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23
‘약초의 이름은 사전을 찾아도 잘 모르겠으니 답답하군. 식물도감이라도 구해야 하나? 인터넷이 발달하면 검색이라도 할 텐데. 더구나 이름이 제각각이라 같은 약초라도 책마다 다르니. 이런 것은 나중에 알아 봐야지.’보통 초두(?)나 나무목(木)이 부수인 한자는 식물을 가리켰는데 그런 글자가 엄청나게 많았다.
‘더구나 색이나 형상을 표현하는 글자와 결합한 경우에 완전히 다른 식물이 되니 적당히 때려 맞추는 것도 쉽지 않고.’결국 워낙 찾는 경우가 많아지니 아예 그런 한자를 다 외우기로 작정하고 달달 외우고 시작하니 조금 나아지기도 했다. 같은 부수에도 동음이의어가 엄청나게 많았다.
의술과 관련된 책을 읽는 이유는 경락과 혈도에 대해 알기 위해서였다. 금강나한공에서도 경락과 혈도를 언급했지만 구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주해에 언급이 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그 부분에 대해서 기초적인 지식을 가지지 않은 사람은 제대로 파악이 쉽지 않았다. 더구나 경락과 혈도는 이름도 제각각이고 심지어는 위치마저 다르기도 했다.
‘더구나 현대 한의학에서 언급된 명칭이나 설명이 순수하게 의술에 치우쳐져 있다. 그렇기에 기에 관련된 내용은 사실상 누락이 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무공에서 언급한 경락이나 혈도는 의술에서 언급한 경락이나 혈도와 달랐다. 기의 흐름 자체가 무인과 일반인은 달랐다. 사실 무인이 사용하는 경락과 혈도는 일반인에게는 없는 것을 새롭게 개발하여 사용한다고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무공을 익혀 내공을 돌리는 소주천이나 대주천을 하기 위해서는 혈맥을 타통한다고 하는데 경락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기를 돌리기 위해 좁은 경락을 넓히고 막힌 경락을 새롭게 열어야 했다.
‘하지만 표준화가 되기 전의 의서에는 무인이 사용하는 경락과 혈도가 언급이 되어 있다. 그 내용도 기에 대한 언급이 되어 있고. 그런 내용을 살피는 것으로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사실 큰 서점에 가서 한의대에서 사용하는 교재를 구해오기까지 했지만 막상 금강나한공을 해석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왕전 노인의 스승인 월명이라는 분이 쓴 속명술이라는 응급처치법이 가장 적당한 참고서일 수도 있다.’속명술은 금강나한공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지만 은연중에 기의 존재를 깨우친 월명이라는 승려가 응급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을 적었는데 그것이 바로 금강나한공으로 쌓은 기를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그로 인해 일반적인 경락과 혈도가 아닌 금강나한공을 익힐 경우에 사용이 가능한 것들을 이용하고 있었다. 금강나한공을 익힌 자신의 몸을 기준으로 적어놓은 것이라 일반인과 기를 익힌 사람이 다르다는 것을 간과하는 실수를 했지만 그것이 오히려 도움이 되고 있었다.
책을 읽다가 시계를 보고 세 시가 넘은 것을 보고 화장실로 가서 외출할 준비를 했다. 큰집에 모여 같이 가기로 했는데 직접 가는 것의 비해 훨씬 시간을 많이 소요하게 되었다.
이미 그렇게 하기로 한 것이니 큰집에 늦지 않게 당도해야 했고 빠르게 준비를 하여 밖으로 나가 택시를 타고 갔다.
약속한 대로 네 시 이전에 큰집에 도착했다. 장인걸도 옷차림에 신경을 썼지만 큰집 식구들도 역시 제대로 옷을 차려입고 있었다. 더구나 중학교 3학년이 된 은지는 연하게 화장까지 한 상황이었다.
차로 15분 정도를 달려 한남동에 당도했고 장유현의 자택을 찾아갔다. 대문 앞에는 차가 여러 대 서있었다. 집안 주차장에 차를 세울 곳이 없어 외부에 세워야 한다고 했다. 안내하는 사람의 지시에 따라서 차를 세우고 내려서 대문으로 갔다.
