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232
“일단 협상을 하면서 자산 가치 재평가를 밀어붙이기 바랍니다. 저들이 주장하는 가격에 인수할 수는 없습니다. 그럴 돈도 없고요. 설사 인수에 성공해도 이런 상황이면 이자만 부담하다 끝장이 날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저들도 그 가격을 다 받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제시한 가격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니 협상 자체를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뭔가 실마리가 보여야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건질 것이니 언제까지 미룰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정 맘에 들지 않으면 청산 후에 자산인수 방식으로 사업에 진출하면 됩니다. 그러면 진짜로 땅값만 부담하면 될 것입니다.”
장인걸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인수위원들의 얼굴에 걱정스러운 기색이 어렸다. 너무나 냉혹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되려면 회사가 청산되고 자산이 경매로 나와야 가능했다. 그러면 직원은 모두 길거리로 나앉은 상황이었다.
“특허나 지적재산권은 폴라텍스트를 통해서 경매로 인수하면 됩니다. 자산은 자산공사에서 인수받고요. 꼭 그렇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덤터기를 씌우려고 하면 굳이 지금 인수할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기술자나 연구원은 설비만 갖추고 난 후라면 언제든지 채용이 가능한 상황이고요. 우리는 그런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 원하는 가격에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장인걸은 더 높은 가격을 쳐준다고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결국 은행만 좋아지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최대한 가격을 깎기로 마음을 먹었다.
45. 인간의 본성
프리웨이와 자회사들의 상장 이야기가 언론에 보도가 되었다. 그러자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대립을 했다. 무분별한 상장은 증시의 건전성을 해친다는 의견이 대두되었고 프리웨이나 자회사들은 충분히 상장할 조건을 충족시킨다는 반론이 이어졌다.
“미치겠군. 그간 독점으로 인해 문제가 많으니 규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완전히 물거품이 되고 말았군.”
이철식 회장은 프리웨이와 자회사의 상장계획이 알려지면서 독점의 해소라는 이야기가 쏙 들어가고 말자 탄식을 했다. 그동안 엄청나게 공을 들였다. 인터넷에 투자한 것이 아까운 것도 있고 미래의 성장을 위해서도 필요했다. 자동차제조는 포기할망정 인터넷산업까지 포기할 수는 없었다.
“청와대에서 상장을 하라고 권유했다고?”
“이우원 비서관에게 확인한 결과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새로 임명된 경제수석이 그런 이야기를 했고 청와대 회동 후에 장인걸이 회의석상에서 발표했으니 그런 교감을 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상장을 한다면 경영권을 확보할 여지가 있을 것 같군.”
“프리웨이는 장인걸이 무려 78%의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래 75%였는데 최근 유상증자를 하면서 실권주까지 인수하여서 3%나 지분이 높아졌습니다. 계열사 대부분은 프리웨이에서 100% 지분을 가지고 있고 한두 개 계열사는 장인걸이나 우호지분이 일부 있습니다. 구주 60%, 신주 40%로 공모주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프리웨이가 5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 상황이라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한준우의 보고에 이철식 회장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자기 지분비율이 엄청나게 높군. 이렇게 되면 상장의 의미가 없는 것 아니야? 오히려 자금 사정만 좋아지게 만들어 독점만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인데. 상장을 못하게 막는 것이 나을 것 같은데 말이야.”
“하지만 조기 상장을 막기에는 명분이 부족합니다. 그간 여러 차례 다양한 이유로 조기 상장을 허용한 상황입니다. 침체된 증시에 활력을 주고 IT산업의 진흥을 위한 명분이라 공개적으로 반대하기 곤란합니다. 현 정권은 우리가 암중에서 반대해도 개의치 않고 있고요. 한두 업체는 탈락을 시킬 수도 있지만요.”
천명공화국이라는 말도 현 정권이 들어와서는 무색한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명분이 없는 반대는 비난만 초래했다.
“프리웨이의 상장은 막는 것이 어떤가? 인지도가 올라가면 더 곤란한데. 포털 사이트는 그룹의 홍보나 언론과의 관계를 위해서포기할 수 없다고 하던데.”
“그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사실상 모기업인 프리웨이의 경영권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니 말입니다.”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존재는 빨리 정리해야 해. 그냥 놔두면 언제라도 화근이 되지. 하는 짓만 봐도 우리와는 길이 달라. 우리를 존중할 생각 자체가 없어. 지금도 그런데 커지면 더 귀찮은 존재가 될 거야.”
