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227
44. 영역 확장
장인걸은 마라톤이 끝나고 하루 정도 호텔에서 쉰 다음에 암스테르담으로 이동했다. 그런 다음에 하루 동안 네덜란드의 관광에 나섰다. 그곳에는 장인걸을 알아보는 사람이 거의 없기에 방해를 받지 않았다.
굳이 관광을 하는 것은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의 시간이 애매했기에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호텔에 있는 것보다 움직이면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장인걸은 마라톤을 하기에 다른 일정을 잡지 않았고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에 당도하자 육상관계자와 기자들이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세계최고기록을 수립한 것이 이미 알려진 상황이었기에 주목을 받고 있었다.
“세계최고기록으로 우승한 소감을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국민 여러분과 팬 여러분의 성원이 있기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경제위기 속에 힘들게 하루를 살아가는 국민여러분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음에는 어떤 대회에 출전할 것입니까?”
“다음에는 스페인 세비야 세계육상선수권대회입니다. 더운 날씨 속에서 치러지는 대회이기에 힘든 레이스를 벌여야 할 것 같지만 샌프란시스코마라톤대회와 아시안게임을 뛴 경험이 있기에 그리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장거리 트랙 종목에 출전해도 충분히 입상이 가능하다는 의견인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5천m, 1만m, 두 종목에 출전하는 것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트랙에서 달리는 것은 마라톤과 다릅니다. 더운 날씨에 단기간 여러 종목에 출전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번에 발표한 앨범의 인기가 좋은데 앞으로 어떻게 활동할 예정입니까?”
“팬 여러분들 덕분에 이번 정규 3집 앨범도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 같습니다. 이후에는 전국순회콘서트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주 3~4회 정도로 전국을 순회할 계획입니다. 이번에는 대도시 외에 중소도시도 넣도록 하겠습니다.”
“전국 순회 콘서트를 한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아 모두가 궁금해 합니다.”
“우선 제 고향인 양진에서 양진문화회관 개관을 기념하여 25일부터 이틀간 진행됩니다. 나머지 콘서트 계획은 일주일 안에 발표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공연장 확보가 되지 않으면 변경될 수 있습니다. 티켓의 판매는 순차적으로 진행이 될 것입니다.”
“이번에 한국만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앨범을 냈다면서요?”
“미국에서 앨범을 냈습니다. 현재 5만장을 발매했는데 제법 판매가 된다고 하니 6월 말쯤에 미국으로 건너가서 활동을 하면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 봅니다. 미국의 음반시장은 한국과 다르기에 단기적인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길게 보고 접근하려고 합니다.”
장인걸은 중구난방으로 이어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적당히 대답하면서 기자간담회 형식의 기자회견을 한 시간 가량 한 다음에 공항을 벗어날 수가 있었다.
세계최고기록을 세운 상황이니 적당히 언론의 관심을 즐길 필요도 있었다. 현재 미국에서도 장인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종의 이벤트 앨범 효과이지만 판매가 증가했다.
앨범 자켓 한쪽에 보스턴마라톤대회, 샌프란시스코마라톤대회 우승자(champion)라는 문구를 넣어 마라톤 동호인의 관심을 유발시키려고 했고, 그것이 효과를 내고 있었다.
처음에는 혼잡한 상황이 낯설고 당황스러웠지만 이제는 익숙했고 기자들을 상대할 때 여유마저 있었다. 또한 자신이 알리고 싶은 것을 적당히 알리는 홍보의 장으로 이용했다.
장인걸이 유럽에 가 있는 사이에 외환도입 신고가 승인되었고 바하마에서 1억 달러가 입금되었다. 환율이 하락하는 추세이지만 장인걸은 일단 환전을 보류하라고 지시한 상황이라 그대로 달러를 보유하고 있었다.
“대원그룹이 심상치 않습니다. 부실의 규모가 40조에, 분식회계 규모만 20조에 달한다고 하니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대마불사라고 하지만 그것도 옛말입니다.”
장인걸은 그렇게 말하고 외환의 환전을 나중으로 미룬 상황이었다. 환율이 약보합으로 약간 내려가지만 구체적인 상황이 벌어지면 한 달 안에 다시 100원 이상 오를 것 같았다.
회귀 전 대원그룹 사태가 터지자 제 2의 경제위기가 왔다고 난리가 났고 그로 인해 한동안 환율이 폭등했다.
“그리고 성화은행 행장과 안면이 있다고 했죠?”
