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228
“어쨌든 성공했건 실패했건 그들의 투자로 인해 IT산업의 저변이 확실하게 넓어졌습니다. 절반 가까이 광고나 홍보비로 쓰였지만 나머지는 연구 개발비로 투자가 되면서 산업기반도 넓어지고 인재가 제법 육성되었습니다.”
장인걸은 천명그룹의 투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그들이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에 아쉬운 기색을 보였다.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 더 IT분야에 있으면서 투자를 하도록 했어야 하는데 아쉽군요.”
마태욱도 장인걸의 의도를 알고 그렇게 맞장구를 쳤다. 더 버티고 있었다면 몇 백억은 더 투자가 되었을 것이고 손실도 커질 것이니 지금 정리한 것이 조금 아쉬운 면도 있었다.
“천명그룹이 철수를 했지만 그들이 앙심을 품었으니 걱정입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계속 들쑤시면서 프리웨이에 대한 규제를 해야 한다고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일단 미래전략실의 동태를 살피고 있습니다. 투자에 실패했지만 여전히 IT산업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포털인 ‘이웃집’만은 천명투자증권에서 관리하면서 계속 투자할 것 같습니다.”
프리웨이에 대항하기 위해 포털은 포기하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회귀 전에 들은 바에 의하면 e-천명을 포기한 후 반년 후쯤에 결국은 ‘이웃집’을 포기했고 그런 후에야 직원들의 창의성이 발휘되면서 성장하기 시작했다.
‘IT산업에서 대기업의 관료주의가 통하지 않는 것을 e-천명이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그 후에 대기업에서 IT 쪽에 투자하지 않았지. 그나마 유통이나 전자나 통신만 그나마 계속 투자를 했는데 기존의 대기업이 생존하기 위해 불기피한 면이 있었다.’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것이야 가능하지만 포털은 대기업이 관리해서는 성공하기 힘들 것입니다. 천명에서 손을 떼야 ‘이웃집’이 살아날 것입니다. 거기 마이너스 손이 생긴 것도 바로 그 차이를 모르고 손을 댔기 때문입니다.”
장인걸은 이만손이 마이너스 손이 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적합한 분야가 아닌 곳에 욕심을 부렸기 때문이라 판단했다. IT투자로 뭔가 혁신적인 것을 추구하려고 했지만 그것은 천명의 풍토와 맞지 않았다. 천명의 정돈되고 절제된 분위기는 창의력을 극대화하는 IT산업과 맞지 않았다.
장인걸은 청와대에 조금 일찍 당도하여 박민수 실장을 먼저 만났다. 대통령의 일정이 끝나지 않아 기다리는 동안 같이 이야기를 했다.
“이번에 세계최고기록을 세웠다는 소식을 듣고 대통령님이 아주 기뻐했습니다. 그간 만나지 못했는데 이번에 만나서 국정에 참고할 이야기도 듣겠다고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다 여러 사람들이 성원해 주신 덕분에 가능한 일입니다.”
공적인 자리라서 그런지 상당히 정제된 언어로 대화를 시작했다. 지켜보는 사람이 꽤나 많기에 속에 있는 이야기를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가수로서 인기 절정이고 마라토너로서도 세계 최고가 되었는데 사업으로도 IT산업의 선두를 달리는 것을 보면 천재가 아닐 수가 없습니다. 심지어 미국에서까지 기술제휴를 원한다면서요.”
“큰 것은 아니고 그저 포털의 검색기술이나 광고기법에 대하여 제휴를 했고 동영상과 음원 관련하여 기술을 몇 군데서 원하여 협상을 진행 중입니다.”
구글에 투자를 하면서 포털 분야는 기술제휴를 했지만 다른 분야는 진척이 없었는데 프리튜브의 동영상이나 프리뮤직의 MP3 음원에 대한 표준화 논의가 진행되면서 관련 시스템의 도입을 원하는 곳이 많아졌다. 제대로 된 음원 서비스를 하는 곳이 프리뮤직이 유일한 상황이니 당연할 수도 있었다.
“제대로 보급이 되면 특허로만 수억 달러를 벌 수도 있다면서요? 어려운 경제에 활력을 줄 수 있는 좋은 소식입니다.”