확인을 하고 안으로 들어가자 넓은 마당이 펼쳐져 있었고 그 뒤로 2층으로 된 커다란 저택이 있었다. 전망도 좋아 눈앞에 한강이 내려다보이고 있었다.
“이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1층의 절반이 넓은 리셉션 룸으로 꾸며져 있었다. 거기에 탁자와 의자가 놓여있고 한쪽에 뷔페 음식이 있었다. 아울러 돌잔치를 위한 장식도 꾸며져 있었다.
장유현과 부인이 한복을 입고 입구에서 아이를 데리고 같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축하합니다. 애가 세원이구나. 집이 아주 멋진 것 같습니다.”
“재작년에 결혼을 앞두고 구입한 것입니다. 외국인들이 주로 살던 곳이라 구조가 일반 주택과 조금 다른 편입니다.”
인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가자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전부라 달리 인사를 하지 않았지만 텔레비전에서 봤던 사람도 몇 보였다. 반면에 큰아버지는 아는 얼굴이 있는지 그들 사이로 가서 인사를 했다.
유명인이 있다고 해도 사적인 자리라서 그런지 사인을 해달라고 몰리지는 않고 있었다. 그저 멀리서 바라보며 수군대는 것이 고작이었다.
“손님이 다 올 때까지 간단한 노래자랑을 할 것인데 노래 부르실 것이라면 여기에 신청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밴드가 준비를 해야 해서요. 참가하면 선물도 있어요.”
행사 진행요원이 신청용지를 내밀면서 신청을 독려했다. 아직 누구도 노래를 부르지 않고 있었다. 전면에 간단한 하우스밴드가 자리하여 경쾌한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노래방 기계도 있지만 밴드가 주가 되어 있었다.
“노래 할 거예요?”
노래 신청용지를 받은 장인걸이 큰어머니에게 물었다.
“무슨 노래? 창피나 당하지.”
“민기는? 네가 하나 해.”
“되었어. 우리 식구는 다들 음치라 내가 노래 부르면 다들 뛰쳐나갈 것이다. 은지도 마찬가지이니 네가 우리집안을 대표해서 한 곡 뽑아.”
장인걸은 큰집 식구 누구도 노래를 부르지 않으려고 하자 결국 자기가 나서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자리가 자신의 노래 실력을 보일 기회이기도 했다.
“신청곡은 그냥 노래 제목을 적어야 하나요? 노래를 찾도록 책이 있어야 하지 않나요?”
“저분들 유명한 밴드에요. 그러니 어지간한 곡은 그냥 제목만 적으면 될 거예요. 알아서 노래를 찾아줄 거예요.”
“그러면 톰 존스의 Green green grass of home으로 신청해 주세요.”
장인걸은 그런 건전한 가사의 팝송이 좋을 것 같아서 신청을 했다. 생일축하를 한다고 해서 그런 노래를 부르자니 다른 사람도 많이 부를 것 같았다.
“다른 곡도 하나 더 골라주세요. 이게 안 되면 다른 곡을 선정해야 하니까요.”
“그러면 이게 좋겠네요. When I dream, 캐롤 키즈의.”
가급적이면 노랫말이 이상한 것보다 건전하면서도 밝은 노래를 고르려고 했다. 돌잔치이니 이별이나 아픈 사연, 슬픔이 담긴 노래는 지양하려고 했다.
희망이나 미래에 대한 의지 같은 내용으로 노래를 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물론 트로트 계열도 좋을 것이지만 젊은 사람이 그런 노래를 부르는 것은 아직 어울리지 않았다.
도착한지 30여 분 정도 지나자 사회자가 나섰다. 개그맨 중에서 제법 인기를 얻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동안 일찍 도착한 사람들은 뷔페음식으로 식사를 하고 끼리끼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식사를 하시는 분들은 마저 식사를 하시고 다 먹어 배가 부른 분들만 여기를 주목해 주시기 바랍니다. 내가 누군지 아시죠? 모른다고요? 거 텔레비전이라도 좀 보고 살아요. 이 김유찬을 모르면 그거 이북에서 넘어온 사람이란 소리를 듣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바람잡이로 지명을 받아 올라온 개그맨 김유찬입니다.”
