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222
“제가 미국에도 사업체를 하나 가지고 있는데 그러다가 사업상 알게 된 사람입니다. 한국의 상황을 말하다가 좋은 기업들이 무너지는 것이 안타깝다고 하니 적당한 이자만 부담한다면 여유자금을 대여해 준다는 제안을 해서 기회가 되면 부탁하겠다고 했는데 AM그룹의 상황을 보니 기회인 것 같아 시도하기로 했습니다. 연리 5%만 부담을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월 0.4% 수준이니 40만 달러 조금 넘는 금액이니 그리 큰 부담은 아니라고 봅니다.”
“조건은 나쁘지 않지만 너무 큰 금액이라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런 조건으로 돈을 빌렸다가 문제가 생기면 감당이 불가능해.”
장인걸의 말에 장태현이 걱정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금리가 그리 높은 것은 아니지만 이자에 환율까지 고려하면 위험할 수도 있었다. 언제 외환사정이 나빠져서 환율이 상승할지 몰랐다.
“이자 정도는 부담이 가능할 것입니다. 시간만 조금 있다면 그 정도 금액은 다른 방법으로 모을 수도 있고요.”
말은 외자라고 했지만 소유주가 자신이니 그리 문제는 아니었다. 물론 적법하게 도입을 하려면 정당한 거래로 위장해야 하기에 우대금리를 적용해도 그 정도가 최선이었다.
“일단 외환팀의 사람을 보낼 것이니 그들과 협의를 해봐라. 약정서도 정해진 서식에 의거하여 작성해야 하고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서류도 있으니. 그런데 어디에서 들어오는 돈이냐?”
“무슨 문제가 있나요?”
“경우에 따라 상대국가의 세무당국이나 금융 감독 기관에 통보하여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채권자가 송금하는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어.”
“바하마인데 문제가 있나요?”
“그렇다면 문제는 없겠구나. 송금이건 출금이건 우리나라에서 승인을 받으면 끝이니. 거기는 일종의 조세피난처이니 자금의 입출입이 자유롭거든. 미국이나 일본이라면 상당히 까다로운데.”
바하마라고 하니 장태현이 안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대표적인 조세피난처이니 자본의 출입이 자유로웠다.
“무슨 문제가 있나요?”
“꼭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선진국은 블랙 머니의 이동에 상당히 민감한 편이라서 신고절차가 까다롭거든. 자금에 문제가 있다면 일방적으로 제재를 가하기도 하고. 그래서 미국은 우리가 컨트롤하지 않고 그쪽 금융기관을 거치는 것이 보통이야.”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에는 그쪽 금융기관에 신고나 승인절차를 위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야 조사를 하지 않고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말을 첨언했다.
장인걸은 앨범을 준비하고 이원희 코치의 지도를 받아 체력훈련을 꾸준히 했다. 혼자 훈련하는 것보다 과학적인 지도를 받는 것이 효율적인 면도 있었다.
방송출연이나 행사는 사실상 일주일에 1~2회 정도 나가는 것이 고작이었다. 방송의 경우에는 도움이 되지 않으면 출연하지 않았고 행사는 단가 때문에 거의 섭외가 되지 않았다.
“다른 가수나 연기자들은 잘 나가는데 나는 풍요 속에 빈곤이군요. 한정수 사장님이 일이 없어 빈둥거릴 수밖에 없다고 한탄을 하던데 이런 경우인 것 같습니다.”
장인걸은 단가를 낮춰서 행사에 나가고 싶기도 했지만 그것은 어떤 명분이 없으면 불가능했다. 그렇게 했다가는 시장의 질서를 교란시켜 후폭풍이 만만치 않았다. 최소한 동향이나 사돈네 팔촌의 행사라는 핑계가 있어야 가능했다.
“인기가 많으면 좋다고 할 수도 있지만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죠. 행사 단가를 낮추면 그것도 문제이고요. 사장님이 행사에 나가면 기본 10명은 움직여야 하는데 그 비용만 200만 원에 육박하죠. 그것도 모르고 행사비가 높다고 난리이죠.”
민수길이 불가피함을 설명했다. 장인걸은 스텝만 5명, 경호원도 5명이 움직여야 하기에 10명 정도가 기본이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그 정도 인원을 데리고 다닐 필요가 있는지 의문을 표명하기도 하지만 안전을 위해서는 필요했다.
“앨범 발매는 문제가 없죠?”
