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219
“그들은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조사팀 중에도 보고서를 작성하는 사람만 움직이고 관계가 없는 사람은 굳이 알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가급적이면 태양리서치를 이용하여 조사를 수행했으면 합니다. 절대 프리웨이나 제가 관련된 것이 드러나면 안 됩니다.”
장인걸은 굳이 인수를 결정하기 전부터 겉으로 드러내고 싶지 않아 공식적인 조직은 이용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런 조사활동이 드러날 경우 산업스파이 활동으로 비난을 받을 수 있었다.
괜히 구설수에 오르고 싶지 않았다.
“히어로기획의 민수길 본부장이나 프리웨이의 한정만 본부장에게도 대략 설명을 했으니 필요할 경우 지원을 해줄 것입니다.”
장인걸의 지시가 다소 위법한 활동을 포함하고 있지만 기업에서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기업의 조사팀에서 그 정도 하지 않는 경우는 없었다.
“경찰이나 사법당국과 부딪치지 않도록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물론 채권단에도 들키지 않아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보안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인수여부를 결정하기도 전에 검토하는 내용이 알려지면 채권단에서 접근할 수도 있고 인수하라고 압력을 가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불리한 입장에 처할 수도 있었다.
장인걸은 청룡무술도장의 지하에 있는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고 민지훈과 마태욱을 만났다. 장인걸이 워낙 바쁘게 지낸 상황이라 연말 이후로 볼 기회가 없었다.
“특별히 문제는 없지만 김창섭이 준동하려는 것 같습니다.”
민지훈이 다소 심각한 어조로 상황을 보고했다.
“나도 그건 들었습니다. 명륜당의 상황이 심각하게 변하는 것 같습니다. 거기가 분열하여 내분이 발생하면 다른 조직까지 휩쓸릴 수도 있는데 걱정이군요.”
“맞습니다. 괜히 엄한 자들까지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김창섭이란 놈은 그 기회를 틈타 우리를 노리려고 하는 것도 같고 말입니다.”
민지훈이나 마태욱도 김창섭이 세를 키우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자신이 있어 풀어주었지만 분란이 생기면 귀찮아질 소지가 컸다.
“우리야 기존 조직을 보강하는 것이니 문제가 없지만 손바닥만한 구역을 가지고 숫자만 늘리면 그 비용이 어디서 충당할지 의구심이 듭니다. 조만간 일을 저지를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당장 일을 저지르기에는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이니 몇 달 후에 싸움을 걸 것 같습니다. 체육관 세 개를 새로 내고 애들을 모아서 훈련하는 것 같습니다.”
마태욱이 현재의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드러나게 훈련을 하다가는 문제가 되기에 체육관으로 위장하여 조폭들이 집체훈련을 하고 있었다.
“세력이 비슷하면 고수의 실력으로 판세가 갈리는데 두 사람이 그들보다 훨씬 실력이 좋으니 압도할 것으로 봅니다.”
민지훈이나 마태욱, 그 외 몇 명의 실력은 일취월장을 했다고 볼 수가 있었고 민지훈은 광현이파의 행동대장 우선출의 실력에 버금갈 정도가 되었다.
“살객의 공백이 너무 큽니다. 사채업자들마저 준동을 하니 명륜당은 내우외환의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명동이나 종로 쪽의 사채업자들이 자체적인 경비조직을 보강하면서 반기를 듭니다.”
살객의 이야기를 많이 했다. 살객만큼 강한 존재가 등장해야 현재의 어려움을 수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살객보다 훨씬 강해야 가능할 것입니다. 살객의 강함도 문제지만 그를 추종하는 중간보스들이 있기에 힘을 발휘했지 혼자라면 다구리를 당해 축출이 되었을 것입니다.”
민지훈이 살객이 아니라면 아무리 강해도 해결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살객이 복귀하지 않는다면 결국은 중간 보스들 간에 쟁패를 하여 우열을 가릴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살객이 다시 복귀하면 수습이 가능할까요?”
“전보다 못하겠지만 어느 정도 회복할 것입니다. 오히려 반기를 드는 몇을 정리하면 더 굳건한 아성을 쌓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밑에 있던 자들 몇이 살객의 그림자를 지운다고 나선 상황이니. 그런 행동으로 제거할 명분이 생겼으니.”
일례로 광현이파의 상황을 들었다. 차태근 부회장이나 우선출을 제거한 이후에 오히려 더 안광현 회장의 힘이 강해졌다. 둘 다 제거할 명분을 주었고 그들이 사라지면서 내부통제력이 강해졌다는 점을 예시로 들었다.
