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235
물론 이렇게 결심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그들이 자신을 괴롭히기로 작정하고 나서는 상황인데 자신만 바보처럼 감수할 이유가 없었다. 어떻게 할 능력이 없다면 참아야겠지만 자신은 흔적도 없이 처리할 수가 있는데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상대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적대를 하는데 가만히 있는 것은 바보였다. 이건 선악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였다. 장인걸도 생존이 선악보다 우선한다고 믿고 있었다. 불가에서도 살생을 금하지만 살기 위해 행하는 것마저 죄악시하지는 않았다.
장인걸은 집에서 몰래 밖으로 나왔다. 전처럼 이번에도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자신의 행적을 외부에 드러낸다면 골치가 아플 것 같았다.
전이라면 직접 침투를 하여 손을 써야 했지만 지금은 꽤나 먼 거리에서 기운을 움직이면 몸 안의 기운을 움직여서 경락과 혈도를 통제하고 신체 부위 중에 일정 부위에 대해 손상을 입힐 수도 있었다.
젊은 사람이라면 모르지만 대상이 50대 후반과 60대이니 약간만 기운을 보내 경락과 혈도를 손보면 점박이 김창섭이나 사천왕보다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것 같았다.
강동철을 통해 그들의 동정을 들었는데 다들 시름시름 앓고 있었다.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해서도 어디가 아픈지 알려지지 않아 그냥 있는데 부하들이 동요하고 있어 언제 반란을 일으킬지 몰라 불안해하는 상황이었다.
그날 밤 천명그룹 미래전략실 홍보팀장 장간지 전무가 잠을 자다가 반신불수가 되었다. 다음날 아침이 되어도 일어나지 않아서 이상하게 생각한 부인이 깨우다가 그 사실을 발견했다. 급하게 병원에 실려 갔지만 원인 미상의 뇌졸중과 반신불수로 진단을 받게 되었다.
나이 60이 넘은 이철식 회장은 새벽에 한준우 사장의 변고를 알리기 위해 깨웠지만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정신을 차리긴 했지만 치매 증상으로 헛소리만 계속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부인인 박정신이 급하게 천명의료원으로 이송을 했지만 전두엽과 좌우 측두엽의 일부가 손상되어 치매로 판정이 되었다.
또한 인근에 살던 한준우 사장은 친분이 있던 정치인들과 만나고 새벽에 돌아오다가 차에서 내리는 순간 심근경색에 뇌경색까지 발생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다행히 운전기사와 수행원이 있었기에 급히 천명병원으로 후송을 했지만 겨우 숨만 붙여 놓은 상태가 되었다.
이철식 회장이나 장간지 전무를 손보고 난 장인걸이 집에 없는 한준우 사장을 한동안 기다려서 처리했다. 집에 있지 않아 다음에 손을 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새벽 3시가 되면 철수하려고 했는데 때마침 돌아왔다. 조금만 더 늦게 왔다면 당장 화를 피할 수 있었는데 운이 나빴는지 그 전에 당도했다.
인근 병원에 당도했을 때는 이미 골든타임을 놓쳐서 뇌의 상당부분이 괴사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기관절개를 하고 인공호흡기를 부착하여 숨은 쉬고 있지만 식물인간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졸지에 천명그룹의 최상층의 핵심 수뇌부 3인이 모두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급히 이철식 회장의 독자인 이만손이 일본에서 귀국하고 제주지사장으로 내려간 한정만 전무가 미래전략실로 복귀했다.
언론과 사법기관에서는 세 사람이 동시에 쓰러진 것으로 인해 그들이 공격을 당한 것은 아닌지 의혹을 가졌지만 한준우 사장이 귀가하다가 쓰러진 것이 알려지면서 우연한 사건이 겹친 것이라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들 세 사람의 집에는 최첨단의 전자 경비장비가 설치되어 있었고 검사결과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도 없었고 경비의 눈을 속일 수는 있지만 전자장비의 감시마저 속일 수는 없었고 아무런 조작도 발견되지 않았다.
더구나 평소 장간지 전무는 과도한 업무로 인해 편두통을 호소한 상황이고 몇 년 전에 안면마비가 와서 입원한 전력이 있었다. 또한 한준우 사장의 경우에는 직전에 접대성 술자리를 가졌고 이후에 수상한 행위까지 한 정황이 드러났다. 거기다 나이가 50대 후반이니 그런 증상이 발생해도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이철식 회장이 쓰러진 것은 의외였지만 이것도 문제의 소지가 거의 없었다. 급성 뇌손상이지만 선대 회장도 70이 되기도 전에 치매에 걸린 전력이 있기에 유전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단지 같은 날 쓰러진 이유는 최근에 심각한 일이 발생하여 모두 스트레스를 강하게 받아서 터진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 스트레스가 무엇인지 추측을 했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 짐작은 대충 하면서도 함부로 언급하지 않았다.
