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213
장인걸은 각 계좌에 계좌유지를 위한 잔고 100만 달러만 남기고 두 계좌에 5일 후에 입금하도록 했다. 그렇게 조치를 한 후에 페럴 해런드와 에반스 산티아고가 시티은행을 비롯한 몇 개의 계좌로의 송금이 가능하도록 대리권 행사를 지정하는 절차를 진행했다.
아울러 클라만뱅크에 가서 동일한 작업을 진행했다. 코트블루뱅크에서와 절차가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어쨌든 잔액을 확인하고 작업을 할 수 있었다.
두 군데 은행 계좌에 있는 예금의 총액이 대략 3억 2천만 달러 정도 되었다. 금액을 확인한 후에 페럴 해런드의 표정이 상당히 심각했다. 자금의 규모가 꽤나 클 것이라고 짐작은 했지만 대략 1,000만 달러 전도라고 예상했지, 그 정도 규모라고 생각하지 못한 것 같았다.
갑자기 장인걸을 대하는 태도도 상당히 조심스러운 기색이었고 그 자금의 실제 주인을 권력자나 재벌로 의심하는 것 같았다. 그런 자금을 장인걸이 대리로 운용하거나 운 좋게 양도받은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저 아이디어가 좋고 능력이 뛰어난 청년으로 알았는데 갑자기 거금을 가진 부호로 밝혀졌으니 조심스러운 것 같았다. 아울러 미국에 오면 항상 경호원을 고용하는 것 자체가 뭔가 이유가 있는 행위로 판단한 것 같았다.
“바하마에서 미국으로 직접 송금을 할 경우에 문제가 있습니다. 일단 너무나 거금입니다. 몇 백만 달러 정도라면 문제가 아니지만 이 정도 금액이라면 곧바로 자금출처를 추적하는 조사가 들어가게 됩니다. 천만 달러 이상이 계좌에 들어가는 순간 공무원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것이고 바로 조사에 들어갑니다. 그러면 장인걸씨의 자금 출처가 드러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파헤치면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법이라는 것이 만인에게 공평한 것은 아니고 시간과 장소, 상황에 따라 편의적으로 적용이 됩니다.”
페럴 해런드의 지적이 타당했다. 미국의 정부기관도 문제지만 한편으로 바하마에 있는 돈을 송금할 경우 라엔데 프라우가의 자금을 주시하는 자들의 촉각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그렇게 되면 아주 골치 아픈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습니까?”
“이런 일은 직접 작업하기보다 투자은행을 통해 진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레몬 브라더스, 린치핀이나 골드만뱅크, JS 모르겐, 베어스뱅크 같은 곳을 끼면 안전합니다. 그들이라면 수십억 달러의 돈을 움직여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어쨌든 한꺼번에 움직이지 말고 가능한 모든 곳으로 나누어서 송금해야 합니다. 최소 10개 계좌는 되어야 합니다. 나중에 운용도 그곳에 계좌를 두고 진행하면 됩니다. 그런 다음 몇 번 자금을 운용한 다음 일반 시중은행으로 옮기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이렇게 하려면 절차를 몇 가지 진행해야 하기에 바로 송금을 할 수가 없었지만 절차가 마무리되면 송금하기로 했다. 바하마의 법과 미국의 법에 규정된 절차를 진행해야 하기에 쉽지 않겠지만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변호사였다.
“일단 여기서 작업은 끝난 것 같습니다. 미국에 돌아가서 투자은행에 법인계좌를 개설하면서 약정을 하는 것이 수순일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한 후에 송금 절차를 진행해야 합니다.”
장인걸은 다시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여 샌프란시스코와 새너제이를 다니면서 해당 투자은행의 지점에 계좌를 개설해야 했다. 대리권을 설정해야 하기에 그에 대한 절차까지 밟아야 했다.
물론 송금 문제에 대한 것도 상담을 하여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 개인이라면 문제가 되지만 그들을 통하면 문제가 없었다.
바하마에 갔다가 돌아온 장인걸은 이석현 박사가 추천해준 사람을 만났다. 세 명인데 모두 좋은 대학을 다녔고 경력도 괜찮았다. 원래는 한 명만 선발하려고 했지만 자금이 엄청나게 늘어난 덕분에 두 명을 채용했다.