같이 자리한 안정만 전무에게 질문을 던졌다. 프리웨이에서 관리를 맡고 있고 초기에 프리페이를 담당했던 적이 있기에 금융권에 아는 사람이 많았다.
“저번에 한 번 만난 적이 있습니다.”
“채권단 대표가 성화은행입니다. 그러면 약속을 잡은 다음 민수길 본부장과 같이 방문하여 나와 히어로기획이 AM그룹을 인수할 의향이 있음을 표명하고 인수조건을 한 번 들어봤으면 합니다. 대충 조건을 듣고 현장실사를 하면 8월이 될 것입니다. 9월이나 10월 중에 인수를 마무리 짓는 것으로 생각하고 협의에 임하면 될 것입니다.”
장인걸은 대원그룹 사태가 터진 후, 8월에 인수에 나서는 것이 좋지만 그렇게 되면 AM그룹에 대한 근로안정기금의 지원이 종료되고 말아 이직자가 많아질 것이고 그러면 인수할 회사의 상황이 훨씬 나빠질 것이 자명했다. 그렇기에 그 전에 사전 작업을 해놓고 최종 담판을 짓는 것이 좋았다.
“안정만 전무가 인수팀 팀장을 맡고 민수길 본부장, 유덕환 상무와 임식현 팀장을 인수위원으로 하여 10여 명 정도의 인수팀을 구성하기 바랍니다. 인원이 필요하면 자회사에서 5명 정도 차출하고 필요한 인원을 신규로 채용해도 됩니다. 그리고 인수서류 검토나 현장실사는 외부전문가에게 의뢰해서라도 철저히 하기 바랍니다. 그리고 HR화학이나 폴라텍스트에도 기술적인 자문을 구하면 될 것입니다.”
장인걸의 지시에 민수길이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너무 서두는 것이 아닌지 걱정입니다. 외화가 들어왔지만 증자를 하느라 회사에 자금이 별로 없습니다. 한두 달 있다가 조금 여유자금을 확보한 후에 나서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3일 후에 VIP의 초청으로 청와대 예방을 가야 합니다. 아마 거기서 외화도입과 AM그룹 인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것인데 차라리 공식적으로 의향을 밝히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인수를 하더라도 최소 4개월가량은 필요합니다. 그 시간이면 자금사정이 좋아질 것입니다.”
장인걸은 이번 청와대 방문 시에 일종의 동의를 구하기로 했다. 물론 구체적인 인수조건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지 않겠지만 상징적이나마 통보하고 협조를 구하는 것이 필요했다.
현장실사를 마치고 최종 인수조건을 조율하다보면 몇 번 교착상태에 빠질 것인데 그 때 대원그룹이 무너지면 채권단도 다급해질 것이니 결국 청산가치로 인수할 수 있어 보였다.
“그런데 우리가 감당이 가능할지 걱정입니다. 반도체 분야는 너무 생소한 분야입니다.”
“박시운 대표도 있고 폴라텍스트도 협조해 주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프리웨이의 데이터운용본부에는 반도체나 전자회사에 재직했던 사람도 절반 정도나 됩니다. 나도 반도체에 대해 최근 공부를 시작했고 말입니다.”
장인걸이 공부를 하고 있다는 말에 안정만 전무는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프리웨이를 사실상 설계하고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장인걸이었다. 혼자 공부하고 아이디어를 내서 만든 것이니 반도체라고 그렇게 못할 것은 없었다.
장인걸은 민지훈과 마태욱을 만났다. 청룡도장 실전관에서 모처럼 푸닥거리를 한 상황이라 같이 맥주를 마시기로 했다. 그간 있었던 일에 대해 논의할 것도 있었다.
“박광천 회장은 어떻게 지내고 있습니까?”
장인걸에게 100억 원을 억지로 빌려준 상황이었다. 결과만 보면 강탈했다고 할 수도 있었다. 혹시라도 그 일에 대해 불만이 있을지 몰라 동태를 물었다.
“특별한 움직임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점박이 이창섭과 꿍짝이 맞아 허튼 짓을 할지 몰라 살피고 있는데 그런 기미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뒤통수를 칠 수 있으니 항상 주시는 하고 있습니다.”
민지훈도 내부에 있는 박광천이 배반하면 타격이 크기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또한 주먹들의 실력을 높이기 위해 단련을 계속하고 있었다.