김유찬은 특유의 개그를 하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모았다.
“돌잔치를 하기 전에 일단 여흥을 돋기 위해 작은 노래자랑을 마련했습니다. 전국노래자랑만큼은 아니지만 전국 각지에서 모인 사람이 노래자랑을 하게 되었으니 전국노래자랑이나 마찬가지죠. 본인이 노래를 잘한다고 생각하시는 분, 여섯 명이 출사표를 던졌고 이런 소식을 알지 못해 신청하시지 못한 분 네 분을 추가로 기다립니다. 숫자가 다 차면 아무리 노래 실력이 좋아도 기회는 주어지지 않습니다. 자, 여기 10개의 참가상품이 있습니다. 노래만 부르면 무조건 참가 상품이 주어집니다. 이거 물 건너온 것이라는데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 앞에 상품 세 개가 더 있는데 뭐냐? 쪽지시험도 등수를 매기는데 당연히 등수를 매겨야죠. 가장 큰 것이, 1등 상품인 줄로 아셨죠? 요새 싼 게 비지떡이라잖아요. 이게 3등 상품, 물 건너온 일제 카세트라디오입니다. 그러면 이건? 오, 꽤나 무겁습니다. 뭐냐고요? 양주세트라고 합니다. 오, 듣기에 물 건너 와서 제법 비싸다고 합니다. 시중에서는 구하기도 쉽지 않다고 하네요. 오, 이건 더 작습니다. 아주 가볍습니다. 1등 상품인데 2등이나 3등 상품보다 부실한 것 아닌지 의심하시는 분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뭐냐? 남녀 시계세트라고 합니다. 그것도 스위스에서 역시 물 건너온 것이랍니다. 앞의 두 가지를 다 합쳐도 훨씬 더 비싼 것입니다.”
그렇게 상품을 소개하고 신청한 사람을 불러 노래를 시켰다. 물론 중간에 나온 사람을 가지고 놀리는 개그를 하기도 했다.
또한 일반인을 상대로 간단한 퀴즈 같은 것을 해서 선물을 나눠주기도 했다. 이런 것을 통해서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 자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일반인이라면 꽤나 잘 부르는 수준이지만 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면 그리 잘 부르는 정도는 아니었다.
장인걸도 네 번째에 호명이 되어서 나갔고 첫 번째 신청곡인 톰 존스의 노래를 부를 수가 있었다. 장인걸은 톰 존스 특유의 울리는 목소리와 유사한 발성을 사용하여 노래를 불렀다.
“잠시만요. 이름이 어떻게 됩니까? 이거 애들 잔치에 가수가 나오면 어떻게 합니까? 반칙 아니에요?”
김유찬도 장인걸의 노래 실력이 좋다는 것을 아는지 그렇게 반문을 했다. 전에도 노래는 꽤나 했지만 회귀를 한 이후에는 성대 자체가 달라졌는지 훨씬 실력이 좋아졌다. 더구나 그동안 동아리에서 연습을 했으니 실력이 부쩍 늘었다.
“안녕하세요, 장인걸이라고 합니다. 저 일반인입니다.”
“진짜요? 그러면 돌이 된 아이와 무슨 사이입니까?”
“세원이 집안 오빠가 됩니다.”
“이거 장유현 선배님도 그렇고 조카분도 그렇고 장씨 집안은 모두 미남들만 있는 것 같습니다. 몸도 모델 뺨치게 좋습니다.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습니다. 일단 집안사람이라고 하니 일반인이라고 믿어드리지요. 이거 장씨 집안에서 배우에 이어 유명한 가수마저 탄생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말을 마친 김유찬은 참가상품을 건넸고 큰집 식구들이 있는 원래의 테이블로 돌아갔다.
“오빠, 노래 정말 잘 부르더라. 진짜 가수인 줄 알겠어. 나는 노래 잘 부르는 사람이 정말로 부럽더라.”
