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225
금융당국에서 하자가 없다는 회신이 당도해야 송금을 하는 것이 보통이고 회신은 2주 이내에 해준다고 했다. 빠르면 하루이내에도 회신을 하는데 여전히 급행료가 필요했다.
“황치현 변호사가 자금의 출처에 대해 의구심을 보이더군요. 혹시 한국의 재벌이나 정치권의 비자금이 아닌지 말입니다. ‘검은 머리 외국인’이 아닌지.”
따로 페럴 해런드를 만나자 그런 이야기를 전했다. 황치현이 그런 의구심을 가졌다는 말은 다른 사람, 은행이나 금융당국도 그런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문제될 것은 없었다. 채권자가, 외국의 법인이 자금의 출처까지 밝힐 의무는 없었다.
“거기와는 연관이 없는 자금입니다.”
장인걸은 그렇게 시치미를 떼고 달리 언급을 하지 않았다. 페럴 해런드도 자금의 출처가 궁금한 것 같았다. 한국과 달리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중시하기에 캐묻지는 않았다.
“출처야 어떻든 합법적으로 은행의 계좌에 있는 자금이고 그렇기에 크게 문제는 아닙니다. 단지 누군가 의구심을 표명하면서 논란을 일으키는 상황이 발생하면 사회적인 평판이 나빠질 수가 있고 그러면 감독기관의 주의가 집중되고 문제가 될 소지가 있습니다. 더구나 여기서는 인기 가수라면서요.”
“시선이 모여서 좋을 것은 없지요. 더구나 M&A를 추진하는 상황이니 자금의 성격을 따질 사람도 많아지고요.”
장인걸은 그렇게 말하고 더 이상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보다 한국의 외환관리는 어떤 것 같습니까?”
장인걸은 페럴 해런드에게 한국의 제도에 대해 물었다. IMF 외환위기 사태이후에 제도가 많이 바뀌었다.
“미국이나 상당히 유사합니다. 금융기관에 대해 편의를 봐주는 것도 비슷하고요. 외환위기를 겪었는데도 오히려 외국으로 송금절차가 느슨하게 바뀐 것이 이례적입니다. 후진국일수록 외환위기를 겪으면, 설사 영국 같은 국가들도 외환위기 이후에 송금에 대한 규제가 심해졌는데 말입니다.”
“IMF에서 상당히 많은 법까지 손을 댔습니다. 이번 정권에서 개혁입법을 해야 하는데 기득권의 방해 때문에 못한 것을 IMF의 힘을 빌려 처리한 면도 있고요. 저작권 관련 입법도 얼마 전에 통과가 되어 IT 산업이 발전할 기반도 마련되었고요.”
장인걸의 설명에 패럴 해런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43. 로테르담마라톤대회
장인걸의 앨범은 발매되자마자 곧 차트를 석권했다. 나중에 줄세우기라고 하는 현상이 발표하자마자 프리뮤직에서 일어났다. 그런 반응은 다른 가수가 앨범을 낼 때와 확연히 달랐다.
이는 사실 티저 영상을 사전에 배포한 것이 컸다. 또한 폴라텍스트에서 생산하는 MP3 플레이어의 보급이 많아지면서 그만큼 음원을 다운로드하는 사람이 많아진 덕분이었다.
단 이틀 사이에 15만 장이 팔렸고 일주일 사이에 무려 50만 장이 판매가 되었다. 사전예약제 같은 것은 없는 상황이라 고객이 음반가게에 가서 직접 구매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장인걸이 방송에 출연하면서 신곡이 나온 것이 알려졌고 더욱 앨범 판매가 증가했다. 처음 방송에 출연하는데 5위권에 랭크가 되었고 3월말, 4월 초에 모조리 1위를 했다. 두 번째 주까지 방송출연을 하여 2주 연속 1위를 했고 3주차에도 1위를 했지만 뮤직비디오로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아쉽네요. 1위를 했고 한 달도 되지 않아 앨범 판매량이 100만 장을 넘었다는데. 이렇게 마라톤대회 겹치니 말이에요.”
황지현이 아쉬운 기색으로 국내 소식을 전했다. 그들은 로테르담에 도착하여 인근에서 훈련을 하고 있었다. 코스를 살펴보니 평지를 달리는 것이라 특별히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장인걸은 훈련을 하고 휴식을 하는 것을 프리튜브에 올려 팬들과 소통을 했다. 프리튜브의 장인걸 계정은 무려 150만 명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구독자 수가 35만 명에 달하고 있었다.
프리튜브는 장인걸의 계정이 흥행을 이끌고 있었고 뒤를 따라서 흥아 엔터나 문성기획의 연예인이 나서고 있었다. 심지어 장유현이나 한정수도 계정을 만들고 일상을 알리기도 했다.