“유통 쪽부터 시작하여 뮤직비디오까지 문제가 없이 다 준비 중입니다. 저번에 말한 티저 영상을 내일 프리튜브에 유포하는 것부터 앨범 홍보작업이 시작될 것입니다.”
장인걸은 프리뮤직과 프리튜브가 있기에 앨범 출시 전에 최초로 티저 영상이라는 것을 내보내기로 했다. 이는 TV를 제외한 영상 매체가 없었기에 기존에는 불가능한 홍보방법이지만 이제는 그런 매체가 있기에 가능했다.
“그보다 미국 SCM과 협조는 문제가 없나요?”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서도 앨범을 발매할 예정이었다.
“김기현 과장이 관련 자료를 가지고 어제 미국으로 출발했으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고 봅니다. 거기도 이번 달 안에 출시가 될 것입니다. 녹음만 끝나면 공장에서 앨범제작이야 일도 아니니 말입니다.”
아직 음원이나 동영상의 원본은 직접 배달해야 했다. 디지털로 음원을 전송할 상황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안전하게 사람이 직접 가지고 가야 문제가 없었다. 장인걸은 녹음이 끝나자 인편으로 SCM의 닉 플로이언에게 보냈다.
“방송은 네 군데 다 출연해야 하나요?”
전에는 케이블방송국의 가요프로그램에는 출연을 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케이블방송국에서 섭외를 하고 있었다. 심지어 항의까지 하면서 출연을 원하고 있었다.
연말대상에도 MTV 문제로 아예 안중에도 두지 않았는데 나중에 자신들을 무시했다고 말이 많았다.
“자칫 그들을 무시한다는 말이 나올 수도 있어 보입니다. 케이블이지만 음악전문채널이라 출연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거기는 천명과 밀접한 관계가 있지 않나요?”
장인걸은 천명과 그리 좋은 관계가 아니었다. 장인걸을 비방하는 기사의 배후에 천명이 있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천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M-cable에 출연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천명에서 갈라져 나왔지만 듣기에 남보다 못한 관계라고 합니다. 그러니 굳이 천명과 연관시킬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그런 말도 있지만 하는 행태를 보면 천명이나 똑같은 것 같습니다. 출연하지 않으면 언론에 공표한다고 협박했다면서요?”
가수나 기획사에게 무시를 당하는 것이 기분 나쁘겠지만 하는 세태는 심히 괘씸하기 짝이 없었다.
“그들로서야 무시한다고 생각하여 그런 것이라 봅니다. 음악전문채널을 표방하는데 인기 가수들이 출연하지 않으면 결국 2진급 방송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니 그들로서도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이번에는 섭외에 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민수길은 M-cable의 입장을 옹호하면서 장인걸이 출연하기를 원했다. 케이블 TV라고 무시를 하면 역풍이 존재할 수가 있었다. 작년까지는 문제가 아니었지만 위상이 강화된 지금은 상당히 문제가 컸다. MTV와 대립을 하는 상황이라 크게 부각이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신경을 써야 했다.
“전처럼 학교에 다닌다면 그것으로 핑계를 댈 수도 있지만 휴학을 한 상황이니 그것도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나가서 무대를 꾸미도록 하죠. 특별히 무대를 꾸미지 않을 것입니다. 다른 방송도 마찬가지이지만요.”
전에는 무대를 꾸밀 때 백댄서나 코러스도 동원했지만 지금은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다.
“방송국 차원에서 무대를 만들고 백댄서를 동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에는 어떻게 합니까?”
무대를 꾸미는 것은 방송국의 책임이지만 언제부터인가 가수와 기획사가 그 비용을 부담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그것이 관례처럼 굳어지고 말았다. 물론 지금도 몇몇 원로가수나 인기가수는 방송국에서 전적으로 비용을 부담하기도 했다. 장인걸의 무대를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방송국에서 나설 수도 있었다.
“그거야 어쩔 수 없죠. 하지만 그것도 품위를 손상시키는 것이라면 절대 허용할 수 없습니다.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그것도 케이블 TV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으니까요.”
“그거야 사전에 협의하여 우리 측의 확인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장인걸은 무대가 화제가 되는 것은 좋지만 비난을 동반할 수준으로 꾸밀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로테르담에 다녀온 이후에 전국 순회콘서트를 할까 합니다. 이번에 시작은 4월 25일에 양진문화회관에서 개관기념으로 할까 합니다. 이틀간 하는 것으로 일정을 잡아주시기 바랍니다. 그 이후에 대도시와 중소도시를 번갈아가면서 하고요. 이번에는 일주일에 4회 정도 공연하는 것으로 잡아주시기 바랍니다. 필요하다면 음향팀과 조명팀을 좀 더 동원하도록 하고요.”