천명그룹은 선장을 잃은 상태가 되어 한동안 표류하게 되었다. 이만손과 한정만이 일선에 나서 이철식과 한준우, 장간지의 공백을 메우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고 이철식 회장의 부인인 박정신까지 나서서야 겨우 수습이 되어갔다.
하지만 장간지 전무나 한준우 사장이 쓰러지면서 장인걸에 대한 허위기사를 작성했던 자들은 끈 떨어진 연 신세가 되고 말았고 고립무원의 상태에 처하고 말았다.
워낙 명백한 오보를 저지른 상황이라 제대로 수사하여 기소하면 바로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천명그룹에서 압력을 가하는 상황이라 수사기관도 미적거리면서 눈치를 보는 상황이었는데 그런 외압이 사라지니 고삐가 풀리고 말았다.
천명그룹 차원에서 뭔가 조치를 취해 주어야 했는데 배후에서 도움을 줄 수가 없었다. 가장 시급한 변호인의 지원 자체가 없으니 각자 도생을 해야 했고 어디까지 인정하고 어디까지 감춰야 할지 지침이 없으니 각자 중구난방으로 대응을 했다.
이미 고소인 조사가 마무리 된 금지약물 투약이나 호텔 마사지 걸 기사는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와 그 기사를 게재하기로 결정한 편집인에 대한 소환장이 발부된 상황이었다.
그런 상태에서 뒤를 봐주기로 한 장간지 전무가 쓰러지고 말았으니 졸지에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천명그룹에서 보상해 주기로 했지만 그 연결고리인 장간지 전무가 사라지니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기자들도 문제지만 동조한 언론사의 데스크는 난감한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가짜 뉴스라는 것을 알면서도 회사의 이익을 위해 게재했지만 그에 대한 대가를 받을 길이 사라지고 말았다.
거기에 장인걸이나 관계된 자들이 고발하고 각종 소송을 해올 것인데 너무나 명백한 허위기사라 벗어날 길이 없었다. 일반인이라면 다양한 방법으로 소송을 무마할 수도 있지만 장인걸 정도의 유명인이라면 그것도 쉽지 않았다.
천명그룹이 나선다면 그나마 큰 피해를 입지 않을 수도 있지만 천명그룹이 나설 상황이 아니었다. 그들이 속을 타고 있는 상황에서도 장인걸은 지방에 내려가서 전국 순회 콘서트를 하고 있었다.
“연예부 허정국 차장이 기사를 송부하자 너무 내용이 부실하고 허위임이 명백하여 게재를 거절했습니다. 그러자 천명그룹 홍보팀에서 기사를 실어달라는 부탁을 했습니다. 물론 편집국장도 문제가 될 소지는 별로 없다면서 게재하자는 권유를 했고요. 이후에 발생하는 모든 손해에 대하여는 천명그룹에서 적절한 방법으로 보상을 해주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일을 주도한 장간지 전무가 입원한 후에 모든 것을 백지화하고 말았습니다.”
문화신문의 편집부 3부장인 차태영이 검찰 조사를 앞두고 양심선언을 하고 말았다. 장인걸의 ‘호화호텔 마사지 걸’ 기사를 게재하는데 협력을 한 그가 그간의 양심상 가책을 이기지 못하고 사실을 폭로하고 말았다.
“부탁을 합니다. 문제가 생긴다면 우리 천명에서 모든 지원을 다할 것입니다. 문제가 되어도 명예훼손의 경우에는 벌금형 수준이고 초범이니 실형은 절대 없습니다. 우리가 금전적인 보상을 해줄 것이고 실직을 당한다면 어떻게든 새로운 자리를 마련해 줄 것입니다. 우리 천명이 이런 것 하나는 확실하게 처리하는 것을 알 것입니다. 또한 그간 우리가 계속 광고를 빼놓지 않고 지원을 했지 않습니까? 여기에 더해 앞으로는 광고할 경우 하나당 두 번 게재하도록 하겠습니다. 차태영 부장님이 오보를 싫어하는 것은 잘 알지만 그간 장인걸이 사소한 오보를 가지고 얼마나 건방을 떨었습니까? 이번 기회에 언론이 작심하면 얼마나 괴롭게 할 수 있는지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차 부장, 기사 하나야. 설사 문제가 되더라도 적당히 뭉개면 되는 거야. 진짜로 문제가 되면 허정국 차장에게 책임을 지라고 하고 우리 편집국은 뒤로 물러나면 되는 거야. 기사의 진위여부는 기자의 책임이니. 광고국 등쌀에 나도 힘들어. 그냥 적당히 통과시키자고.”