“그리고 미국에서도 꽤나 반응이 좋다고 합니다. 일단 5만장을 발매했는데 바닥에서 반응이 오고 있다고 합니다. 라디오 DJ들이 제법 관심을 보인다고 합니다.”
김기현 과장이 미국의 반응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국에 비해 장인걸의 지명도가 없기에 크게 붐이 일지는 않았지만 몇 군데 라디오에서 소개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었다.
“일단 이번 마라톤에서 좋은 기록을 내면 달라질 것입니다. 미국은 꽤나 마라톤인구가 많으니 관심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만일 미국에서 활동만 했다면 달랐을 것입니다.”
이원희도 옆에서 한 마디를 거들었다.
“일단 내일 기자간담회를 하실 거죠?”
“이제 적극적으로 나설까 합니다. 그래야 언론의 집중을 받고 해외 진출을 할 때 지명도가 있을 것이니.”
장인걸은 지금까지 경기 전에는 인터뷰를 하지 않았던 것과 대조적으로 이번에는 이틀 전에 기자간담회를 하고 몇 군데 언론과 단독인터뷰까지 하기로 했다. 굳이 언론을 기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장인걸은 같이 간 일행들에게 자신의 목표를 언급했다. 전에는 그런 언급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뭔가 자신감이 팽배해 있었다.
“샌프란시스코마라톤대회와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기록을 냈습니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 달렸지만 제법 기록이 좋았습니다. 이곳 로테르담의 기온이 달리기에 아주 적당한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다른 어떤 때보다 더 좋은 기록을 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총 6회를 완주했는데 뛸 때마다 레이스 운영에 여유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특히 럭키세븐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장인걸은 너무나 자신감을 내보이는 것도 반감을 살 수가 있기에 조금 수위를 조절했다. 이제 어느 정도 경력이 생겼기에 절정의 기량을 선보여도 문제가 없어 보였다.
“이번에도 선두에서 혼자 질주할 예정입니까?”
“저는 고등학교 다닐 때에 육상을 하지 않았습니다. 중학교에 다닐 때 트랙 종목을 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 레이스를 하는 요령이 부족합니다. 물론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훈련을 했지만 다른 사람과 같이 달릴 때 여전히 거치적거리는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과 부딪칠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선두에 나서서 독주를 하는 편입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질주할 것입니다.”
“바람의 저항을 계속 받으면 그만큼 에너지가 소모되어 지칠 수가 있고 계속 그런 주법을 고수하는 것은 문제가 아닌가요?”
“물론 문제가 있을 수도 있기에 지속적으로 훈련을 해나갈 것입니다. 레이스를 하면서 바람을 안고 달린 적도 있는데 다른 사람을 따라갈 때와 큰 차이를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한국에서 최고 수준의 가수라고 하던데 훈련할 시간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남는 시간이 생기면 훈련을 하는 편입니다. 스케줄 중간에 시간이 나면 그 시간을 이용하여 훈련하기도 합니다. 하루 중에 두 시간 정도 훈련을 하는데 그 정도하면 체력이 소진되는 상황이 오기에 더 이상 훈련해도 효과가 없는 것 같습니다.”
장인걸은 가수로 활동하는 것이나 프리웨이를 운영하는 사실도 밝혔다. 프리웨이가 회원수 1500만 명 이상의 포털 사이트라는 사실을 알고 다들 놀람을 금치 못했다.
“가수만 해도 충분할 것인데 마라톤을 하고 사업을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국내에서 온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질문하는 기자의 어조에서 약간 비난하는 느낌이 배어 있었다. 한국에서도 그런 기자를 봤기에 크게 화가 나지 않았다. 여러 가지 재능을 가진 사람에 대한 일종의 질투나 시기심의 발로였다.
“할 수 있기에 한다고 하면 설명이 되지 않을 것 같지만 그게 사실입니다. 중학교 3학년 때 코치와의 불화로 인해 마지못해 육상을 그만두었습니다. 그래서 약간의 훈련을 하고 마라톤에 출전했고 제법 성과를 냈습니다. 조금만 더 훈련하면 성과를 낼 수 있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계속 출전하여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프리웨이 운영 등 사업에 관해서는 여기서 굳이 언급할 내용이 아닌 것 같습니다.”
장인걸은 사업에 관해서는 답을 하지 않았다. 굳이 그런 것까지 대답을 할 이유가 없었다. 그 부분에서 쓸데없는 논쟁을 하고 싶지 않았다.
