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217
두 회사는 앞으로 있을 IT버블과 무관한 기업이지만 투자할 가치는 충분했다. 그런 회사가 운 좋게 이석현의 눈에 띄어 보고가 되었으니 천운이라고 할 수 있었다.
페럴 해런드와 통화를 마친 다음에 투자매니저인 엘레나 킴과 한스 마케나와 통화를 했다. 그들과 세세하게 통화를 하면서 그간 진행된 투자내용을 점검했다. 직원이기에 페럴 해런드에게 말하지 않았던 업무 내용도 점검을 했다.
그런 다음 경리를 맡은 카렌과 통화를 하여 투자법인에서 집행한 자금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체크했다. 물론 자금도입에 따른 회계처리 및 기장에 대해서도 보고받았다.
훈련소를 퇴소한 직후에 개강을 하기에 정신이 없었다. 등록도 사전에 학교 측과 협조를 해두어 기획사 직원이 처리했고 수강신청도 훈련소의 협조를 받아서 할 수가 있었다. 물론 그 과정에 강진경이나 권세라가 때를 놓치지 않도록 신경을 써주었다.
하지만 장인걸은 학교에 가서 휴학계를 제출했다. 물론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그런 결심을 알리고 동의를 받았다. 처음에는 휴학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았지만 아예 학교를 그만두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에 허락했다.
당장 해야 할 일이 많은 상황이고 반드시 학교에 다녀야 할 이유가 없었다. 군대에 가지 않게 되었으니 다른 사람보다 2년의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
“학교는 휴학을 한다고?”
이미 그런 사실이 알려졌는지 큰집에 방문하자 그것부터 물었다. 부모가 걱정이 되는지 전화를 했다.
“일단 휴학을 했습니다. 일이 워낙 많고 앨범을 출시하면 더 바빠질 것 같아서요. 복학 여부는 나중에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결정할까 합니다. 은행은 어때요? 다닐만 해요?”
장인걸은 휴학이나 자신의 신상에 관해 이야기가 걸어지는 것이 싫어 큰아버지의 상황에 대해 먼저 물었다.
“여전히 전쟁이지. 더구나 내가 기업여신과 채권관리 쪽이니.”
장인걸은 모처럼 금요일 저녁에 큰아버지와 식사를 같이 하고 있었다. 큰어머니만 집에 있었고 사촌들은 집에 오지 않아 참석을 하지 못했다.
“너는 문제없는 거야? 백제화학을 인수하고 광산을 개발하여 잘 되는 것 같던데.”
큰아버지는 큰어머니 명의로 광산에 투자를 하기도 했고 매달 투자한 것 이상의 배당을 받고 있었다. 사실 1년 사이에 원금을 회수한 실정이었다.
그 덕분에 투자한 지분의 가격이 폭등하여 액면가 4억짜리 한 구좌의 가격이 30억 원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매장량이나 채굴예정기간을 고려하면 10년 정도는 운영을 할 것으로 판단을 하고 있었다.
“특별히 문제되는 것은 없습니다. 광산의 소유자이자 개발 주체이기에 상당한 배당을 받고 있고 그것을 대부분 프리웨이나 다른 자회사에 투자하여 성장을 시키는 중이고 수익이 발생하는 사업은 자회사로 독립시키는 상황입니다.”
장인걸은 걱정을 하기에 대략적으로 잘 되고 있다고 설명을 해주었다. 그런 이후에 식사를 하면서 부도가 나거나 부도유예협약을 맺고 사실상 채권자의 관리를 받고 있는 회사의 처리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이미 언론에 보도가 된 내용들이니 업무상 기밀이라고 할 수도 없는 내용이고 설사 비밀이라고 해도 누구에게 옮길 것도 아니니 그런 것은 신경 쓰지 않았다.
남자들이 만나면 그런 것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보통이고 장인걸이 그런 내용에 관심을 보이니 신나게 이야기를 했다.
“부채를 절반 이상 탕감해 주고 공짜로 주려고 해도 줄 곳이 없어 외국의 업체에 넘어가는 실정이다. 국내 자본이 나서서 하나라도 더 살려야 하는데.”
부실기업을 정리할 때 인수자의 자격조건을 따지는 상황이라 국내의 기업은 입찰 자격마저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설사 자격이 되더라도 어떤 기업에서 부실기업을 인수하려고 하면 주주들마저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상황이었다. 부실기업을 인수했다가 같이 망할 수가 있다는 말이 돌고 있었다.
“AM그룹, AM전자요?”
