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215
42. 확장 의지
장인걸은 1월 24일 저녁 늦게 한국으로 돌아왔다. 여러 가지 성과를 거둔 미국 방문이었다. 일정이 알려져서 기자들이 여러 명 취재를 나왔지만 개인적인 일정, 일종의 휴가라는 이유로 조용히 공항을 빠져 나갔다. 공식적인 활동은 하나도 없었기에 더 궁금해 했지만 미국의 뮤지션들과 교류하면서 조용히 휴가를 보냈다고 알렸다.
장인걸은 25일에 훈련소에 입소해야 하기에 상당히 빠듯했다. 만일에 때를 놓치면 여름방학 때까지 6개월을 기다려야 했고 병역을 필하는 시간이 늦어지기에 손해였다.
“해야 할 일이 많은데 훈련소에 들어가게 되어 걱정입니다.”
아침에 장인걸의 집으로 찾아온 민수길은 걱정스러운 어조로 말문을 열었다. 밤늦은 시간이 도착했기에 달리 조치를 못했다.
“어쩔 수 없죠. 나 없는 동안 잘 했으니 남은 시간도 그리 걱정하지 않습니다. 집체훈련에 입소하면 아예 연락을 못할 것이니 여기저기 전화부터 돌려야겠군요.”
장인걸은 가족들부터 시작하여 친한 사람들에게 전화를 했다. 그러면서 업무상 관련이 있는 경우에는 그가 없는 동안 해야 할 것에 대하여 부탁을 했다.
“여러 군데 업로드를 할 예정이야. 그렇지 않아도 다운로드 업체가 두 군데나 생겨 이제 프리뮤직의 독점이 깨질 것 같아.”
“알았다. 사전에 녹음할 준비를 해놓을게.”
“동아리 사람들에게 연락을 해줘. 보지 못하고 간다고.”
장유현이나 한정수, 강진경까지 통화를 했다. 그들에게 당장 궁금한 것을 확인하고 필요한 것을 부탁했다.
대충 연락을 마친 후에 훈련소로 가는 동안 각종 결재서류를 처리해야 했다. 각종 서류를 살피면서 결재를 하다 보니 어느새 훈련소 앞에 당도했다. 그런 다음에 같이 간 스텝들과 식사를 한 후에 훈련소에 들어갔다.
미국에 있을 때는 전화나 전자결재시스템으로 업무를 처리했지만 훈련소에서는 그런 일이 어렵기에 사전에 중요한 일은 다 처리해야 했다. 정 급하면 훈련소에 찾아와서 사정을 할 수도 있지만 그것도 외부에 알려지면 구설수에 오를 수 있었다.
장인걸이 입소하자 그곳에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 60여 명이 있었고 그 전에 병역특례 대상이 된 자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다들 각 분야에서 한 가락 하던 자들이라 그런지 훈련을 받는 동안 서로 번거롭게 하는 일은 피하려고 했다. 그런 면에서 귀찮게 하지 않아 좋았다. 그런 가운데서도 종종 사인을 해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예의상 서로 사인을 교환했다.
훈련은 원리원칙대로 진행이 되었다. 체육 관련 특기자들은 체력이 좋아 훈련을 받는 동안 여유로운 편이지만 다른 음악이나 학술관련 특기자는 오히려 힘들어했다.
장인걸은 예전에 신병훈련을 받았기에 두 번 받는 것이지만 그 당시보다 체력이 월등히 좋은 편이라 아무리 어려운 훈련도 쉽게 느껴졌다. 사격이나 유격, 각개전투를 하는 동안 PRI 훈련이나 각종 PT 훈련을 했지만 그리 어렵지 않았다.
체육 특기자들도 반복되는 PT훈련에 힘들어했지만 장인걸은 한계에 도달할 정도로 힘들지는 않았다. 장인걸이 한계에 직면할 때까지 강도 높은 훈련을 하지 않았다. 그 정도가 되기 전에 다른 사람들이 기진맥진한 상태가 되었다.
장인걸은 오히려 자신의 체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기 위해 요령을 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 훈련에 임했다. 내공을 사용하면 훈련이 훨씬 편해질 수 있었지만 순수한 체력만 사용하여 훈련을 했다. 그럼에도 조금 뻐근한 정도가 고작이었다.
온갖 훈련을 해도 한계에 직면할 정도는 아니었다. 80kg의 짐을 메고 달려도 끄떡없는 체력이니 걱정이 없었다. 매일 그렇게 훈련을 하니 체력이 조금이나마 증가하는 것도 같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마침내 훈련도 끝을 보이기 시작했다.
