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22
시대의 흐름을 읽고 그것을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최대한 이득을 취하는 것이 현명했다. 그것이 범죄가 아니라면 굳이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인터넷에는 속칭 XXX라 칭해지는 사이트가 범람하고 있었다. 초기 인터넷 확산에 획기적으로 기여한 것은 그런 사이트의 공이 적지 않았다. 가장 먼저 상업화에 성공하는 것이 바로 그런 사이트였다.
‘카드로 유료결제를 해야 하는데 그것으로 전자결제시스템이 형성되었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IT변천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초창기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PC통신은 인터넷의 등장으로 이제 한물 간 것이 될 것 같군. 우후죽순처럼 각종 사이트가 범람하는 시대가 올 것 같아. 더구나 IMF 경제위기로 실업이 높아진 덕분에 인재들마저 충분히 유입이 될 것이니 발전이 가속화되겠지.’어떻게 해야 돈이 될 것인지 고민을 했다. 그러면서 유행하던 사이트를 기억하려고 했다. 아직 한국은 본격적인 시작은 하지 않았지만 곧 시작이 될 것 같았다.
‘대기업부터 홈페이지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도메인을 선점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은데. 좋은 도메인은 몇 억을 호가하기도 하지. 닷컴버블의 시작은 도메인의 선점부터 시작이 되었다.’장인걸은 5만 원이면 수수료까지 해도 도메인을 선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그 방도를 강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런 일을 대행해줄 사람이 없는지 살피다가 결국 유진영교수에게 부탁하는 것이 가장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탠포드를 나왔지. 그렇기에 그런 일을 할 사람을 소개받을 수가 있을 것이다. 실험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런 부탁을 하지 못할 것도 없다.’고민을 하다가 유진영 교수에게 부탁하기로 결론을 냈다. 주변에 그런 일을 도와줄 인텔리가 없었다. 그나마 말이라도 붙여 볼 사람은 유진영 교수뿐이었다.
‘내가 아는 유진영 교수라면 절대 거절을 하지 않을 것이다. 학생들을 위해 대가없이 도움을 주려고 하는 편이다. 스탠포드. 버클리, UCLA, 칼텍, USC 등 서부의 유명 대학에 아는 인맥이 많다.’IT쪽에 몸담지 않았지만 그가 아는 사람은 그 분야에 상당히 많았다. 그가 1년 반 정도 그 연구실에 나가면서 본 것만 해도 외국에서 상당히 많은 연락이 온다는 점이었다.
7. 축제 준비
장인걸은 토요일 10시에 동아리 방에 갔다. 동아리 회원 30여 명이 모이자 동아리 방이 좁게 느껴졌고 그들은 예술관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학생들은 식당을 회의실로 이용하는 경우도 많았고 시험기간에 도서관의 자리가 없으면 공부를 하기도 했다.
이미 다른 공연동아리도 모임을 갖는지 인근 동아리의 사람 두 무더기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선객과 거리를 두고 자리를 잡았고 신입 회원 10여 명이 소개가 되었다.
신입생 환영회도 여태 하지지 않고 있었다. 아직 동아리 신입회원 모집도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4월 초에 1차로 마감하고 갖는다는 설명을 했다. 학과와 동아리의 차이이기도 했다. 그 후에 MT를 갈 예정이라는 집행부인 총무 이미향의 공지가 있었다.
“공연 레시피는 일단 총 4개의 곡으로 구성을 할 것입니다. 공연하고 싶은 사람이나 팀은 신청을 받도록 할 것입니다. 그 전에 대략적이 아우트라인은 정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일종의 공연 순서를 언급했다. 기승전결의 구조를 갖도록 메뉴를 정한다는 의미였다. 그런 다음 각 부분에 들어갈 연주자들끼리 일종의 오디션을 거쳐 정한다고 했다.
“순서는 예년처럼 댄스, 뮤지컬 커버 또는 R&B, 락, 재즈와 발라드로 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네 개의 코너에 각기 지원을 할 수 있습니다. 오디션은 각 분야마다 팀으로 참가해도 되고 개인으로 참가해도 됩니다. 또한 한 사람이 팀이나 개인으로 모든 분야에 다 참여해도 무방합니다. 아울러 밴드세션은 레시피가 정해지면 정하도록 할 것입니다. 그 사이 공연 준비를 할 때 색소폰 연주를 하고 악기의 연주를 곁들일 예정입니다. 축제준비위에서 공연팸플릿을 4월 20일에 마감한다고 하니 그 전에 정해야 합니다. 우리는 4월 15일 전후로 오디션을 마감할 것입니다. 세부 오디션 일정은 다음주 MT 이전에 공지할 것입니다.”