한 명은 한국계 미국인인 엘레나 킴이라는 여자였고 다른 한 사람은 한스 마케나라는 독일계 미국인이었다. 둘 다 30대 중반으로 금융계에서 7년 이상의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둘 다 약간의 결격사유, 한 명은 여자이고 한 명은 한국계가 아니라는 점이 아쉬웠는데 둘을 다 채용하니 보완이 되는 면도 있었다.
그 후에 카렌이라고 하는 30대 초반의 여자를 경리로 채용했다. 전문대에 해당하는 칼리지에서 회계학과를 나온 재원으로 5년가량 회계 법인에서 일한 경력까지 있었다.
업무인수인계는 아니지만 필요한 업무지시를 해야 했다. 칼 막스턴에게 위탁하여 처리하던 상당부분의 업무를 인수했고 페럴 해런드에게 맡겨 놓았던 일도 대부분 인수인계를 했다.
다시 바하마에 가서 추가적인 조치를 취했던 페럴 해런드가 돌아오자 업무 인수인계를 마무리했다. 자금을 이동시키기 위해 필요한 몇 가지 약정서를 작성했다. 그런 서류의 작성이 끝나자 서류의 일부를 바하마의 에반스 산티아고에게 보내어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장인걸은 횡령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에 그에 따른 각종 통제장치를 마련하느라 상당히 고심해야 했다. 결국은 내부견제를 하도록 했고 결국 직원 세 사람과 페럴 해런드까지 승인을 해야 출금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우리 넷이 한통속이 되어 돈을 가지고 도망을 가면 어떻게 할 것입니까?”
페럴 해런드가 그런 조치에도 걱정이 된다는 듯이 말을 했다.
“그러면 어쩔 수 없죠.”
장인걸은 사무실 멤버 3명과 변호사인 페렐 해런드가 동의해야 투자를 집행하고 자금을 인출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물론 5만 달러 이상의 투자는 반드시 장인걸의 승인을 받도록 내부적으로 지침을 만들었다.
물론 장인걸이 한국에 있기에 인터넷으로 내부결제가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렇게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고 금방 작업이 가능했다.
“프리웨이의 창립자라고 하시더니 인터넷을 이용한 시스템의 구축에 능한 것 같습니다. 이런 시스템을 미국에도 보급하면 좋을 것 같군요.”
엘레나 킴이 금방 그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에 놀라는 표정이 되었다. 투자회사에서도 내부결제시스템이 존재하지만 상당히 불편했고 인터넷이 아닌 내부 전산망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장인걸이 직접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에 대한 설비까지 직접 손을 보는 자체가 그들에게 충격적인 것 같았다. 그러면서 그들은 프리웨이를 보면서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특히 한국어를 잘하는 에레나 킴은 직원들에게 설명을 했다.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MS의 노트시스템도 이런 기능이 있습니다. 워낙 시스템 단가가 비싸 대기업만 도입이 가능하지만요. 하지만 그 시스템과 원리가 다릅니다. 우리 것은 공유를 기본으로 하는 클라우드 시스템을 사용합니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체계입니다. 제가 프로그램 소스를 가지고 있으니 가능한 일이죠. 프리웨이의 서버도 바로 이용할 수가 있고요.”
장인걸은 미래의 첨단 기능을 구현했다. 초기 모델이지만 그런 시스템 구현은 다른 경쟁자들을 미치게 만드는 면도 있었다. 경쟁자가 사이트의 디자인을 모방하여 기능을 베끼려고 하는데 구현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았고 구현을 하더라도 속도나 성능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장인걸이 곧바로 그런 사이트를 구축할 수 있는 것은 프리웨이의 모든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기에 가능했다. 프리웨이의 내부결제시스템과 동일하게 만들면 되는 일이었다.
“일단 자금이 들어오면 IT관련 주식을 매입하면 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IT산업은 올 연말이 되면 버블이 발생한다고 보면 됩니다. 내년에는 버블이 꺼질 수가 있기에 반드시 고점이 오기 전에 정리해야 합니다.”
장인걸은 투자전략에 대하여 두 매니저에게 설파를 했다. 그 자금을 이용하여 떠오르는 IT 주를 구입하고 오르면 적당한 시기에 처분하도록 했다.
“버블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에 공감이 가지만 버블이 꺼지는 시기가 그렇게 빨리 온다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한스 마케나가 의문을 제기했다. 사실 버블이 온다고 하지만 장인걸이 너무나 성급하게 결론 내리는 것 같아 보였다.