“응, 성화은행에서 주거래은행을 맡고 있는데 인수할 업체도 없고 그렇다고 청산을 하자니 자산의 가치도 그리 없는 실정이라 곤혹스러운 것 같아. 제조업도 마찬가지로 부도나면 부동산 외에 가치가 있는 것은 없으니. 부채만 1조원인데 자산을 다 정리해도 천억 원 수준이니.”
AM그룹의 모기업인 AM전자는 음향기기 전문회사였지만 90년대에 들어와서 가전인 TV와 비디오를 생산하면서 사세를 확장했고 95년 즈음에 반도체와 반도체 소재로 사업을 확장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가 오면서 자금이 경색되어 대출이 어려워지자 결국은 부도가 나고 말았다. 연구개발을 했지만 결실을 보지 못하고 무너졌으니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계열사가 12개, 실질적 계열사 9개를 더해 관계 회사가 무려 21개나 된다고요?”
“그렇지, 뭐. 한때 재계 순위 58위에 랭크되기도 했어. AM건설에 토목까지 경영을 했으니 어이가 없지. 계열사에서 공장을 확장하는 공사만 해도 이익이라 생각한 거지.”
장재현은 지점장을 마치고 현재 채권관리본부라고 하는 구조조정 전담 부문에서 팀장을 맡고 있었다. 채권단이 구성될 경우 은행의 대표로 참가를 하는데 큰 재벌인 경우에 직접 참가하고 작은 기업인 경우에는 다른 직원, 주로 지점의 여신담당자가 대표로 참여했다.
중구난방으로 관리가 되면 문제가 되기에 채권관리본부에서 채권단 회의에 참가하여 어떤 의견을 낼지 결정하여 회의에 나가 의사를 표명했다.
“이사로 승진했어요?”
“올해가 진급케이스인데 우리 은행도 구조조정을 하는 중이라 모르겠다. 작년 연말에 발표가 되어야 했는데 정부에서 제동을 걸어 주총 이후로 잡혀 있다. 아직 부장이야.”
은행장이 정권에 밉보인 것인지 작년 연말에 징계를 받아 교체대상자로 선정이 되었고 행장선임위원회가 구성되어 차기 행장이 이번 주총에서 결정될 상황이었다. 행장이 선임된 후에야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었다.
“AM그룹은 한 때 탄탄하다고 했지 않아요?”
장인걸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참이기에 자세히 알아보려고 했다.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것도 알 수 있었다.
회귀 전에는 98년 상반기에 부도가 난 후에 3년 가까이 정리를 하지 못하고 표류하다가 2001년에 미국의 사모펀드가 AM전자 하나만 인수하여 모든 사업을 다 정리하고 반도체 부문만 정상화를 시켰다.
살아남은 반도체 부문도 연구개발부문을 완전히 정리한 후에 파운드리 업체가 되었는데 2005년쯤에 대만의 업체에 다시 인수가 되었다는 기사를 본 것 같았다.
‘진짜로 고작 300만 달러에 인수를 했고 처분할 때는 5억 달러 가까이 받고 팔았으니 완전히 사모펀드만 좋아졌지. 그 전에도 배당을 받아 매년 수백만 달러를 챙겼다고 했던가?’ 장인걸은 인터넷에서 봤던 기사가 생각났다. ‘캘리’라는 사모펀드의 이름까지 기억이 났다. 종업원 숫자가 6천 명에 달했던 그룹이 고작 800명 수준만 남기로 다 정리가 되었기에 실업문제가 극심했다. 더구나 그들은 밀린 임금이나 퇴직금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굳 컴퍼니, 배드 컴퍼니로 정리하여 매각을 하면 어떤가요?”
“그것도 인수자가 나서야 가능하지. 잔인한 말이지만 인수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요리를 해주는 것이지 무턱대고 손을 대면 더 복잡해져. 그래서 부도난 기업을 정리하는 것을 도살이나 회 뜨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 백제철강도 마찬가지였지. 한동그룹에서 가져가지 않은 것은 배드 컴퍼니로 정리했지. 그나마 백제화학은 네가 인수해서 살아남은 것이고. 설마 너 그것을 인수할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지?”
장재현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장인걸이 종종 생각지도 못한 일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었다. 다 성공을 했지만 항상 좋은 결과만 나온다고 장담할 수도 없었다. 더구나 이번 건은 백제화학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규모였다.
“한 번 검토는 해볼까 합니다.”
종합반도체그룹을 꿈꾸던 AM그룹이었다. 하지만 무모하게 투자를 하다가 무너지고 말았다. 전자부문을 인수하여 정상화를 시킨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보였다.