“아직 시작하거나 논의 단계이니 섣불리 김칫국을 마실 수는 없는 일입니다. 제대로 적용이 되어 성공을 해야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그보다 얼마 전에 저작권을 비롯한 지적재산권을 강화하는 법 개정이 이루어진 것을 봤습니다. 아직도 미흡한 것 같지만 일단 진일보한 것이니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아직도 남의 것을 그냥 가져다 쓰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끈질기게 저항하는 세력이 많지만 미래의 첨단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것을 강력하게 주장하여 관철을 시켰습니다. 후속작업도 차질 없이 진행하여 IT산업에 보탬이 되도록 할 것입니다.”
“그렇게 된 덕분에 IT 산업의 근간이 지켜지게 된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보다 얼마 전에 외화를 들여왔다는데 용도가 어떻게 됩니까? 외환 문제가 워낙 민감하여 일정 규모 이상 외환의 출입에 관해서는 대통령님이 직접 모니터링을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본다는 말은 비서실장인 박민수가 먼저 체크를 한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였다.
“가격이 맞으면 사업체를 하나 인수할까 해서 일단 자금을 융통했습니다. 아는 사람이 자금을 빌려준다고 해서요.”
“AM그룹을 인수할 것이라는 말도 있던데 생각이 있습니까?”
“일단 반도체는 미래에도 없어서는 안 될 산업이고 제가 운영하는 회사 하나가 반도체 소재에 대한 연구를 하던 참이라서 검토를 했고 가격이 적당하다면 인수해도 사업성이 있어 보여 인수의향을 밝혔습니다. 물론 단가를 협의하고 서로 의견접근이 이루어지면 현장실사를 거쳐 인수를 할까 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어려움에 처한 기업이 주인을 찾아 정상화가 되기를 바라지만 쉽지가 않습니다. 어렵게 하나 처리하면 둘이 넘어가는 상황이니 걱정이 태산입니다. 다 국민의 혈세를 투입해야 하는 일인데 실제 효과를 낼지 그것도 의문이고.”
박민수는 장인걸이 인수를 하려고 한다면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겠다고 말을 했다. 공개적으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은 특혜를 준다는 의미가 아니라 협상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정도의 합법적인 지원을 의미했다.
특혜나 불법적인 지원은 없지만 권력에 의한 피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박민수 비서실장과 적절하게 친분을 유지하기로 했다. 천명그룹이 노리는 상황에서 방패막이가 필요했다.
장인걸은 시간이 되자 박민수 비서실장의 안내를 받아 접빈실로 이동했다.
“오랜만에 보는군요. 여기는 처음이죠?”
대기실을 나서서 대통령을 만나자 먼저 인사를 해왔고 앞장을 서서 안내를 했다. 청와대에 몇 번 방문했지만 처음 와보는 장소였다.
“네, 처음 오는 것 같습니다.”
“방문하는 사람과 편안하게 이야기 했으면 해서 아담한 방에 가깝게 자리를 배치했고 공식적인 의전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여기서 주로 사람을 만나고 있습니다.”
자리로 안내하면서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 전에는 상당히 큰 회의실에서 여러 사람과 만났지만 이번에는 서너 명의 배석자만 참여를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전보다 위화감이 훨씬 줄어든 것 같았다. 배석자는 대통령의 옆에서 조용히 앉아 있었다.
“조금 시간이 지체되었는데 몇 나라의 신임 대사의 신임장을 제청받는 행사를 하는데 중간에 끊을 수가 없어서.”
대략 10여 분 정도 면담시간이 늦춰졌는데 공식행사의 시간을 여유롭게 잡아도 지체가 된다고 변명 겸 사과를 했다.
“축전을 보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 내 얼굴 내려고 하는 일입니다. 그런 것을 많이 보낼 수 있으면 나도 좋은 일입니다. 방금 전에도 다른 나라 대사들이 자네 이야기를 많이 했고 그것 때문에 나한테 축하도 하고요.”
그러면서 국가 정상들 사이에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런 이야기를 자주 한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런 거리가 많으면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장인걸 선수를 보자고 한 것은 축하도 해주고 겸사겸사 몇 가지 논의할 것이 있어서입니다.”
장인걸은 단순히 축하를 위해서 보자고 한 것이 아님을 알기에 그리 놀라지 않았다.
“이번 성과가 커서 한편에서는 훈장이라도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 논의가 있었지만 아직은 미흡하다는 의견도 있어 다음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습니다. 세계최고기록을 수립하여 국위선양을 한 것은 높게 평가하지만 조금 기다렸다 모두가 다 수긍할 때 주는 것이 받는 사람도 기분이 좋을 것 같습니다.”
