 브로커가 있다는 말을 했다. 대신에 그런 방식은 수수료가 조금 비쌌다. 장인걸은 당장 결정을 하기 어려워서 다음날 다시 만나서 결정하기로 했다.

여기에 무역회사를 이용하여 환치기 수법을 동원하여 완벽하게 자금을 빼돌리는 것도 있지만 이 모두가 비자금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양성화시키는 방식은 그 역순이라고 했다.

장인걸은 페럴 해런드를 통해 코트블루뱅크와 클라만뱅크의 거래 방식에 대해 파악했다. 사전에 언급을 해 놓은 상황이라 입금, 출금방식이나 계좌를 만드는 방법도 알고 있었다.

“바하마에 있는 자금, 듣기에 무기명 비밀계좌에 있는 자금을 장인걸씨 본인계좌로 이동시키기를 원한다는 말씀입니까?”

“맞습니다. 미국의 법에 맞도록 절차를 진행했으면 합니다. 적용되는 법이 워낙 많아 절차를 밟는 자체가 일반인은 불가능하다고 들었습니다. 조금만 삐끗하면 위법행위가 되어 범죄자가 되어 불법자금이 되어 압류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장인걸씨의 법인에 자금을 이동시키는 것은 자신의 자금을 가져오는 것과 개인차용을 해 오는 것이 가능합니다. 바하마의 경우 미국으로 송금이 자유로운 편입니다. 이곳에 확실한 계좌만 만든다면 미국으로 송금은 가능합니다.”

“한도는 없습니까?”

“한도는 없지만 IRS에서는 개인 10만 달러, 법인 20만 달러 이상의 고액 외환거래의 경우에 모니터를 합니다. 분명 송금이 되면 IRS에서 정당한 거래여부, 실질적인 자금출처조사를 하게 됩니다. 그럴 경우에 송금의 이유와 자금출처를 소명해야 하는데 본인의 자금인 경우 본인자금임을 증명해야 합니다. 가장 간단한 방식은 미국의 주요은행이나 글로벌뱅크의 현지 지사에 계좌를 개설하는 방식입니다. 그럴 경우에 더 이상의 소명절차가 필요 없습니다. 현재 법인의 계좌가 웰스파고은행과 시티은행에 있으니 두 은행에 계좌를 만들고 입금을 하면 됩니다.”

장인걸은 아침 일찍 바하마에 있는 두 은행의 지사에 가서 장인걸 명의의 계좌를 만들었다. 여권을 제시하고 미국의 법인 소유를 제시하여 신분 증명을 하고 대리인으로 페럴 해런드까지 등록했다. 물론 대리권의 범위를 장인걸 소유의 법인계좌로 송금만 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역외법인으로 2개를 생성했다. 장인걸 개인명의의 역외법인과 법인소유의 역외법인을 만들었다. 변호사가 대리할 경우에 서류가 복잡하지만 본인이 직접 방문하니 바로 서류를 작성하여 제출하면 되었다.

법인은 각종 신고사항이나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 방치하면 과태료 발생하고 시간이 흐르면 말소가 되기에 에반스 산티아고에게 관리를 맡기기로 했고 그와 관련하여 법률대리 및 관리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신규로 만든 역외법인의 명의로 계좌를 만들었다. 현지 은행인 코트블루뱅크와 클라만뱅크에서 계좌를 만들었다.

“잠시 프라이빗 뱅크 매니저를 만날 수 있을까요?”

먼저 찾아간 코트블루뱅크에서 계좌를 만들고 난 다음에 비밀계좌담당자를 호출했다. 일종의 VIP담당자나 마찬가지였다.

장인걸은 페럴 해런드에게 자신이 개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비밀계좌를 만들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기에 비밀계좌를 담당하는 사람을 부르는 것이 이상하지 않았다.

“무슨 일입니까?”

“혹시 무기명 계좌의 발급이 가능합니까?”

비밀계좌의 명칭이 바로 무기명 계좌였다. 계좌 주인의 인적사항 자체가 기록이 되지 않아, 설사 기록이 되더라도 계좌명과 비밀번호만 있으면 찾을 수가 있었다. 계좌명은 계좌의 명의와 계좌번호를 통칭했다.

“가능합니다. 하지만 발급절차가 까다롭기에 비용이 많이 듭니다. 처리과정은 은행이 대행하지만 그에 따른 비용은 고객이 부담해야 합니다.”

“그 비용이 얼마나 됩니까?”

“계좌 하나를 만드는데 대략 15만 달러 정도 듭니다.”

장인걸은 계좌하나를 만드는데 한국 돈으로 2억 원이 들어간다는 말에 기겁했다. 완전 바가지를 씌우고 있었다.

“그러면 계좌의 계좌명과 비밀번호를 변경이 가능합니까?”

“그것도 가능합니다. 비밀번호의 변경은 언제라도 가능하지만 계좌의 계좌명 변경은 수수료가 개설비용의 절반이 듭니다.”

장인걸은 코트블루뱅크에 있는 계좌명을 불러준 다음에 계좌의 조회를 원했다. 그러자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 카트레이에 작은 금고를 두 개 가지고 왔다. 비밀번호는 바로 그 금고를 여는 번호였다.

“여기에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됩니다. 원칙상 금고의 비밀번호는 우리도 알지 못합니다. 단지 가능한 것은 리셋을 할 수 있습니다. 비밀번호 변경을 하는 경우입니다.”

금고에 번호를 입력하자 금고가 열리고 예금증서, 일종의 통장이 나타났다. 일종의 수기통장이었다. 두 계좌는 4500만 달러와 8700만 달러가 표시되어 있었다. 물론 예금에 따른 약정 이자가 있지만 미미한 수준이었다.

“찾고 싶으면 인출증서를 작성하면 됩니다. 물론 입금을 원하면 입금신청서를 작성하면 됩니다. 출금은 그리 어렵지 않지만 무기명으로 입금하려면 10% 정도의 수수료가 발생합니다.”

“약정인출서비스가 됩니까?”

“그건 가능합니다. 인출을 원하시는 것입니까?”

이것은 일종의 비밀을 유지하기 위한 서비스 중에 하나였다. 겉으로 드러난 방문일자와 거래일자가 일치하면 나중에 추적의 빌미를 제공하기에 시차를 두는 것이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송금을 받는 계좌에 표기되는 주체는 은행입니까, 아니면 계좌명의입니까?”

장인걸은 이 부분이 매끈하게 처리가 되지 않으면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할 것 같아 확인을 했다.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는 것도 숨는 것만큼 어려웠다.

“은행의 명의로 송금을 원한다면 가능합니다. 필요하다면 채무거래약정서를 계좌개설일자에 맞춰 필요한 양식으로 발급해 드릴 수 있습니다. 물론 관련 제반서류를 준비해야 하며 그에 따른 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한다면 자금출처조사를 할 때 도움이 될 수가 있었다. 물론 적당한 그거 서류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지만 가능했다.

이에 페럴 해런드에게 근거서류의 일부를 만들 수가 있는지 물었고 계좌명의를 가진 자에게 채권을 양도받은 서류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

끝ⓒ (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