‘더구나 HR화학이 웨이퍼제조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이다. 일본에서 기술과 장비를 들여와 만든 AM반도체소자공장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HR화학이 연구하는 분야는 희토류 관련 분야이지만 특수금속과 반도체 소재분야였다. 반도체 소재의 정점은 웨이퍼였다. 결국은 HR화학은 반도체 소재 업체에 기술을 제공하는 외주업체나 마찬가지였다.
“하여간 너도 욕심이 너무 많아.”
말린다고 해서 들을 것도 아니라고 판단하는지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무모하게 결정하는 것은 아니기에 그저 지켜보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혹시 대원그룹에 대해 들은 것이 있습니까?”
“말이 많지. 그간 감춰져 있던 부채가 다 표면으로 드러나면서 그 규모가 40조에 달하는 실정이고. 거기다 경제단체 회장을 맡으면서 구조조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여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고 중복과잉부문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하는 빅딜에 반대하거나 하나도 포기하려고 하지 않아 난리가 아니지.”
“만일에 무너지면 어떻게 될까요?”
“거기가 무너지면 지금까지 했던 부실기업 정리가 개판이 되고 말지. 더구나 인수협상을 하던 모든 투자자들이 그쪽 매물을 노릴 것이니 올스톱이 되고 말 거야. 뭔가 들은 것이 있어?”
“아뇨. 저도 들은 것은 없는데 요새 말이 많아서요. 거기가 무너지면 수습되던 상황이 더 어렵게 변할 것 같아서요.”
회귀 전의 결과를 아는 입장에서 보면 왜 대원그룹이 무너졌는지 그 이유가 알 것 같았다. 부채 총량이나 부채 처리에 대한 정부의 방침을 보면 해체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걱정은 걱정이다. 하지만 그간 외화를 상당히 확보했고 수출이 그런대로 살아나서 전보다는 나을 것이다. 하지만 내수경기는 그 때와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이다. 오히려 더 나빠질 수도 있고. 하지만 너무 덩치가 커서 어떻게든 수습할 거야.”
장인걸은 회귀 전에 일어난 상황을 알기에 낙관할 수가 없었다. 당시에 처리가 되지 않았던 부실기업이 그런 상황이 되자 자구노력을 포기했고 직원들마저 대부분 그만두고 자기 살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
‘대원이 무너지고 났을 때가 바로 인수의 적기이다. 그 때 나서면 적당한 조건에 인수가 가능할 것이다. 그 이후에 인수자가 없어 청산으로 가닥을 잡았으니.’ 장인걸은 그 때까지 최대한 자금을 모아둘 계획을 세웠다. 현재 인수가가 1000억 원 정도를 호가하지만 그 때가 되면 고용승계를 약속하고 경영정상화를 시킬 능력만 입증하면 부채를 전부 탕감하고 거의 공짜로 인수받을 수도 있어 보였다.
장인걸은 미국에 가기 전에 강동철에게 경비용역회사를 만들도록 지시를 내린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어느새 총원 30명 정도를 거느린 경비 용역회사로 탈바꿈한 상태였다. 겉으로는 경비회사였지만 정보를 수집하는 회사였다.
“사무실을 마련하기 위해 투자한 5억 원을 제외하고 적자는 보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사를 하라고 했던 부분은 일단 보고서로 만들어 두었습니다.”
장인걸은 천명그룹의 동태를 살피라고 했는데 그리 큰 성과를 거둔 것 같지는 않았다. 그저 현상만 파악을 했지 내밀한 것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천명캐피탈을 천명투자증권에 합병했다는 말인가요?”
“천명캐피탈의 사무실이 없어져 조사를 하니 합병을 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계열사가 가진 모든 지분을 천명투자증권에서 매입한 것 같습니다.”
e-천명을 추진했던 천명캐피탈은 여러 계열사에서 1500억 원을 투자해서 만든 법인이지만 벤처투자가 실패하여 사실상 평가액이 100억 원 수준이 되고 말았다. 유망한 벤처기업에 수십억 원씩 투자를 했지만 투자가 실패한 상황이니 가치가 그 정도로 줄어들었다.
투자한 업체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투자 전후로 하여 기업의 가치가 증가한 업체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자 인건비와 일반 경비로 투자한 자금을 소진하고 다시 투자 전의 상황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회계처리를 어떻게 했는지 알아봤습니까?”
“다행히 천명전자서비스에 선이 있어 알고 있습니다. 거기는 20억 원을 투자했는데 지분을 고작 2억 원에 매각했다고 합니다. 나머지는 18억 원은 손실로 처리했고요.”
끝ⓒ (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