이미향이 기존에 정해진 규칙에 대하여 이야기를 했다. 사실 팀을 이룬다면 메인보컬과 메인 악기 세션으로 구성하라는 의미였다. 밴드는 공연을 할 때 최상의 멤버로 지원한다는 의미였다.
“너는 어디에 나갈 거야?”
우연인지 아니면 의도했는지 몰라도 오른쪽 옆에 강진경이 앉아 있었다.
“나는 R&B와 락이 좋을 것 같은데. 두 곳에 지원할까 해.”
장인걸은 뒤로 빼지 않고 참여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댄스뮤직은 피할 생각이었다. 못할 것은 없지만 보통 아이돌 음악을 해야 하는데 안무까지 겸하는 것이 보통이라 연습이 복잡했다.
그렇기에 R&B나 락을 하기로 했다. 발라드는 차윤혜가 나설 것이고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할 것이기에 아예 경쟁을 피한 면도 있었다. 실력이건 지명도건 아직은 견줄 상황이 아니었다.
“나는 댄스나 R&B로 나갈까 하는데 우리 R&B로 듀엣은 어떨까? 잘 할 것 같은데.”
강진경의 말에 바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 권세라는 드럼에서 밴드세션으로 참여할 것이고 노래는 별로 못하기에 오디션에는 나서지 않을 것 같았다.
“글쎄다. 일단 생각 좀 해보고. 우리 과에 정훈이 형이 있는데 그 형과 이야기도 해보고.”
같은 과이지만 4학년인 유정훈은 그 모임에서야 얼굴을 보았다. 4학년이라 대학원을 준비하느라 동아리 활동을 하지 않고 있었다. 이런 자리가 아니라면 오지 않았을 것이지만 공연에 관심이 있어 나온 것 같았다. 밴드에서 기타세션을 맡거나 락을 할 때 전자기타를 담당할 것으로 보였다.
노래도 제법 하지만 메인 보컬보다는 세컨드 보컬을 담담하려고 했다. 보컬 능력이 독보적인 수준은 아니기에 본인이 고사하는 편이었다.
전에는 장인걸도 락을 하겠다고 나서지 못했을 것이지만 지금은 전과 달리 고음이 되었다. 중저음은 좋았지만 고음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는데 지금은 ‘떠나간 그녀(She’s gone)’도 어렵지 않게 원키로 부를 수가 있었다.
공지를 해도 되는데 이렇게 전부를 모아서 알리고 설명을 하는 이유는 모두의 동참을 바라는 것도 있지만 이런 자리가 아니면 팀을 구성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었다.
“락을 한다고? 그거 멋진데.”
둘이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옆으로 다가온 권세라가 락에 관심을 보였다. 락 밴드에서 드러머 세션으로 활동을 하는 그녀였다. 더구나 과격한 퍼포먼스를 하는 멋에 드럼을 치는 그녀였기에 관심이 많았다.
“정훈이 형을 기타세션으로 참여시켜 잼을 하게 하려는 것이지? 네가 샤우팅이 되던가?”
“하면 하는 거죠. 문제는 얼마나 소울을 담을 수 있을지 그게 중요한 거죠.”
“그러면 내가 우리 밴드에서 사용하는 풀 투어세트로 가져다 세팅을 해야 하나? 락을 하려면 동아리 방의 스탠다드 세트는 조금 심심한데.”
드럼도 구성에 따라 스탠다드 세트부터 풀 투어세트까지 다양했고 연주자에 맞춘 커스터마이징 세트도 존재했다. 어떤 드러머는 주변에 성처럼 각종 드럼을 배치하기도 했다.
“내가 드럼은 쳐주지. 뭐로 할 거야? 락 한다고 설치는 다른 애들처럼 ‘떠나간 그녀’는 아니겠지?”
“그게 좋지 않아요? 한국에서는 고음을 내지르면 먹히지 않아요? 그게 싫다면 오아시스나 보니 타일러 어때요?”
“가능해?”
“어지간한 것들은 다요.”
“그러면 한 번 해보자. 네가 한다면 내가 나서야지.”
권세라 때문에 결국 나서야 할 수밖에 없었다. 권세라는 장인걸을 이끌고 유정훈에게 다가갔다.
“애가 락 한다고 하는데 선배가 도와주지 않을래요?”
유정훈은 권세라의 말에 무슨 말이냐는 표정으로 보았다.
“아, 인걸이가 보컬이 좋거든요. 기타도 제법 치고요. 그래서 락 파트에 나간다고 하네요. 락 하면 현란한 기타 잼과 드럼이 있어야 하는데 이렇게 같이 파트를 구성하자는 거죠. 베이스는 화영이가 담당하면 되고요. 화영아.”