언론에서 훈장 이야기가 나오지만 장인걸도 아직 기대를 하지 않았다. 최소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야 가능할 것 같았다.
“아직 이룬 것이 별로 없으니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최소 올림픽은 제패해야 자격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정도가 되면 충분할 것이고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세계최고기록도 한두 번 더 세울 것이니.”
그런 이야기를 하고 나자 바로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다. 뭔가 심각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 같았다.
“IT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많은 벤처 기업들이 창업을 하고 성공을 해야 하는데 너무나 한 업체가 독주를 하여 창업하고 투자할 의욕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장인걸은 이미 예상한 일이었다. 자신이 만든 사이트가 너무나 앞선 시스템으로 해당 분야에서 선두로 나선 것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물론 장인걸 사장이 잘못한 것이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독점이 발생했고 뭔가 시정 조치를 취할 필요는 있습니다. 설사 개선이 아닌 개악이 될지라도 뭔가 해야 하는 것이 정치입니다. 무시하면 일이 터집니다.”
다수가 불만을 가지고 불평을 해댄다면 설사 문제가 없더라도 손을 써야 했다. 그것이 정치였다. 거기서 양보를 거부하면 더 큰 분쟁으로 이어졌다.
“그렇다고 일부 기업에서 요구하는 방식으로 뭔가 규제를 하는 것은 정부가 위법을 저지르는 것이고 옳지 못한 행위는 나중에 정권이 바뀌면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런 방식이 아닌 적당한 타협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요건이 되지 않지만 특례를 이용한 상장이 어떨까 합니다.”
대통령도 IMF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IT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지만 갑자기 나타난 프리웨이와 자회사들 때문에 투자가 지지부진하자 대책을 고심하고 있었다.
규제를 통한 프리웨이의 성장 억제와 다른 업체의 성장을 도모하는 방식은 도저히 따를 수가 없었다. 그것은 결국 큰 부작용을 낼 것이 분명했다. 대신 상장을 통한 성공케이스를 보여 벤처 기업의 창업을 유인하고 투자를 유도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상장 말입니까?”
“여러 조건이 있지만 코스닥의 경우에는 상장이 가능할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인터넷 사업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기업에 투자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어 불만이 가라앉을 것이라 봅니다.”
“경영권을 지킬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상장을 한다면 받아들이겠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상장을 원한다면 경영권을 상실할 수가 있고 그렇게 되는 순간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이 어려워질 수가 있습니다.”
50% 이상의 주식이 풀리고 대기업이 어느 한 회사를 노리고 집중적으로 매집을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경영권을 상실할 수도 있었다. 장인걸이나 프리웨이는 자본으로 대기업을 이길 능력은 없었다.
“그런 세부적인 것은 실무 차원에서 논하면 될 것입니다. 어쨌든 기업공개를 통해 결실을 공유한다면 압력이 줄어들 것이라 봅니다. 이대로 민원이 폭주하면 애꿎은 공무원만 곤란해질 것 같습니다.”
대통령으로서는 재벌들의 요구를 들어주기는 싫지만 그렇다고 아예 무시를 하는 것도 문제라서 타협책을 제시했다. 상장을 강요하는 것이지만 일종의 특혜를 제공하는 것이기도 했다.
“알겠습니다. 프리웨이와 자회사에 대한 상장을 검토해 보겠습니다. 큰 문제가 없다면 상장을 신청하도록 하겠습니다.”
공정거래법이나 다른 법규로 귀찮게 할 수도 있지만 이런 타협을 제시한 것이 나름대로 고마웠다. 권위주의 시대였다면 어떤 구실을 붙여서라도 빼앗아 갔을 것인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그만큼 민주화가 진행되었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AM그룹의 인수에 관심이 있다고 하던데 진심입니까? 외화도 1억 달러나 도입했다고 들었습니다.”
대통령의 중요관심사가 부실기업정리와 외환확보이니 두 가지가 모두 해당이 되는 일이었다.
“한국에서 사업을 좀 더 확장할까 고민을 하던 상황에 좋은 조건으로 외화를 대여해준다는 사람이 있어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AM그룹은 제가 운영하는 HR화학이나 투자한 폴라텍스트라는 네트워크 장비회사와 연관이 있어 인수를 검토 중입니다. 인수하여 회생할 가망이 있다면 인수할 의향이 있지만 불가능하다면 다른 사업을 검토할 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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