“전에 내가 살객의 복귀가능성을 말했는데 한 달 정도 시간이 흐르면 은퇴하기 전의 상태로 회복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명륜당의 내분을 수습하기 위해서 살객을 복귀시키기로 마검과 합의한 내용을 이야기했다.
“살객의 흔적을 지우려고 설치던 몇몇, 청량리의 막사발이나 약수동의 청설모의 입장이 곤란하겠군요. 또한 우리와 협조했던 박광천 회장의 입장도 곤란할 것 같습니다.”
“박광천 회장이야 곤란할 것은 없을 것입니다. 살객이 나를 아는 상황인데 내색은 못할 것입니다. 둘이 만나 술잔을 기울이면서 한숨은 내쉬겠지만.”
장인걸은 전날 살객의 상태를 살핀 후에 나눈 이야기에 대하여 언급했다. 미진한 부분을 치료한 후에 간단히 앞으로 할 일에 대하여 논의를 했었다.
“먼저 명륜당의 혼란을 잠재우기로 했습니다. 물론 필요하다면 마검도 협조하기로 했습니다. 둘이 같이 나선다면 조직들의 반발은 크게 없을 것이라 봅니다. 살객에 불만을 가졌지만 표출하지 않았던 자들이 드러난 상황이니 이번 기회에 내부정비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꾀병을 부린 것이나 마찬가지 상황이군요. 옛날 왕들이 죽을병이 났다고 한 후에 허튼 수작을 부리는 자를 처단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군요.”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지겠군요. 욕심을 부렸다가 표적이 된 자는 난감하겠지만요.”
민지훈이나 마태욱이나 그리 걱정을 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살객을 치료하기로 결정한 이후에 두 사람에게도 약간의 개정대법을 전개하여 실력을 높여 주었다. 그 결과 전에 비해 두 단계 정도는 강해졌다고 할 수 있었다.
만일에 살객과 싸우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이기지는 못해도 한동안 버틸 수는 있고 둘이 나선다면 오히려 압도할 수 있었다.
“살객도 함부로 행동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신 내부 정비가 끝난 후에는 사채업자들이 날뛰도록 놔두지 않을 것입니다. 사채를 근절하지는 못하겠지만 폭력을 사용하여 재산을 강탈하는 행위는 응징해 나갈 것입니다.”
사채업자들의 가장 큰 무기가 폭력이었다. 물론 공권력을 이용하여 강제집행을 하지만 그런 행위는 법적인 다툼으로 번지면 그들이 행한 불법으로 인해 쉽지 않았다. 그럴 경우 폭력을 수반하여 불법을 고발하지 못하도록 협박을 일삼았다. 그런 폭력을 막으면 사채업자들은 무력화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사채업자들의 폭력을 막는 것이 보통 조직들이 운영하는 경비용역업체였다. 그들과 한통속이 되어 움직이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무리한 행위를 할 경우 응징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 명륜당이 분열하고 조직들 사이에 힘겨루기가 진행되면서 사채업자들의 폭력행위를 저지할 여력이 없어지면서 무도한 행위가 도를 넘어가고 있었다.
“사채 놓는 녀석들이야 구역의 주인이 제 자리를 잡으면 눈치를 봐야 하고 적당히 상납도 했죠. 그런데 요즘은 오히려 그것들이 돈 좀 있다고 하청업자 부리듯이 건방을 떨고 있습니다.”
민지훈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사채업자들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사채업자들이 가진 한계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바로 관할구역 문제였다. 사채업은 영업하는 영역이 엄청 넓었다. 그렇기에 폭력을 사용할 경우 그 지역을 관할하는 자들의 양해를 받아야 하는데 그것이 일종의 상납으로 이어졌다.
주변의 여러 조직에 적당히 상납을 하면서 해당 지역에서 채무자를 요리해 나갔는데 지금은 그런 양해를 받지 않고 마음대로 폭력을 행사했다.
“일단 명륜당이 정리되면 안광현 회장님도 구역 정리에 나설 것이고 다른 구역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이번에 몇 놈은 사업을 접어야 할 것입니다.”
다른 조직과 분쟁의 소지가 있어 참고 있었지만 분쟁의 소지가 없어진다면 구역을 정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숫자만 모아놓았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었다. 폭력을 쓰는 것도 요령이 필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바로 경찰에게 쫓기게 되었다.
“그리고 천명그룹의 이만손은 일본으로 쫓겨났고 한정만 전무는 제주지사로 발령이 났습니다.”
마태욱이 재미난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들이 장인걸과 대립하면서 언론에 공작을 펼친 것을 알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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