“하지만 경제위기 상황이라 손을 쓰기는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역풍이 불어 골치 아파질 수가 있습니다.”
“조금 귀찮다고 방관하면 더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어. 귀찮다고 피하다가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다는 말도 있잖아. 총력을 기울여서 막아봐. 몰리브덴 제련의 경우에는 환경문제도 따져보고 어떤 이유를 대서라도 수출을 막아보도록 하고. 방법이야 많잖아. 백억이건 천억이건 써도 좋아. 그 전에 어떤 것이건 파헤쳐서 이미지부터 작살을 내고. 그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피해자에게 보상을 해줘. 경찰에 입건되면 천만 원, 벌금을 맞으면 그 열 배, 구속이 되면 억대의 보상을 주고 실형을 살면 1년에 2억씩 보상을 해줘. 그런 방식으로 물귀신 작전을 진행해. 그러다보면 처음에는 믿는 사람이 없지만 시간이 흐르면 하나둘 의구심을 갖기 마련이고 그러면 이미지가 개판이 될 것이고.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느냐는 말도 있고.”
“굳이 그 정도까지?”
“우리 만손이가 망가졌어. 잘잘못을 따질 것이 아니라 결과를 보라고. 버젓이 그것들이 존재하는 이상 항상 이야기가 나올 거야. 그런 평가는 장인걸과 프리웨이가 사라져야 없어져. 그들이 만손이를 망가뜨린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지. 매번 말하지만 선악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야. 호랑이가 노루를 왜 잡아먹는데? 죄가 있어서? 아니잖아. 살기 위해서 그런 거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마. 외국 여행을 나가면 적당히 그 기회도 노리고.”
이철식 회장은 이만손의 실패가 장인걸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장인걸이 IT산업에 뛰어들지 않았다면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 믿고 있었다. 그러니 그 시작점인 장인걸은 어떻게든 제거해야 했다.
장인걸은 서울의 콘서트가 열리는 체육관에서 마지막 리허설을 마치고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밖으로 나서려는데 급하게 민수길이 뛰어왔다. 손에는 신문이 들려 있었다.
“중도일보에서 금지약물 투약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장인걸은 신문을 읽고 할 말이 없었다. 내용은 한국 사람은 체질적으로 마라톤을 하기 부적합한 면이 있는데 세계최고기록을 경신한 것은 금지약물을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내용이었다.
설사 그간 도핑테스트에서 문제가 없다고 할지라도 그런 의혹은 사라지지 않으며 어떤 방식으로 증명을 해도 그것은 도핑테스트의 한계로 인해 발생하는 오류라는 내용이었다.
결과야 어떻고 과정이 어떻건 금지약물을 사용했다고 단정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장인걸이 낸 결과가 설명되지 않는다는 논조였다.
“이건 작정하고 자폭을 하는 내용이 아닙니까? 언론사 징계나 기자의 처벌을 감수하고 무조건 내 이미지를 깎아내리겠다는 의도가 다분합니다. 이런 미친 짓을 하다니.”
그러자 또 다시 한 신문을 들고 김기현 과장이 다가왔다.
“이건 문화신문 가판본입니다. 아시안게임 참가 시 호화 호텔 투숙, 밤마다 마사지 걸 불러 아방궁 잔치.”
내용은 방콕 로열프린스 호텔의 객실 담당자의 말을 빌려 매일 밤에 3~4명의 마사지 걸을 몰래 불렀고 여자들은 새벽이 되어서야 객실을 나섰다는 내용이었다. 나중에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마라톤 선수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선수촌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이건 분명 누군가 작정하고 이미지를 깎아내리려는 짓입니다. 신문사 데스크마저 이런 기사를 내보내는데 동조했다면 천명그룹의 짓이 분명합니다. 그들이 아닌 이상 이런 엉터리 기사를 내보낼 수가 없습니다.”
아시안게임을 전후하여 벌어진 장인걸 비방전의 배후에 천명그룹이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결정적인 증거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정황상 모든 것이 천명그룹의 짓임이 명확했다.
기자들은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까지 받으면서도 천명그룹과의 유착은 밝히지 않았지만 그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장인걸을 혐오하여 허위 기사를 작성한 것을 설명할 수는 없었다.
