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233
장인걸은 당장 손을 쓸 생각은 없지만 적절한 응징을 할 계획이었다. 이번 일은 누가 지시했고 누가 실행한 것인지 알고 있었다. 이런 기사로 그들에게 직접 손을 쓰기에는 다소 미흡한 면이 있었다. 한 번 정도 더 준동을 한다면 그 때에는 손을 보기로 했다. 그 정도면 자신이 움직일 명분으로 충분했다.
‘이철식 회장이다. 회귀 전에도 아들인 이만손이 실패한 것에 대해 종종 복수를 했다. 그의 기준에서 이만손에게 해를 끼쳤다고 판단되면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제거하거나 보복을 했다. 자기를 공격한 것보다 더 악랄하게 처리했다. 아마도 이번 일은 한준우 사장이나 장간지 전무가 지시를 받아 실행했을 것이다. 회귀 전에 천명그룹은 불법행위마저 사주하고 범법에 따른 피해를 열 배로 보상해 주기도 했다. 그렇기에 날조한 기사로 엉뚱한 사람을 파멸시키고 심지어 물리적인 공격마저 종종 자행했다. 돈이면 다 된다는 식으로 사람을 괴롭혔다.’ 장인걸은 한국의 사법기관이 천명그룹을 단죄할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다. 적당한 시기에 직접 응징할 생각이었다. 이철식 회장의 집이나 다른 두 사람의 집도 사전에 파악해둔 상태였다.
“한창일보 정민구 기자입니다. 문화신문이나 중도일보는 모두 유수의 신문사입니다. 그런 그들이 아무런 증거도 없이 이런 기사를 내보내지 않았을 것이라 봅니다. 뭔가 의혹이 있기에 보도를 했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왜 이자가 기사를 쓰지 않았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천명의 나팔수로 유명한 기자였다. 교묘하게 두 신문의 이름을 거론하여 사실을 호도하고 있었다.
“저는 그들이 무슨 근거, 무슨 생각으로 그런 보도를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기자님이 어떤 증거나 근거를 발견하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중도신문에서 내세운 전문가가 누군지, 문화신문의 호텔 객실담당자가 누구인지 한 번 파악을 할 계획입니다. 후원사와 공동으로 방콕의 호텔에 명예훼손 및 사생활보호법 위반에 관하여 조회를 한 상황입니다. 문화신문에 엉터리 제보를 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밝혀질 것이라 봅니다.”
장인걸은 자신이 그런 행위를 하지 않았기에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 전날 보도가 되자 스폰서를 통해 호텔에 그런 사실이나 취재가 있었는지 문의하도록 했다. 호텔 객실담당자라는 것을 보도한 이상 신문사는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했다. 객실담당자는 한정된 사람이고 설사 목격을 했을지라도 일류호텔에서 그런 인터뷰를 할 리가 없었다.
기자들은 장인걸이 억울하다고 할 줄 알았는데 담담한 표정으로 아무 일도 아니라는 기색을 보이자 결국 간단한 질문만 하다가 돌아갔다. 정민구처럼 장인걸을 음해하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지만 장인걸이 출처가 어디인지 묻자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장인걸이 그런 말을 꺼낸 사실을 가지고 책임을 묻는다고 언급하자 당황한 기색으로 변명에 급급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소문을 옮긴다는 식으로 유언비어를 언급한 분들은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려면 누구에게 들었는지 명확히 기억해내야 할 것입니다.”
장인걸은 질문을 가장하여 교묘하게 모해한 기자들도 역시 고소를 했다. 실제로 다른 사람에게 들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이야기를 만든 자들이니 그 책임을 져야 했다.
장인걸은 콘서트를 하면서 언론사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했다. 물론 중도일보나 문화신문과 사이가 좋지 않은 언론사는 장인걸을 옹호하면서 기사에 대해 비판했다. 여기에 장인걸이 그동안 출전한 마라톤대회의 도핑테스트 관계자들이 발끈하여 역시 중도일보를 상대로 하여 사과 및 정정 보도를 요구했다.
물론 그들도 1차적인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그에 따른 법적인 절차를 밟겠다고 공표를 했다. 이런 행위는 어떻게 보면 상대의 죄를 키우기 위한 절차 중에 하나였다.
장인걸의 서울 콘서트는 4회 내내 매진을 기록하였고 팬들은 전에 없던 대단한 콘서트라고 격찬을 했다. 작년 순회콘서트 말미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기운을 활용하는 창법을 콘서트 내내 사용했다. 그 결과 청중들의 반응은 어느 때보다 격렬했다.