장인걸은 훈련소에 있으면서 조용히 지금까지 했던 것을 점검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가다듬었다. 누구에게 방해받지 않고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훈련을 받다보면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게 되는데 그것이 오히려 장신걸에게는 조용히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주었다. 어쩌면 다들 큰 걱정 없이 편하게 생활하는 상황이라 가능했다.
‘이 정도면 만족스러운 행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뭔가 특별한 성취를 거둔 것은 아니다. 누군가 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 나만 할 수 있는 것은 없을까?’ 장인걸은 특별한 성취를 거두고 싶지만 그런 것이 아직 없었다. HR화학에서 반도체 소재연구에 성과를 내고 있지만 그것도 나중에 일어날 일이었다. 회귀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이 없는지 계속 기억을 더듬었다. 새롭게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한 가지 떠오르는 것이 있지만 이것은 너무 미미하단 말이지. 디지털파워에 투자를 하여 좀 더 빨리 제품이 출시되도록 한 것은 좋지만 그것은 그리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고.’ MP3 플레이어가 얼마 전에 출시를 했고 마침내 MP3 시대가 도래했다. 그로 인해 음원의 불법다운로드가 활발하게 진행이 되지만 전과 달리 거대한 사이트로 발전을 하지 못했다. 회귀 전에 불법다운로드의 대명사인 ‘소리샘’의 운영자 두 명을 프리뮤직으로 끌어들인 것도 하나의 요인인 것 같았다.
‘차라리 퀄컴처럼 전화기 칩셋을 만드는 것이 어떨까? 특히 스마트폰용으로, 거기에 OS까지 개발을 한다면 뭔가 될 것도 같은데. 더구나 백제화학을 인수하면서 반도체에 대해 공부도 했고 소재나 설계분야에 대해 조사를 했으니? 나중에 알려진 주요 개념을 알려주고 반도체설계 전문가들에게 개발을 시키면 가능할 것도 같은데.’ 그러자 반도체 회사에 대하여 생각을 하다가 아주 큰 대기업은 아니지만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다가 부도가 나서 아직까지 처리가 되지 않은 기업이 생각났다.
‘AM 반도체가 있었지. 한국에 큰 반도체 회사가 있는 상황에서 부도난 중소반도체 회사를 누구도 인수하려고 하지 않아 2001년에야 정리가 되었지. 그 동안 5000명이 넘던 직원은 1000여 명으로 줄어들었지. 5천 명 가까운 인원이 월급도 받지 못하고 퇴직금도 없이 회사를 그만두고 떠나야했다.’ 그것을 생각하니 갑자기 훈련소가 답답해졌다. 뭔가 하고 싶은데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니 자유가 그만큼 그리웠다.
‘그런데 병역도 해결이 되었는데 굳이 학교에 다녀야 하나? 일단 휴학을 할까? 가수를 하고 마라톤을 하고 사업까지 챙기려면 시간이 너무 없단 말이지.’ 장인걸은 전에야 휴학을 하면 군대에 가야했기에 학교에 다녀야 했지만 이제는 학교에 꼭 다닐 이유는 없었다. 장인걸의 입장에서 학교에 다니지 않아도 사는데 지장이 없어 보였다. 정 학교에 다니고 싶으면 나중에 다녀도 되었다.
하지만 이미 배울 것은 다 배운 상황이니 졸업생이라는 간판을 얻는 것 외에 의미도 없어 보였다.
훈련의 수료식을 마치고 훈련소 밖으로 나오자 히어로기획의 매니지먼트 팀 인원 대부분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심지어 독일 연수를 다녀온 이원희 코치마저 와서 기다렸다. 물론 혹시라도 훈련을 받다가 부상을 당했는지 점검부터 했다.
기다리고 있던 밴에 오르자 민수길 본부장이 각 회사에서 취합한 업무보고서를 건넸다. 서류를 보기 전에 장인걸은 먼저 핸드폰을 받은 다음 집부터 시작하여 몇몇 지인들에게 연락을 했다.
그가 다시 사회에 나온 것을 알렸다.
제일 먼저 돈줄인 몰리브덴 광산의 현황을 살폈다. 현재 가장 중요한 사업체라고 할 수도 있었다. 프리웨이에 대한 투자도 거기서 끊임없이 자금이 나오기에 가능했다.
몰리브덴 광산의 채굴과 제련은 계획을 수정하여 하루 원광석 1500톤, 제련된 몰리브덴 75톤을 생산했다. 그렇게 하니 하루에 15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릴 수가 있었고 25일 기준하여 한 달 매출이 무려 3,750만 달러에 달했다. 물론 비용도 절반이 조금 넘는 2,000만 달러에 달했지만 200억 이상의 순익이 나고 있었다.
그 중 30%인 60억 원은 투자자에게 배당이 되었고 나머지 중에 절반인 70억 원은 광산주인인 장인걸에게, 나머지 절반은 HR화학과 히어로기획에 분배했다.