“작년 보스턴 마라톤에 출전했다가 부상을 당했던 세랭 부가티 선수가 오랜 시간의 재활을 마치고 마침내 설욕을 다짐하면서 이번 대회에 출전을 했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영국 출신의 해리라고 하는 기자가 세랭 부가티를 언급하면서 은근히 부상에 책임이 있다는 식의 뉘앙스를 풍겼다.
“이번 대회에 누가 출전했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다른 선수에 대해 굳이 신경 쓰지 않습니다. 제가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마라톤은 출전선수에 따라 경기의 양상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저와의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최선을 다한 레이스를 펼치면 되기 때문입니다.”
육상은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전략이 달라질 필요가 없는 종목이었다. 그저 최선을 다해 질주하면 되는 종목이었다. 물론 순위싸움을 할 경우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지만 목표로 한 기록을 달성하면 순위는 의미가 없었다.
세렝 부가티의 부상에 대하여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무시를 했다. 다른 선수에게 관심이 없다는 말로 답변을 피했다.
장인걸의 답변에 해리라는 기자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다가 화가 잔뜩 난 표정이 되었다. 세랭 부가티의 부상에 아무런 책임도 없다는 표정이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다른 선수에 대해서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다소 오만해 보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번 대회도 초반부터 선두에 나서겠다는 말씀입니까?”
발언기회도 얻지 않고 잠깐 사이에 재차 질문을 던졌다. 장인걸은 일종의 예의를 어긋난 행동에 지적을 할까 하다가 일단 개의치 않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맞습니다. 그럴 계획입니다. 물론 다른 선수들이 저의 그런 레이스를 용납하지 않고 따라올 수도 있지만 저는 제가 계획한 페이스로 달릴 것입니다. 다른 선수가 저보다 더 빨리 달려간다면 초반부터 선두로 나설 수는 없겠죠. 저는 그것에 개의치 않고 제 계획대로 달릴 것입니다.”
“본인의 레이스 계획이라고 했는데 어떤 계획입니까?”
“초반 5km를 14분에 주파하는 것이 제 계획입니다. 그 후에는 5km에 14분 50초의 속도로 달리고 35km 이후부터 골인할 때까지 대략 21분 이내에 주파할 것입니다. 물론 계획이기에 이렇게 될지 여부는 모레 레이스를 해야 판명이 되겠지만요.”
장인걸의 계획은 2시간 4분 안에 레이스를 마치겠다는 선언이었다. 물론 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은 세우지만 실제 그것을 실행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세상일이라는 것이 계획한다고 해서 계획대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HR화학의 박시운 대표는 AM전자의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윤일중 박사를 만나고 있었다.
“장인걸 회장이 우리 회사에 관심을 보인다고?”
요즘 부쩍 박시운 대표가 만나자고 하니 그 이유를 짐작하지 못한다면 바보였다. 박시운 대표가 인수할 자금이 있는 것은 아니니 그 윗선이 관심을 갖는 것이고 그 위에 있는 것이 장인걸이었다. 내부적으로 장인걸의 호칭은 회장으로 굳어지는 상황이고 외부에서도 그렇게 호칭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관심은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회사가 희토류 관련 전문회사이고 반도체 소재 연구에 주력하는 편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회사의 인수가격이 너무나 높게 책정되어 있다면서 난색을 표하더군요. 우리 연구자들이야 R&D 분야에 대한 투자를 인정하지만 사업하는 사람은 없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까?”
결국 인적자산이나 무형자산은 인정하지 않고 고정자산, 그것도 부동산만 인정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인수하는 입장에서 어쩌면 당연한 것이지. 빚을 잔뜩 안고 인수해야 나중에 다 갚아야 할 것인데 나라도 그럴 수밖에 없지. 3천억 원이 아니라 1천억 원이라면 생각해 본다는 입장이겠군.”
윤일중 소장이 바로 상황을 짐작하고 그렇게 반문했다. 채권단에서 자산을 3천억 원으로 평가했지만 청산가치는 고작 1천억 원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맞습니다. 그 정도 가격이라면 생각해보겠지만 지금의 가격으로는 절대 인수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문제는 문제야. RC전자 반도체 부문과 한동전자 반도체 부문의 빅딜이 벌어지면서 혹시 우리가 같이 포함이 될까 기대했는데 우리는 아예 배제한다고 하네. 정부와 채권단에서 협상 팀에 로비를 했는데도 요지부동이야.”
AM전자도 반도체 부문이 주이기에 얼마 전에 시작된 빅딜에 포함이 될까 기대를 했는데 무참히 그런 기대는 깨어지고 말았다. 두 회사 자체에서 절대로 그런 것은 기대하지 말라고 했다.
“상황이 이러면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청산가치로 인수할 수 없다면 회생이 불가능할 것이니 말입니다.”
끝ⓒ
(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