“암표가 횡행하고 있는데 대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암표 가격이 10배 가까이 치솟고 있었다. 심지어 공개된 게시판에 암표를 산다면서 연락을 달라는 글들이 버젓이 올라오는 실정이었다. 그럼에도 팔겠다는 사람보다 사겠다는 사람이 더 많아 점점 가격이 오르고 있었다.
“입장객에 대한 실명제를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티켓을 선물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가 있지만 별다른 방도가 없습니다. 암표는 언제라도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장인걸은 단속을 하면 할 수도 있지만 그로 인해 발생할 부작용을 생각하면 그냥 놔둘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보면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역할도 하고 있었다. 암표의 가격이 일종의 인기의 척도이기도 했다.
“그리고 여행사에서 아직 판매하지 않은 지방의 티켓을 배정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인터넷 여행전문 사이트를 운영하는 모아여행사입니다. 그들은 프리마켓의 회원사이기도 합니다.”
민수길 본부장이 모아여행사에서 보낸 패키지 상품계획(안)을 보여 주었다.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포르, 태국에서 콘서트 관람과 한국 관광을 원하는 관광객을 30~50명 정도씩 유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장인걸이 아시안게임 폐막식에서 공연하면서 아시아지역에서 장인걸의 팬이 많이 생겼고 그로 인해 한국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많다고 했다. 콘서트가 진행되는 것을 알고 외국에서 관람이 가능한지 묻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결제는 한국 사람만이 프리페이를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 외국에서는 티켓을 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 잠재적인 관광객을 놓치고 있었다.
“안골의 고택에서 하루를 머물면서 한국문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는 말씀이군요. 물론 한식도 제공하고 한복을 입고 포토타임도 갖고요.”
장인걸이 고택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아는지 거부하기 어려운 제안을 담고 있었다. 상당히 준비를 많이 한 티가 났다. 지방에서 콘서트를 한다면 대부분의 지역이 차로 2시간 이내에 이동이 가능하기에 그런 프로그램을 계획한 것 같았다.
“한 번에 200장 정도를 배정해 달라는 말인데 가능합니까?”
“가능은 하지만 이렇게 되면 팬들의 불만이 더 커질 것입니다. 지금도 티켓 경쟁률이 30:1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티켓을 발매하는 시간이 되면 프리페이와 프리스토어에 동시접속자가 순식간에 30만 명에 육박했다. 이는 티켓을 구하려고 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이 접속한다는 말이었다.
“심지어 몇몇 쇼핑몰에서는 티켓의 판매를 프리스토어에서 독점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면서 시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프리마켓에서 티켓 판매가 가능한 쇼핑몰은 총 6개나 되었다. 그들이 모두 티켓을 판매하겠다고 나선 상황이기도 했다. 아직은 험한 말이 나오지 않지만 불만이 점점 쌓이고 있었다. 프리스토어에서 독점적으로 판매하는 것은 불공정한 처사였다.
“그러면 티켓을 각 쇼핑몰에 나눠서 배정해야 한다는 말이군요. 그렇지 않으면 공정위에 제소할 것이고.”
장인걸은 사소한 것 같지만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시정할 수밖에 없어 보였다. 프리스토어가 계열사가 아니면 문제가 없지만 이것도 일종의 일감몰아주기에 해당이 되었다.
“그렇습니다. 수의계약으로 배정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원칙상 입찰을 해서 결정해야 합니다. 그에 대해서는 다음 판매부터 적용해야 할 것입니다.”
“프리스토어에 양해를 구하고 입찰을 하도록 해봐요. 문제가 있다면 시정해야지요. 입찰로 하면 조건은 더 좋아질 것이니 손해는 아닐 것 같습니다. 모아관광에는 외국관광객을 유치한다면 200장 한정으로 티켓을 배부해 주겠다고 통보해 주시기 바랍니다. 국내 가이드 입장은 10명 이내로 제한을 하고요. 다른 여행사의 경우에 한류관광을 모집하면 협의하여 진행하도록 하고요. 총 판매 티켓의 5% 이내에서 외국인에게 배정한다고 하면 불만은 없을 것입니다.”
장인걸은 나중에 한류 관광객의 유치에 큰 공을 세우는 아이돌 공연 투어를 자신의 공연에 시작할 수 있다니 영광이라는 생각을 했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외국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은 국가경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고 국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 일이기도 했다. 잘 하면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도 있었다.