은지가 제일 먼저 호들갑을 떨었다.
“이거 절대로 너랑은 노래방에 같이 가면 안 되겠다. 바로 비교가 될 것 아니야.”
“나를 닮아서 인걸이도 제법 노래를 제법 하는데.”
큰아버지의 말에 큰어머니가 눈을 흘기기도 했다. 집안행사에서 보면 큰아버지는 제법 노래를 하는 편이었다. 또한 아버지나 동생인 인숙이도 보면 노래실력이 꽤 좋았다.
반면에 큰집의 민기나 은지는 노래하는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또한 집안 행사가 몇 번 있었지만 큰어머니가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아마도 사촌들도 큰어머니를 닮아서 노래를 잘 못하는 것 같았다.
“자, 오늘의 심사위원을 모십니다. 가수 한정수님입니다. 달리 설명할 것 없는 최고의 인기가수입니다. 애 아버지인 장유현님의 친한 친구라고 합니다.”
다섯 번째 노래가 끝나자 하객으로 참여한 유명 가수인 한정수를 앞으로 나오게 했다. 아마도 친구로서 축가를 불러 주려는 것 같았다.
“유현이가 나보다 5년이나 늦게 결혼을 했는데 그나마 결혼하자마자 애를 낳아 고장이 나지 않았다고 안심을 했습니다.”
그러자 장내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폭소를 터트렸고 어린 애들은 무슨 말인지 몰라 주변을 둘러보았다. 은지도 무슨 말인지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나중에야 그 의미를 눈치를 했는지 입을 가리고 웃었다.
“돌이 된 우리 세원이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바라면서 축하의 노래를 하나 부르겠습니다.”
한정수가 자신의 대표곡을 불렀고 엉겁결에 심사위원을 맡게 되었다면서 우승 후보 3팀을 추천하는 것만 하겠다면서 순위는 관객의 호응도로 결정하기로 했다. 아마도 자신이 정할 경우 부당하다고 말이 나올 수도 있기에 결정을 피하려는 것 같았다.
대략 한 시간 정도의 노래자랑이 끝나자 여섯시 반 정도가 되었다. 한정수가 세 사람을 지명했고 장인걸도 그 중에 한 사람이 되어 앞으로 나가게 되었다.
김유찬은 박수로 결정을 한다고 했고 한 사람씩 지명하여 박수와 환호로 성원을 하도록 했다. 장인걸은 두 번째로 지명이 되었는데 처음 사람보다 박수소리가 컸고 세 번째 사람에 대한 성원도 장인걸보다 작았다.
“처음 나오신 우리 어머니, 처음이라 조금 불리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시 순서를 바꿔서 성원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김유찬이 다시 한 번 성원의 박수를 유도했다. 반대 순서로 박수를 치게 하였다. 그렇게 하였지만 김유찬이 원하는 모양이 나오지 않았다. 나이가 많은 처음의 아주머니나 아저씨에게 1등 상품을 주려고 하는데 반응이 마음처럼 되지 않아 곤혹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하여간 모양새를 엄청나게 따지는군. 나를 3등으로 만들어야 보기가 좋은데 그게 마음대로 안 되는 것 같군.’사회생활을 해보았기에 그런 속내를 모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다시 성원을 보내게 해도 결과는 비슷하니 난감한 것 같았다.
결국은 아주머니가 카세트를, 40대 아저씨가 양주세트를 받았고 장인걸이 바로 시계세트를 받는 것으로 시상식이 마무리 되었다.
“노래 아주 잘 하던데. 저기 정수한테 말할 것이니 언제 시간 내서 회사에 같이 가보자.”
시계세트를 주다가 장유현이 슬쩍 지나가는 말로 그렇게 말을 했다. 장유현도 장인걸이 노래를 할 때 유심히 살피더니 그의 실력을 인정하는 것 같았다.
여흥이 끝나자 부모의 인사가 이어졌고 돌잔치의 백미인 돌잡이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아울러 부모가 재차 아이를 안고 장내를 돌면서 인사를 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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