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230
장인걸이 말을 하다가 자리에 있는 임원들을 봤다. 대부분 프리웨이에 경력직으로 입사한 후에 단기간에 자회사의 대표나 중역이 된 상황이었다. 그들도 그런 이야기를 자주 듣고 있기에 놀라거나 아니라고 반박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배경에 악의적인 의도가 있지만 상당부분 공감이 가는 이야기입니다. 프리스토리, 프리게임, 프리마켓, 프리뮤직, 프리튜브 등은 오픈 마켓으로 그 분야의 선도적인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은 상황입니다. 물론 프리웨이나 프리페이도 일종의 플랫폼이자 오픈마켓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장인걸은 칭찬이자 비난을 가감 없이 그대로 소개했다. 이미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다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그런 이야기가 나오면 무시를 하면서도 걱정이 되기도 했다.
“현재 우리 프리웨이가 독주하지 못하는 곳은 각각의 콘텐츠 분야입니다. 거기는 개별적인 아이템을 생산하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운영하는 오픈마켓에 입주한 곳들입니다. 그 부분은 우리가 독주할 수 없는 분야이니 당연할 것입니다. 그래서 IT벤처는 홈페이지를 유치하는 웹호스팅, 개별 온라인 쇼핑몰, 게임개발, 소프트웨어 개발, 인터넷 주변 장비 개발 등에 치우친 상황입니다.”
장인걸의 진단이 정확했다. 현재 IT산업의 구조에서는 개별 콘텐츠의 생산 외에는 창업을 해도 프리웨이나 자회사와 경쟁해서 이길 수가 없었다.
“프리웨이와 자회사의 독주에 대한 사회적인 압력이 가중되는 상황이라 정부도 난감한 상황이고 우리도 뭔가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대책의 일환으로 조기 상장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올 연말 안에 작년에 분사한 자회사를 코스닥에 상장할 예정입니다. 프리웨이도 상장을 할 수 있다면 할 예정입니다. 다른 자회사도 준비가 끝나는 대로 상장을 해나갈 것입니다. 물론 상장 심사에 떨어진다면 불가능할 것이지만 일단 신청을 할 예정입니다. 그렇게 알고 준비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구주 60%, 신주, 공모주 40%의 비율로 상장할 준비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법인을 만든 지 고작 1년 반 밖에 되지 않은 상황인데 가능합니까? 자회사는 1년도 되지 않았고요?”
안정만 전무가 가장 먼저 그 문제를 제기했다. 코스피가 아닌 코스닥의 일반 상장요건에도 턱없이 모자랐다.
“그거야 심사기관에서 결정할 문제입니다. 우리가 조기 상장 요건을 충족한다면 승인이 날 것이고 아니라면 탈락할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걱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준비하는 비용이 문제지만 이번 기회에 내부 정비를 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상장을 하려면 준비하는 과정이 복잡했고 많은 비용이 들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조직이 정비되고 약점이나 불합리한 부분이 개선될 것이니 할 만한 일이었다.
더구나 조기 상장이라는 조치가 정치적인 결정이니 내부적인 하자만 없다면 승인이 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런 사실은 굳이 언급할 이유는 없었다.
장인걸은 반도체 관련하여 자료를 모으도록 했고 국내 자료만이 아니라 변리사인 칼 막스턴과 이석현 박사에게 일러 미국의 자료까지 최대한 많이 확보하여 보내도록 했다.
특히 반도체 시황이 아닌 연구 자료나 기술 자료를 확보하도록 부탁했다. 자료가 아무리 많아도 그것을 읽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도움이 되었다. 때늦은 공부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장인걸은 주로 이동 중에 자료를 읽어 나갔다. 전보다 더 집중력이 향상되었는지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바쁜 와중에도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여 공부를 해나갔다.
‘반도체 공정부터 종류, 소재산업까지 대충 파악을 했군.’ 장인걸은 자리에 앉아서 이후에 전개되는 반도체 산업의 부침을 기억하려고 했다. 그러면서 AM그룹을 인수한 후에 벌어질 상황을 예측했다.
‘AM그룹이 망한 것에는 국내 반도체업계의 견제도 한몫을 했다. 생산하는 제품의 단가를 인하하여 일종의 덤핑 공세를 취했고 금융기관을 움직여 대출을 해주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방해를 했다. 그런 그들이 내가 인수한다고 해서 그냥 둘리는 없다.’ 반도체 산업은 후방산업과의 연계가 중요했다. 공장을 짓고 설비를 하려면 반도체 장비가 필요했다. 그 장비의 대부분이 일본에서 생산이 되었다. 그런 장비를 이용하여 일본에서 생산된 소재를 이용하여 반도체를 만들었다.