AM그룹의 주거래은행으로 채권단 대표를 맡고 있는 성화은행의 행장실에서 인수를 제안한 장인걸의 제안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었다. 문제는 장인걸이 AM그룹의 가치를 너무나 낮게 평가한 것 때문이었다.
“고작 자산 가치를 1,150억 원만 인정을 하겠다는 말입니다. 일고의 가치도 없습니다. 부채가 1조에 육박하는데 9천억 가까이 부채를 탕감하라는 요구입니다.”
국내영업본부장인 이지환 전무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는 의견을 타진했다.
“하지만 누구도 인수하겠다고 나서지 않은 상황입니다. 더구나 재경부에서 얼마 전 담당 과장을 보내어 실질가치 평가에 의한 기업정리 지침을 하달한 상황이 아닙니까?”
실질가치 평가에 의한 기업정리지침은 부채가 얼마나 되건 따지지 말고 내재된 가치만큼 가격을 받고 처분하라는 지침이었다. 부채가 너무 많아 손실이 커지기에 가격을 높이다가 처리를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내려진 지침이었다.
행장인 유호민이 정부지침을 내세웠다. 그로서는 인사권을 쥐고 있는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민영화를 했지만 여전히 성화은행의 지분 35%를 정부에서 가지고 있었다. 연기금까지 합하면 40%를 상회하는 실정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무형자산이나 재고자산의 가치를 너무나 낮게 책정했습니다. 부동산의 가치도 거의 반토막을 냈습니다.”
“하지만 실제 가치가 그런 상황에서 더 부담하는 것은 덤터기를 쓰라는 말인데 그들로서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입니다. 정부가 부채 총액을 따지지 말고 실질가치를 평가하여 처리하라는 것도 그런 의미라고 봅니다.”
유호민 행장이 재차 빠른 처리를 주장했다. 부실기업정리를 하면 탕감해주는 부채의 일부를 공적자금으로 보전을 해주는 상황이니 빨리 손을 터는 것이 이익이었다.
“나도 내년이면 임기가 끝납니다. 서둘러 그 전에 정리하는 것이 후임자에게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행장의 말에 강력하게 반대를 하던 이지환 전무도 달리 말을 하지 못했다. 후임자를 거론했지만 내심 임기연장을 노리고 있었다. 최고 수준에서 어떤 판단을 하는지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는 상황이었다. 그런 판단을 하는데 중요한 지표가 은행의 재무건전성과 부실기업 정리였다.
행장으로서는 어떻게든 AM그룹을 연내에 처리해야 연임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교체로 결정이 될 수 있었다. 여기에는 그 자리에 참석한 대부분의 임원들의 거취도 연관이 되었다. 행장이 물러나면 그들도 다 물러나야 했다.
“일단 그들의 요구가 무리한 부분이 있으니 협상을 하면서 조정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설사 한 푼을 더 받아내지 못하더라도 검토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원한다면 공동으로 현장실사를 할 필요도 있습니다.”
“합리적인 가격을 도출하는 절차를 밟아야 나중에 뒤탈이 없을 것입니다. 우리의 주장과 저들의 주장을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뒤탈이 납니다.”
부행장인 강순길이 행장과 이지환 전무를 중재했다. 행장으로서야 빨리 처리하고 싶겠지만 그렇게 하다가 자칫 특혜의혹에 휩싸인다면 연임은 불가능했다. 적절한 절차를 밟으면서 최대한 받아내려 했다는 근거는 마련해야 문제가 없었다.
“현장실사를 해서 저들의 주장대로 실질가치가 그 정도라면 미련을 가지지 말고 처리하도록 합시다. 현장 실사를 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지만 서둘러서 7월 말에는 결과가 나오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고용안정기금의 지원도 8월 말이면 끝입니다. 벌써 두 번이나 연장을 했으니 다음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고용안정기금의 지원으로 그나마 직원들의 급여가 나오는 실정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적자는 더욱 커졌을 것이고 일찌감치 청산절차에 돌입했을 상황이었다.
“그러면 일단 채권단 회의에 협상을 계속할지 의견을 묻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무형자산이나 재고자산을 너무나 낮게 책정한 상황이라 반대의견이 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
채권단을 담당하는 이지환 전무가 더 이상 반대를 하지 않았지만 채권단 회의에서 결정하자는 의견을 냈다. 손실을 줄이려는 다른 금융기관이나 채권자들이 어떤 결정을 할지 몰랐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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