양진군에 세워지는 양진문화회관은 장인걸과 양진광업개발에서 건축비의 절반가량을 부담하여 세웠다. 일종의 환경파괴를 하는 일이기에 주민에 보상하는 차원에서 진행한 일이었다. 마침내 개관을 하는 상황이니 홍보를 겸하고 자신의 고향에 대한 홍보도 겸한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현재 계획을 세우면서 장소 섭외도 하고 있습니다. 장소가 마련되어야 공연계획이 나오니까요.”
“그리고 백댄서와 코러스는 그대로 가지만 백밴드는 문라이트를 동원할 수가 없으니 이번 기회에 세션을 모집하여 기획밴드를 만들도록 했으면 합니다.”
“그것도 추진 중에 있고 총 8명을 목표로 하여 모집 중에 있습니다. 각 파트별로 4배수로 압축한 후에 비공개 심사를 벌일 예정입니다. 각 파트마다 2배수로 선발할 예정입니다.
전부 무대에 올라갈 예정입니다. 사정이 생기면 한 명만 올라가고요.”
이미 콘서트 관련하여 대부분의 방침을 정하고 진행을 하는 상황이었다.
“한정수 사장님이 뮤지션을 많이 알기에 그분이 1차로 대상자를 심사하고 있습니다. 공개모집을 하면 자칫 구설수가 나올 수 있어 일단 비공개로 진행 중입니다.”
뮤지션은 자존심이 강해 공개모집을 할 경우 실력 있는 사람이 나오지 않을 수 있었다. 종종 ‘누가 누구를 심사해.’라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심지어 선배가 후배에게 잘 하는지 보자고 연주하라고 했다가 그 말에 기분이 나빠진 후배가 기타로 선배의 머리를 내려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나도 실력을 보자고 하면 기분이 나쁠 수가 있는데 그럴 것 같군요. 진짜 실력이 있는 사람은 모셔 오는 것이 기본이죠.”
장인걸은 뮤지션의 자존심을 알기에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이 이해가 되기도 했다. 이번 모집에 한정수를 내세우는 것도 장인걸이 나서는 것보다 모양새가 좋기 때문이었다.
한정만 전무와 이만손은 자신들이 저지른 e-천명의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한동안 정신없이 보내야 했다. e-천명을 담당했던 천명캐피탈의 가치를 평가하고 계열사에서 보유한 지분을 천명투자증권에 매각하도록 했다.
1500억 원이나 투자를 한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그 손실은 천명그룹의 각 계열사에 고스란히 전가되었다. 한정만과 이만손이 투자한 30여 개의 벤처기업은 투자한 자금으로 연구개발을 하고 설비투자를 했지만 제대로 성공한 업체가 없었다.
그나마 지분가치를 100억 원이나마 산정한 것은 그나마 조금 성과를 내고 있는 한두 개 업체의 가치를 높이 평가한 면이 있어서 가능했지 그렇지 않았다면 그 정도 가치도 없었다.
천명캐피탈은 천명증권에 인수되면서 사실상 흔적도 없이 분해가 되고 말았고 곧바로 투자한 곳의 지분은 부실자산관리팀으로 이관이 되었다. 사실상 모든 것이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다.
아마도 오래지 않아 투자한 업체의 지분은 다른 곳으로 처분이 될 것이고 e-천명과 관련된 모든 것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 분명했다.
“일본지사에 가서 한동안 바람이나 쐬고 있으라고 합니다.”
이만손은 국내에 있을 경우 책임론에 휘말릴 소지가 있기에 해외로 발령을 냈다. 잠잠해지면 다시 들어오기로 했다. 2~3년은 국내에 들어오지 못할 것 같았다.
“저는 더 심각합니다. 미래전략실로 복귀는 고사하고 천명유통 제주지사장으로 가라는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지사장이지만 1개 시 지부보다도 더 작은 곳인데.”
한정만 전무와 이만손은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소송을 당하고 어떻게든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려고 했을 것이지만 그 정도에서 그쳤다.
“시간이 너무 없었습니다. 여유를 가지고 신중하게 투자했어야 했는데 단기적인 성과를 노리고 너무 서두른 것이 화를 키운 것 같습니다.”
한정만 전무가 아쉬운 표정으로 실패에 대한 평가를 했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이만손이 너무 서둘렀기 때문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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