“나중에 세금이 엄청나겠군. 그나마 투자에 대해서 일부가 공제가 되니 그것으로 절세를 해야겠군.”
장인걸은 혼잣말을 하면서 HR화학이 올린 업무보고를 살폈다. 연구소에서 이루어지는 희토류 관련 연구 성과를 살폈다.
“연구비 지원이 제대로 되니 성과를 내는 것 같군. 사이언스에 ‘포화상태에서 잔존 희토류의 분리방안’에 대한 논문을 게재한다니 어느 정도 성과가 있어 보이네.”
반도체도 화합물의 일종이었다. 그렇기에 균일성이 중요했다. 하지만 성분을 아무리 일정하게 조절해도 불균형이 발생해 한두 가지 성분에서 일종의 찌꺼기가 발생했다. 그것이 칩의 에러를 발생시키는 원인 중에 하나였다.
이런 찌꺼기를 제거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사용하지만 찌꺼기 자체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었다. 이런 찌꺼기를 화학적으로 제거하는 방식을 박시운 박사와 연구원들이 연구했고 마침내 성과를 낸 것이기도 했다. 장인걸은 보고서를 다 보고 만족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이후에 다시 흥아 엔터나 문성기획 관련 보고서를 살폈다. 크게 문제가 없어 보였다. 가수나 배우나 제법 성과를 내고 있었다.
“가요대상에서 3관왕을 한 후에 흥아 엔터나 문성기획에 대한 지명도가 높아져서 섭외 요청이 많아졌습니다.”
옆에서 민수길이 부연 설명을 하기도 했다. 자신의 일이니 바로 설명을 했다. 소속 연예인들이 잘 나가는 것을 보니 다행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동안 사이가 좋지 않아 출연을 하지 않던 MTV에도 제법 출연을 하고 있었다.
이후에 프리웨이와 계열사 관련 내용을 살폈다. MTV의 다시보기 서비스가 3월 5일에 론칭한다는 내용이었다. KTV과 STV는 3월 15일에 론칭하는 것을 목표로 작업을 하고 있었다. 거기에 분사를 했던 프리스토리나 프리페이, 프리마켓, 프리스토어에 관한 보고서가 있었다.
분사가 되기 전에 흑자 상태였기에 다들 흑자를 내고 있지만 프리스토리를 제외하고 설비투자나 인원확충을 위해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서버도 확충해야 했고 사무실도 따로 이전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미 분가를 한 프리스토리를 제외하고 프리웨이 시절에 사용하던 사무실을 그대로 사용하니 사무실이 너무나 비좁은 상태가 되고 말았다. 적당한 사무실을 찾아서 진짜로 독립해야 했다.
그간 저작권 문제로 분사가 지연되었던 프리뮤직도 저작권 관련 문제가 해결되면서 3월 20일이면 분사가 완료될 상황이었다. 여기에 프리게임도 마침내 프리뮤직과 같이 분사를 하기로 했기에 여섯 개의 계열사가 될 상황이었다.
나머지 프리튜브나 ‘학교가 좋아’의 경우에는 아직 분사를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내용이었다. 아울러 학교가 좋아와 다른 새로운 SNS를 만들기로 했다. 나중에 등장하는 개인 중심의 SNS였다. 물론 기존의 카페나 블로그도 활성화를 시키는 전략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지도 관련 서비스를 하기 위해 관련기관과 협의를 진행 중에 있는데 국방 분야에서 제동을 걸고 있다고 했다. 지도는 군사비밀이기에 함부로 공개하기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었다. 아직 GPS관련 서비스를 하기 전이니 민간기업 차원에서는 해결이 불가능했다.
“프리웨이 유상증자 규모가 100억 원이라니 상당히 많군요.”
민수길은 히어로기획의 본부장이기도 했기에 프리웨이의 유상증자에 관여하고 있었다. 프리웨이의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안정만 본부장과 협의를 하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자회사인 프리마켓, 프리페이, 프리스토어에 20억 원씩 증자를 해야 합니다. 그 외에 추가로 분사하는 회사도 증자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히어로기획과 사장님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51억 원, 24억 원입니다.”
“일단 그대로 진행을 하고 유상증자 후에 발생하는 실권주는 제 3자 배정방식으로 다른 주주가 인수하도록 해보고 그래도 인수하지 않으면 히어로기획과 제가 인수하는 것으로 하죠.”
“그런데 히어로기획의 자본금이 다소 부족합니다. 현재 40억 원 정도 밖에 여유자금이 없습니다. 계속 여기저기 투자를 하다 보니 자금이 고갈된 상태입니다.”
끝ⓒ (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