‘팔이야 기로 치료를 하면 가능하다. 인대가 뒤틀린 것이지만 치료를 하려면 가능하다. 문제는 단전인데 회복이 될지 모르겠군. 약물치료까지 병행하면 가능할 것도 같은데.’ 혼돈지기를 사용하여 치료술을 행하면 가능할 것도 같았다. 일종의 개정대법을 전개하면 완치는 불가능해도 전의 실력을 회복할 것도 같았다. 물론 시간을 두고 치료를 하면 더 나아질 수도 있었다.
‘한 번 마검을 만나서 이야기를 해봐야겠군. 그동안 만나지 않았으니 한 번 봐야 하는데 겸사겸사 만나자.’ 장인걸은 그렇지 않아도 협조를 구할 것도 있기에 만나기로 했다. 조직들과 연루되었다는 소문이 두렵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AM그룹에 관해 자세히 파악을 부탁드립니다.”
“그렇지 않아도 박현욱 팀장을 만났습니다. 주요 간부들의 비리를 철저하게 파악하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납품 관련하여 비리가 없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장인걸의 부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기에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파헤치기로 했다.
“제법 고가장비나 자재도 있는데 그것을 빼돌린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 부분도 살펴보았으면 합니다.”
“하여간 이 와중에도 제 잇속을 챙기는 자들이 있으니. 탈탈 털어서 인수한 후에 바로 손을 쓰도록 만들죠.”
개인사업의 경우에 주인이 바뀌면 횡령이나 배임 등의 범죄에 대한 고발이 불가능하지만 법인의 경우에는 시효가 종료되지 않으면 책임을 물을 수 있었다. 물론 배상도 받아낼 수가 있었다.
이는 특별이익으로 잡히기에 인수가와는 별개였다.
장인걸은 전화를 받다가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뭔가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는 기색이었다.
“더 자금을 미국으로 가져오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습니다.”
페럴 해런드가 곤란하다는 어조로 이야기를 했다. 물론 조사를 각오하고 송금을 하면 되지만 그럴 경우 자금 형성과정이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하더라도 미국 금융당국의 주시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주시를 받지만 그저 고액 계좌 리스트에 오르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2천만 달러가 넘어가는 순간 투자은행에서도 감추기 어렵게 됩니다.”
“그렇다면 1800만 달러 수준에서 송금을 멈추는 것이 좋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습니다. 물론 시간을 두고 계좌에서 인출을 하여 다른 계좌를 옮기고 다시 송금을 받으면 가능하지만 최소한 6개월은 지나야 합니다. 지금 상황에서 다른 계좌로 이동시키면 자금세탁의혹마저 받게 됩니다. 분산 송금한 자체가 문제가 됩니다.”
10개의 계좌에 옮길 수 있는 자금은 1억8천만 달러가 최대라는 말이고 바하마에 있는 잔여 금액 1억4천만 달러는 나중에 송금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러면 일단 송금 작업을 멈추도록 하죠. 일단 옮긴 돈만 내가 뽑아둔 리스트의 주식을 구입하도록 하십시오. 그러면서 투자를 원하는 업체의 자료를 수집하여 업로드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나머지 자금은 바하마에 그대로 둘 것입니까?”
“한국으로 1억 달러를 일단 송금하고 나머지 자금은 그곳에 두도록 하죠. 그걸 어디로 옮길지는 그 후에 결정하죠.”
“한국이라? 거기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일 것 같습니다. 이자도 높고 환율도 점점 하락하는 추세라 괜찮은 방법 같습니다.”
“환율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달러 기준으로 거래를 하면 환율효과는 보지 못할 것이니 말입니다. 물론 한국에서는 이익이지만.”
“아, 그건 그렇겠군요. 그러면 입금방식은 자금대여방식을 취하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은행이 잘 아니까 은행을 끼고 하는 것이 좋습니다. 직접 하면 국제금융 전문 변호사가 나서도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는 금융시스템 내부의 관계로 문제의 소지를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 일종의 유착이지만 이용할 수 있다면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었다. 은행수수료를 아끼려고 하다가 범죄자가 되는 수가 있었다.
“그 부분은 은행과 먼저 협의한 이후에 논의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느 은행을 이용하여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지는 은행에서 정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입니다.”