‘지금의 산업구조에서는 일본에서 장비와 소재를 주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결국은 천명전자나 RC전자, 한동전자의 거래처와 거래할 수밖에 없다. 이 시장은 일본의 장비 10여개, 소재 10여개 기업이 꽉 잡고 있다. 그들이 거래를 거부하면 공장도 짓기 어렵고 소재도 구하기 어렵게 된다.’ 그렇기에 AM전자는 소규모 수직계열화를 하려고 했다.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하려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주요 소재를 가내수공업 수준이라도 갖추어서 다품종 소량생산 시스템을 갖추려고 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소재를 생산하고 장비를 생산하는 위장계열사를 십여 개나 만들었다.
‘방향은 잘 설정했는데 IMF가 오면서 자금이 경색되고 해외영업도 어렵고 거기에 컴퓨터 시장이 포화되면서 마침내 반도체 가격까지 폭락했다.’ 장인걸은 AM그룹의 발전 방향은 천명전자나 여타의 반도체 회사와 다르다고 생각했다. 물론 반도체 회사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지만 지향하는 시장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HR화학에서 개발한 몇 가지 소재의 가공법을 적용하면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AM그룹은 메모리반도체 중에서 D램이 아닌 낸드 플래쉬 계열을 개발 중이니 USB메모리를 상용화된다면 회생할 가능성이 크다. 그 원리야 알고 있으니 USB메모리장치를 상용화하는 것도 방법일 수도 있고. 그렇다면 개발을 하여 특허부터 출원을 해?’ 아직 USB메모리장치에 대한 특허나 상용화에 대한 이야기가 없는 것에 의구심을 가지고 조사를 지시했다. 그 원리야 상광식품의 전산관련 업무를 하면서 사양을 검토하다보니 저절로 알게 되었다. 상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어떤 구조로 만들고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하는지 알고 있었다.
‘프로그램의 개발은 다른 USB포트를 이용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그런 프로그램은 지금도 여러 개가 있고.’ 낸드플래쉬메모리만 있다면 바로 작동할 수 있는 USB를 만들 수도 있어 보였고 바로 준비하기로 했다. 낸드플래쉬메모리칩의 샘플을 구하는 것이 어렵지만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CD를 이용한 저장장치의 상용화를 한 것도 오래지 않은 상황에서 USB 상용화는 조금 성급한 것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지금이라도 서둘러야지.’ 장인걸은 AM전자의 반도체 설계능력이 어느 정도일지 의구심이 들었다. 컴퓨터 관련 반도체는 지금도 포화상태나 마찬가지였다. 발전가능성을 생각하면 IT나 이동통신 부문으로 확장하는 것이었다.
‘나중에는 스마트폰의 칩을 생산해야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하려면 핸드폰에 들어가는 부품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결국은 마이텔까지 손을 대야겠지.’ 마이텔은 현재 미국의 모토롤라의 OEM생산업체로 국내에서 생산능력에 있어서는 천명전자에 이어 두 번째에 달했다. 문제는 얼마 전에 자체 브랜드인 벡스턴을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OEM 생산을 절반으로 줄였다는 점이었다.
‘벡스턴1은 성공적이었지. 지금 잘 팔리고 있다. 그대로 모토롤라 테이건을 겉모양만 바꾼 것이니. 하지만 1년 후에 벡스턴2가 나오면서 망하고 만다. 자체개발을 했는데 사양은 높아졌지만 안정성은 떨어지면서 버그가 속출한다. 경쟁자가 없다면 모르지만 천명과 RC마저 새로운 모델을 출시하면서 매출이 7만 대에 그치고 만다. 모델 하나에 30만 대는 팔아야 본전인데 결국 수백억 원의 적자를 보게 되면서 회사가 흔들리고 만다.’ 하지만 마이텔은 인수할 가치가 있었다. 모토롤라의 OEM을 하면서 탄탄한 생산기술을 가지고 있고 벡스턴을 판매하면서 핸드폰 생산을 위한 풀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었다.
물론 특허를 보유한 것은 아니지만 특허를 전부 사용할 권리를 확보했다.
라이선스를 전부 확보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었다. 수백에 이르는 특허 보유자와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교섭을 해야 하는데 반대급부가 없는 상황에서는 엄청난 로열티를 부담해야 특허사용이 가능했다. 그로 인해 신규사업자가 진출하지 못하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했다.