그런 그들이 이번에는 더 노골적으로 비방을 하고 나섰다. 조금만 생각해도 가짜 뉴스라는 것을 모를 수가 없는 내용이었다.
“믿거나 말거나 일단 내고 본 것입니다. 안티들은 거짓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사실인 양 떠들고 다닐 것입니다. 당장 반론을 내고 경찰에 고발하여 수사를 의뢰해야 합니다. 또한 기사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하고요. 모든 대응수단을 다 동원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고 일단 내일 오전에 기자간담회를 할 때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신문사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습니다. 나도 몇몇 사람에게 연락을 하도록 하지요.”
장인걸은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육상연맹의 회장인 주민석 의원에게 연락을 했다. 이는 그간 장인걸이 출장하고 우승한 서울마라톤대회부터 보스턴마라톤대회, 샌프란시스코마라톤대회, 아시안게임, 로테르담마라톤대회의 권위를 짓뭉개는 처사였다. 그런 점을 강력하게 어필했다.
다음은 박민수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하여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달리 부탁을 하거나 어떤 조치를 취해달라는 것은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여 관심을 유발하고 지켜보도록 하는 것으로 일종의 압력을 가하도록 했다.
또한 프리웨이에 연락을 하여 엉터리 기사를 통제하지 말고 가감 없이 노출시키라고 했다. 아울러 이와 관련된 카테고리를 만들어서 기사를 더 잘 볼 수 있도록 만들도록 했다.
더 많이 노출시켜 신문사와 기자가 더 욕을 먹게 만들었다.
장인걸의 연락을 받은 사람들이 조치에 나서기 시작했다. 민지훈이나 강동철, 안광현 회장이나 마검 최용섭에게 연락을 하여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고 증거를 모으도록 했다. 그들이 모을 수 있는 정보는 수사기관이 모으는 정보와 달랐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고 기사 내용에 담긴 허점을 파악하여 엉터리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5대 일간지라고 하는 두 신문이 가짜뉴스를 내보내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의구심을 가지기도 했다.
장인걸은 콘서트 장으로 몰려온 기자를 만났다. 기자들도 장인걸의 반응이 궁금한지 잔뜩 기대하는 표정이었다.
“금지약물을 복용한 증거, 최소한 도핑테스트 기록이나 금지약물을 저에게 판 사람이라도 나와야 하는데 그런 내용도 없이 인종적인 특성상 한국인은 그런 기록을 세울 수도 없다면서 무조건 약물로 몰다니, 참, 난감한 존재가 아닐 수가 없습니다.”
장인걸은 기사에 대해 묻는 기자에게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저는 춘천마라라톤대회, 서울마라톤대회, 보스턴마라톤대회, 샌프란시스코마라톤대회, 아시안게임, 로테르담마라톤대회를 치를 때마다 항상 도핑테스트를 받았고 한 번도 양성 판정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제가 참여한 대회는 국제대회로 국제기준에 따라 철저하게 도핑테스트를 합니다. 그 대회에서 금지약물이 검출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얼토당토하지 않은 이유로 저를 음해하는 것은 뭔가 석연치 않은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장인걸은 배후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그 부분을 언급하여 그 배후에 관심을 가지도록 했다.
“방콕에서 호화호텔에 머문 것은 사실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세계적인 스포츠 웨어 회사와 스폰서 계약을 맺고 있으며 계약에 따라 훈련비와 대회 출전비용을 지원받고 있습니다. 이번 아시안게임도 훈련비와 출전비용을 지원받았고 현지 체제비용과 훈련비용 일체는 후원사에서 부담을 했습니다. 후원사에서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데 굳이 나쁜 곳으로 이동할 이유는 없습니다. 감사하게 이용하고 좋은 결과로 보답하면 된다고 봅니다. 저는 운동을 한 후에 스포츠 마사지도 하지 않습니다. 잘못하면 근육에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 혼자 스트레칭을 하여 몸을 풀어 주지 누구에게 제 몸을 맡기지 않습니다. 그런 제가 마사지 걸을 불렀다니? 그것도 호텔방으로 불렀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금지약물의혹이나 마사지 걸 의혹 모두 저를 음해하려는 자들의 준동이라 판단이 되기에 이미 법적인 조치를 취했고 즉각적인 수사를 촉구한 상황입니다. 철저한 수사로 이번 사건의 배후를 색출하기를 기대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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