“지금 벌써 IT 광풍이 불고 있습니다. 닷컴이라는 사이트만 만들어서 운영을 하면 무조건 5배, 10배의 가격으로 투자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바로 상장을 하여 수익을 실현하고 다시 수십 배의 가격이 상승합니다. 역사상 이런 투자가 언제 있었습니까? 유사 이래 처음 발생하는 일입니다. 제대로 된 수익모델이 없는 상황에서 결국 폭탄돌리기에 불과합니다.”
장인걸은 이런 광풍은 인위적으로 조장을 할 수도 없고 막을 수도 없기에 그냥 편승하여 이익을 내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장인걸은 이석현 박사를 다시 만났다.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호텔 레스토랑으로 약속장소를 잡았다.
“포스트 닥터 과정이 올 가을에 끝나는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할 것입니까? 한국에 돌아간다고 해도 마땅한 자리도 없는데 미국에 남을 것입니까?”
“고민 중입니다. 한국의 상황이 좋지 못한데 들어가도 뾰족한 수도 없고 그렇다고 미국에 남아 자리를 잡자니 제가 원하는 것도 아니고요.”
이석현 박사의 표정에 걱정이 가득했다.
“집사람이 와서 스탠포드에서 대학원 과정에 재학 중인데 역시 다음 학기를 마치면 졸업이고요.”
그가 애초에 포스트닥터 과정에 있는 것도 아내의 학교 때문이기도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예 LA나 뉴욕으로 가서 자리를 잡았을 수도 있었다.
“그러면 HR투자법인에 자리 잡는 것이 어떻습니까? 여기서 있다가 한국에 들어가는 것도 방법일 것 같습니다.”
장인걸은 이석현 박사가 꽤나 유능한 경제학자라는 생각을 했기에 끌어들이고 싶었다. 개인이라면 고용을 하지 못하지만 HR투자법인이기에 비자발급을 요청할 수도 있었다.
“투자법인의 자금 규모가 어느 정도나 됩니까?”
이석현도 구미가 당기는지 규모를 물었다. 두 명의 투자매니저를 고용한다면 최소 천만 달러 이상의 자금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 정도라면 두 명의 매니저로 충분했다.
“일단 1억 달러 이상은 됩니다.”
“두 사람의 투자매니저로 버거운 수준이군요. 주식에 투자한다면 문제가 없지만 직접 투자를 병행한다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대상 업체를 선정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으니까요?”
“물론입니다. 조사의 대부분은 외주를 주더라도 분석과 의사결정은 직접 수행해야 하는 일이니 사람이 필요합니다. 내부에 전문 애널리스트가 필요합니다.”
“알겠습니다. 업무협약이 체결되어 있으니 외주조사를 하다가 이직을 하는 것도 방법일 것입니다.”
장인걸은 전적으로 믿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 자세한 것은 말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뭘 하려고 하는지 대략 설명을 했다. IT 산업에 투자를 하고 필요할 경우에 업무제휴를 하도록 했다.
“구글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하고 기술제휴를 한다는 말씀입니까? 포털을 만들지 않고 기술만 제공한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습니다. 언어나 문화적인 장벽을 극복하는 것이 생각처럼 쉬운 것은 아니니까요.”
그러면서 미국에 오게 된 목적에 대하여 설명했다. 음악적인 관점이지만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를 감지할 문화적, 음악적 감수성이 결여된 사실을 고백했다.
“음반을 내기로 했고 닉 플로이언이라는 PD의 SCM이라는 레이블과 협업을 한다는 말씀이군요. 정말 대단하군요.”
이석현 박사는 장인걸이 미국에서 진행하는 일의 성공여부를 더나 그런 일을 하는 자체를 높게 평가했다.
“한국의 가수나 연예인들은 한인 사회를 통해서 미국에 진출하려고 하는데 장인걸씨는 한인 사회를 배제하고 시도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교민을 상대로 하는 것은 현지 진출을 하지 않고 위문공연을 통해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런 방향으로 접근하면 한인 사회의 틀을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진짜 미국인들을 상대로 하여 성과를 내야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쉽지 않은 일로 보입니다. 그러면 투어도 하겠군요?”
“학기 중에는 불가능하니 지금처럼 방학에나 가능하겠죠. 여름 방학에 다시 건너올 생각입니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워낙 시장이 넓어 앨범을 내도 바로 반응이 없다고 하니까요.”
장인걸의 포부에 이석현은 반신반의하면서 그 때 다시 만나서 거취를 결정하자고 했다.
끝ⓒ (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