“죄송합니다. 하지만 팀장님도 부재중이고 회장님과 실장님도 모두 변고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니 일단 그쪽에서 알아서 대응을 했으면 합니다. 지금 우리도 어떻게 될지 몰라요. 그런 상황이니 이런 내용을 보고할 수는 없어요.”
차태영이 홍보팀 담당자, 편집국장과 나눈 통화내용의 녹음본과 녹취록마저 공개를 하면서 자신의 주장이 사실임을 뒷받침했다. 그로서는 신념을 어기면서 허위기사를 게재했는데 홍보팀 담당자가 안면을 바꾸고 알아서 대응하라고 하니 양심선언을 하고 말았다.
천명그룹은 미래전략실 홍보팀의 팀장을 맡고 있는 장간지 전무가 독단으로 장인걸에 대한 음해작업을 했다고 발표했다. 왜 그랬는지 설명을 하지 않고 마지못해 그 사실만 인정했다.
하지만 병원에 반신불수가 되어 쓰러진 장간지 전무를 상대로 어떤 조사를 할 수는 없었다.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심지어 치매증상까지 나타나는 상황이니 조사는 불가능했다.
차태영 부장이 양심선언을 하면서 장인걸을 음해하려고 허위기사를 낸 것이 사실로 드러나자 해당 기사를 낸 기자와 언론사는 난리가 나고 말았다. 그 전에는 억지 주장을 하면서 사실이라고 우겼지만 그것도 불가능해졌다.
증거도 빈약하고 그저 장인걸에게 그런 의혹이 있다는 식의 음해성 기사를 낸 것은 청부를 받아서 썼다는 명백한 증거였다. 전이라면 어떻게든 단속을 하여 천명그룹이 거론되지 않았을 것이지만 수뇌부의 부재는 틈을 만들고 말았다.
“천명그룹이 프리웨이와 그 자회사에 대하여 관심이 많았습니다. 아울러 이만손 이사가 e-천명 사업을 총괄하면서 IT산업에 투자를 했습니다. 하지만 프리웨이와 자회사가 독주를 하는 상황이라 투자는 실패했습니다. 그 때문에 실질적인 주도자인 이만손 이사는 일본지사에, 명목상 책임자인 한정만 전무는 제주지사에 내려가 있었습니다. 대략 1500억 원의 손실이 났는데 모든 손실은 전부 다 계열사에 전가했고 e-천명에 관련된 내용은 깨끗하게 삭제가 되었습니다.”
“장인걸 선수에 대한 음해기사는 천명그룹에 우호적인 기자들에 의해 주로 이루어졌습니다. 아시안게임 이전에도 그런 기사를 게재했고 그 때에도 허위기사임이 밝혀져 기자와 언론사들이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그걸 뒤에서 천명그룹이 수습했습니다. 그래서 기자들이 징계를 받고 좌천을 당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근무하고 있습니다.”
천명그룹이 손을 쓰지 못하는 사이에 여기저기서 진상을 알리는 증언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그동안 감춰졌던 e-천명 사업에 대한 실상도 드러나고 말았다. 엄청난 손실이 발생하자 그것을 계열사에 떠넘긴 것마저 폭로가 되고 말았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천명그룹의 투자자들이 나서서 경영진의 횡령 및 배임행위에 대하여 처벌하고 손실금을 회수해야 한다면서 고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사실 천명에서 특정 기사를 내리거나 게재하라고 요청하면 대부분의 언론사의 데스크는 거부할 수가 없습니다. 거부하는 순간 광고시장의 가장 큰 손인 천명의 광고는 끊어지고 맙니다. 다른 재벌도 대응팀이 있어 비슷한 방식으로 언론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번처럼 터무니없는 엉터리 가사가 났다면 외부나 경영진의 압력을 받아서 썼다고 보면 됩니다.”
양신선언을 했던 차태영 부장이 언론사의 고질적인 재계와의 유착에 대해 폭로했다. 이런 것은 자신의 행위가 회사 수뇌부의 강요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행위였다.
“천명그룹 미래전략실 홍보팀장인 장간지 전무가 장인걸의 이미지를 훼손하기 위해 홍보팀을 움직여서 음해공작을 했습니다. 순차적으로 허위사실을 계속적으로 기사화하여 독자들에게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려고 했던 여론조작사건으로 밝혀졌습니다. 여기에는 기사를 작성한 기자, 기사의 게재를 결정하는 데스크, 심지어 언론사 경영진까지 동원이 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장인걸의 음해사건이 이슈가 되자 검찰은 합동수사본부를 남부지검에 설치를 했고 수사를 시작한지 일주일 후에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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