권세라는 베이스를 담당하는 유화영을 큰소리로 호출했고 유화영도 가까이 왔다. 유화영은 베이스와 베이스 기타를 주로 담당했는데 상당한 실력자였다.
권세라는 락을 하자고 하면서 파트에 대하여 설명을 했다.
“명곡을 커버하자는 말이지?”
“그게 낫지 않을까요? 사람들이 아는 노래가 축제에서 먹힐 것 같으니까요? 최소한 귀에 익은 음악이라야 관객의 호응이 있을 것이니 말이에요. 생판 모르는 자작곡이라면 별로 호응을 얻기 어렵잖아요.”
권세라의 말에 유정훈은 바로 호응을 하지 않고 미심쩍은 표정으로 장인걸을 보았다.
“일단 애 실력을 먼저 봐야 할지 말지 결정할 것 같은데. 동아리 방에 가서 한 번 확인을 하자.”
유정훈이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고 유화영도 마찬가지였다. 둘은 사촌이기도 했다. 결국 권세라의 주장에 따라 그들은 그 자리를 떠나 동아리 방으로 향했고 강진경은 닭 쫓던 개의 표정이 되었지만 조르르 뒤를 따라서 같이 움직였다.
결국 보컬 능력을 보이는 것은 스틸 하트의 ‘떠나간 그녀’가 제격이었다. 밴드를 한다면 한 번 정도 연주를 해본 것이기에 손을 맞추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좋아. 이 정도라면 가능할 것도 같은데. 문제는 레시피인데 어떤 것이 좋을까?”
유정훈도 장인걸의 실력을 인정했다. 보컬 능력과 연주 실력이 되기에 한 달 정도 연습을 한다면 어떤 곡이라도 감당이 가능할 것 같았다.
결국 주말동안 고민하고 월요일에 만나서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그러는 동안 십여 명의 동아리 회원들도 와서 그들이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우리 듀엣은?”
지켜만 보던 강진경이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나자 나섰다. 권세라는 가지 않고 옆에 서서 둘이 이야기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시월의 어느 좋은날? 그거 어때? 아니면 You raise me up이나? 그 정도면 될 것도 같은데. 아니면 Time to say goodbye.”
장인걸은 국내 가요가 아닌 가곡이나 팝송을 말했다. 보컬의 능력을 잘 보여 줄 수 있는 노래를 선정하고 싶었다.
“다 가능하긴 한데 나는 가곡이나 팝송은 조금 그런데.”
강진경은 장인걸의 말에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선곡한 노래는 소울이나 가창력을 중시하는 것이고 강진경의 스타일과는 조금 맞지 않는 면이 있었다. 강진경은 템포가 빠르고 고음을 뽑아내는 노래를 더 좋아했다.
“일단 같이 화음을 맞춰보고 어울리지 않으면 바꾸고 그래도 안 되면 포기해야지. 화요일 수업 끝나고 볼까?”
장인걸은 바로 거절하지 않았고 일단 성의를 보이기로 했다. 옆에 있던 권세라의 표정이 일그러졌지만 그것은 개의치 않았다. 지금은 여자를 만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음악적인 발전을 위해 매진할 때였다.
동아리 모임이 끝나자 대부분 아침을 먹고 오지 않은 상황이라 11시 반 정도에 학교 앞에 있는 분식집으로 갔다. 해물칼국수를 잘하는 집으로 제법 유명한 맛집이었다.
다들 긴급하게 잡힌 모임이라서 상당수가 식사를 마치자 떠나갔고 장인걸도 약속이 있다는 말로 집으로 갔다. 일단 권세라에게 잡힐까 걱정이 되었고 돌잔치에 가기 전에 과제를 마무리 할 계획이었다.
같이 어울리는 것도 좋지만 자신의 일상을 엉망으로 만드는 것은 지양해야 했다. 계획 없이 동아리 사람들과 휩쓸려 다니는 것은 좋지 못했다.
장인걸은 집에 돌아와서 과제를 마무리하자 고작 두 시가 조금 넘어가고 있었다. 네 시까지 큰집에 가기로 했는데 출발하기가 애매했기에 책을 읽기로 했다.
장인걸은 불경을 해독하면서 금강나한공을 해독하려고 했지만 쉽지가 않았다. 시간을 두고 공부를 해야 완벽히 해독이 가능할 것 같았다.
그래서 다른 책, 특히 의술에 관련된 책을 해독하기로 했다. 허무맹랑한 내용으로 보이는 무속이나 도술 같은 것보다 그나마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의술을 적은 책들로 한자로 되어 있는 것이라 해독이 쉽지 않았다. 모르는 한자가 태반이었다. 결국 큰 옥편을 구해서 한자를 찾아야 했다. 잘 사용하지 않는 한자들이 꽤나 되었기에 그런 옥편이 필요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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