‘마이텔을 인수하려면 무조건 AM전자를 성공시켜야 하는 점인데 승부는 낸드 플래쉬에 걸어야 하는 것인가?’ 신규업체가 어떤 시장에 진출하려면 패러다임이 바뀔 때에 가능했다. 메모리반도체도 D램에서 낸드 플래쉬로 바뀌는 지금이 그나마 신규업체가 성장하고 자리를 잡을 수 있어 보였다.
‘어쨌든 천명전자나 다른 전자회사의 견제를 대비해야 하는데 그것이 문제이군. 핵심부품은 일본에서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니.’ 아무리 국산화를 한다고 해도 1차에 불과했다. 2차 부품은 결국 일제가 필요했다. 그것까지 국산화를 하려고 하면 범위가 거의 무한대로 확장이 되었다.
자료를 읽으면서 반도체의 설계나 공법이 문제가 아니라 장비나 소재가 문제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 자료를 읽어갈수록 반도체에 대한 이해가 점점 깊어지고 있었다.
장인걸은 청와대 예방을 한 다음날 오후에 양진으로 내려갔다. 양진예술회관에서 일요일부터 콘서트를 하기에 토요일이지만 준비가 필요했다. 첫 공연이기에 무대에서 리허설이 필요했다.
더구나 이번 공연에 동원된 밴드는 세션을 모아서 급조한 기획밴드이기에 호흡을 맞추기 위해 사전 리허설이 필요했다. 물론 귀국한 이후에 지속적으로 연습을 했지만 여전히 미흡한 느낌이 들었다.
“그나마 체육관이 아닌 전문 공연장이라 훨씬 나은 것 같습니다. 여기서 공연하면서 호흡을 좀 더 가다듬어야 할 것 같습니다. 서울이 아닌 양진에서 먼저 시작하는 것이 다행입니다.”
대규모 공연장이라면 음향상태가 좋지 않아 문제의 소지가 있지만 전문 공연장이라 나은 점도 있었다.
“한정수 사장님은 내일 바로 오기로 했습니다.”
한정수는 얼마 전에 음반을 발매했고 왕성하게 활동을 하고 있었다. 무려 3년만에 새로 앨범을 낸 상태라 대중의 기대도 컸다. 다행이 노래가 좋아 인기몰이를 하고 있었다. 현재 장인걸의 노래 때문에 가요순위는 5위권에 머물고 있지만 언제라도 1위로 치고 올라올 저력을 보이고 있었다.
이곳 양진의 콘서트와 서울 콘서트에 게스트로 공연할 예정이었다. 다른 지역은 시간이 나지 않아 다른 가수들을 게스트로 섭외한 상황이었다.
“여기보다 인근의 은성시의 은성체육관이 훨씬 규모가 큰데 아쉽습니다.”
현장에 와서 준비상황을 점검하던 민수길이 다소 아쉬운 기색으로 은성이 더 낫다는 의견을 냈다.
“가을, 대략 10월 중에 2차 콘서트를 열 생각입니다. 그 때 한 번 고려해 보도록 하죠. 일정에서 제외된 지역에서 추가로 콘서트를 해달라고 하는데 계획을 세워보도록 하죠. 9월에는 바로 국내로 돌아오지 않고 미국에 갔다가 추석 전에 돌아올 계획입니다.”
육상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한 후에 국내보다 미국으로 가서 조금 더 활동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다. 물론 그것도 미국 현지의 반응이 좋을 때 이야기였다. 반응이 좋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국내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각 지역마다 암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합니까? 거절하기도 그렇고 주자니 나중에 말이 나올 것도 같고 애매합니다. 티켓판매 전에 결정해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암표란 공식적인 판매가 아닌 다른 경로로 판매하는 티켓을 의미했다. 전에도 그런 요구가 있었지만 경로가 막혀있었는데 이번에는 기존 채널을 다시 이용하다보니 암암리에 그런 요구가 많았다.
“10% 이내에서 배포를 하도록 하죠. 그렇다고 해서 입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해 주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팬클럽과 연합하여 팬클럽우대권 발급이나 프리스토어와 연대하여 지역우대권의 발급도 챙겨주시기 바랍니다.”
장인걸은 팬클럽에서 너무나 티켓을 구하기가 어렵다고 투정을 하자 팬클럽의 회원 중에 정회원 이상 35만 명을 대상으로 하여 매 공연의 10%에 해당되는 티켓을 배정했다.
또한 프리스토어에서 가입자의 주소를 기준으로 하여 해당지역의 티켓을 30% 배정하였다. 현장 판매분 20%를 합하면 무려 50%가 현지인들에게 배정이 되었다. 그렇기에 전국을 대상으로 판매가 되는 티켓은 30%에 불과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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