장인걸은 서둘면 무리수가 발생하고 문제가 생길 수가 있기에 신중하게 검토하여 결정하기로 했다. 일단 전화를 끊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AM그룹을 인수하려면 돈이 필요했는데 차라리 잘 되었다. 초기에 자금을 제대로 투입하여 정상화를 시키는 것이 효율적이다. 괜히 찔끔찔끔 투입하면 그저 연명하는 것에 불과하다.’ 장인걸은 국내로 들여와서 투자를 좀 더 하는 방향으로 방향을 잡기로 했다. 아직 버블이 막 시작되는 시점이기에 투자를 하는 것 자체가 돈이 되는 일이었다.
‘문제는 버블이 전보다 크게 일어날 것 같지 않아 보이는데 그 이유가 프리웨이 때문일까?’ 너무 앞서서 성과를 내고 있는 프리웨이와 자회사들이 있기에 다른 IT기업들이 빛이 바랜 면이 있었다. 그렇기에 전에 비해 두각을 드러낸 업체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있다면 장인걸이 투자하고 제휴한 업체들인데 그 숫자가 30개를 넘지 않았다.
‘결국 프리웨이를 포함하여 50여 업체만 두각을 나타내는 실정이고 다른 업체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옥석가리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묻지 마 투자가 발생하는데 그러지 않아 문제인 것 같아. 격차가 발생한 것이 문제인가?’ 장인걸은 IT붐이 사라지는 상황이 벌어질까 걱정이 되었다. IT버블이 붕괴되면서 문제가 발생했지만 자금이 IT산업에 몰리는 효과를 내기도 했다. 거기서 살아남은 업체가 이후 IT산업의 성장을 이끌기도 했다.
장인걸은 모처럼 시간이 나자 마검 최용섭에게 연락을 하여 만나자는 약속을 했다. 이미 전날 민지훈이나 마태욱을 만나서 조직들 사이의 일에 대해 들었지만 한동안 마검 최용섭과 접점이 없었다.
“한동안 정신없이 보내다보니 인사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죠. 우리 같은 사람을 만나서 좋을 것이 있습니까?”
마검이 약간 자조적으로 말을 하고 자리에 앉았다. 다른 사람이 없이 단 둘이 식사를 하는 자리였다.
“그런 것도 같군요. 요즘 바쁘게 지내신다고 들었습니다.”
“한동안 조용하던 자들이 다시 기승을 부리는 통에 골치입니다. 사채꾼들이 심심찮게 조직의 영역까지 넘보는 상황이 벌어져서 사고가 끊이지를 않습니다.”
이어지는 설명을 듣자면 전국구 조직일지라도 먹고 살기 어려워지면서 직계 조직을 정리한 상황인데 사채업자는 어디선가 자금을 구해와 사채를 뿌리고 주먹들까지 보강했다. 힘이 강해진 사채업자가 중소조직과 분쟁을 일으켜서 시끄럽다는 말이었다.
그런 사건이 언론에 알려지면 조직범죄를 근절하라는 여론이 생길 수가 있고 그러면 시범케이스로 당할 수도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장사가 안 되어 화가 난 상태인데 사채꾼들이 설치는 꼴을 좋게 볼 수는 없고 그렇다고 족보도 없이 갑자기 큰돈을 운용하게 된 사채꾼들이 적당히 인사를 하러 올 싹수도 없는 자들이고.”
사채꾼이란 바로 일본계 대부업자들에게 거금을 받은 사채업자들을 지칭했다. 그들이 경호원이나 경비원이란 명목으로 주먹들을 모아서 난장을 부린다는 말이었다.
“작살을 한 번 내야 하는데 어느새 경찰에 끈을 대서 야료를 부리려고 하니 짜증만 납니다.”
전에는 사채업자들이 적당히 인사치레를 하면서 공존을 했는데 지금은 주먹들을 무시하고 있었다. 그러니 분쟁이 많고 적당히 중재를 하려니 마검이 바빴다. 그냥 놔두자니 대규모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으니 수습해야 했다.
“아예 그 근원이라고 할 외국계 대부업체를 손보는 것이 어떻습니까? 조용히 치고 빠지면 누가 압니까?”
장인걸은 마검 정도라면 산요머니나 간또머니 정도를 손볼 능력이 있을 것 같아서 질문을 던졌다.
“가능이야 하지만 세상에 비밀은 없고 대검 외사과라고 하는 곳에서 손을 대는 일이 벌어지면 특수대까지 개입하는 일이 벌어지니 감당이 쉽지 않습니다. 못해도 10여 명은 동원해야 하는데 그들 중에 쁘락치가 없다고 장담할 수도 없고.”
끝ⓒ (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